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온배움터 청년대안활동가과정 / 2021년 6월 8일 화요일
탈핵운동 – 정수희
에너지정의행동 정수희라고 합니다. 이 모임을 통해 어떤 것을 배우고 계신거죠?
(생태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활동 사례와 공동체를 탐방하고 있습니다.)
저는 에너지정의행동에서 일하는데 항상 에너지정의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아요. 최근에 오염수 방출 문제가 터지면서 에너지정의행동에까지 관심을 가지고 연락을 주신 분과 오늘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에너지를 다룰 때에도 정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활동을 하던 시기에는, 저는 대학을 다닐 때 방학에 매년 여름마다 농활을 갔다. 농사를 도우러 가면서 농민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함께 하겠다는 취지로 농민 현장활동을 간다. 저는 핵발전소가 있는 울주군에 가서 활동을 했었다. 신고리가 추가로 건설된다는 계획이 있을 때 주민들이 반대운동을 할 때 쯤이었다. 그때부터 시작해서 20여년간 활동을 하고 있다. 그때가 98년도였다.
그리고 97년도에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건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사람들은 핵무기는 위험하지만 핵발전은 안전하다고 여겼다. 기술을 잘 다루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체르노빌이 터지면서 사람들이 핵발전소도 위험하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전에는 핵무기를 쓰지 말자는 반전 평화운동이 반핵의 주를 이뤘다면 그 이후부터는 환경운동으로서의 반핵이 대두되기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그때 (80,90년대) 핵발전소를 매우 많이 짓기 시작한 때였는데, 울주군에서도 주민들이 신고리1,2호기를 반대하는 싸움을 십년여간 하셨다. 그때 나도 주민들과 결합하면서 핵발전소를 빨리 문닫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요즘은 학교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초등학교에서부터 배운다. 핵박전소는 이산화탄소도 배출하지 않는데 좀 하면 안되나 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 환경운동한다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다. 그때부터 이 프레임이 친핵론자들로부터 이용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 기후위기 앞에서 일부 운동가들이 친핵으로 돌아서면서 반핵운동이 지지를 받지 못하는 흐름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동지들이 있었는데 점점 반핵운동 동료들이 줄어들면서 부산에서는 거의 나혼자 활동을 해왔다. 그러다 2011년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났다.
그때부터 부산에서 40여개의 시민단체들이 함께 움직이며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핵발전소 문제를 그동안 외면해왔던 것에 대해서 후쿠시마를 기점으로 많이 반성하고 돌아보게 되었다는 선배 활동가들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우리의 기술력과 이성으로 어떤 욕구와 욕망, 핵무기를 만들고자 하는 욕망을 억누르면서 기술적 안정성을 확보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위험한 시선이긴 하지만, 별 일 없이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통제력에 대한 믿음이 점점 커진다. 체르노빌 이후 30년이 다 되어가니까, 이대로라면 별 문제없이 핵을 쓸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만연한 태도가 후쿠시마로 다시 긴장감을 가지게 된 거다.
핵산업계는 현재 엄청난 위기상황에 빠져있다. 우리나라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를 엄청나게 세우면서, 핵발전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오고 수출을 통해 이익을 꾀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많이 발전시켰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경주 포항 지진같은 경험을 거치면서 탈핵정책을 선언했다. 그러자 핵산업계가 난리가 났다. 수출을 준비하고 사업을 해오던 업계가 정부의 육성지원이 끊기고, 핵발전소 더 짓지 않겠다고 하니 위협에 처한 거다.
전세계적으로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향후 10년 내에 지구 온도가 오르는 것을 막지 않으면 인류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전세계가 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위기에 몰린 핵산업계가 기후위기를 기회삼아 핵발전밖에 답이 없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곳은 한국수력원자력인데, 이런 곳들은 현혹시키는 거짓 슬로건을 항상 앞에 붙인다. 친환경에너지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있다. 교과서에 뭐라고 실려있냐면 우리나라는 석유를 외국에 의존하는데, 핵발전은 원료는 수입해올지라도 생산은 국내기술로 하니까 이것이 효율적이고 자립적이고 필요한 에너지라고 설명해두었다. 탄소배출하지 않는 핵을 친환경이라고 둔갑시키는 것이다.
