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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조 조원 안춘헌입니다.
서울둘레길 6코스 안양천길을 걸었습니다. 안양천은 저에게 결코 잊혀지지 않는 개천입니다.
서울 중심가의 빈민가를 정비한다는 이유로 1960년대 초중반에
구로동 신림동 봉천동에 소위 ‘난민주택’이라는 허름한 주택을 짓고
도심 빈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어 주며 도시 외곽으로 강제 이주를 시켰습니다.
저의 집도 당시 삼청동에 있던 토굴같은 집이었는데
이 집도 정비 대상에 포함되어 구로동에 집 한 채 공짜로 얻어 이주하였지요.
그때가 아마 1963년도쯤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6살이나 7살 무렵이었습니다.
한 번은 비가 엄청 내려 안양천에 흙탕물이 떠내려가고 있었는데
어린 마음에 친구를 데리고 안양천에 가서 친구를 옆에 세우고 혼자 물에 뛰어들었지요.
내가 수영을 이렇게 잘한다는 걸 친구에게 보려주려는 치기어린 도전을 한 것이었지요.
뭐 보나마나였지요. 물에 뛰어들자마자 허우적 대며 둥둥 한참을 떠내려 가다가
어른들 서너명이 뛰어 들어 저를 구해 주었지요. 죽다가 살은 거나 마찬가지지요.
당시 안양천은 평상시에는 갈대밭이 우거져 있었고 모래사장도 꽤 넓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던 안양천이 주변에 공단이 생기고 상류에 집들이 무분별하게 지어지면서
점점 더러워지기 시작하더니 1970년대 말쯤되면
온갖 쓰레기와 분뇨와 생활하수와 공단의 폐수가 섞여 안양천으로 흘러들어
악취가 진동을 하는 죽은 하천이 되고 말았지요.
당시 나라의 경제는 날로 성장하면서 '한강의 기적' 운운하였지만
그와 반비례로 환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피폐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환경에 대한 자각이 일어 199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인 하천 정비로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과 같은 안양천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지요.
사실 이러한 현상들은 비단 안양천 뿐만이 아니라
한강으로 흘러드는 모든 하천들의 공통된 현상이기도 했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그마나 많이 나아졌다고 할 수 있겠지요.
오늘 안양천을 걸으며 옛 기억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현재는 절대적인 삶의 질은 많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 생활의 수준 뿐만이 아니라 생활 환경의 수준도 많이 향상된 것이지요.
그런데 사실 의식주 등 일반 생활의 수준에 있어서
절대적인 삶의 질은 나아졌을지언정 상대적인 삶의 질은 오히려 악화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언제나 자신의 생활상을 남들과 비교하며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점점 커져가는 빈부의 격차로 인해서 상대적인 삶의 질은 점점 하락하는 추세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생활 환경에 있어서의 삶의 질은 상대적인 개념이 없습니다.
환경은 부유한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 모두에게 차이를 두지 않고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안양천에 깨끗한 물이 흘러가고 뚝방에 벚나무와 단풍나무가 푸르게 자라는 환경은
부유한 사람들이나 가난한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고 동일하게 누릴 수 있는 혜택인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자신이 남들보다 가진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특히
환경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을 남들보다 더 많이 누리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걸으라고 만들어 놓은 둘레길을 더 많이 걷고,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이 드러나면 집에서 나와 맑은 공기를 더 많이 마시고
천변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면 남들보다 더 많이 이뻐해 주고
국립수목원 등 입장료가 비싸지 않은 공공 환경기관을 더 많이 이용하시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의외로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의 혜택을 누릴 줄을 모릅니다.
환경의 혜택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은 대체로 남들과 비교하는 삶을 살지 않습니다.
우리를 가두고 있는 사각의 공간인 집과 사무실에서 나와
무한의 시야와 무한의 공간에서 우리에 주어진 환경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비교적 이른 오후 3시에 걷기 행사가 끝났습니다.
오랜만에 우리 9조 조원들이 모여 막걸리 한 잔씩을 했습니다.
술을 전혀 못하는 저도 한 잔 했겠지요. 어~~~ 취한다. 기분 좋습니다.
알딸딸한 김에 횡설수설 장광설을 풀어 놓고 디렵다 내빼렵니다. 후다닥~~~~~~ ㅋㅋㅋㅋ
첫댓글 안양천을 걸으며 감회가 더욱 남달랐겠네요~~
환경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을 누리며 살기!^^공감하며 -- 길위에서 혜택 누리겠습니다^o^
안양천은 특히나 어머니 살아 계실 때
자전거를 타고 천변 자전거길을 달려 어머니 뵈러 가던 길이기도 합니다.
덧글 쓰다 보니 마...눈가가 젖어드는 느낌이 드네요.
평소에 안양천 산책을 즐기는 사람으로써 좋은글 감사하게 잘 읽어 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안양천을 더 많이 사랑해 주세요.
공감이 가는 글과 사진 감사드립니다.
걸으라고 만들어 놓은 둘레길을 더 많이 걷는 100인 원정대~모두모두 화이팅입니다.
100인 원정대 모두 화이팅
특히 삼조 여러분 더욱 화이팅 ㅋㅋ
윗글 중에 "알딸딸 (중략) 디렵다 내빼렵니다. 후다닥~~~~~~ "
하하하! 소요유님 자주 술한잔 하시고 글 올려주세요!
재미있는 표현을 읽기 위해서는 님께서 자주 알딸딸해지셔야 겠습니다.
안양천 관련 글과 사진 즐감..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글 쓰기 전에 꼭 막걸리 한 잔 해야겠습니다.
한 잔 마시고 저리 길어 졌으니 딱 반 잔만 마셔야겠습니다.
저하고 비슷한 또래시네요.
저도 63년도에 초등학교 1학년이었거든요.
안양천의 역사를 공부하고 갑니다.
이 안양천을 살리는데 유용미생물이 크게 한 몫했다지요?
그 것을 배워다 성남시에서도 탄천에 EM을 투여하기 시작하여 악취가 사라지고
서울 둘레길을 걸어도 악취 때문에 불편함은 전혀 못느끼고
둘레길을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 사진도 보여서 받아갑니다.
화수분님은 거의 저와 갑장이 아닐까 싶네요.
안양천을 살리는데 유용미생물을 이용한다는 말은 처음 들어보네요.
제가 자전거를 타면서 한강으로 흘러드는 모든 하천을 다 다녀보았는데요,
하천 하류에서는 아직도 냄새가 좀 나더라구요.
언제부터 유묭미생물로 냄새를 없앴는지 궁금해 지네요.
자전거로 다시 돌아보아야겠네요.
@소요유 저도
어제
오늘
탄천과 양재천만
오르락 내리락 ㅎ ㅎ
아!!이제 누구신지 알겠습니다.ㅎ 사진 감사합니다.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