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고【登高】-높은 곳에 올라-두보【杜甫;712-770】
風急天高猿嘯哀,【풍급천고원소애】, 바람은 빠르고 하늘은 높아 원숭이 휘파람 소리 애닲아
渚淸沙白鳥飛蛔.【저청사백조비회】. 물가는 맑고 모래는 깨끗한데 새는 날아 돌아온다.
無邊落木蕭蕭下,【무변낙목소소하】, 끝없이 펼쳐진 낙목에선 나뭇잎 떨어지고
不盡長江滾滾來.【부진장강곤곤내】. 다함이 없이 흐르는 장강은 도도히 흘러간다.
萬里悲秋常作客,【만리비추상작객】, 만 리 먼 곳 서글픈 가을에 항상 나그네 되어
百年多病獨登臺.【백년다병독등태】. 한평생 병 많은 몸, 홀로 누대에 오른다.
艱難苦恨繁霜鬢,【간난고한번상빈】, 어려움과 고통에 귀밑머리 다 희어지고
潦倒新停濁酒杯.【요도신정탁주배】. 늙고 쇠약한 몸이라 새로이 탁주마저 끊어야한다네
두보가 이 시를 창작한 직접적 계기는 음력 구월 구일 중양절에 높은 산에 올라간 일이다. 중양절은 중국의 가장 큰 명절인데, 이 날은 전통적으로 높은 곳에 오라 산수유를 머리에 꼽거나 국화술을 담아 먹는 풍습이 있다.
두보는 이 때 타향에서 명절을 맞은 것이다. 가족과 떨어져 늙고 병 든 처지로 객지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때는 늦가을이라 온갖 나무들이 조락하는 절기다. 이러한 계절과 주변 자연환경과 그리고 늙고 병든 채로 타향에 떠도는 자가의 처지가 결합되어 이 시는 지어졌다.
먼저 1, 2 구를 보자
風急天高猿嘯哀,【풍급천고원소애】, 바람은 빠르고 하늘은 높아 원숭이 휘파람 소리 애닲아
渚淸沙白鳥飛廻.【저청사백조비회】. 물가는 맑고 모래는 깨끗한데 새는 날아 돌아온다.
여기서 1 구와 2 구는 형식상 서로 대구가 되며, 내용상 서로 대조가 된다.
1 구에서, “하늘이 높다【天高】”와 “바람이 빠르게 불고 있다【風急】”에서 작가가 조성한 하나의 공간을 본다. 곧 높고 넓은 세상은 늘 바람이 몰아치는 변화무쌍하고 혹독한 경쟁이 펼쳐지는 삶의 공간이 암시되고 있다.
그 속에 원숭이가 살고 있으며, 지금 원숭이가 길게 소리 내어 울고 있는데, 그 울음소리가 슬프다는 것이다.【猿嘯哀】.
2 구에서 “물가는 맑다【渚淸】”와 “모래는 깨끗하다【沙白】”에서는 작가가 바라는 하나의 이상적인 삶의 공간을 본다. 곧 맑은 물과 깨끗한 모래와 같이, 정직한 사람이 편안히 살 수 있는 이상적 삶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암시되고 있다
그 공간 속을 새는 평화로이 높은 하늘 여기저기를 자유로이 날아다니며 산다는 것이다【鳥飛廻】
결국, 1 구는 바람 빠르고 하늘 높고 거친 산 속에서, 온갖 고초를 겪고 살아가는 원숭이의 긴 한숨소리는 사람에게 지극한 슬픔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즉 여기서 원숭이는 작가 두보의 객관적 상관물이라 볼 수 있다.
대조적으로 2 구는 맑은 물과 깨끗한 모래 위를 여유롭고 자유롭게 높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는 이를 보는 사람에게 기쁨과 평화를 준다는 것이다.
즉 1 구에서 “현실의 고통과 좌절의 세계”와 2 구에서 “피안의 기쁨과 평화의 세계”가 대조되어있다
3, 4 구절을 보자
無邊落木蕭蕭下,【무변낙목소소하】, 끝없이 펼쳐진 낙목에선 나뭇잎 떨어지고
不盡長江滾滾來.【부진장강곤곤내】. 다함이 없이 흐르는 장강은 도도히 흘러간다.
여기서도 3 구와 4 구는 형식상 서로 대구가 되며 내용상 서로 대조가 된다.
3 구에서, “잎이 떨어져야 할 수많은 나무들【無邊落木】”이 이제는 떨어져야 할 때가 되어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蕭蕭下】고 말하고 있다.