고리 1,2,3,4,5,6, 신고리 1,2,3,4 ... 고리 시리즈는 박정희 시절에 결정되어 시행된 것이다. 평범한 시민들이 정부에 문제제기 하기 힘들던 시절에 고리는 완공이 되었다. 신고리는 민주화 이후에 결정된 것이다. 체르노빌로 핵발전의 심각성을 알게 되고, 민주주의 시대에 사회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면서 울주군 서생면의 주민들이 핵발전소 짓지 말자는 반대운동을 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바닷가 옆에 짓는데, 원자로의 열을 식히기 위해 엄청난 양의 바닷물을 끌어다 써야 한다. 핵발전소 1기가 서울 수돗물 소비량에 맞먹는 수량을 사용한다. 지금 돌아가는 발전소가 7기니까 일곱 배의 수량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물이 들어가고 나올 때 온도차이가 적게는 7,8도, 많게는 14도까지 차이가 나니까 물온도가 높아져서 플랑크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했고, 그 생물들이 물 유입관을 막아 발전소가 멈춘 적도 있다.
기존 해안선을 많이 해치지 않고 핵발전소를 짓는데 그건 안전에 매우 취햑한 것이다. 후쿠시마는 14미터의 쓰나미에 발전소가 통째로 잠겨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한 건데, 우리나라도 그 이후에서야 10미터 높이의 방조 담장을 지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비가 급격히 많이 오는 기후라서 순간적으로 10미터를 넘어서 발전소가 물에 잠겨서 중단된 적도 있다.
핵발전소는 얼마나 경제성을 가지고 있는가. 오래된 발전소일수록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지었기 때문에 그걸 보완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가동중지하는 게 오히려 나을 정도다. 새로 지은 핵발전소의 경우에도 시민감시가 높아지다 보니, 미국에서는 발전소를 지을 때 테러에 대비한 설비까지 함께 갖추는 것을 조건으로 두고 있다. 그러다보니 발전소 건설비용이 너무 높아져서 발전소 건설업계가 체르노빌 이후로는 발전소를 못 지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체르노빌 이전에 쓰리 마일 문제가 있었다. 3마일 안에 핵발전소 4기가 있었는데 거기가 문제가 나서 핵연료가 녹았고, 주민들이 모두 이주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미국시민들은 핵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보니 신규로 건설되지 못했다.
최근 오바마 정부 들어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핵발전소를 허가해주기 시작했다. 허가된 발전소가 열 몇 개가 되는데 건설이 시작된 것은 다섯군데밖에 없다. 하나는 완공됐고, 하나는 짓고 있고, 두 개는 포기했다.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노후 발전소는 기후위기 대응에 부적절하기 때문에 설비를 보강하려면 경제성이 떨어지고, 신규는 시민이 요구하는 수준의 안전성을 보장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경제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투자자도 없다. 그래서 정부는 하고 싶어 하지만 경제계에서는 효율이 없으니 투자가 없어서 핵발전 산업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전세계적으로 핵발전산업을 이끌던 기업이 파산하고 있으니, (고리1호기 지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회사도 이미 파산했음) 멈췄...으면 좋았겠지만 그걸 기회로 보고 더욱 정진하기 시작했다. 헐... 우리나라가 후쿠시마 사태 때 이명박 대통령이었는데, 다른 나라가 사태를 보면서 핵산업을 포기할 때 유일하게 핵발전을 성장시키고 수출까지 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탈핵 선언을 했는데, 국내 발전소는 수명 연장하지 않겠고, 신규로 짓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게 지금 우리나라의 탈핵 정책이다. 그런데 신규로 짓고 있는 것이 있으니까, 신규 발전소는 수명이 60년이니까, 다 짓고, 3,4년 정도 심사해서, 총 육십 몇 년을 기다려야 탈핵이 완성되는 것이다. 우리 한 평생이 지나갈 때까지 될지 모를 일인 것이다.
어쨌든 핵발전소 산업계에서는 신규로 짓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큰일이 난 것이니,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해외 수출은 막지 않겠다, 허용하겠다는 것은 너무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 선진국에서 윤리적으로 자국민에게 핵산업 전기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지만 그 산업계는 저개발 국가로 가는 것이다. 그렇게 돈을 벌어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철강, 오염을 많이 시키는 섬유, 쓰레기... 다 유럽에 없고 저개발 국가에 공장을 만들고 돈주고 사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집약 산업 국가다. 비료, 반도체,...그리고 핵산업... 자국민들이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하기를 바라면서, 이 업계의 노동자들 일자리를 지켜주기 위해 해외로 위험을 수출하는 일을 과연 옳다고 할 수 있겠는가. 환경오염을 시키는 산업들을 해외로 보내는 건 정말 못돼 처먹은 짓이다. 적정기술을 연구해도 모자랄 판에.
