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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6년 일상(3) : 서당에 모여서 수창하다 등
▫ 저자 : 김지익 , 수촌인숙, 김영숙 등
▫ 시기 : 1736년(추정) 3월~
▫ 원문 : 열락재유고 1권 p115-P119
▫ 내용 : 50首
▫ 뢰곡(운곡)서당에서 수창한 모임
▫ 이해에 과거 시험 준비를 한듯
書堂會酬唱(서당회수창)
서당의 모임에서 수창하다
(1736년) 三月 日 -김지익 p115
白首神精尙不衰 백수신정상불쇠 / 흰머리에도 정신은 여전히 쇠하지 않고
靑霞氣欝幾楊眉 청하기울기양미 / 청하 기운 가득하게 눈썹에 걸려있네.
成名樹業違心素 성명수업위심소 / 이름 이뤄 유업 이루는 건 소박한 마음에 어긋나기에
寘散投閑乃分宜 치산투한내분의 / 흩어져 한가하게 두는 게 분수에 마땅하네.
大道難回誰濟世 대도난면수제세 / 대도는 돌리기 어려운데 세상구제 누구와 하리
斯文欲表只傷時 사문욕표지상시 / 이 글에 쓰려 해도 상처만 될 뿐이네.
營堂窃擬開蒙學 영당절의개몽학 / 서당을 운영하며 학문 계몽 견주는데
九仞還憂一簣虧 구인환우일궤휴 / 아홉 길 산에서 한 삼태기 부족할까 걱정하네.
*청하 : ①푸른 안개 ②뜻이 높다는 말이다. 강엄(江淹)의 한부(恨賦)에 “欝靑霞之奇意”란 말이 보인다. *양미 : 눈썹을 오르내리다 *심소 : 어떤 법률 사실의 구성 요소로서 필요한 의사적 요소 *절의 : 견주다 *구인 : 아홉 길이라는 뜻으로, 아주 높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일궤휴 : 功虧一簣《서경》 여오(旅獒)에 “자그마한 행동이라도 신중히 하지 않으면 큰 덕에 끝내 누를 끼칠 것이니, 이는 마치 아홉 길 산을 만들 적에 한 삼태기의 흙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공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다.〔不矜細行 終累大德 爲山九仞 功虧一簣〕”라는 말이 나온다.
台山金永叔所吟(태산김영숙소음)
태산 김영숙이 읊다
-김영숙 p115
聖敎內來日漸衰 성교유래일점쇠 / 성교가 내려 와도 나날이 쇠하는데
知君頻會此山眉 지군빈회차산미 / 자네를 자주 만나며 멀리서 바라보니
羣賢滿座論詩足 군현만좌논시족 / 여러 현량 가득히 앉아 시 논하기 충분하고
大樹當筵習禮宜 대수당연습례의 / 정자나무 자리는 예의 익히기 마땅하네.
文質彬如商夏世 문질빈여상하세 / 글이 빛나기는 상나라 하나라 시절 같고
風流篤似漢唐時 풍류언사한당시 / 풍류가 도탑기는 한당 시절 비슷하네.
殘年願包須更命 잔연원포수경명 / 남은 생에 원하는 건 모름지기 다시 명을 받아
後學工夫賴不虧 후학공부뢰불휴 / 후학의 공부가 이지러지지 않게 의지하네.
*지군 : 그대가 *산미 : 산 끝의 아련한 모습을 눈썹에 비유해서 이르는 말
樹村姻叔主所吟(수촌인숙주소음)
수촌 인숙(고모부)님이 읊다
-수촌인숙님(都永貞) p115-p116
老夫餘習覺吾衰 노부여습각오쇠 / 늙은이 습관적으로 쇠했음을 느끼지만
覓句何妨共攅眉 멱구하방공찬미 / 시구를 찾으며 이맛살 찌푸린들 무슨 상관이리오.
白酒樽前酬酢稳 백주준전수작온 / 술잔을 앞에 두고 수작이 은근하니
淸詩席上討論宜 청시석상토론의 / 자리에서 맑은 시를 토론함이 마땅하네.
浮生百歲難偸日 부생백세난투일 / 백세의 인생에 시간 내기 어려워
佳節三春欲暮時 가절삼춘욕모시 / 삼춘의 좋은 날이 저물어 가는 데
人間聚會知無定 인간취회지무정 / 사람들이 모임 날 못 정한 걸 알기에
更約山亭月未虧 갱약산정월미휴 / 산 정자에 보름달 뜰 때로 다시 약속하네.
*여습 : 습관 *멱구 : 시구를 찾다 *찬미 : 이맛살 찌푸리다 *수작 : 손님에게 술을 따르고 답례하는 것
重修蘭社契(중수란사계)
난사계를 다시 고치며
謙(김지익) p116
重修蘭社契 중수란사계 / 난사계 다시 고치니
又是暮春時 우시모춘시 / 또 저무는 봄날이네
何妨無絲竹 하방무사죽 / 현 없는 피리소리 어찌 방해하는가.
江山助我詩 강산조아시 / 강산이 나의 시를 도와주고 있다네.
蘭亭修契目(난정수계목)
난정에서 계목을 고치다
永(김영숙) p116
蘭亭修契目 난정수계목 / 난정에서 계목을 고치며
洛社會英時 락사회영시 / 낙사의 모임이 한참일 때
無限溪山貞 무한계산정 / 끝없는 산수가 단정하여
輸入一聮詩 수입일련시 / 한 연의 시를 가져오네.
