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맥주, 시장 점유율 40% 돌파
6년 새 3배 이상 몸집 불린 수입 맥주
[시사일보=김상호 기자]국산 맥주를 위협하며 시장을 키우는 수입 맥주 소비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국산 맥주 판매량은 감소하는 반면 수입 맥주 판매량은 늘었다.
최근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 수입 맥주 점유율이 40%대를 넘나들고 있다.
각종 음식점과 유흥업소, 소매상점, 대형마트로 직접 공급돼 판매되는 국산 맥주와는 달리 주로 대형마트에서 유통되는 수입 맥주의 비중은 점차 커지고 국산 맥주는 좁아지는 추세다.
이는 유명 브랜드 맥주들은 수시로 할인판매하고, 이름이 덜 알려진 다양한 맥주는 싸게 수입하는 덕분에 가격경쟁력에서도 국산 맥주를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에는 세계맥주 매출비중이 20%를 돌파해 22.9%를 차지했고 국내 매출은 77.1%로 70%대로 하락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3년 세계맥주 30.4% 국내맥주 69.6%, 2015년 1~5월에는 세계맥주가 매출비중 40% 돌파했으며 국내 맥주는 59.8%까지 감소했다. 세계맥주가 최근 6년 새 3배 이상 몸집을 불린 것이다.
15일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류 업계에서 소주가 '맛'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면, 각 수입 맥주 브랜드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독특한 향(아로마)를 강조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롯데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 맥주는 네덜란드 맥주 하이네켄(500㎖캔)이다. 이마트에서는 같은 크기의 일본 아사히와 삿포로, 중국 칭타오, 벨기에 마튼즈가, 홈플러스에서는 독일 파울라너(500㎖캔)가 가장 많이 팔렸다.
◆맛과 향 잡은 '아로마' 맥주 앞세워 점유율 급증
특히 중국 맥주 브랜드인 ‘칭따오’는 자스민 향을 강조하고 있다. 자스민 향은 다소 느끼할 수 있는 중국 음식의 기름진 맛을 잡아주고, 홉과 맥아의 적당히 고소하고 쌉쌀한 맛은 음식 천국 ‘중국’의 맥주답게 음식과 함께 먹을 때 환상 궁합을 자랑한다.
칭따오 맥주의 이러한 매력은 반주, 야식 문화가 발달한 국내 음주 문화와도 잘 어울려 2000년 국내 론칭 이래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벨기에 아로마 맥주 ‘호가든’도 자신만의 독특한 향을 강조하고 있다.
'호가든'은 말린 오렌지 껍질과 고수를 넣어 상큼한 과일 맛을 풍기는 게 특징이다. 말린 오렌지 껍질을 넣은 덕분에 마실 때 입안 가득퍼지는 시트러스 향은 텁텁한 맥주 맛을 싫어하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에서 생산된 밀맥주도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프랑스 맥주 ‘크로넨버그 1664 블랑’은 알자스산(産) 홉을 사용해 특유의 짙은 향기를 자랑한다.
특히 마시고 난 후 아로마의 여운을 길게 하기 위해 홉 중의 캐비어라 불리는 알자스 산 홉을 사용, 아로마 맥주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오렌지 껍질의 상큼한 시트러스 향과 풍부한 과일 향이 코 끝을 자극하고, 입 안 가득 머금었을 때 느껴지는 독특한 꽃향기가 맛을 한층 풍성하게 한다. 은은하게 퍼지는 벌꿀향은 달콤하게 입안을 마무리해줘 알코올 도수가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에델바이스 스노우 후레쉬’는 향수 맥주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향이 진하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중 하나인 칼텐하우젠의 정통 밀맥주 방식에 알프스의 싱그러운 허브가 더해져 탄생했다.
밀맥주 특유의 풍성하면서 쫀쫀한 거품은 잔에 따르자마자 퍼져 입맛을 자극하고, 엘더플라워와 민트 등 알프스의 허브들이 주는 특별하면서 이국적인 향이 맥주의 청량감을 더한다.
또 일본 맥주 산토리는 오직 세계 희귀 품종인 다이아몬드 몰트와 체코산 아로마 홉만을 원료로 사용하여 화려한 향과 깊고 진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만들 때 홉을 2~3번 나누어 더하는 과정인 아로마 리치홉핑 기법과 물과 맥아를 섞어 달이는 공정을 2번 실시하는 더블 데콕션방식을 통해 풍부한 맛과 향을 더했다.
산토리는 취향에 맞춰 맥주 맛을 즐길 수 있도록 곡선 모양의 ‘몰트 글라스’와 튤립 모양의 ‘크리미 글라스’, 와인 잔 모양으로 제작한 ‘와인 글라스’ 등 3가지 전용잔을 선보이고 있다. 전용잔을 이용하면 풍성한 크림거품과 특유의 진하고 화려한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멕시코에서는 용설란을 발효시켜 테킬라, 맥주 등을 만들어 마시는데 멕시코 대표 맥주인 코로나도 선인장의 용설란을 발효시켜 제조한 맥주다. 쓴 맛이 적고 부드럽고 순한 맛이 특징으로, 주로 식전 반주용으로 잘 어울린다.
코로나는 라임이나 레몬 조각을 병 입구에 끼워 마시는 것으로 유명한데, 라임을 넣으면 탄산이 줄어들어 한결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는 고산지대가 많고 날씨가 더운 멕시코의 날씨의 특성으로 갈증 해소를 위해 라임이나 레몬과 함께 술을 마시는 멕시코의 음용 습관이 자연스럽게 코로나에 적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1445년에 탄생된 정통의 벨기에 화이트 에일 맥주 호가든에는 밀맥아, 보리 맥아, 코리앤더씨와 말린 큐라소오렌지 껍질이 들어가 독일의 밀 맥주와는 다른 향긋한 풍미를 지닌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후각은 인간의 오감 가운데 가장 예민하고 인상에 남는 감각”이라며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아로마 맥주에 대한 꾸준한 선택으로 이어져 마니아 층을 형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수입 맥주에 밀린 국산 맥주업체들은 각종 이벤트와 마케팅을 실시하며 소비자 마음잡기에 나섰다. 하이트진로와 홈플러스는 다음달 19일까지 소비자가 하이트 맥주와 참이슬 등 하이트진로 주류를 구매하면 제품 판매금액의 3%를 기부하는 공익캠페인을 펼친다.
롯데주류는 ‘클라우드’ 맥주 판촉행사로 여름 피서객을 대상으로 한 해변가 프로모션, 호텔 풀파티, 가든파티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신제품도 속속 등장중이다. 최근 오비맥주는 밀맥주 '프리미어 바이젠'과 프리미엄 맥주 '카스 비츠' 등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 회복에 나서고 있다.
'카스 비츠'는 흔한 갈색 대신 코발트블루 색상의 비대칭 곡선 모양의 병에 담아 판다.
하이트진로는 미국 내 크래프트 맥주에 쓰이는 아로마향을 더한 ‘맥스 스페셜홉: 아메리칸 수퍼 아로마’를 내놓았다. 미국 성조기의 붉은색과 파란색, 별을 모티브로 삼고 자유의 여신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업계는 수입 맥주의 인기가 쉽게 시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유통되는 수입맥주의 종류가 꾸준히 증가하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60종이었던 수입맥주 종류는 올해 500개로 늘어났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맛과 향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 수입 맥주가 국산 맥주의 자리를 잠식해나가고 있다”며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도 수입맥주 할인 행사를 많이 열고 있어 당분간 수입 맥주의 인기가 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