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연구결산] ‘알쏭달쏭한 반려동물’ 고양이의 모든 것
박종익 기자 / 입력 2015.12.29 15:33 ㅣ 수정 2015.12.29 18:09
기사 원문,
http://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151229601015
견공(犬公)과 더불어, 인간의 가장 오래된 반려 동물로 사랑 받아온 고양이.
그러나 고양이는
의외로 과학적인 연구로도 밝혀진 것이 많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동물이다.
특히나 고양이는 개처럼 길들여지지 않는데,
이는 개가 인간과 3만 년 이상을 함께 해온 반면,
고양이의 반려 역사는 ‘고작’ 수천 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양이의 진화가 야생과 인간 사회의 중간 단계에 있다고 분석한다.
2015년 한 해,
고양이를 주제로 한 세계 각국 연구 팀들이 발표한 논문들을 종합해 정리해봤다.
1. 고양이는 왜 박스 안에 있는 것을 좋아할까?
지난 2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 수의학 연구 팀은
박스 안 고양이의 스트레스 지수 분석을 통해,
고양이가 ‘대응기제’(對應機制)로 하여금, 상당히 빠른 속도로 박스를 활용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다소 생소한 단어인 대응기제는
주변의 위협이나 위험 등에 처할 때, 이에 대처하는 반응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고양이는 박스를 일종의 대피소이자 안식처로 여기는 것.
위트레흐트 대학 수의학 박사 클라우디아 빈크는
“고양이는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장소로 여겨, 본능적으로 박스에 끌리는 것”이라면서,
“하루 18시간 ~ 20시간을 자는 입장에서, 고양이에게 자신을 숨기는 박스 같은 장소는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고양이가 꼭 박스만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몸을 적절히 숨길 수만 있다면,
박스는 물론, 쇼핑백, 서랍, 심지어, 주전자 안에도 들어간다는 것이 연구 팀의 설명.
그러나 이와는 다른 주장도 있다.
일부 동물학자들은 고양이의 '박스 사랑'이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론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물론 정답은 고양이만 알고 있을 것이다.
2. 고양이는 후각보다 시각에 의지해 먹이를 찾는다
지난 2월, 영국 링컨대 동물학 연구 팀은
고양이는 후각보다 시각을 더 지배적으로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놔 관심을 끌었다.
일반적으로,
개와 더불어 고양이 역시 후각이 발달해,
이 능력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찾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고양이의 지배적인 감각이
후각보다 시각이라는 점은 다소 의외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연구 팀에 따르면,
고양이의 후각 능력은 개에는 못 미치지만,
인간에 비해 14배나 뛰어나며, 청력 또한 좋다.
그러나 날카로운 눈을 가진 고양이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인간보다 시력이 좋지는 않다.
고양이는 대체로, 흐릿한 모습으로 사물을 인식하며,
6m 앞 밖에 보지 못하는 ‘근시’이다.
또한,
인간이 다양한 색상을 인식하는 반면,
고양이는 파란색과 노란색 등, 몇 가지 색깔 만으로 세상을 본다.
그러나, 우리가 갖지 못한 고양이 만의 장점도 있다.
고양이는 커다란 각막과 망막 뒤 쪽에 있는 타페텀(tapetum)이라는 반사층 덕분에,
인간보다 어두침침한 빛을 6 ~ 8배나 잘 인식한다.
특히, 인간이 180도의 시야를 가진 반면,
고양이는 이보다 더 큰 200도로,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다.
3. ‘고양이 목숨은 9개’ 비결은 바로 비타민 D
서양 속담에, ‘고양이 목숨은 9개’라는 말이 있다.
고양이가 궁지에서 탈출해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지난 6월 영국 에든버러대 소속 왕립 수의과 대학 연구 팀은
‘고양이의 목숨이 9개’일 수 있는 비결은 비타민 D라고 밝혔다.
비타민 D 수치가 높은 덕분에, 극심한 상처나 질병에도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연구 팀은
교내 동물 병원에 입원중인 생명이 위독한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혈액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일명 ‘태양 비타민’이라고 부르는 비타민 D 수치가 높은 고양이들은
그렇지 않은 고양이에 비해, 30일 가량을 더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 D는
어류나 달걀 노른자위 등에 풍부하며,
사람의 경우, 햇볕에 피부가 노출됐을 때에만 생성된다.
반면, 고양이는
비타민 D가 포함된 음식을 통해서도, 영양 흡수가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
4. 왜 고양이는 개와 달리 주인을 ‘개무시’ 할까?
