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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보도파의 운동합병증" (손영호 교수, 연대 세브란스병원)
환자들은 한번 레보도파를 복용하기 시작하면 사망할 때까지 오랜 기간 약물을 중단할 수 없게 됩니다. 1970년대 들어 레보도파 치료에 대한 의사들의 경험이 누적되면서 레보도파로 장기간 치료시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이후 후기합병증(late complications)으로 명명되었으며, 대표적인 것으로 약물의 작용 지속시간이 짧아지고 불규칙해지는 약물 반응변동(response fluctuation)과 레보도파를 복용한 이후에 나타나는 자발적인 불수의 운동인 운동이상증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합병증들은 초기에 레보도파를 복용하여 얻었던 치료 효과를 현저하게 감소시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후 현재까지 약 30여년 동안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기전을 규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많은 연구들이 있어 왔습니다.
그 결과 아직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나는 기전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장기간에 걸친 레보도파의 투여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신경계의 변화에 대하여 폭 넓은 이해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레보도파를 복용하면 이는 십이지장과 소장의 근위부에서 흡수되고, 혈장내로 들어가게 되며, 뇌혈관장벽을 통과하여 중추신경계 내로 유입됩니다. 중추신경계로 들어간 레보도파는 곧 도파민 신경세포로 흡수돼 효소(dopa decarboxylase)에 의해 도파민으로 전환되고, 이렇게 생성된 도파민은 신경세포에 저장되었다가 필요할 때 분비됩니다.
여러 연구에서 뇌로 들어가기 전 레보도파의 약물역동적 특성은 초기 파킨슨병 환자와 후기합병증이 있는 환자 간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후기합병증이 나타나는 기전은 주로 뇌 내에서, 즉 도파민 신경세포 자체의 변화(presynaptic factor)와 도파민 신경세포와 연접을 이루는 신경에 있는 도파민 수용체 및 그 이후 경로의 변화(postsynaptic factor)에 의할 것으로 생각됐습니다.
파킨슨병 초기에는 50% 이상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소실되나, 아직 상당량의 신경세포가 레보도파로부터 전환된 도파민을 저장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비록 복용한 레보도파는 반감기가 90분으로 급격히 체내에서 분해 혹은 배설되지만 약물의 효과는 훨씬 오랜 기간 지속되는 장기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그러나 파킨슨병이 계속 지속돼 살아있는 신경세포의 수가 감소하게 되면 도파민의 저장 능력이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 약물의 지속시간도 점점 짧아지게 되며, 이러한 지속시간이 3시간 이내로 줄어들면 약물 복용 후 다음 약물을 복용하기 전에 약물 효과가 없는 상태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약효소실(wearing-off 혹은 end-of-dose deterioration) 현상이라 부릅니다.
이러한 상태가 되면 레보도파로부터 전환된 도파민을 신경세포 내에 저장할 수 있는 능력(buffering capacity)이 거의 없어져 도파민 신경과 연접을 이루는 연접후 도파민 수용체는 약물 복용 횟수에 따라 하루에 3회 혹은 4회 정도 자극되고, 나머지 시간에는 전혀 자극이 없는 간헐적(pulsatile) 자극을 받게 됩니다.
정상인의 뇌에서 도파민 신경은 초당 4∼5회 정도의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성을 보이며 이러한 현상은 도파민 신경의 연접으로 항상 도파민이 분비되는 지속적(continuous) 자극이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도파민 수용체의 간헐적 자극은 정상 신경 상태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병적 현상으로, 이와같은 상태가 반복되면 이러한 자극으로 인한 신경계의 변화가 발생하고 이런 변화에 의해 여러 가지 후기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연접전 요인만이 레보도파 후기합병증의 기전이라면 아포모르핀(apomorphine)과 같이 흑질선조체 신경(nigrostriatal neuron)의 손상 정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직접적으로 도파민 수용체를 자극하는 약물에 의해서는 약물 반응변동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파킨슨병 환자에서 아포모르핀과 레보도파 치료에 대한 증상 호전의 정도와 시간을 비교한 여러 연구에서 파킨슨병이 진행함에 따라 두 약물에 대해 모두 점차적인 반응시간의 감소를 보였습니다.
이는 약효소실 현상이 단순히 연접전 요인뿐만 아니라 연접후 변화에 의해서도 나타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도파민 약물로 치료받지 않은 파킨슨병 환자에서는 도파민 신호의 감소로 인한 도파민 수용체의 보상반응으로 수용체 상향조절(receptor upregulation)이 일어나는 반면, 장기간 도파민 약물 치료를 받은 환자는 도파민 수용체 하향조절(receptor downregulation)을 보입니다.
이외에도 도파민의 간헐적 자극에 의해 유발되는 여러 가지 현상들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도파민 신경은 중뇌의 흑질에서 기시하여 기저핵 중 선조체로 연결되며, 선조체 내에서는 medium spiny neuron이라는 신경세포와 연접을 이룹니다. 이 신경세포는 도파민 이외에도 여러 가지 신경세포와 연접을 이루어 다양한 정보를 통합 분석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중 대뇌의 피질로부터 오는 글루타메이트를 신경전달물질로 사용하는 신경이 주로 도파민 신경과 근접하여 medium spiny neuron에 연결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글루타메이트의 수용체 활성도가 후기합병증이 있는 환자에서 증가되어 있음이 밝혀졌고 아울러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길항제인 아만타딘(amantadine)이 후기합병증 중 운동이상증의 감소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 글루타메이트 활성도의 변화가 후기합병증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도파민 신경의 연접후 경로의 전기적 활성도 및 신경전달물질 활성도의 변화가 후기합병증이 있는 환자에서 초기 환자에 비해 유의하게 변화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이러한 변화도 후기합병증의 발생에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후기합병증의 발생 기전들이 유추됨에 따라 후기합병증의 발생을 줄이려는 노력들이 있어 왔습니다. 아직까지 확실한 해결 방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급적 지속적인 자극을 주는 것이 후기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약물 후기합병증의 첫출발은 도파민 수용체가 정상적으로 지속적인 자극을 받지 못하고 외부 약물에 의하여 간헐적으로 노출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도파민 수용체를 자극하는 경우 후기합병증의 발생을 줄이거나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실제로 레보도파를 지속적으로 정맥주사한 환자와 일정 횟수로 나누어 경구 투여한 환자를 비교한 결과, 전자에서 의미 있는 운동합병증의 감소를 증명한 연구들이 있습니다.
최근 도파민 수용체를 직접 자극하고 레보도파보다 작용시간이 훨씬 길어 좀더 지속적으로 수용체를 자극하는 약물인 도파민 효현제를 이용한 연구들에서 레보도파 없이 이러한 약물로만 치료받는 경우에는 후기합병증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져, 가급적이면 지속적으로 도파민 수용체를 자극하는 치료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비록 도파민 효현제의 효과는 레보도파보다 못해 이러한 약물로만 증상을 조절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현재 환자들이 경험하는 후기합병증을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더라도, 실제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 이러한 노력을 함으로써 최소한 후기 합병증의 발생을 늦추거나 그 정도를 경미하게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출처 :파킨슨 이겨내기 원문보기▶ 글쓴이 : 안티파킨슨(파란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