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서유기 [제50회]고로장의 데릴사위 저팔계 1
오공은 보살과 헤어진뒤에 구름을 낯추어서 가사를 녹나무에 걸어놓고
여의봉을 꺼내들고 흑풍동안으로 쳐들어갔다.
그러나 동굴안은 텅비고 졸개 요괴들은 한 마리도 없었다.
그놈들은 보살이 나타나자 늙은 요괴가 땅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는 것을보고
모두 뿔불이 도망쳐 버린것이었다. 오공은 성난김에 흑풍동에 문이란 문에는
다 나무를 쌓아놓고 앞뒤를 돌아가며 불을 질렇다.
싯뻘건 불꽃이 동굴을 휘감으니 흑풍동은 순식간에 홍풍동이 되고 말았다.
그런 다음 오공은 가사를 가지고 구름을 타고 북쪽으로 향했다.
한편 삼장은 오공이 돌아오지를 않아 애가 타서 견딜수가 없었다.
오공이 보살을 모셔오지 못했는지 아니면 오공이 어디로
도망을 치지나 않았는지 이런 저런 생각에 착찹하기만 했다.
그러는데 갑자기 반 공중에서 채색구름이 눈부시더니
오공이 섬돌 아래에 뚝 떨어지면서 무릎을 꿇었다.
"스승님 가사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삼장은 뛸듯이 기뻤다. 여러중들도 제일처럼 기뻐했다.
"아! 잘됐어 이제우리는 살아났다."
삼장은 가사를 받아들고 말했다. "
"오공아 네가 아침에 떠날적에 아침식사가 끝날 무렵이면 올수있을 것이고
늦어도 점심때에는 온다고 하더니 어찌하여 해가 서산에 질 무렵에야 오게 되었느냐?"
오공은 보살을 모시고 와서 요괴를 잡은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그말을 듣고 삼장은 몹시 기뻐하며 향안을 갖추게하고 멀리 남쪽을
향해 배례했다.그런다음 오공을 돌아보며 말했다.
"오공아! 가사를 찿았으니 서둘러 행장을 꾸려 떠나도록하자."
"아 아니 해가 다 저물었으니 못가십니다. 내일아침 일찍 떠나도록 하시지요!"
오공이 이렇게 말하고 중들도 일제히 무릎을 꿇고 권했다.
"손스님 말씀이 지당 하십니다. 날이 이미 저물었고 우리의 소원이기도 합니다.
저희들은 오늘 다행이 살아 남게 되었고
보배도 되 찾았으니 기원 성취의 재를 올리겠습니다.
대사님께서는 예불상의 공을 나누어 주십시요. 내일아침에 전송해 드리겠습니다."
"옳은 말이다!" 오공이 맞장구를 치자. 절의 중들은 돈을 모으고
불길속에서 건져낸 물건들을 모아 공물을 장만했다.
그리고 평안무사를 원하는 종이를 사르고 재액을 면하는 몇권의 경을 읽었다'
그날 밤은 무사히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 삼장과 오공이 말에 안장을 지우고 행장을 갗추어 문을 나서니
중들은 멀리까지 전송하여 주었다. 오공이 앞장을 서서걸었다.
때는 마침 무르익는 봄 이었다.
그렇게 여행을 계속하여 대엿새쯤 지난 어느날 저녁 무렵 이었다.
저멀리 자그마한 마을이 보였다 . 삼장이 오공에게 말했다.
"오공아 저기 마을이 있구나.저기서 하룻밤 자고가자."
"좋은 곳인지 흉한 곳인지 제가 먼저 살펴본뒤에 정하지요!"
그래서 삼장은 말고삐를 늦추고 오공은 눈도 깜빡하지 않고 그곳을 바라봤다.
대나무 울타리 빽백히 둘러치고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
하늘을 찌를듯한 나무가 나그네를 맞이하고 /
굽이쳐 흐르는 계곡물에 집들이 비친다 /
길가에 푸른버들 가볍게 흔들리고 /
뜰안에는 꽃이 만발하여 향기가 진동한다 /
집찾아 돌아가는 소와 양떼 보이고 /
얼큰히 취한 촌로는 흥얼거리며 돌아온다/
오공은 한참을 보고나서 삼장을 쳐다봤다.
