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 대숲] 어떤 3학년 학생의 단상

[최환욱]

5월 27일 오후 8:03  · 

#11326번째큰소리

1학년때 이후로 대나무 숲에는 처음으로 내 마음을 담은 글을 써본다.

1학년때 나는 삼성고라는 학교에 소속된 것 자체만으로 정말 눈물 날듯이 기뻤다.

면접날 떨리던 기분,

그리고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예정된 6시 10분보다 조금 늦었던 6시 12분 발표가 났을때 보았던 그때의 내기분은.

정말 시험성적때매 울고 웃었던 내 중학교 3년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1학년은 미친듯이 지나갔다. 지금의 7, 8기가 제대로 경험하비 못하고 있는것을 모닝스파크 같은 것을 안한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래도 내 1학년이 나았다고 생각한다. 힘들지만 그만큼 추억이 정말 많았다.

되돌이켜도 내 인생 가장 행복한 1년이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소소한 일탈을 즐기며 66일동안 정말 외출한번을 하지 않았다.

선생님이 좋았고, 수업이 즐거웠다. 내신은 중위권을 유지하는 그저 그런 학생이었지만,

1학년 내내 나는 정말 달라졌다. 소심하던 성격도 학교에서 자꾸만 시키는 참여형 수업으로 눈에띄게 변했다.

이 자리를 빌어 1학년 수업을 그렇게 짜주신,

그리고 억지로라도 발표를 계속 시키는 커리큘럼을 짜신 박하식 교장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삼성고가 다 겉치레가 심하다고 하지만 정말 나라는 사람을 변화시켰다.

2학년은 코로나로 인해 무엇을했는지도 기억이 안나는 상태로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이제 3학년이다.

200일 정도 후면 이 사회에 던져질 존재이다. 교복을 입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교복을 계속 단정하게 입고 싶었고, 학교에 있는 사람들을 원망하고 싶어하지 않게 되었다.

지나고 나면 모두 추억이 될것인데 말이다. 좋은 기억만 남기고 싶다.

그런데 그 성적이, 내신이 뭐라고. 친구는 남모를 경쟁자가 되고, 내 옆에 있는 아이는 내 가장 가까운 경쟁자가 되어버린다.

공부해야 한다는것을 알면서도 안하고, 시험을 망하고, 또 다짐하고 다시 또 반복.. 엄마께 죄송했다.

엄마는 나를 위해 청춘을 바쳤는데 내가 피울 청춘은 엄마가 피웠던 청춘만 못한것 같아 정말 죄송했다.

너무 예뻤던 엄마는 이제 나만 바라보고 계신다. 알지만, 알지만 나는 아직 사회에 나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난 아직 준비가 안되어있다. 내 마음은 여전히 16살 언저리인데 내년이면 온전히 내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존재가 된다.

학생때가 좋았지 라는 말을 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 두렵다.

친구와 수업을 듣는게 즐겁고, 등교하고, 급식을 먹고.. 모두다 잊지 못할 것이다. 너무 긴글 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학교를 너무 밉게만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다.

돌이키면 정말 최고의 3년을 선사했을것이고, 교장선생님은 정말 우리를 사랑하셨다.

내년에 가신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학교를 사랑하자. 그리고 현재의 이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았으면 한다. 3

년이건 2년이건 너무나 빨리 가는게...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