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WvFV9ZVO1Og
살면서 상장 받은 일이 몇 번 없었던 것 같으나, 군대에서 사격으로 받은 상은 즐비하다. 그러나 아직도 알다가도 모를 일 한 가지는, 그 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나의 안경도수가 무려 양안 고도근시 -6.5디옵터에 난시도 –6.5디옵터를 보유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안경 벗으면 장님에 가까운 볼품없는 시력을 가진 변변찮은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도 기막힌 일은, 그런 눈에 그것도 낡아빠져 쏠 때마다 탄착군이 새롭게 형성되는 얼토당토않은 6.25때 사용했던 M1 소총으로 25m 표적지 오백원 짜리 동전보다 조금 더 큰 흑점에 6발을 다 꽂아 넣은 영점 사격 종이를 사단장이 보더니, 이거 어떤 미친놈이야? 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예! 일병 김종권! 사단장은 나를 건너다보더니, 거 희한한 놈일세? 너 일로 와봐. 하고 손가락을 까딱까딱했다.
사단장 면전에 갔더니만 내 안경을 벗겨 자기가 써 보더니, 이거 진짜 미친놈 맞네. 이 수많은 눈 멀쩡한 놈들도 흑점에 한두 발 들어갈까 말깐데, 이런 까막눈으로 백발백중이라니! 사단장은 그 자리에서 바로 나에게 5박6일 포상휴가를 명하였고 나머지 인원들에겐 3시간동안 높은 포복 앞으로 낮은 포복 앞으로를 명하였다.
그러나 좋은 일에 마가 끼는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사단장은 눈만 뜨면 ‘군대에선 총 잘 쏘는 놈이 제일’이라고 수시로 사단 사격대회를 열었으며, 그 후 내게 부여된 주업무는 눈만 뜨면 사격, 눈이 안 떠져도 사격으로 점철되었다. 250사로 2발! 탕탕! 150사로 1발! 탕! 100사로 3발! 탕탕탕! 저녁에 취침을 하여도 귀에서 총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요즘은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되지만, 그 때는 귀마개 따위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존재했어도 군대에서는 없었다. 그 때 만약 내가 귀마개를 요구했다면 선임들로부터 틀림없이 이런 거룩한 대답을 들었을 것이다. 어이~ 잘난 김종권 일병. 전쟁 터지면 귀마개 끼고 총 쏠래? 이 자식이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간이 아주 배 밖으로 나왔구먼. 지금부터 똥물도 같이 배 밖으로 나오게 해드릴 테니까, 일단 엎드려뻗쳐!
결국 귓속에서 먹먹한 느낌과 윙윙거리는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렸고, 따라서 귀를 자꾸 후볐으며 샤워 후 귀에 물이 들어간 듯한 느낌이 지속적으로 들어 국군통합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중증 중이염에 걸린 후였다. 그 후로도 귀에서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계속되었고, 나는 먹고 살기 위해 시끄러운 소음이 어마무시하게 발생되는 건설현장을 40년 넘게 돌아다닌 결과, 최근 일반 건강검진에서 소음성난청 중 장애등급 직전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버티다 버티다 마누라 등쌀에 결국 아버님께서 치료하시다 돌아가신 종합병원을 20년 만에 들러 정밀검진을 받았다. 병원은 그 자리에 있었으나 내부는 많이 바뀌었다. 병실이 예전보다 더 많이 생긴 것 같다. 걸음이 앞으로 잘 나가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 수는 그것보다 더 많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돈을 많이 번 것이다. 그러나 안 봐도 뻔한 것은 각 방마다 병명을 저승사자 죄목 나열하듯 늘어놓고, 그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저 무수한 방법들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을 헤치고 이비인후과로 가서 각가지 기계로 주파수를 달리하는 소리들을 내 귀로 들으며, 또 버튼을 누르며 근 30분 정도 씨름을 한 결과 결과치가 나왔다. 괜히 왔다. 일반 건강검진 결과와 똑 같다. 기분 나빠 내가 먼저 의사에게 질문했다. 완쾌는 안 되겠지만 어느 정도 치료는 가능한 거지요? 머뭇거리던 의사는 그게 자기 죄는 아니라는 듯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치료는 불가능 합니다.라고 말한다.