"스승님 인심좋은 동네가 틀림 없습니다. 하룻밤 묵어 가시지요!"
삼장은 재촉해서 어느덧 마을 어귀에 닿았다.
앞쪽에서 한 소년이 걸어오고 있었다.오공은 그 아이를 붙들었다.
"너는 어디로 가는 길이냐? 그리고 이마을 이름이 뭐냐?"
소년은 몸을 빼내려하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 마을엔 나말고 많은 사람이 있는데 하필 나를 잡고 이성화야!"
오공은 흐흐흐 웃었다.
"얘 그렇게 화를 낼것은 없다. 남을 위한것이 나를 위한것이라고 했다.
마을 이름쯤 가르쳐준다고 나쁠것이 있니? 나도 네 걱정꺼리쯤은 들어줄수있는데,"
소년은 뺄수가 없으니 펄쩍펄쩍 뛰었다
"제길! 주인 잔소리만 해도 벨이꼬여 죽겠는데 이런 까까머리 중까지 애를 먹이는구나."
"얘야! 네게 재간이있어 이손을 풀수만 있다면 보내 주겠다."
소년은 좌우로 몸을 틀어봤지만 아무래도 뿌리칠수가 없었다.
성이 잔뜩난 소년은 마침내 보퉁이고 우산이고 다 집어던지고
두손으로 오공을 거머잡으려 했다. 그러나 오공이 한손으로 행장을 잡고
한손으로 소년을 눌렀으므로 소년은 오공을 거머 잡을수가 없었다.
그뿐인가 더욱 으스러질 정도로 조여오니 소년은 당황해서 어쩔줄을 몰랐다.
"오공아 저편에서 누가 또 오는구나. 저사람이게 물어도 될것을
왜? 이 아이만 붙잡고 억지를 쓰느냐 ! 놓아주거라."
"스승님 다른사람에게 물어서는 재미가 없습니다. 어떻게해서라도
이녀석에게 물어야 겠습니다."
소년은 오공의 말을 듣고 어쩔도리가 없다 생각해서 말했다.
"여기는 오사장국의 국경 지역으로 고로장이라고 하는곳이요.이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고씨여서 그렇게 부르게 된거요.자! 이젠 놔주시요."
"네 차림새를 보니까 어디 가까운대로 가는게 아니구나
어디로 무얼하러 가느냐? 그걸 말하면 놔 주겠다."
"난 고태공의 머슴이고 이름은 고재요. 태공이 막내딸이 올해 스무살 인데
삼년전 시집도 가기전에 요괴한테 채어갔소.
그 요괴가 삼년째 이집 사위 노릇을 하고 있단말이요.
태공은 요괴를 사위로 삼았으니 첫째론 집안 망신이요 둘째론 집안 친척들이
왕래가 끊어졌으니 그냥둘수 없다며 줄곳 요괴를 내쫒으려 했지요.
그러나 요괴가 딸을 돌려주기 커녕 뒷채에 가둬 놓고 이 반년동안은
밖에도 내보내지 않고 식구들 마저 만나지 못하게 했소.
태공은 내게 돈을주며 요괴를 잡아눕힐 법사를 데려오라는 거였소.
몇 사람을 데려와 보았지만 하나같이 쓸모없는 중이거나 어리석은 도사들이어서
요괴를 항복시키지 못했거든요 아까도 태공은 나를 꾸짓으며 돈 오푼을 주면서
어디가서든 요괴를 항복시킬 법사를 대려 오라누만요.
그런데 가만히보니 당신은 사람을 치는 법술이 있는 모양이구려.
이젠 말을 다했으니 놓아주시요."
"너는 운수가 좋고 나로 말하면 돈벌이가 있게 되었으니 양쪽이 다 잘된 셈이다.
넌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되고 여비를쓸 필요가 없다. 그런 데데한 중이나
도사 따위가 아니다 요괴잡이는 내가 제일 잘하는 장기란다.