煑蕨書堂會(자궐서당회)
고사리를 삶는 서당 모임
樹(수촌인숙님) p116
煑蕨書堂會 자궐서당회 / 서당 모임에 고사리 삶으니
三春欲暮時 삼촌욕모시 / 삼춘이 저물어 가는 때이네.
來參此白首 래첨차백수 / 흰 머리로 와서 참석하여
既醉且吟詩 기취차음시 / 바로 취해 다시 시를 읊네.
次台山來訪韻(1)(차태산래방운)
‘태산의 방문 운’을 차운하다
-김지익 p116
我無今俗態 아무금속태 / 나는 요즘의 세태 없고
君有古人風 군유고인풍 / 자네는 고인의 풍모를 가졌네.
對榻開新釀 대탑개신양 / 마주앉아 새로 빚은 술통 열어
看花訪舊叢 간화방구총 / 꽃을 보며 지난 떨기 찾아가네.
論懷懷未極 논회회미극 / 회포를 논하니 아쉬움 끝이 없고
談理理難窮 담리리난궁 / 이치를 이야기하니 이치가 무궁하네.
風詠松亭下 풍영송정하 / 바람 쐬고 노래하는 송정 아래에
團率冠與童 단솔관여동 / 어른과 아이들 단체로 따라하네.
台山原韻(태산원운)
태산의 원래 운
-김영숙 p116
老脚春無力 노각춘무력 / 늙은 다리 봄이 되니 힘이 없기에
遅遅步壑風 지지보학풍 / 느릿한 걸음으로 골짜기서 바람 쐬는데
草生前夜雨 초생전야우 / 풀들은 지난밤 비로 인해 생기가 돌고
花發去年叢 화발거년총 / 꽃들은 지난 떨기에서 꽃봉오리 터트리네.
野色來時濶 야색래시활 / 들판 빛깔 올 때마다 광활하고
山光到處窮 산광도처궁 / 산 풍광 이르는 곳마다 끝이 없네.
主人今在否 주인금재부 / 주인이 지금 있는지 없는지
松下問樵童 송하문초동 / 소나무 아래에서 초동에게 물어보네.
湖上春逰酬唱(1)(호상춘유수창)
감호에서 봄놀이 하며 함께 부르다(1)
-김지익 p117
春心尋芳出鑑湖 춘심심방출감호 / 춘심에 꽃망울 찾아서 감호로 나아가니
羣賢畢至德無孤 군현필지덕무고 / 여러 현량 모두 와서 외롭지 않은데
錦鱗游泳高躍低 금린유영고약저 / 잉어는 유영하며 높이 뛰다 가라앉고
禽鳥乘風上下呼 금조승풍상하호 / 새들은 바람타고 상하에서 지저귀네.
道樂簞瓢雲富貴 도락단표운부귀 / 도를 즐겨 청빈하니 부귀도 구름 같고
志閑漁釣屣荣枯 지한어조사영고 / 한가하게 낚시하며 성쇠를 버리네.
良辰勝會誠非偶 양진승회성비우 / 좋은 날 좋은 모임 뜻하지 않은 정성에
末路知音子與吾 말로지음자여오 / 늘그막에 좋은 친구 자네와 함께하네.
*감호 : 김천시 남면 일대의 감천변을 이르는 듯 *영고 : 번영하고 마르다.
湖上春逰酬唱(호상춘유수창)
감호에서 봄놀이하며 함께 부르다(2)
永叔(김영숙) p117
淸溪行盡即淸湖 청계행진즉청호 / 맑은 계곡 나아간 맑은 호수는
隨處風光正不孤 수처풍광정불고 / 이르는 풍광마다 참으로 외롭지 않네.
藜杖到先曾有約 려장도선증유약 / 지팡이 짚고 먼저 이른 건 지난날 약속 이었고
芒鞋隨後本無呼 망혜수후본무호 / 짚신 신고 뒤 따르는 건 원래 부르지 않았지만
洲邊綠枊皆呈態 주변록앙개정태 / 섬 주변 푸른 버들 자태를 드러내고
石上殘花半欲枯 석상잔화반욕고 / 반석 위에 남은 꽃은 시들어가네
此日奇逰難舟得 차일기유난주득 / 오늘의 놀이는 배를 타지 못했으니
他時佳會莫誇吾 타시가회막과오 / 다른 날 좋은 모임이었다 나에게 자랑 마오.
湖上春逰酬唱(3)(호상춘유수창)
감호에서 봄놀이 하며 함께 부르다(3)
-김지익 p117
携友靑山綠水間 휴우청산록수간 / 친구와 손잡수 청산녹수에 오니
一般花鳥意思閑 일반화조의사한 / 꽃들과 새들도 한가롭기만 하네.
隨處春光無限好 수처춘광무한호 / 이르는 곳마다 봄 경치 너무 좋아
風乎郊上詠而還 풍호교상영이환 / 들판에서 바람 쐬고 노래하며 돌아왔네.
*풍호 : 공자의 제자 증점(曾點)이 “늦은 봄에 봄옷이 만들어지면 관을 쓴 벗 대여섯 명과 아이들 예닐곱 명을 데리고 기수에 가서 목욕을 하고 기우제 드리는 곳에서 바람을 쏘인 뒤에 노래하며 돌아오겠다.〔暮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라고 자신의 뜻을 밝히자, 공자가 감탄하며 허여한 내용이 《논어》〈선진(先進)〉에 나온다
湖上春逰酬唱(4)(호상춘유수창)
감호에서 봄놀이하며 함께 부르다(4)
-永叔 (김영숙) p117
逰客曾無到此間 유객증무도차간 / 유람객 일찍이 이곳에 온 적 없어
淸湖風月幾年閑 청호풍월기년한 / 청호의 풍월이 한가한 게 얼마인가.