4 구에서는, “결코 마르지 않는 긴 강【不盡長江】”이 지금도 여전히 쉬지 않고 “도도히 흘러온다【滾滾來】”고 말하고 있다.
결국 3구는 가을이 오면 낙엽지고 겨울이 되면 떨어져야할 온갖 나무들이 가을이 되어 쓸쓸히 떨어지고 마는 모습에서, 작가는 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의 슬픈 운명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4 구는 결코 마르지 않고 소리 없이 흐르는 강물에서, 이를 보는 작가는 건강과 장수와 영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즉 3구의 “ 늙고 병들어 죽어야하는 인간의 숙명”과 4구의 “죽지 않고 영원히 계속되는 자연의 현상”이 대조되어있다
다음에 계속되는 5 ,6, 7, 8 구에서는 1, 2, 3, 4 구에서 조성된 “바람, 하늘, 원숭이, 울음소라, 낙목, 긴 강”등의 자연물로 조성된 분위기에 있는 작가 자신의 실존적 처지를 적어 거기에서 생기는 감회를 표현하고 있다
먼저, 5, 6 구를 보자
萬里悲秋常作客,【만리비추상작객】, 만 리 먼 곳 서글픈 가을에 항상 나그네 되어
百年多病獨登臺.【백년다병독등태】. 한평생 병 많은 몸, 홀로 누대에 오른다.
여기서 5 구와 6 구는 작가의 어려운 세상살이에 대한 표현이다
5 구에서, 평생을 이런저런 이유로 고향을 떠나 외로이 살아가는 작가의 피곤한 삶이 묘사된다. 곧 “만 리 먼 곳 서글픈 가을【萬里悲秋】”과 “항상 나그네 신세【常作客】”는 그러한 사실을 나타낸다. 그는 결코 자의가 아닌 이유로 고향을
떠나 사는 삶, 그것이 지극히 서글픈 삶【悲】이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6 구에서, 그는 평상의 건강도 여의치 못했으며, 또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음을 적고 있다. 곧 “평생 동안 병이 많다【百年多病】”와 “혼자 등대에 올라【獨登臺.】”에서 우리는 이 사실을 확인한다. 그래서 시를 짓는 일은 그의 유일한 소일거리였는지도 모르겠다.
7, 8구를 보자
艱難苦恨繁霜鬢,【간난고한번상빈】, 어려움과 고통에 귀밑머리 다 희어지고
潦倒新停濁酒杯.【요도신정탁주배】. 늙고 쇠약한 몸이라 새로이 탁주마저 끊어야한다네
여기서 7 구와 8 구는 어려운 삶을 산 결과 나타나는 “신체의 노화”와 구차한 생명을 연장하기위해 술마저 끊어버려야 하는 자신의 “낙백한 처지”를 나내고 있다.
8 구에서, 정말 이제는 생명을 유지하기에 문제가 되는 “육체적 질고와 정신적 고통【潦倒】”때문에 그렇게 좋아하는 값 싼 탁주 【濁酒杯】”마저 “끊어야 【停】” 하는 처지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시 전체를 종합해보자.
두보는 타향에서 명절인 중양절을 맞은 것이다. 중양절은 음력 구월 구일이다. 늦가을이다. 모든 식물들이 조락하는 시절이다. 이 때 작가는 타향에서 늙고 병든 몸으로 혼자 높은 산에 오른 것이다. 산에 올라보니 눈 아래 대자연의 물상이 펼쳐진다. 대 자연의 물상은 두 종류로 나누어 작가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즉 영원한 것과 일시적인 것, 삶의 피곤한 경쟁이 벌어지는 지쳐있는 세계와 맑고 깨끗하여 자유로운 것으로 말이다.
이때 문득 늙고 병들어 떠돌아 혼자 외로이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생각난 것이다. 자신의 지나온 피곤한 삶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또 그 기억들은 서럽고 서글프고 고통스런 삶의 연속인 것이었다.
이러한 자신의 삶이 슬피 우는 원숭이 같고 떨어지는 나뭇잎 같다고 느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맑은 모랫벌을 평안히 날아도는 새와 다함이 없이 흐르는 긴 강이 한없이 좋아 보이고 부러운 것이다.
즉, 이 작품은 두보의 평생의 좌절과 고통과 절망이 주변 경물과 결합되어 표현된 작품이다. 문학 작품은 어차피 작가의 현실에서의 결핍과 좌절의 세계와 이를 보상하는 작가에 의해 생각되어진 이상의 세계가 공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대조적인 두 세계가 공존하는 알레고리적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두보시의 특징이면서 한시 형식 자체가 지진 특징이기도 하다. 두보의 시에는 자연경물과 이와 걸 맞는 인생이 숨 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