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나기.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각.
호두나무 넘어 하늘에는 십자가 꼬깔이 걸려있다.
교회지붕은 반석처럼 튼튼하다.
종탑 위 작은 십자가가 하늘에 작은 성호를 그리고 있다.
숨소리 마져 크게 들리는 정적을 깨는 소리는
새소리와 바람에 부딪치는 나무잎 소리 뿐이다.
성벽 위 성루는 눈덮인 코카서스 산맥을 바라보고 있다.
모든 것이 내 것인양 익숙해지니 떠나야 한다.
산위 마을 시그나기을 떠난다.
카즈베기는 그루지아 북쪽 러시아 국경지역.
해발 4000미터가 넘는 산 아래 마지막 마을이다.
9시에 트빌리스로 출발하는 버스는 18명 정원이 만석이다.
거의 광속으로달린다. 11시 트빌리시 상고리역에 도착.
다시 전철을 이용해 디두베 역으로.
지하철이지만 디두베 역은 지상에 역이 있다.
다행이 카즈베기 가는 버스는 크고 상태가 좋은 편이다. 10라리.
카즈베기로 가는 길은
수목이 더 이상 자라지 못하고 돌만이 바람을 벗하는
고개를 넘어간다.
설산을 넘어 가는 버스는 180도 회전하는 길을 돌고돌아
설산 사이 눈녹은 좁은 계곡을 쫓아간다.
계곡사이 좁은 초지를 품고 있는 마을은 아름답다기보다
숭고한 느낌이 든다.
숙소에서 바라 본 앞산.
만년설을 업고 있는 봉우리는 높이가 4700미터이다.
풀 한포기 없이 용암이 막 흘러내리는 듯한 태초의 모습을 담고 있다.
가까이 보이는 집에는 소를 키우고 있어 마을에 소똥 냄세가 배어있다.
카즈베기 마을을 관통하는 개울은 흙탕물의 급류이다.
마을로 건너가는 다리는 오래 전부터 사용하지 않고 있다.
카즈베기 고봉 5033미터를 배경으로 작은 봉우리 위에 만들어 놓은 gergeri sameba 수도원.
조지아를 소개하는 책자의 배경이 되는 기도원이다.
마을이 끝나는 곳에 갈림길이 있다.
하나는 자동차가 산길을 올라 기도원 앞 평원까지 간다.
다른 하나는 계곡을 따라 오르는 옛성터 트레킹코스이다.
우리는 트레킹 코스로 놀라 차길로 내려왔다.
천길 낭떨어지기 길을 따라 올라간다.
소 말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간다.
실크로드 상의 차마고도의 한 구간을 걷는 느낌이다.
아래는 낭떨어지기, 앞은 눈덮인 설산과 푸른 초원길을 올라간다.
눈녹은 물은 계곡아래 폭포가 되어 실처럼 보인다.
초원에서 바라본 삼위일체 교회. 마을에서 한번도 쉬지않고 1시간 30분을 올라온 곳이다.
초원에는 손톱만한 야생화가 덮어있다.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말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교회로 올라가는 계곡길, 올라 온 저아래 허물어지 성의 잔해가 보인다.
떠나는 날 앞마을 호텔, 학교 그리고 카즈베기 거리를 돌아 보았다.
갑자기 예정에 없던 저녁 5시 버스를 타고 티빌리시로 돌아왔다.
카즈베기는 고산 골짜기 마을이라 일기변화가 심하다.
새벽에 억수같이 퍼붙던 비가 9시가 되니 맑게 개었다.
앞 마을에 언덕 끝에 6성급 호텔이 있다.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 곳이 코카서스 산맥 마을이라 러시아 국경이 가깝다. 카지노를 즐기는 러시아인들 숙소인 셈이다.
호텔 아래는 초기 정착지인지 오래된 빈집이 많다.
그리고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학교가 있다. 아이들과 한참을 놀았다.
숙소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쉬고 있으려니 숙소 아주머니가 문을 두두린다.
3일간 예약한 우리방에 단체손님이 오기로 되어 있다고 어머니가 운영하는 숙소 방으로 옮겨 달라고 한다,
항상 무슨 부탁을 하면, l am sorry, no money 을 입에 달고 있는 사람이다.
dana는 단호하게 no 라고 말하고 오늘 떠난다고 통보.
3일 90라리 중, 60라리만 주고, don't do that. Maia . 없이 살다보니 마음이 각박해 진 모양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저녁 5시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서 만난 독일 청년 오늘 저녁 기차로 zugdidi 주그디디로 가서 ,
주그디디에서 버스로 mestia로 간다고 한다.
트빌리시 디두베 버스터미널에서 매트로를 이용해 기차역으로 갔다.
9시 50분에 출발하는 기차는 단 한자리만 남았다고 한다.
독일 청년은 떠나고 우리는 아침 기차를 예매하고 옛 숙소로 갔다.
마을 공터에는 소와 말들이 많이 눈에 띈다.
돌아오는 길에 이동하는 양때를 보았다.
길 중앙에 정차한 버스는 양때가 지나 갈때까지 몇분을 서 있었다.
수 백마리가 아닌 수천마리가 한번에 움직이는 장관을 목격했다.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것이아니고 도로를 건너고 있는 양때 들이다.
목동의 지시에 따라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간 중간에 당나귀도 양치기 개도 같이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