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흰 눈이 온통 아파트 단지를 하얗게 덮어 은빛 세상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오늘은 대망의 50주년 송년 산행을 지방으로 다녀오는 날인데 출발 전부터 눈으로 덮인 집 주위를 보며 잔뜩 기대도 되고 한편 은근히 오늘 산행이 걱정도 되긴합니다
금년 2017년은 우리 서울19 동기회가 년초 부터 50주년을 맞아 각종 기념행사 준비와 진행으로 정신 없었는데 12월에 들어서니 산우회 송년행사가 마지막으로 하나 남게 되었습니다. 다른 해 같으면 송년 산행이라고 해봐야 서울 근처 가벼운 산행 일찍 마치고 식당으로 가서 한 해를 마감하는 자리를 가지면 되었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더 이상 기회가 없는 50주년 기념 산행인데다 동기 지부 중에서는 가장 역사도 오래되고 참여 열기나 인원도 제일 많았던 산우회가 그냥 조용히 넘어가기에는 대부분의 회원들 기대가 넘쳐 고심 끝에 당일치기 지방 나들이를 다녀 오기로 한 것입니다
마침 박범홍 동기가 고향도 제천에다가 미래의 제 2 인생 터전을 준비 중이라 그 곳 주변을 행선지로 해서 버스 1 대를 출범 시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여기 저기 알아보니,산악인들에게도 악명 높은 금수산이라는 등산 코스가 있었으나 70 에 거의 다달은 우리 동기 산우회원이나 그 가족들에게는 도전하기 너무 벅차서 일찌감치 포기하고, 송년 행사 나들이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신성봉 능선 암벽 아래에 위치한 '정방사'를 왕복하고 근처 이름난 현지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청풍호 주변의 제천 수몰지역 유물을 이전 시켜 만든 청풍문화단지를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코스를 정했습니다
일기 예보가 비,또는 눈이라고 영 불안하게 나오는 12월 10일 일요일 아침.압구정 현백 주차장에서 칼 같이 8시에 출발 하기로 여러번 다짐을 했지만 역시나 그렇게 단체여행 출발은 뜻대로는 되지 않는것인지 한 10분 늦게 떠났는데, 사실 이럴줄 알았으면 5분만 더 기다렸다 최병모동기 부인,박해란 여사도 모시고 갈 수 있었는데,당일 아침 압구정에 제 시간에 오려고 서두르다 눈길에 두번이나 넘어지고 환승 지하철 마저 놏치는 바람에 기다리는 남편 동기 친구분들께 너무 늦어진다고 미안해서 미리 포기하셨다니 모처럼의 나들이 동행이 무산되어 무척 아쉬운 마음입니다
당초 참가 희망 인원이 36명에 달해 버스도 28인승에서 40인승으로 변경 해놓고 있었는데 어,어 하는 사이 한 두명씩 유고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우리의 술과 안주 당번 김정수동기는 집 인테리어 공사 지연 된다고 못 오고 (자기가 있어봐야 무슨 도움된다고 ), 오세익은 갑자기 집안 부고가 생겼고,조양빈 사모님은 자동문 오작동으로 응급실로 가셨다고 하고 ( 지금 많이 안정 되셨나 걱정입니다 ), 김승환 형도 뭔 일인지 하여간 못 온다 하고, 하긴 왕회장 사모님도 당일 아침 손녀/허리 등의 사유로 못 왔으니 뭐 할 말도 없네요. 우리한테만 왕왕거리지 부인에게는 꼼짝 못하나 봐요, 그래서 결국 총 30명 출발 !
오늘의 일일총무 이원우 동기가 마이크를 잡는데 여러번 해본 솜씨로 아주 능숙하게 안내를 시작합니다.박병호 산우회장의 부득이한 불참 사유도 전하고, 설왕설래 이야기도 곁들이며 분위기를 잡더니 출출할 때 드시라고 작은 떡 상자 하나씩 돌리고 (대부분 바로 뜯어서 먹는걸 보니 아침들 굶고 나오신듯), 이어서 한방 피부 보습제라는 '자운고' 한 개씩을 김행영 회장이 송하성 동기로 부터 협찬 받았다고 돌리는데 자발적이 아니라 거의 강압적으로 내놓게 한 거 아닐까 쓸데없는 생각도 들었지만 하여간 바로 써보니 너무 좋네요 - 사모님들께 소개해서 많이 애용합시다.
