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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은 술사(術士)다.
젊은 시절 산사에서 노닐었는데,
어떤 노승이 객사에 머물고 있었다.
밤에 사슴이 산골짜기에서 우는 소리를 듣고는 그 노승이 화를 내며 말했다.
천사(天師)가 여기 머물고 있는데, 저것들이 어찌 감히 당돌하게 나쁜 소리를 내는가?
여러 사미들은 시험삼아 가보시오.
내일 아침 절 문 밖에 죽은 사슴이 있을 것이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과연 절 문 밖에
큰 사슴이 죽어 있었다.
황철은 이를 기이하게 여겨몸을 바쳐
종이 되기를 원했다.
그 도술을 모두 전수받아 세상에 나와 행하였는데,
괴이하고 놀라우며 영험하고도 이상한 일이 많았다.
그가 일찌기 말했다.
나는 늘 큰길에서 사람과귀신이 서로
섞여 있는 것을 보았다.
길에 나다니는 귀신이 마치 종루(鐘樓)거리에 다니는 행인만큼 많다.
귀신이 사람을 피하지 않는데도 사람 스스로 귀신을 보지 못한다.
여항에서 사람들이 귀신의 빌미를 만나면 대부분 황철을 맞이하여 비는데,
반드시 효험이 있었다.
좌랑(佐郞) 김의원(金義元)의 조카 집안 사람들이 모두 요사스런 질병에 걸리자 황철에게 낫게 해 달라고 청하였다.
황철이 말했다.
이는 원한 있는 사람이 사람의 머리뼈를 가루 내어 온 집안에 두루 뿌렸기 때문에 뭇 귀신들이 사람을 해치는 것입니다.
부적과 주문으로 그치게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붉은 부적을 벽에 붙이고 주문을 외우자,
반딧불이 집 안에 가득하더니 담장 귀퉁이로 날아가 모여 한 덩어리를 이루었다.
시절이 한 겨울이라 반딧불이가 없을 때이기에 집안 사람들이 모두 이상하게 여겨 불을 켜고 보니,
뼛가루가 모여서 하나의 두개골을 이루고 있었다.
드디어 깨끗한 땅에 그것을 묻으니 이로 부터 모든 사람의 병이 다 나았다.
선비 '안효례'의 유모는 나이가 칠십이었는데,
학질에 걸려 심하게 앓았다.
황철을 불렀는데,
그는 가지 않고 말했다.
내가 비록 가지 않지만 내일 정오에는 반드시 이상한 꿈을 꿀 것이며,
이로부터 병이 나을 것이오."
과연 다음 날 정오에 이르자 모친이 앓다가 잠시 잠에 빠져 들었다.
꿈에 한 여인이 나타나 허둥 지둥 모친의 등 뒤로 뛰어들며 목숨을 살려 달라고 애걸 하였다.
그런데 푸른 옷을 입은 장부 한 사람이 곧장 등 뒤로 가서 그 여자를 묶어 가 버렸다.
꿈에서 깨어나다, 정말 씻은 듯이 나았다.
황철이 일찌기 귀신을 잡아다가 상자에 넣고 봉해 버린 일도 있었다.
상자 안에서 괴로운 신음소리가 흘러나오더니 상자가 저절로 팔짝 팔짝 뛰어올랐다.
상자를 돌에 묶어 강에다 버리자 요사스런 일이 그쳤다.
(액소시스트에 등장하는 퇴마사가 옛날에도 있었나 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