巖花欲謝三春色 암화욕사삼춘색 / 바위틈 꽃들이 봄 빛깔로 인사하여
留與吾君宿不還 유여오군숙不환 / 나와 자네 머물며 돌아오지 못했네.
*풍월 : 풍월은 광풍제월(光風霽月)의 약칭이다. 광풍제월은 비 갠 뒤에 부는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라는 뜻인데, 황정견(黃庭堅)이 주돈이의 인품을 평한 말로, 마음이 넓어 자질구레한 데 거리끼지 않고 쾌활하며 쇄락한 인품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與台山相約會講而不來 / 태산과 서로 모임에서 강의하기로 약속하였으나 오지 않았다.
抗顔敢有誨人心 (항안감유회인심)
스승을 자처하며 사람 마음 가르치며
-김지익 p117-p118
抗顔敢有誨人心 항안감유회인심 / 스승을 자처하며 사람 마음 가르치며
要與吾君共敍襟 요여오군공서금 / 나는 자네와 더불어 회포 풀려했는데
有約不來西日暮 유약불래서일모 / 약속되어도 오지 않고 서산으로 해지기에
靑松亭下獨況吟 청송정하독황금 / 푸른 소나무 아래에서 홀로이 읊고 있네.
*항안 : 항안위사. 당(唐)나라 유종원(柳宗元)의 〈답위중립논사도서(答韋中立論師道書)〉에, 괜히 스승으로 자처하여 세상의 비난을 사려고 하지 않는 때에 유독 한유(韓愈)가 과감하게 나서서 사설(師說)을 짓고 안색을 엄하게 하며 스승으로 나섰다는 ‘항안위사(抗顔爲師)’의 내용이 나온다.
金永叔 李自明來問會松亭叙話(김영숙 이자명 래문회송정서화)
김영숙 이자명이 와서 모임을 묻기에 송정에서 이야기하다
-김지익 p118
故人情戀戀 고인정연연 / 고인의 정 그리워
春日遠來尋 춘일원래심 / 봄날 멀리서 찾아 왔기에
强病排書戶 강병배서호 / 깊은 병에 책방 밀고
扶笻到野林 부공지야림 / 지팡이 짚고 들 숲에 이르렀네.
花殘紅作雨 화잔홍작우 / 붉은 꽃잎 비처럼 흩날리고
松光緑成陰 송광록성음 / 녹음 짙은 소나무 그늘을 이루었네.
勿樂廖心渴 물락료심갈 / 즐기지 못하지만 마음 갈증 풀고 싶어
班荊話古今 반형화고금 / 나뭇가지 깔고 앉아 고금을 말하네.
*이자명 : 아자수의 아들 중에 이덕명이 있는 점을 미루어 이자수 집안사람인 듯 *연연 : 그리워 사모하는 모양 *반형 : 班荊道故 옛 친구를 만난 기쁨을 표현할 때 쓰는 말. 침목 깔고 앉아 얘기를 나누는 것을 뜻함.
金永叔所吟原韻(김영숙소음원운)
김영숙이 읊은 운
-김영숙 p118
思君情不極 사군정불극 / 자네를 생각하는 정 끝이 없기에
扶杖强來尋 부장강래심 / 지팡이 짚고서 힘들여 찾아오는데
度野衣沾露 도야의첨로 / 들판 건널 때 의복은 이슬에 젖고
登山鳥語林 등산조어림 / 산 오를 때 새들이 숲에서 노래하네.
淸逰嫌草屋 청유혐초옥 / 맑은 놀이는 초가집을 싫어하고
佳約愛松陰 가약애송음 / 좋은 약속은 소나무 그늘을 좋아하여
送子先探問 송자선탐문 / 아들 보내 먼저 물어왔지만
花邊待至今 화변대지금 / 꽃 가에서 기다리다 지금에야 도착했네.
*화변대지금 : 사마광(司馬光)의 〈약소요부부지(約邵堯夫不至)〉 시에, “숲 사이 높은 누각에서 바라본 지 오래인데, 꽃 너머 작은 수레는 아직도 오지를 않네.[林間高閣望已久 花外小車猶未來]” 와 비슷한 표현
此會誠非偶 (차회성비우)
이 모임의 정성은 짝이 없기에
-兒子(김이성 추정) p118
此會誠非偶 차회성비우 / 이 모임 정성은 짝이 없기에
松壇共遠尋 송단공원심 / 송단에서 함께 하고자 멀리서 찾아와
對朋欣旧面 대붕흔구면 / 벗을 대하며 옛 얼굴 반기고
吟景愛新林 음경애신림 / 경치를 읊으며 새로운 숲(신진사림) 사랑하네.
引貞似三酌 인환이삼작 / 정절을 이끄는 건 석 잔술과 유사하고
探逰惜寸陰 탐유석촌음 / 유람을 즐기니 촌음도 아깝기에
開樂言笑地 위락언소지 / 즐거운 말과 웃음 있는 곳에선
話古又論今 화고우론금 / 옛 일을 말하며 지금을 논하네.
*신림 : 새로운 사림. 산림 정도로 해석함.
