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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동+......☜ 스크랩 아내는 친구다/ 탄의 귀농일지38
금수산 오태동 추천 0 조회 20 16.12.19 07:20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아내는 친구다/ 탄의 귀농일지38

 

 

아내는 친구다.

아내도 같은 느낌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느낌은 서로 통하니까.

처음 그 날, 우린 그저 한 이 년 전 스쳐간 희미한 기억으로 다시 만났다.

만남은 연인으로 발전했고, 두 달이 안 되어 부부로 변신했다.

양쪽이 다 귀신 씌웠다고 하면서도 지나간 사십년 동안 물리자는 제의는 없었다.

몇 차례 플라스틱 바가지가 날아다닌 공중전의 위기는 있었다.

 

사흘돌이로 이삿짐을 싸서 국내외로 떠돌아다녔던 유랑의 삶,

숨가빴던 부부의 능선을 쫓아 쉽지 않은 부모의 고개까지 용케 넘어섰다.

어느 날 보니 함께 재를 넘어왔던 부모님도 아이들도 제길 찾아가고 없었다.

, 이제 정말 둘 만 남았네.  갈 길은 아직 남았는데.

 

새롭게 한 번 살아보고 싶었다, 

귀농하자는 생각은 둘이서 같이 했다.

내가 앞에서 당기기는 했지만 아내도 뒤에서

확실하게 밀었다.

이 밀당에 누구의 잘 잘못의 가릴 수는 없다.

우린 공범이다.  

내가 괭이 들고 나서면

아내는 호미 들고 나선다.

 

  

 

이만큼 살다보니 지난날의 열기와 설렘은 사라지고 없다. 그게 자연인 모양이다. 

남는 것은 추억뿐인가, 그것도 점점 희미해질 것이다.

날이 그리워 뽀뽀라도 할라치면 가족끼리 무슨 짓이냐며 고개를 돌린다.

그렇다, 사이다도 콜라도 아니고 그저 맹물 같고 숭늉 같은 우정으로 살고 있다.

등을 긁어주는 손길이 내 손인지 자기 손인지 구분이 안 되지만

굳이 지난날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오랜 친구로서 담담한 게 편하다.  이게 하루 이틀에 이루어 진게 아니다. 

 

산촌에 눈이 오면 며칠씩 갇히게 된다.

녹을 때까지 상대의 얼굴만 쳐다보며 군고구마와 감자전의 별미로 보내야한다.

서로 부어주는 소주 몇 잔에 기분이 알딸딸해지면 한 곡씩 뽑는 것도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

누가 울어만남은 흥이 제법 오를 때 내놓는 각자의 18.

마을회관에 내려가면 노 선배들이 술판 아니면 화투판에 끼기를 권하는데 술판엔 자신이 없고

화투는 취미가 없어 뒷전에서 귤이나 까먹다 돌아온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둘이 같이 있는 게 편하고 같이 나서는 게 안심이다. 

먹는 것, 자는 것, 싸는 것마저. 병원에 한 번 가봐야 할지 모르겠다.

새벽에 조금 먼저 일어나 생각하고 글 쓰는 시간이 자유인데 얼마나 갈지 걱정이다.

조금씩 내 사유와 작문의 공간으로 아내가 밀고 들어온다.

평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길어진다.

  

 

맨 날 무슨 얘길 그렇게 하겠는가,

산 속에서 둘이 살려면 같이 손뼉을 치는 티비 프로도 한 둘 쯤 있어야 한다.

 케이 팝이며 불후의 명곡 등 음악 프로를 함께 본다. 

내친 김에 성가대며 읍내 합창단에 쫓아다니며 노래하는 것이

귀농 후 우리가 누리는 최상의 문화 활동이다.

일주일에 한 두번 모임에 나가면 남녀노소의 다양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뵐 수 있다.

음악적 소양이 부족하지만 합창이다 보니 시치미를 떼고 견디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춤을 좀 배우고 쉽다.

요샌 노래라는 게 다 율동을 동반하고 있으니 어쩌다 노래방에 가서도 주눅이 든다.

젊었을 때는 술 기운으로 흔들었는데 나이도 있고 운전까지 하니 맘대로 술을 마실 수가 없다.

음주가무 중 음주는 빼고 가무라도 제대로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몸이 아주 굳어지기 전에 숲속의 마당에서 농무(農舞)든 차차차든 한바탕 몸을 흔들어 보고싶다.

소리 장단 몸 장단에 잠자는 금수산 미인봉의 그녀도 깨어나지 않을까.

 

 

우리의 친구관계, 은밀하게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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