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지구>
1. 기온상승으로 인한 기후위기의 문제가 대두된 이후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재난과 공포는 이제 너무도 익숙한 일이 되고 있다. 기후 재난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벌어지는 산불, 폭염, 폭우와 같은 현상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국가들의 재난보다도 더욱 시급한 것은 태평양에 흩어져 있는 작은 섬나라들이다. 기온상승은 전 세계의 빙하를 녹이고 해수면을 상승시키고 있다. 해수면 상승은 섬나라들의 사라짐을 예고하는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섬나라 사람들에게 기후위기는 단지 생활의 불편함이 아닌 생존이 걸린 절대적인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2. 기후문제가 점점 확산되자 심각성에 동조하는 전 세계의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기후문제을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화석연료 관련 기업이나 트럼프와 같은 기후 파시스트들의 농간과 조작을 통해 끊임없이 제동되고 있는 것이다. 기후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한 정책’으로는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환경적 재앙에 대응할 수 없다. 급진적인 상상력과 강력한 추진력을 동반한 새로운 시스템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기가 된 것이다. 유명한 환경운동가 그레트 툰베리가 말한 것처럼 “정치적으로 실현가능한 조치가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 초점이 옮기지 않는 한, 희망은 없”는 것이다.
3. 기후학자이자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에릭 홀트하우스는 2021년 발간한 『미래의 지구』에서 지구의 생존을 위한 거대한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지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시스템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고 실현할 수 있는 급진주의자가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현상유지는 단지 일상생활을 관리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에 활용될 뿐이며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정치적인 시스템과 지속가능한 체제에 대한 문화적 시각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그는 세 가지 할 일을 제안한다. “①우리는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희망적인 미래의 모습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②우리는 현재의 시스템을 뒤엎어야 한다 ③우리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구축하기 시작해야 한다.”
4.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30년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면 현재 진행 중인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낼 수 있다고 낙관적으로 이야기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위기의 진단이 아니라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결단과 행동이다. 저자는 기후문제는 단순히 이산화탄소 배출과 온실가스 과다라는 시각을 넘어 이러한 과도함을 허용하게 한 전 세계적인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의 기후위기는 산업화를 추진했던 선진국가들에게 책임이 있음에도 더 큰 피해는 전혀 위기에 개입하지 않은 변방의 작은 나라들이 받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불평등과 함께 국내적으로도 소수의 부자들을 위해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차별적 해결이 아닌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5. 현재 ‘기후위기’ 해결은 자본주의적 시스템에서 불가능하다는 점을 저자는 제기한다. 끊임없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자본주의의 매커니즘은 끊임없이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소비를 유발시켜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끈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화석연료 사용을 멈추어야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구체적인 사례로는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금지, 비행기 운행 축소, 바이오연료 개발, 생체모방기술, 재생품을 활용한 순환경제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자본주의 시스템을 대체하는 모델로 ‘순환경제’를 제시하는데 이것은 성장이 아닌 번영을 목표로, 삶의 외형적 측면이 아닌 질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순환경제는 모든 생명체가 소중하며 현재 모든 생명이 삶이 위험에 직면해 있음을 인정하는 가운데, 쓰레기를 최소함으로써 모든 이들을 돌보는 사회의 능력을 극대화한다.”
6. 그밖에 콘크리트를 대체하는 물질 개발, 가상현실을 활용한 여행 상품 개발, 장거리 여행을 위한 고속철도 개발 및 고속도로 철거 프로젝트, 재생기반 농업 실천, 잔디를 대체하는 방법 개발 등과 같이 무탄소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추진하고 이러한 것들을 실현하기 위한 민주적 제도의 수립과 환경 파시즘의 포퓰리즘적 유혹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시민들의 단합된 연대와 문화적 자각에서 출발해야 하며 자신의 불편함을 극복할 수 있는 생태적 세계관의 수립에서 가능할 것이며 현재의 압도적 위기는 변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저자는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7. 저자의 설명 중 특별했던 내용은 ‘에어로졸’에 관한 것이었다. 에어로졸은 물질을 태울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로 대기오염의 주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에어로졸은 지구의 기온상승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 어떤 지역에서 예상보다 기온상승이 늦어졌는데 그것에 대한 원인이 에어로졸이었다는 점을 확인하기도 하였다. 그런 점에서 과도하게 진행되는 ‘에어로졸’ 제거가 때론 기온상승이라는 또다른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공학적’ 접근을 통한 환경 문제 개입이 많은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공학’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구공학’의 활용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8. 그러나 기술적 해결 이전에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가 갈망했지만 아직 경험하지 못한 형태의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급진적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시민들의 상호협력, 신뢰, 연대를 바탕으로 한 사회운동이다. 변화에 대한 열망이 없다면 결국 세계는 변화를 포기한 채 단기적 해결에만 몰두하면서 조금씩 지구의 대멸망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주장한다. 미래의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은 선지자다운 깊고 초월적인 사랑의 정신으로 지금 당장 급진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9. ‘어떤 소리든 그것은 귀를 열고 있는 사람에게만 들린다.’, 저자의 안타까운 열망도 결국 그것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들릴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가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은 역사상 인구의 3.5%가 참여하고 실천하는 일은 많은 성공을 거두웠다는 점이다. 비록 어려운 일이지만 위기에 공감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실천으로 옮긴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멸망의 시나리오는 전환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는 것이다. 어떤 신문에 ‘현재만 살다 죽을 결심’이라는 카피를 통해 미래에 대한 어떤 고민도 없이 현재의 이익에만 열중하는 세태를 비판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사회심리학의 많은 연구는 현재의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현재 대선이 진행 중인 미국에서도 과거에 차별을 받았던 흑인이나 히스패닉계들도 새로운 이민자들의 유입을 막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높아졌다고 한다. 자신의 고통에 대한 경험이 결코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는 힘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현실에만 몰입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일은 슬프다. 그럼에도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상상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 끝이 무엇일지라도 우리는 미래를 상상하고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첫댓글 ^^^ 행복에서 생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