次台山錢字(1)(차태산전자)
태산의 전자운을 차운하다(1)
-김지익 p118
白酒人相送 백주인상송 / 백주로 사람들 서로 보내고
淸風不用錢 청풍불용전 / 청풍은 돈 한 푼 쓰이지 않네.
堪嗤畢吏部 감치필이부 / 진나라 이부랑 필탁이라 웃어넘기며
瓮裡任狂顚 옹리임광전 / 항아리 속에서 마음대로 미쳐 엎어지네.
*감치 : 감히 비웃다 *필이부 : 진(晋) 이부랑(吏部郞) 필탁(畢卓)이 술을 몹시 즐겼는데, 옆집의 빚어 익은 술을 밤중에 독 밑에 들어가 훔쳐 마시다가 술 맡은 사람에게 붙들려 결박되었다가 밝은 아침에 보니, 필이부(畢吏部)라, 그 결박을 풀고 주인을 청해 독 옆에서 잔치를 벌이고 갔다. *옹리 : 항아리 속 *광전 : 미침
次台山錢字(2)(차태산전자)
태산의 전자운을 차운하다(2)
-兒子(김이성 추정) p119
山中誰送酒 산중수송주 / 산중에 누군가 술을 보내어
一飮直千錢 일음직천전 / 한 모금이 천금이라네.
終日酩酊醉 종일명정취 / 종일토록 정신없이 취하니
松壇自倒顚 송단자도전 / 송단이 저절로 엎어지네.
*명정 :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술에 몹시 취함
次台山心字(차태산심자)
태산의 심자를 차운하다
-김지익 p119
相對山亭兩老叟 상대산정량로수 / 산속 정자에서 마주한 두 늙은이
綠萍身世白鷗心 록평신세백구심 / 부평초 같은 신세가 백구처럼 외로운데
花爲酒筭琴松籟 화위주산금송뢰 / 꽃으로 산가지 삼고 송풍을 거문고 삼으니
一日團圓直萬金 일일단원직만금 / 하루의 모임이 만금의 가치라네.
*록평 : 부평초 *주산 : 술을 마실 때 사용하는 산가지. 흔히 술내기에서 벌주罰酒로 마시는 잔 수를 셀 때 사용한다. 酒枚라고도 한다 *송뢰 : 소나무 바람소리
台山心字(차태산심자)
태산의 심자
-永叔(태산 김영숙) p119
友君奚取友君德 우군해취우군덕 / 자네와 벗할 때 자네의 덕을 취하였지만
友我無觀友我心 우아무관우아심 / 나와 벗할 때 나의 마음 볼 수 없었네.
可笑世人交接態 가소세인교접태 / 세상 사람들 사귀는 태도 가소롭게
不憐心德只憐金 불련심덕지련금 / 마음과 덕 가련히 여기지 않고 다만 귀하게 여기네.
*우군 : 《시경》 〈억(抑)〉에 “그대가 군자를 사귈 때의 용모를 보면, 얼굴빛을 온화하게 하면서 무슨 잘못이 있지나 않을까 조심한다마는, 그대가 홀로 집에 있을 때에 보더라도 방의 모퉁이에 부끄러움이 없게 해야 할 것이다.〔視爾友君子 緝柔爾顔 不遐有愆 相在爾室 尙不愧于屋漏〕”라는 말이 나온다 *가소 : 가소롭다 *련금 : 어여삐 여기다. 귀하게 여기다.
次台山心字(차태산심자)
태산의 심자를 차운하다
-兒子(김이성 추정) p119
友朋居五倫之一 우붕거오륜지일 / 오륜의 하나인 벗을 사귐은
切切偲偲責善心 절절시시책선심 / 착한 마음 밝히며 간절하게 힘쓰네.
夫如是後乃云友 부여시후내운우 / 이와 같은 후에야 벗이라 부르니
其臭如蘭利斷金 기취여란이단금 / 향기가 난초 같고, 하나 되어 쇠도 자르네.
*절절시시 : 자로가 물어 가로대 “어찌해야 이 가히 선비라 할 수 있습니까?” 공자 가라사대 “간절하면서 힘쓰며 화합하여 기뻐하면 가히 선비라 이를 수 있으니, 붕우에겐 간절하면서 힘쓰고, 형제에겐 화합하여 기뻐할지니라. 朋友 切切偲偲 兄弟 怡怡 출전 <논어> *이단금 : 금란지교(金蘭之交)의 깊은 우정을 나누는 간이 자신이라는 말이다. 금란은 《주역(周易)》 계사전 상(繫辭傳上)의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면 쇠도 자를 수 있고 그들의 말은 난초 향기와 같다.[二人同心 其利斷金 同心之言 其臭如蘭]”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姜友萬瞻來訪卽還(강우만첨래방즉환)
강만첨이 방문하였다가 바로 돌아가다
-김지익 p119
朋自遠方不亦樂 붕자원방불역악 /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니 기쁘지 않은가.
與君以作暮春逰 여군앙작모춘유 / 늦은 봄날 놀이를 자네와 하는데
論襟未了征衫動 론금미료정삼동 / 회포를 다 풀지 못하고 적삼이 움직이니
渭樹江雲別後愁 위수강운별후수 / 위북의 나무와 강동의 구름이 이별 후에 슬퍼하네.