그런일에 제법 솜씨가 있다는 말이다 이거야말로 의원 청하러 간김에
눈병까지 고친 격이 아니냔 말이다. 자 다시돌아가서 동녘땅 대당폐하의 심부름
으로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가는 어제 성승이 왔는데 그일행은 요괴 퇴치가
장기라고 말씀 드려라,
"제발 더 이상 나를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난 화가나서 죽겠단 말이요.
당신은 나를 속이는거죠? 솜씨가 모자라서 요괴를 잡지못하는 날에는
나까지 혼찌검이 난다는 말이예요."
"너한테 그런일이 생기지 않도록 할테니 어서 너희집으로 안내나 해라"
소년은 할수없이 우산과 보따리를 들고 돌아서더니
삼장과 오공을 문 앞까지 데려다 놓고 말했다.
"두분은 댓돌에 앉아 잠깐 기다리시요. 안에 들어가서 주인님께 여쭙겠소."
오공은 그제야 잡았던 손을 놓았다 그리고는 행장을 내려놓고 말을몰고
삼장을 모시고 문앞에가서 앉았다 섰다하여 소년이 나오기만 기다리고있었다.
대문을 들어선 소년 고재는 곧장 안채로 가다가 고태공을 만났다.
고태공은 꽥소리를 질렇다.
"이 바보같은놈아 법사를 찿으러가지 않고 왜? 왔느냐?"
고재는 우산과 보따리를 내려놓고 말했다.
"나리! 아까 제가 마을을 나서다가 두사람의 중을 만났습니다 한사람은 말을 타고
한사람은 짐을 지고 있었습니다 짐을 진 중이 저를잡고
어디로 가느냐 물어도 저는 말 않했는데 그중이 어찌나 못살게 구는지
하는수 없이 댁 사정을 말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중이 반색을 하면서
제가 요괴를 잡아주겠다 하고 장담을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래! 어디서 왔다더냐?"
"자기들은 동녘땅 황제의 어명을받고 서천으로 불경을 가지러 가는길인데
말탄분을 황제의 어제인 성승이라고 하더군요."
그렇지 먼데서 오신 손님이라면 그런 솜씨가 있을 만도 하겠지.
그분들 지금 어디에 계시느냐.?"
"대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태공은 곧 옷을 바꿔입고 고재를 데리고 나가 삼장일행을 불렀다.
"장로님!" 삼장은 부르는소리에 돌아서서 태공에게 다가갔다.
노인은 얼굴가득 웃음을 띠면서 삼장에게 다가와 인사를했다.
"두분 장로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삼장은 답례를 했으나 오공은 선체 까딱도 하지않았다.
노인은 오공이 무섭게 생긴 모습을 보더니 오공에게는 감히 인사도 못했다.
오공은 위엄있게 한마디했다.
"왜? 나한테는 인사를 않하는거야!"
노인은 겁이 더럭나서 고재를 불렀다
"네가 나를 우롱했구나. 이집에 지금 도깨비 사위가 들어앉아서 쫒아내지 못해
고민을 하는 판인데 이번에는 뇌공을 데려와서 날 못살게하는구나."
"영감! 당신은 그만한 나이를 먹고도 처신하나? 생김새를 보고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옳지않아. 이 사람은 얼굴은 못 생겼어도
솜씨만은 무시할수가 없다구. 요괴인 당신 사위를 때려눕히고 딸을 찿아오면
영감에게 좀 좋은가! 그러니 생김새를 가지고 그러니
생김새를 가지고 이러니 저러니 하지 말란 말이야!"
태공은 와들와들떨며 겨우 기운을 추스리고 말했다.
"부디 안쪽으로 들어 가십시다.
오공은 그재야 고재에게 행장을 지우고 자기는 말을 끌고 삼장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제멋대로 말을 대청기둥에 비끄러 매고나서
옻칠한 교의를 끌어다 삼장을 앉히고 자기는 의자를 가져다 삼장의 옆에 앉았다.
"이쪽의 젊은 스님은 스스로운 티가 전혀 없군요."
고노인이 이렇게 말하자 오공은 으쓱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반년을 묵어가라 해도 나는 사양하지 않을 껄!"
'아까 하인의 말로는 동녘땅에서 오셨다고 들었소이다."
"그러합니다. 소승은 당나라 조정의 명을 받고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가는 길 입니다.