이어서 이 행사를 위해 본인 말마따나 산우회원도 아닌데 실제 제천에서 두번이나 현지답사하고 일정을 세밀하게 기획한 박범홍 현장소장이 마이크를 잡고 오늘의 계획을 소개하는데 행사 일정 설명은 간단히 마치고,느닷없이 현재 중고차 매매 시장의 현대화와 우리나라 행정 체계의 선진화 및 농촌의 현 실정과 자신의 인생 2막 계획에 대해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간간히 섞어가며 이야기하는데 아무도 중간에 시비를 못걸고 지루할 틈도 없이 결국 그렇게 제천에 도착합니다
출발은 10분 늦었으나 도착만 제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어떻게? 중간 휴게소 20분 예정을 10분으로 줄이니 간단히 해결됩니다
10시 20분 제천 주차장에 도착하니 왼쪽은 정방사 가는 길,오른쪽은 금수산 길로 바로 갈라집니다.
정방사 까지는 2km 라고 나와 있네요, 눈이 살짝 덮혀 있는 비탈길이라 약간 긴장도 되지만 워낙에 길이 넓고 편해서 이제 삼삼오오, 끼리끼리 이야기 꽃을 피우며 산행을 시작하니 뭐 대략 한시간 후인 11시 20분 정방사에 도착, 묵언 표시가 있어 처음에는 조심조심 하던 우리 아저씨들 나중에는 소리가 조금씩 커지는데 어쩔 수 없는 노인네 단체일행이네요
경내를 들러보고 석간수 시원한 물도 마시고 11시 40분경 하산을 시작해서 바로 아래 넓은 공터에서 간식타임을 가졌는데 오늘은 김정수 선생도 빠져서 누가 주류 담당할까 걱정인데 아뿔사, 성세진 교수마저 그 유명한 석탄향을 못가지고 왔다네요 ! 그게 제조 공정이 있어 날이면 날마다 나오는게 아니라며 으시대는데 아마도 향후 값을 좀 올리려는 사전포석 아닐까요 ? 이춘삼이 새벽에 일어나 주문한 족발을 꺼내놓고 도마까지 준비해서 썰어 놓으니 그 맛이 일품인데,이 때 하늘이 점점 흐려지며 눈이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하더니 금방 함박눈이 됩니다. 할 수 없이 아쉬움을 뒤로 하고 얼른 눈속에 기념사진 몇장 찍고 하산을 서두르니 12시 50분 출발점으로 회귀 완료, 바로 제천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연요리 전문점 예촌으로 이동하니 오리고기와 찌게 등 산나물이 한 상 가득 준비되어 배고픈 우리를 기다립니다, 모든게 예정보다 앞서 진행되고 있는걸 보니 박범홍 현장 소장과 이원우 일일총무가 만일을 대비해서 중간 중간 여유 시간을 상당히 비축해 놓은듯 싶어요
2시 20분 청풍문화단지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던 해설사의 안내로 이 곳 저 곳을 들러봅니다. 서울고 19회 동기일행이라니까 아마 긴장해서 미리 공부도 더 많이 하고 오신듯 여기저기 자세히 설명하는데 이 곳은 청풍호를 만들면서 수몰된 제천지역 여러 유적을 그대로 옮겨 보존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옛 민가,관청,고인돌 등 볼게 여러개 있더라구요, 또 여기서 내려다보는 청풍호수 풍경이 압권이라 모두들 사진 찍느라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나서, 한시간 남짓 지나 이제 서울로 출발하려는데 아까의 눈이 이제는 비로 변했네요, 이제 버스 안에서 편히 쉬며 늘어지게 한 숨 자면 서울이니 비가 오든 말든 이제는 아무 상관없겠지요 ?