*정삼 : 적삼. 옷소매 *위수강운 : 벗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마음을 뜻한다. 당나라 때 두보(杜甫)가 이백(李白)을 그리워하면서 지은 시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에 “위북에는 봄 하늘에 나무가 섰고, 강동에는 저문 날에 구름 떠 있네.〔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위북은 두보가 있던 곳이고, 강동은 이백이 있던 곳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묘사한 것이다. 여기서는 강만첨을 위수의 나무로 자신을 강동의 구름으로 표현하였음.
過忠州林將軍廟 次李學士商楫韻(과충주임장군묘 차이상즙운)
‘충주 임장군 묘를 지나며’ 이상즙의 운을 차운하다
-김지익 p119-120
古廟丹靑落 고묘단청락 / 사당이 오래되어 단청은 떨어지고
荒臺野鳥留 황대야조류 / 황량한 누대에 들새가 머무네.
碧波遺恨咽 벽파유한인 / 벽파에 남긴 한을 목구멍에 삼키며
未復舊神州 미복구신주 / 옛날의 신주(중국)를 회복하지 못했네.
*임장군 : 임경업.1697년 복권되어 지금의 충주시 단월동에 사당을 세움 *벽파 : ①푸른 파도 ②벽파진 *신주 : 중국
海印寺 次李學士商楫韻(해인사 차이학사상즙운)
‘해인사’ 이학사 상집 운을 차운하다
-김지익 p120
海東名勝此云云 해동명승차운운 / 해동의 명승을 이곳이라 말하는데
今見果如古所聞 금견과여고소문 / 지금 보니 소문과 다름없이
殿上三千眞界佛 전상삼천진계불 / 대웅전에는 삼천의 진리 세계 부처 있고
閣中八萬大藏文 각중팔만대장문 / 장격각에는 팔만대장경 글 있네.
高臺彷彿逢仙子 고대방문봉선자 / 높은 누대는 신선을 만난 것 같고
曲水依然對右軍 곡수의연대우군 / 흐르는 물은 우군을 대하듯 의연하네.
物外淸逰堪可樂 물외청류심가락 / 속세 밖의 맑은 놀이 더욱 더 즐거워
世間富貴等浮雲 세간부귀등부운 / 세간의 부귀는 뜬 구름 같네.
*진계 : 진리가 실현되는 참 세계 *방불 : 견주다. 힘쓰다 *물외 : 속세의 밖
原韻(원운) (海印寺 李學士商楫韻)
원운 (‘해인사’ 이상집 원운)
-이상집 p120
寺自貞元大剏云 사자정원대창운 / 이 절은 정원 연간에 크게 지었다 하는데
今無可敵古難聞 금무가적고난문 / 지금도 상대 없지만 옛날에도 없었네.
黃金佛近三千歲 황금불근삼천세 / 황금빛 부처는 삼천년에 이르고
白馬經傳八萬文 백마경전팔만문 / 백마사 경전을 팔만 글로 전하네.
笙鶴莫攀崔學士 생학막반최학사 / 선학은 최 학사를 만류하지 못했고
衣冠尙憶李將軍 의관상억이장군 / 의관은 이 장군을 언제나 기억하네.
來人去客悠悠意 래인거객유유의 / 오는 사람 가는 나그네 유구한 뜻은
塔廟常聳不滅雲 탑묘상용불멸운 / 우뚝한 탑 묘처럼 구름 속에 영원하네.
*정원 : 당나라 德宗의 연호(780-805) 해인사는 애장왕 3년(802)에 창건 되었음. *고난문 : 옛날에도 듣기가 어려웠다 *백마사 : 중국 최초의 절 *생학 : 신선이 타는 선학(仙鶴)을 말한다. 유향(劉向)이 지은 열선전(列仙傳) 왕자교(王子喬)에 “왕자교는 주나라영왕의 태자 진으로 생황 불기를 좋아했는데, 봉새가 우는 소리가 났다. 이수와 낙수 사이에서 노닐었는데 도사 부구공과 함께 숭산에 올ᄅᆞᆻ다가 30년 뒤에 흰 학을 타고 구씨산 꼭대기에 머물렀다.”라고 하였다. *최학사 : 최치원 *이장군 : 고려말의 이미숭 장군? *유유 : 유구하다. 많다.
四溟大師遺像(사명대사유상)
사명대사 유상
-김지익 p120
君是如來去後身 군시여래거후신 / 자네는 본디 여래 떠난 뒤의 몸으로
紫髯若戟凜風神 자염약극늠풍신 / 붉은 수염 창과 같고 늠름하기 풍신이네.
看它物外瑪瑙色 간타물외마노색 / 세상 밖 마노색(칠보색) 달리 보고
尙帶兵間血雨塵 상대군간혈양진 / 전쟁의 혈우 세상에 항상 머무네.
*자수약극 : 이백(李白)의 〈사마장군가(司馬將軍歌)〉에 “몸이 옥장에 거처하여 하괴에 임하였나니, 자줏빛 수염 창과 같고 관은 우뚝하여라.〔身居玉帳臨河魁 紫髥若戟冠崔嵬〕” 하였다. *풍신 : 사람의 얼굴 생김새나 체격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양새 *마노 : 홍색광이 나는 유리
李陜川淸白碑(이합천청백비)
이협천 청백비
-김지익 p120-P121
學士淸風一脉傳 학사청풍일맥전 / 학사의 청풍일맥 전하고자
磨崖三尺碧山前 학사청풍일맥전 / 삼척의 마애가 벽산 앞에 서 있네.
千秋過客停驂意 천추과객정참의 / 세월 흘러 과객이 말을 세운 까닭은
爲吊江陽失二天 위적강양실이천 / 강양에서 조문하고자 이틀을 허비했네.