마침 이곳을 지나게 되었는데 하룻밤 이곳에서 묵어가게해주시요.
내일아침에 일찍 떠나겠습니다."
"아 아니 하룻밤 묵어가려는게 속셈이었소?
그런데 아까는 왜 요괴를 잡을수있다고 하셨소이까?
이번에는 오공이 말 참견을했다
"하룻밤 자기도 하려니와 겸해서 심심풀이로 요괴도 잡아 준다는 말이요.
대체 댁에는 요괴가 몇 마리나 있소?"
"아이구 몇마리씩이나 있으면 어쩌라구요,
사위놈 하나뿐인데도 이렇게 쩔쩔매고 있습니다 "
"그 요괴의 형편을 처음부터 하나까지 모두 말씀해주시요.
물론 그놈의 싸움재주까지 모두 말씀을 해주셔야 잡기가 쉽습니다."
"우리마을에는 예전부터 무슨 도깨비나 요괴같은 것이
재난을 일으키는 일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저는 불행하게도 슬하에 사내자식은 하나도 없고 계집애만 셋을 두었습니다,
맏이는 향란 둘째는 옥란 막내가 취란 입니다.
위에 둘은 어릴적에 동네 청년들과 짝을지어 내보냈습니다만
막내만은 데릴사위를 맞아드려서 우리집에 함께 살려고 했습니다.
가문도 번듯하고 벼슬도하는 사위를 볼생각 이었지요.
그런데 뜻밖에도 삼년전에 잘생긴 청년하나가 찾아와서 자기는
복릉산에사는 저가라고 했습니다. 양친이 다 안계시고 형제 자매도
없다 면서 적당한 집에 데릴사위로 들어가고 싶다고 하더이다 그려
저는 그사람이 일가 친척이 하나도 없다기에 사위를 삼았습니다.
부지런하고 착실했지요. 밭갈이에 소를 쓰지않고
가을걷이에도 낫 같은것을 쓰지 않았습니다. 새벽에 밭에 나가고
달이 떠야 돌아왔습니다. 어디 한 군데 나무랄 데가 없었는데 단지
얼굴 모습이 변하는것만이 문제 였습니다 .
"어떻게요?"
"처음에는 얼굴색이 가무잡잡하고 살색이좋은 청년이었지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로 주둥이가 쑥 나오고 귀가 커다란게
바보같은 모습으로 변하더니 목덜미에 갈기털이 나면서
살갗도 거칠거칠해져서 보기에도 흉측한 돼지로 변했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배가 얼마나 큰지 한끼에 곡식을 서너되나 쳐먹습니다.
간식에도 떡을 백개이상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다고 합니다.
그나마 채식을 하니 다행이지 육식하고 술까지 마신다면
이 사람의 얼마 않되는 재산이나 전답이 거덜이 났을 것입니다."
삼장이 말했다.
"일을 그만큼 많이 하니까. 식성이 그만큼 대단한 것이겠지요."
'그래도 먹는일은 그리 문제가 되지를 않습니다. 그놈이 근간에는 바람을 일으키는
법술을 익혀서는 구름과 안개를 타고 모래를 날리기도 합니다.
우리집인 이웃들이 간이 콩알만 해져서 조마조마한 나날을 보곤 합니다.
게다가 취란이를 뒷곁에 가두어놓고 바깥 출입을 안시켜서 반년이나
그애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있는 형편 입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그놈이 요괴라는 것을 알게되여 저는
법사님을 모셔다가 그놈을 쫒아내려고 하는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오공이 말을했다.
"그런일이라면 어려울게 뭐있겠소. 노인장 안심 하시요.오늘밤엔
그놈을 잡아서 따님을 찾아드리겠소."
노인은 대단히 기뻐했다.
"내가 그만 얼떨덜해서 그런놈을 사위로 삼은 바람에 체면은 떨어지고
일가친척과도 사이가 벌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놈을 잡기만 한다면 요절을 내어 주십시요."
엥! 우리 장인이 나를 요절 내라한겨? 그려! 내가 복릉산에 저팔계여!
이제 얼굴 비치는데 누가 ? 나를 요절낸답셔? 어디 누가 요절 나는가 봅셔~~
다음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