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未遂
김진환
개복숭아나무 한걸음 비켜선 맨땅에
파헤치다 밀쳐둔 구멍
깊숙하지는 않아
힘들이지 않고도 메꿔질 크기인데
허리 뒤틀린 낙엽 두셋
새벽비를 맞은 채 고스란히 들어앉아 있고
어찌 저리 긁고 후벼파다 말았는지
얼굴 붉히며 핏대 세웠는지
절박했는지
머리 쥐어박으며 돌아섰는지
그러다 울었는지
발로 쓱쓱 문대다가 꾹꾹 눌러 주다가
움푹한 귀퉁이는 한 번 더 밟아주고
하얗지만 마냥 희지만은 않은 길고양이
옆발치에서 언제나처럼
입 찢어지게 벌려 하품하고 있고
속가슴
김진환
갈까마귀 서넛
운두령 구불대는 비탈 끄트머리에 둘러앉아
무언가 쪼아 댄다
어떤 놈은 눈초리를 치켜뜨며 꼿꼿해지다가
온몸을 단숨에 털어대다가
무리 속으로 한 발 더 끼어들며
어깨를 들썩인다
부리로 찍어대는 것이
길짐승이거나 날짐승이거나
살점은 뜯겨나가고 뼈는 으스러졌을 터인데
널브러진 맨땅을 남김없이 찢어발기다가
뒤집듯 꺾어 돌리다가
턱끝을 치켜든 채 산그늘에 걸터앉는다
아직 날아오르지 않는다
김진환
시인. <문학과 창작>으로 등단. 한국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국제PEN 한국, 중앙대문인회 회원, 동숭시회 동인, 원불교 공모전 동화 당선 (1976년), 문학나무 시인상 수상, 시집으로는 『어리연꽃 피어나다』 『건너가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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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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