*이협천청백비 : 李增榮(? -1563) 본관 전의.「李陜川 遺愛碑文」합천군수 李增榮(? -1563)이 1554년 극심한 흉년에 백성을 구휼한 공적을 기록하고 있음. 1559년 이임하자 남명 조식이 짓고 황기로가 씀. 황기로와 이증영은 1534년 사마시에 함께 합격하였음. *이천 : 중국 사람들이 하루는 一天, 이틀은 二天이라고 표현
愁佛 (수불)
근심스런 부처상
-김지익 P121
丹樓翠閣白雲俱 단루취각백운구 / 붉고 푸른 누각에 흰 구름을 떠있는데
壯麗至斯即不啚 장려지사즉불도 / 이 같이 장려한 건 의도하지 않았네.
經始幾年功告說 경시기년공고설 / 공사를 시작하여 완공한 게 몇 년인가
焦思可見佛形癯 초사가견불형구 / 자세히 살펴보니 부처형태 야위었네.
*수불 : 최흥원이 기록한 「유가야산록 」에 <중략>그 아래에 또 해행대(解行臺)가 있고 그 가운데에 불상이 있다. 짙은 검은 색으로 얼굴에 근심스런 모양이 많았다. 그 연고를 물으니 승려가 말하기를, “이 불상을 중수할 때 이 절에 근심스러운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 근심이 형상에 드러나서 모양이 이와 같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불상의 이름을 ‘수불(愁佛)’이라 부릅니다.” 라고 하였으니 그 또한 허탄한 말이다. 其下又有解行臺。中有佛像。色深黑。面多愁文。問其故。僧言此佛重修是寺勞。愁見於形觀如此。故名愁佛。其亦誕恠也。其北壁末。有崔孤雲畫像 *초사 : 노심초사. 걱정이 끊이지 않음
嫗巖(구암)
할매바위
-김지익 P121
俗傳營寺日 속전영사일 / 전설에 전하기를 절을 짓는 날
有嫗運斯岩 유구운사암 / 할매가 이 바위를 운전하여
鞭石獨非壯 편석독비장 / 바위에 채찍질해도 홀로 나아가지 않아
贏兒猶是男 영아유시남 / 남은 아이 오직 이 남자 뿐 이네.
*구암 : 합천 황매산을 말하는 듯. *편석 : 진 시황(秦始皇)이 돌다리를 만들어 바다를 건너 해가 뜨는 곳에 가려 하였는데, 그때 신인(神人)이 돌을 몰아 바다로 내보냈으나 돌이 멀리 가지 않자 신인이 채찍질하니 돌들이 다 피를 흘렸다는 옛이야기에서 나온 말. 《삼제략기(三齊略記)》.
次黃溪南學士子友韻 (차황계남학사자우운)
황계 남학사 자우 운을 차운하다
-김지익 P121
袖裡徑倫竟莫施 수리경륜경막시 / 소매 속의 경륜을 끝내 베풀지 못하고
鬂毛如雪意悽其 빈모여설의처기 / 귀 밑 머리에 눈과 같아 마음이 처연하네.
藏蹤可作歸山虎 장종가작귀산호 / 종적을 감추고 산으로 돌아가니 산호랑이(신령)이고
行險肎爲過木捭 행험긍위과목패 / 험한 행로 함께 지나니 나무 조각이라네.
道德潤身斯足樂 도덕윤신사족락 / 도덕으로 몸을 적시니 이처럼 즐겁고
貧窮有命不須悲 빈궁유명불수비 / 가난과 궁함은 운명이니 비록 슬퍼하지 않았네.
嗟吾心事誰知者 차오심사수지자 / 아 나의 심사를 누가 알아주는가.
明月知之子亦知 명월지지자역지 / 명월이 알고 자네 역시 알아주네.
*황계 : 충북영동군 황간면의 옛 지명 *남자우 : 뒤의 글로 미루어 조카사위 南尙古로 추정됨. 윤봉구(尹鳳九)(1683~1767) 屛溪先生集卷之二十五 / 書 答南子友 尙古○戊午 등 3편이 검색됨. *수리 : 소매 속 *빈모 : 귀 밑 머리 *장종 : 종적을 감추다
寄南學士(기남학사)
남학사에게 부치다
-김지익 P121-P122
交情始密連家後 교정시밀연가후 / 사귄 정이 두텁고 이웃집에 살면서
英氣曾聞十載前 영주증문십재전 / 뛰어난 기상 일찍이 십년 전에 들었네.
愧我莫追尼父德 괴아막추니부덕 / 부끄럽게 나는 공자의 덕을 따라 가지 못했지만
多君能及子容賢 다군능급자용현 / 그대는 능히 자용처럼 어질었네.
知音不遌丁衰世 지음불악정쇠세 / 지음을 만나지 못하고 인생이 끝나가니
末契端宜托少年 말계단의탁소년 / 못난 벗은 마땅히 소년에게 맡겼네.
樽酒細論何日又 준주세론하일우 / 술잔 들어 논하기를 어느 때에 다시 하리
有時掻首暮雲天 유시소수모운천 / 때때로 머리 긁적이며 친구를 생각하네.
