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배, 남자는 항구
남자는 항구라 했습니다
떠나지 못하는 자리가 아니라
돌아올 것을 믿고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항구인 동시에
산 너머 큰바위얼굴을 바라보던
한 사람처럼 서 있습니다
여자는 배라 했습니다
머무르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바람과 물결을 따라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존재라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있으면서도
언제나
떠남과 기다림의 사이에 있었습니다
당신이 닻을 올리던 날
나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붙잡으면
그대의 꿈이 부서질 것 같았고
놓으면
나의 시간이 멈출 것 같았으니까요
그날 이후로
나는 항구에 서서
파도보다 더 오래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바다는 넓고
배는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그러나 나는 압니다
큰바위얼굴을 닮은 사람을
기다리던 어니스트처럼
언젠가는 꼭 나타나듯이
기다림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오늘도 내일도 난 어니스트가 되어
기다릴겁니다.
혹여
긴 항해 끝에
당신이 지쳐 돌아오는 날이 온다면
나는 그때에도
말없이 이 자리에 서 있을 것입니다
떼창 할 수 밖에 없는 심수봉 -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유희열의 스케치북/You Heeyeol's Sketchbook] 2019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