3시 40분 서울로 출발합니다. 앞 좌석은 주로 부부팀이라 휴식 또는 취침 모드, 버스 뒤쪽은 싱글족 또는 애주가 협회 회원들 위주로 오늘 하루의 아쉬움을 달래려고 부족한 음주와 담소를 계속합니다 - 누구 누구가 뒷편에 앉았을까요 ?
참고로 최영집 선생도 동부인 못하고 혼자 산행 참석했고, 이영근도 술은 잘해요,성세진 교수는 술 만들기도 잘 하지만 마시는건 더 잘하고요,이원우 일일 총무야 당연직이고,신형조 준비위원장은 은근히 절대 안빠지더라고요,방철린 부회장이 이런 자리 마다하는걸 여태 본적이 없고 김행영 왕회장은 조용히 있으려 해도 여러 사람이 모셔 오고 하여간 시끌법썩 하는 사이에 벌써 덕평을 거쳐 조금 더 가니 죽전이 가까워 옵니다
김행영 회장이 여러분들 저녁을 모실 기회를 달라며 은근히 분당/수지팀까지 서울로 끌고가서 한 잔 더 하려는 음모가 진행되었는데 내부 보안이 신통치 않았는지 최승구,성세진,한세창 부부가 죽전에서 내린 시간이 저녁 6시경, 이어서 그냥 쭉 버스 전용도로를 달리니 6시 17분 남부터미날 근처 나주 곰탕집 앞에 도착합니다. 원래 서울 도착 예정 시간이 7시였는데 어찌 하다보니 7시에 저녁까지 다 먹고 해산이니까 일정 관리가 너무 깔끔했습니다
송년 산행을 준비하느라 애쓴 분들이 많습니다. 비록 참석하지는 못했어도 박병호 산우회장님 및 일일 총무를 자원(?) 해서 서울 19 동기 어설픈 산우회원 무리들을 잘 이끄신 이원우 총무님, 산우회원도 아닌데 차출돼서 현지 안내 겸 제천 사랑 마음껏 알리신 박범홍 등반 대장님, 그리고 이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마무리하고 여러가지 심적 물적지원을 아끼지 않은 우리의 김행영 회장님 모두 너무 수고하셨고 (이상 준비 위원측 인사들이고).
출국 일정까지 하루 늦추면서 행사에 참석하신 양시완, 지방 버스 여행이 다소 불편한데도 즐거이 참석한 한세창 부부, 족발과 도마/칼 준비 등 동기 간식 먹이느라 고생한 이춘삼 커플, 일요일 편한 여행길 마저 환자 동기들 건강 상담해주느라 너무 바쁜 홍문기 원장 께 특히 감사드리고, 그 외 오늘 참석하신 산우회원 여러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불어 멋진 추억의 순간들을 남기기 위해 카메라 들고 동분서주 하신 방철린,김운식,최영환 작가님들은 여기 하단에 여러 장면 장면 기념 사진들 첨부해주시면 감사 천배입니다
(2017년 12월 산우회 송년산행 후기 담당 김경호 씀)
첫댓글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책자 원고까지 숙제 한방에 끝냈네요,
눈이 많이 와서 은근 걱정했는데 얘들마냥 눈온다구 노인네들이 좋아했구만 ㅎ
김경호 부회장은 비보이즈 당구강의를 통해 명교수로 이미 명성을 날려서 교수 자질이 엿보인다 했는데, 송년산행기를 보니 대기자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쩌면 그렇게 리얼하게 재미나게 쓸 수 있어요? 아마도 매일 정독도서관에 출근해서 공부하신 덕이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재주를 가진 김경호 부회장 부럽고 고맙습니다.
제천 淨芳寺 안 가보신 분은 꼭 가 보실 것을 강추합니다. 절까지 자동차 도로가 잘 되어 있어 승용차로 가실 수도 있고, 한시간 정도 걸어 갈 수도 있고 경사도도 완만하여 무릎, 허리 걱정 안 해도 되겠더라고요. 절에 올라 바라보는 경치는 압권입니다. 특히 제천에는 무료봉사 가이드, 항상 너무나도 친절한 박범홍 부회장 이 대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