*연가 : 집이 이웃하여 담이 서로 맞닿아 있음. *영기 : 뛰어난 기상 *다군 : 그대는 *자용 :중국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노(魯) 나라의 학자. 공자(孔子)의 조카사위. 덕을 숭상하고 매사를 조심스럽게 처리하여 공자가 그를 허여(許與)하고 자신의 조카딸을 그에게 시집보냄. *지음 : 자기를 알아주는 친구 *말계 : 변변치 못한 친구 *소수 : 머리를 긁다. 《시경》 패풍(邶風) 정녀(靜女)에 “사랑을 하면서도 만나지 못하다니, 머리를 긁적이며 서성일 뿐이로다.[愛而不見 搔首踟躕]”라는 가사가 나온다. *모운 : 운수(雲樹)는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뜻하는 말로, 두보(杜甫)의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 시에 “위수 북쪽엔 봄 하늘에 우뚝 선 나무, 강 동쪽엔 저문 날 구름〔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 한 데서 유래하였다.
次南學士三畳韻(차남학사삼첩운)
남학사의 ‘삼첩운’을 차운하다
-김지익 P122
金颱動湖山 금태동호산 / 金의(가을) 태풍이 산과 호수 진동하니
積雨收玉宇 적우수옥우 / 오랜 비 달빛(옥우)을 거두어,
寥廓鴈嘶秋 요곽안시추 / 텅 빈 하늘에 기러기 우는 가을되니
白髮星星時 백발성성시 / 백발만 듬성듬성 놓이네.
易徂幽懐自生愁 역조유회자생수 / 그윽한 회포 돌려놓으니 시름이 생겨나고
故人遠家在黃山 고인원가재황산 / 멀리 있는 친구 집은 황산에 있네.
碧溪頭目杳杳兮 벽계두목묘묘혜 / 푸른 계곡 머리 돌려 보아도 아득하기에
心悠悠 심유유 / 마음으로 생각하네.
*삼첩 : 세 번 접은 것을 말함 *적우 : 오랜 비 *옥우 : 달 속에 있다는 옥으로 지은 궁전불사약을 훔쳐 달로 달아난 항아姮娥가 여기서 외로이 살고 있다는 전설이 있음. *성성 : 별똥처럼 작은 불씨. *료곽 : 텅 비고 끝없이 넓다. 쓸쓸하고 고요하다 *안시 : 기러기 울음소리 *유유 : 유구하다. 유유하다
次士高村崔景瞻壁上韻(차사고촌최경첨벽상운)
사고촌 최경첨의 ‘벽상 운’을 차운하다
韻即景瞻先祖大司成韻 -김지익 P122
萬象皆春色 만상개춘색 / 만상이 모두 봄빛이고
雨餘自淺深 우여자천심 / 넉넉한 비는 저절로 얕고 깊어지네.
草堂閑臥處 초당한와처 / 초당에 한가로이 누워 있으니
花鳥一般心 화조일반심 / 꽃과 새들 모두가 한마음이네.
*최경첨 선조 대사성 : 김천 출신의 崔士老(1406-1469)를 말하는 듯 *만상 : 형상이 있는 온갖 물건 *일반심 : 한마음이 되다
次牙浦蓮花庵書堂韻(차아포연화암서당운)
‘아포 연화암 서당 운’을 차운하다
-김지익 P122-123
新設書齋開己曾 신설서재개기증 / 새로 만든 서재를 일찍이 열었는데
文園多病未攀登 문원다병미반등 / 문원은 병이 많아 올라가지 못했지만
烏岑月色愁邉白 오잠월색수변백 / 오봉(금오산)의 달빛은 시름 속에 훤하고
鑑水波聲夢裡澄 감호파성몽리징 / 감수의 물결소리 꿈속에서 시원하네.
爲向名區欣得主 위향명구흔득주 / 이름난 곳 향하여 주인 얻은 걸 받들며
遙瞻儒花賀中興 요첨유화하중흥 / 아득한 유학의 꽃 중흥을 축하하네.
諸賢學問須加勉 제현막문수가면 / 어진이들 학문에 반드시 힘쓰고
人一能時己百能 인일능시기백능 / 남이 한 번에 잘하면 나는 백번을 하네.
*아포 연화암 : 현 김천시 아포면 인리로 추정. 살꼬지, 연실(蓮室), 볼밋골, 연모산의 자연부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김천시사>에 1700년 경 화순최씨가 원래 인근 야동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이주하여 서당을 차려 문곡이라 불렀고 또 마을 옆에 연못이 있어서 해마다 연꽃이 만발하여 그 열매가 볼만하므로 마을 이름을 연실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문원 : 한(漢) 나라 때 사마상여(司馬相如)를 말한다. 《漢書 司馬相如傳下》 *인일능시기백능 《중용장구(中庸章句)》 제20장에 “남이 한 번에 잘할 수 있는 일이면 나는 백 번을 할 것이며, 남이 열 번에 잘할 수 있는 일이면 나는 천 번을 할 것이다.[人一能之 己百之 人十能之 己千之]”라는 말이 나온다.“
次崔景瞻草堂八景韻 海棠明月(차최경첨초당팔경운 해당명월)
최경첨의 초당 팔경 운을 차운하다. ‘해당명월’
-김지익 P123
海棠花下月分明 해당화하월분명 / 해당화 아래에는 달빛이 밝고
花氣薰茵月映楹 화기훈인월영영 / 꽃향기 스며든 자리에 달이 기둥사이 비추어
對月看花以醉酒 대월간화앙취주 / 달빛에 꽃을 보다 술에 취하니
世間富貴不嬰情 세간부귀불영정 / 세상의 부귀에 마음 끌리지 않네.
