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뭔가에 기대왔듯이 이번엔 네게 또 기대게 되는구나.
저는 '배따라기'를 동시에 떠올리게 되는
김동인이라는 소설가를 무척 좋아하합니다.
일제 강점기라 암울했던 시대였지만
그 시대의 서정성을 가장 잘 표현한 작가라는 생각에서죠.
그의 단편소설 중에 '발가락이 닮았다'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내용은 이렇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인 M이란 사나이는
과거의 방탕했던 생활로 생식 능력을 잃었지만
어느 날 결혼을 하게 됩니다.
얼마 후 그의 아내는 임신을 하게 되고 아들을 낳습니다.
어느 날 M의 사정을 잘 알고 있던 의사에게
기관지염을 앓는 아들을 안고 M이 찾아옵니다.
멋적은 표정으로 머뭇거리던 M은 아들이 제 증조할아버지를 빼닮았으며
가운데 발가락이 자신의 발가락과 신기하게 닮았다며 웃습니다.
M과 마찬가지로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던 의사는
그의 희망섞인 시선과 부딪히면 행여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몰라
넌지시 고개를 돌리고 외면합니다.
무기력한 선발로 인해 초반에 승패가 갈리고 대패를 거둔 경기였지만
젊고, 힘 있고, 삼진 능력을 보유한 김범수를 보았습니다.
0패로 끝날 것 같은 분위기를 깬 로사리오의 오늘 경기 첫 타점과 투지어린 홈 쇄도는
로저스가 등판하는 내일의 경기에 대한 희망을 갖게 만듭니다.
올해는 선발이 망한 게 아니라 선발 구성을 처음부터 잘못했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무기력한 선발진들이 정당화될 수는 없겠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선발들이 내성을 갖도록 기회를 주지 않은 영향도 물론 상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긴장감이 전혀 없이 편하게 관전했습니다.
초반의 대량실점이 어쩌면 애간장을 태우지 않도록 해 준
우리 선수들의 뜻깊은 배려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마지막으로 해 봅니다.
오늘 경기에 대한 소회를 적고 보니
제가 '발가락이 닮았다'에 나오는 사나이 M 같습니다.ㅋㅋㅋ.
야구를 끊지 않는 이상 한화가 올시즌 전패를 한다 하더라도
한화 야구를 여전히 볼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아이(한화 이글스) 잘 자라야 할 텐데...'
언제나 한화 이글스 파이팅!!!!
첫댓글 ㅋㅋㅋㅋ
여기계신 모든 분들의 발가락이 닮았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동병상련할수가 있을까요?
저 역시 미우나 고우나 이글스를 사랑할겁니다
30년 넘게 함께해 온 사이입니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지요~~~
오늘도 한편의 멋진 수필을 읽고 갑니다..
혹시 작가 아니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