그런데 핵산업계는 거기대로 아우성인 것이, 안에서 안 사주는 걸 밖에서 믿고 사주겠냐, 이러다가는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 꺼 수입 안 해준다,는 논리로 울상을 짓는다. 다른 나라들이 기후위기로 인해 핵발전에 눈을 돌리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 그런데 어찌돼었든 경제적 논리도 있다보니 어떤 판단을 내리든 새로 짓기가 쉽지는 않은 현실이긴 하다.
그래서 이제는 또 뭘 하냐? 소형 원자로를 짓는다. 문재인이 탈핵선언을 하면서 다만 연구용 원자로는 허용을 해줬다. 부산에 그래서 소형 원자로가 하나 지어져 있다. 핵산업계는 지금 신났다. 왜냐하면 최근 빌게이츠가 기후위기를 이유로 소형 원자로를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소형 원자로는 작으니까 폐기물도 작게 나오고 문제가 생기면 바다에 빠뜨리면 된다는 논리다. 동네 주유소처럼 곳곳에 두자는 논리인데, 정말 끔찍한 이야기다. 우리나라도 소형 원자로 개발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자기 집 옆에 소형원자로가 있는 줄도 모르게 하겠다고 한다. 에너지 분산할 수 있다는 프레임을 씌웠다. 송전탑 덜 지어도 되고, 이것이 진정한 로컬 에너지라고 말한다.
발전소가 작아지니까 사람들이 헷갈리기 시작한다. 마치 맨처음에 핵무기가 핵발전소로 응용될 때 사람들이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한 것처럼 말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경험하면서 핵발전소가 핵무기와 다를 바 없다는 걸 인식하긴 했지만, 이제 소형원자로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부산은 핵발전소의 피해를 받게 되는 곳으로써 중요하기도 하지만, 핵무기 피해 경험 측면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피해자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이 합천이고 두 번째가 부산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생존권 투쟁을 핵산업계가 하고 있는 실정이다. 파산하느냐 마냐의 사활을 걸고 핵산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또한 문재인의 탈핵선언으로 인해 어쩌면 사람들이 안심하게 된 악영향도 있는 것 같다. 여전히 핵발전소는 지어지고 있고, 탈핵은 60년 이후에나 이뤄질 것이다. 핵산업계는 죽니사니 하지만, 실제로 시민들의 안전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탈핵이 다 이뤄진 것처럼 시민 진영의 전투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핵발전소가 우후죽순으로 지어질 수 있게 된다. 핵산업계의 사활을 건 승부, 그리고 소형원자로. 핵발전소에 둗러싸여 살아가지 않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만 한다.
탈핵을 해야만 하는 이유
핵발전소 사고는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을 불러오고, 막을 수 없기 때문.
핵에너지는 정의롭지 못한 에너지이기 때문.
모든 사람들, 국민을 위해 핵발전소를 지어야 한다고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삶터를 동의없이 빼앗고,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송전탑을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 또한 핵발전소는 매순간 액체와 기체 상태의 핵폐기물을 방출하고 있다.
일본 오염수 방출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해 일본에서는 경주 월성에서 배출하는 삼중수소보다 훨씬 적다고 항변한다. 실제로 월성은 노형 구조로 인해 고리의 100배 가량의 삼중수소를 배출한다. 그래서 월성 원전을 서둘러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지역 사람들은 계속 아프다. <갑상선암>에 걸린 사람만 600명이 넘는다. 이들은 단체로 소송중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사람들 대부분은 또 돈 달라고 떼쓰네 이런 식이다. 안타깝다.
고준위 핵폐기물의 방사능 반감기는 10만년이다. 10만년을 기다려야 일상적인 수준의 상태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런데 10만년 이후에 언어가 기능할까? 가까이 가지 말라는 메시지를 어떻게 전한단 말인가. 우리는 500년 전 문서도 읽어낼 줄 모르는데. 5,60년 편하게 살겠다고 10만년짜리 쓰레기를, 그것도 아주 위험한 쓰레기를 만들어낸다는 걸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핵에너지는 전혀 정의롭지 못한 에너지인 것이다.
자연도, 사람도, 환경도, 생태도, 미래도 고려하지 못하는 핵에너지는 결코 멈춰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