抱 向 東 窓 語 不 休
포 향 동 창 어 불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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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창 향해 포옹하고 쉼없이 속삭이는데
조선 인조 조에 이조참의를 지내신 이경의 (李景義) 선생의
'신방풍경' 이라는 詩의 첫 구절이다.
한시로 표현하는 '신방풍경'은 어떻게 그려질까요?
시의 주제도 재미가 있거니와 이 詩가 만들어진 배경도 그에
못지않게 재미있다.
사연인즉 이렇다.
젊은 선비 '이경의' 가 장가를 들었다. 달콤한 첫 날밤을 치르고
몇일을 처가에 머물던 새 신랑이 종로 거리를 지나게 되었다.
골똘한 생각에 잠겨 길을 가던 신랑이 갑작스레 영의정 이원익
대감의 행차와 맞닥뜨렸다. 젊은 선비가 대감, 그것도 일인지하
(一人之下)에 만인지상(萬人之上)인 영의정 대감의 행차 앞에서
결례를 범했으니, 당시의 상식으로는 자못 심각하였다.
수행 괸리들에 의해 대감 앞에 이끌려 간 신랑은 전전긍긍하면서
해명을 하였다,
"대감 나으리, 미처 예를 갖추지 못하고서 대감의 행차를 맞이한
소인의 결례를 시과드립니다."
"그만한 사리를 알고있는 글읽은 선비가 어찌 무례를 범했는고?"
대감의 어조는 낮았지만 그 질책은 이 선비에게 더욱 숨막히게
하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
"실은, 소인이 요 몇일 전에 혼인을 하고는 이런 저런 일로 경황이
없어서 그만 큰 무례를..."
말끝을 흐리는 선비의 이마에 진땀이 나면서 대감의 처분을 기다
리며 못내 불안해 하였다.
"그래, 그랬단 말이지? 몇 일전에 혼인한 새 신랑이라고..??"
"네...영상 대감..."
"그렇다면 내가 제시하는 조건을 그대가 감당한다면 그대의 무례를
없던 것으로 하겠네. 해보겠는가?"
"아..네..말씀하시지요."
"좋네...그대가 글을 배운 선비이니 지금 그대가 겪은 신방의 풍경을
소재(素材)로 해서, 시 한수 지어 보게나. 내 맘에 들면 용서하겠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시가 오늘 소개하는 한시라고 한다.
이 시의 첫 구절이 바로 위에 소개한 내용으로 구성된 구절입니다.
向이라는 측성 글자로 시작하였으니, 당연히 '측기식'이라 하겠지요?
끝자인 休는 이 시의 운자로, 우(尤) 운목에 속한 글자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