지난 9월, 영국 링컨 대학 동물 행동 전문가인 다니엘 밀스 교수 연구 팀은
고양이가 왜 개보다 더 독립적인지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적으로 느끼듯,
개는 주인을 잘 따르고 충성심을 보이는데 반해,
고양이는 주인을 이른바 ‘개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 팀은
고양이의 이 같은 특징을 분석하기 위해,
일명 ‘낯선 상황 테스트’(SST)를 실시했다.
이 방법은 주로 유아를 여러 상황들에 두고 그 반응을 지켜보는 테스트로,
연구 팀은 20 마리의 집 고양이들을
낯선 환경에, 주인과 처음 보는 사람, 홀로 놓고 그 반응을 관찰했다.
이같은 실험에서,
보통 개는 주인과 더 밀착하려는 행동을 보인다.
이는 개의 경우, 주인을 자신을 보호해주는 안전한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또한, 개는
처음보는 사람이나 홀로 있을 때,
크게 짖거나 수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격리 불안(separation anxiety) 증세를 보인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어떨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고양이는 주인이 없어도, 격리불안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낯선 환경에 주인과 함께 있을 때 더 크게 우는 행동을 보였는데,
연구 팀은 이를 격리 불안 증세가 아닌, 불만의 표시로 해석했다.
연구를 이끈 밀스 교수는
“개에게 있어서 주인은 안전 지대를 대표하는 존재”라면서,
“이에 반해 고양이는 낯선 환경에 스스로 대처하며, 더욱 자주적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양이의 이 같은 특성은 ‘외로운 헌터’의 피(본성)가 아직도 흐르기 때문”이라면서,
“자신을 보호해주는 주인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이라고 덧 붙였다.
5. 고양이 털 색깔에 따라 ‘공격성’ 다르다
지난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수의학과 연구 팀은
1,274명의 고양이 주인들을 대상으로,
자기 고양이의 공격성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털 색깔에 따라, 고양이들의 공격성 정도가 현저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엘리자베스 스텔로 박사가 이끄는 연구 팀은
미국인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는 '삼색털 고양이(calico cat)는
유독 공격적’이라는 속설의 진위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삼색털 고양이란,
흰색을 주요 바탕으로 하여, 다른 색상의 털 두 종류가 함께 나는 고양이를 말하며,
두 종류의 얼룩 색상은 검은색과 주황색이 대부분이다.
삼색털 고양이는 거의 다 암컷인데,
얼룩에 해당하는 색상들이 X 염색체에 의해 발현되기 때문.
수컷이 삼색털을 가지고 태어난 경우,
이는 유전자 이상에 의한 것이며,
이 고양이들은 대부분 불임증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 팀은
1,274명의 고양이 주인들에게
자신의 고양이가 하루 중 상황별로 내비치는 공격성의 수준을
점수를 매겨 표현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연구 팀은
암컷 삼색털 고양이, 흑백 얼룩 고양이, 회색 · 흰색 얼룩 고양이 등이
‘상대적으로 인간에게 보다 공격적’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더 나아가,
상황별 고양이들의 공격 행동을 분석해보면,
흑백 얼룩 고양이들의 경우는, 손으로 들거나 만질 때,
회색 · 흰색 얼룩 고양이들의 경우는, 동물 병원에 데려갈 때에,
특히 공격적이었다고 연구 팀은 전했다.
연구 팀은 특히,
삼색털 고양이들의 경우,
일상 속 인간과 접촉하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공격적 행동을 취할 확률이 높았다며,
따라서, 이 종류의 고양이들이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월등히 인간에게 적대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반면,
상대적으로 공격성이 적고 친화력이 높은 고양이는
검정, 회색, 흰색 고양이나, 범무늬 고양이(tabby cat) 등이었다.
6. ‘와장창!’ 왜 고양이는 물건을 쓰러뜨릴까?
‘와장창!’ 소리에 거실로 나가면, 어김없이 깨진 화병.
그 옆에는 고양이가 당신을 멀뚱히 쳐다본다.
이를 성가신 장난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거기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지난 9일(현지 시간),
고양이가 왜 이런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는지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소개했다.
고양이의 이런 파괴적인 행동은
사냥과 같은 동물적인 본능이 아니라,
바로 당신에게 관심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의 유명 동물 병원인 ‘더 캣 프렉티스’(The Cat Practice)의 에릭 도거티 박사는
“우리가 개를 길들이는 것과 달리, 고양이는 생존에 있어서 인간의 도움이 필요없다”면서,
“고양이들은 인간에게 배가 고프거나 아프다는 것을 말하는 등,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우리를 이용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고양이가 실제로 사냥을 할 때에는
테이블 위나 선반 위에 가만히 있는 물건을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방바닥을 가로지르는 작고 빠른 대상을 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