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緣起)
깨달은 직후 일주일 간 부처님은 보리수 아래 앉으셔서 해탈의 무상법열(無上法悅)을 누리고 계셨다.
이레가 되던 날 초저녁 부처님은 삼매(Samādhi)에서 나와 연기(緣起)에 관해 순서대로 관하셨다.[順觀]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면 저것이 생긴다.
즉 무지[無明]가 있음을 연(緣)으로 하여 의지에 의한 형성작용 또는 업지음[行]이 있고,
이 의지의 형성작용이 있음을 연(緣)으로 하여서 (재생) 식(識)이 있고,
식이 있음을 연으로 하여 명색(名色:심신의 결합)이 있고,
명색이 있음을 연으로 하여 여섯 가지 감각기관[六入]22)이 있고,
여섯 가지 감각기관이 있음을 연으로 하여 접촉[觸]이 있고, 접촉이 있음을 연으로 하여 느낌[受]이 있고,
느낌이 있음을 연으로 하여 갈애[愛]가 있고, 갈애가 있음을 연으로 하여 집착[取]이 있고,
집착이 있음을 연으로 하여 생성과정[有]이 있다.
생성과정이 있음을 연으로 하여 태어남[生]이 있고,
태어남이 있음을 연으로 하여 늙음[老], 죽음[死], 슬픔[愁], 비탄[悲], 괴로움[苦], 근심[憂], 절망[惱]이 있게 된다.
이처럼 해서 이 모든 고의 무더기[苦蘊]가 생겨난다.”
그날 한밤중[中夜]에 부처님은 역(逆)으로 연기를 관하셨다.[逆觀]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하면 저것이 멸한다. 무지가 완전히 멸하면 의지의 형성작용이 멸하고,
의지의 형성작용이 멸하면 식이 멸하고, 식이 멸하면 명색이 멸하고,
명색이 멸하면 여섯 가지 감각기관이 멸하고, 여섯 가지 감각기관이 멸하면 접촉이 멸하고,
접촉이 멸하면 느낌이 멸하고, 느낌이 멸하면 갈애가 멸하고, 갈애가 멸하면 집착이 멸하고,
집착이 멸하면 생성과정이 멸하고, 생성과정이 멸하면 태어남이 멸하고,
태어남이 멸하면 늙음, 죽음, 슬픔, 비탄, 괴로움, 근심, 절망이 멸하게 된다.
이리하여 이 모든 고의 무더기가 멸하게 된다.”
그날 새벽녘에 부처님께서는 연기를 순(順)으로 또 역(逆)으로 관하셨다.[順逆觀]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다. 이것이 생기면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하면 저것이 멸한다. 즉 무지가 있음을 연(緣)으로 하여 의지의 형성작용이 있고, 이 의지의 형성작용이 있음을 연(緣)으로 하여서 식(識)이 있고, 식이 있음을 연으로 하여 명색이 있고, 명색이 있음을 연으로 하여 여섯 가지 감각기관[六入]이 있고, 여섯 가지 감각기관이 있음을 연으로 하여 접촉[觸]이 있고, 접촉이 있음을 연으로 하여 느낌[受]이 있고, 느낌이 있음을 연으로 하여 갈애[愛]가 있고, 갈애가 있음을 연으로 하여 집착[取]이 있고, 집착이 있음을 연으로 하여 생성과정[有]이 있다. 생성과정을 연으로 하여 태어남[生]이 있고, 태어남이 있음을 연으로 하여 늙음[老], 죽음[死], 슬픔[愁], 비탄[悲], 괴로움[苦], 근심[憂], 절망[惱]이 있게 된다.
이리하여 이 모든 고의 무더기가 생겨난다. 무지가 완전히 멸하면 의지의 형성작용이 멸하고, 의지의 형성작용이 멸하면 식이 멸하고, 식이 멸하면 명색이 멸하고, 명색이 멸하면 여섯 가지 감각기관이 멸하고, 여섯 가지 감각기관이 멸하면 접촉이 멸하고, 접촉이 멸하면 느낌이 멸하고, 느낌이 멸하면 갈애가 멸하고, 갈애가 멸하면 집착이 멸하고, 집착이 멸하면 생성과정이 멸하고, 생성과정이 멸하면 태어남이 멸하고, 태어남이 멸하면 늙음, 죽음, 슬픔, 비탄, 괴로움, 근심, 절망이 멸하게 된다. 이리하여 이 모든 고의 무더기가 멸한다.”23)
이렇게 부처님께서는 보리수 근처에서 자리를 여섯 번 옮기며 여섯 주일을 홀로 머무셨다.
여섯 주일이 끝날 무렵, 따빠수와 발리까라는 두 상인이 그곳을 지나가다가
떡과 꿀을 부처님께 공양 올리며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부처님과 법24)에 귀의합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제자로 거두어 주십시오.”25)
이리하여 그들은 첫 재가신도(upāsaka)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