목구멍에서, 이토록 세상이 천지개벽을 열두 번도 더 하는 동안, 의술은 왜 돈 버는 재능 외에 발전이 안 되는 거요? 라고 묻고 싶었으나, 참았다. 어차피 내 앞의 저 자가 잘못한 것이 아닌 이 세상의 썩어 빠진 시스템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 차선책은? 보청기 외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어떤 게 좋은지? 특정업체를 소개 드리는 것도 그렇고요. 워낙 천차만별이라 설명하기도...
너무 낙담하시지는 마시구요. 늙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벼운 일이라 생각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어차피 앞으로도 청력이 더 나빠지면 나빠지지 좋아질 수는 없는 일이거든요. 말은 예쁘게 하는데, 그 입안의 입은, 그러니까 좋은 말할 때 너 알아서 하라는 얘기다. 서슴없이 일어났다. 검사한다고들 욕 봤시다. 진료결과나 주시오. 더 이상 어디 쓸 데가 있을랑가 모르것지만.
미친 눈을 가졌던 자의 귀는 그렇게, 아주 못쓰기 일보 직전이 되었다는 판정을 받았다. 아직 해야 할 일들이, 아직 하고 싶은 일들이 내앞에 산더미로 쌓였는데, 세상은 이렇게 나를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 세상에 버리는 곳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이었다. 억울하지는 않다. 그 보잘 것 없던 미친 눈으로 얻은 특등사수의 영광이 나의 귀를 잃는다는 것을 담보하였을지라도, 하지 않은 것보다는 하여 그 시간들이 내게 아직까지 흔쾌하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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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남자들의 군 이야기하면 귀를 쫑끗 하고 들어요 우리 오라바이 동무가 군 이바구 재미보다 철딱서니 없는 이바구 해볼라요 울 오라버이 동무가요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날 초비상에 군화도 못벗고 잠을 잤대요 비상시에 술을 몸에 감춰가지고 들어다 들켜서 월매나 매을 맞았는지 화장실에 가서 엉거주춤 서서 볼일을 봤다고 하더이다 그대는 어쪄다 봉사가 문고리 잡은것은 아니고 사격솜씨가 대단했네요ㅎ
글구 귀가 어두운것은 사격과 현장에 소음이 아니고 익어가는 중의 현상 일겁니다 그러니 넘 걱정 안해도 될것 같어요 보청기가 있어 다행여요
나두 군번이 빨라 빳따를 하도 맞아서 엉덩이살이 터져
자네 오라비마냥 똥 누는데 앉도 서도 못하고 참으로 욕 봤어야.
아직도 샤워하다 엉덩이 만져보면 우둘투둘 빨래판이여~
직일 눔들. 내 빳다 친 놈들 사회서 걸리면 발로 디지게 차 불라고
돈 비싸게 주고 공수도랑 당수를 좀 배왔었는디 이 싸가지 읍는
자석들이 눈치 챘나벼~ 여적 한 놈도 안 걸리고 이 내 청춘 다 갔네~
남보다 조금 먼저 망가지는것도 제팔자고 죽을때까지 씽씽한 육체를 지니고 있는것도 제팔자지요. 그러나 살아가면서
관리하면 남보다 오래쓰겠지요.
팔자고 구자고 오래 써봐야 100년 안짝이여~
것두 허리 다 꼬불어진 담에 80이면 뭐하고 90이면 뭐 하고 100이면 뭐혀?
30대 열흘만도 못한 날을 연애는커녕 헐 일도 없고 쓴 일도 단 일도 없이
정신 맹해서 오래토록 벽에 추상화 그리며 살면 어쩌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