*영정 : 마음이 이끌리다
(次崔景瞻草堂八景韻) 竹間淸風(죽간청풍)
최경첨의 초당 팔경 운을 차운하다. ‘죽간청풍’
-김지익 P123
上有叢篁下有樓 상유총황하유루 / 위에는 대 숲이고 아래는 루가 있어
淸風簫瑟吹無休 청풍소슬취무휴 / 맑은 바람 소슬하게 쉬지 않고 불어는데
岳陽黃鶴何須羡 악양황학하수이 / 악양루 황학루 어찌 부러워하리.
五月軒窓冷似秋 오월헌창검사추 / 오월 창가 서늘한 게 가을과 비슷하네.
(次崔景瞻草堂八景韻) 庭畔黃菊(정반황국)
최경첨의 초당 팔경 운을 차운하다. ‘정원 둑의 황국’
-김지익 P123
菊有黃華滿土庭 국유황화만토정 / 노란 국화 만발하여 정원에 가득하여
酒樽閑徒倚窓欞 주준한도의창영 / 술잔 든 한가한 무리들 창가 난간에 기대니
陶公己去千秋後 도공기거천추후 / 도공이 가고난지 천년이 지났어도
風物依然五柳亭 풍물의연오류정 / 풍물은 변함없이 오류정에 있다네.
*오류 : 도연명(陶淵明 : 365-427)의 자는 원량(元亮), 이름은 잠(潛)이다. 문 앞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를 심어 놓고 오류(五柳)선생이라 칭하기도 했음.
(次崔景瞻草堂八景韻) 盆中寒梅(분중한매)
최경첨의 초당팔경 운을 차운하다. ‘분 중의 겨울 매화’
-김지익 P123
玉骨氷魂返古株 옥골빙혼반고주 / 옥같이 차가운 혼 고목에 돌아오니
恥爭溪柳在房隅 치쟁계류재방우 / 갯버들 방 가에서 부끄러워하는데
一春消息憑君訪 일춘소식빙군방 / 봄 오는 소식에 자네 방문 기대하며
雪裡看花卽不啚 설리간화즉불비 / 눈 속의 간화에 인색하지 않는다네.
(次崔景瞻草堂八景韻) 一帶澄練(일대징련)
최경첨의 초당팔경 운을 차운하다. ‘맑은 물줄기’
-김지익 P123
澄澄檻外水流東 징징함외수류속 / 맑디 맑은 난간 밖 물, 동으로 흐르고
浩浩源波碧海通 호호원파벽해통 / 넓고 넓은 근원의 물결 푸른 바다에 통하는데,
觀瀾貞味誰先前 관란환미수선전 / 관란의 참된 의미 누가 먼저 나아갔나.
有宣尼後晦翁得 유선니후회옹득 / 중니가 베푼 후에 회옹이 얻었다네.
*징련 : 맑게 익히다. 유교에서는 인간의 정서를 순화(純化)·징련(澄練)하는 예술적 자질의 함양을 시교(詩敎)하는 방법 *호호 : 넓고 크다 *원파 : 근원 *관란 : 세상을 아는 것은 마치 바다를 아는 것처럼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차라리 여울물을 관찰하는 학술적인 방법을 통해서 근원적인 지식을 터득해 보려는 시도. 《맹자》〈진심 상(盡心上)〉에 “물을 관찰하는 방법이 있다. 반드시 여울을 보아야 할 것이니, 그러면 그 물의 근원이 있음을 알 것이다.〔觀水有術 必觀其瀾〕”라는 말이 나온다.
(次崔景瞻草堂八景韻) 四面翠帳 (사면취장)
최경첨의 초당팔경 운을 차운하다. ‘사방의 푸른 산천’
-김지익 P124
落落長松面面岡 낙락장송면면강 / 낙락장송 모두 다 굳세어
草堂自此倍生顔 초당자차배생안 / 초당은 이것으로 갑절이나 좋아졌네.
却悲問童尋秘跡 각비문동심비적 / 슬픔 잊고 동자에게 물어 신비한 자취 찾으니
故敎翠帳属塵間 고교취장속진간 / 짐짓 푸른 장막으로 속세를 감싸 버렸네.
*면면 : 여러 사람들의 각각의 얼굴 *각비 : 슬픔을 잊다 *문동 : 당나라 가도(賈島)의 〈방도자불우(訪道者不遇)〉 시에 “소나무 아래에서 동자에게 물으니, 스님은 약초를 캐러 나갔다네. 이 산속에 계신 것만은 분명한데, 구름이 깊어서 어딘지는 모른다네.〔松下問童子 言師採藥去 只在此山中 雲深不知處〕”라는 표현이 있다. *취장 : 푸른 장막. 부인의 침실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사방의 푸른 산천을 비유.
(次崔景瞻草堂八景韻) 平沙鴈陣 (평사안진)
최경첨의 초당팔경 운을 차운하다. 넓은 모래밭의 기러기 떼.
-김지익 P124
夕陽無限近昏暝 석양무한근혼명 / 넓게 펼친 석양이 저물어 가는 무렵
往往沙中似聚兵 왕왕사중사취병 / 모래밭을 오고가는게 무리지은 병사 같네.
呌月嘶雲聲斷處 규율시운성단처 / 달 구름 속에서 울음소리 그치니
始看霜翮陳烟汀 시간상핵진연정 / 비로소 물안개 펼쳐진 곳에서 하얀 깃털 보게 되네.
*혼명 : 깜깜해지다. *규월 : 달 속에서 울다 *상핵 : 하얀 깃털을 비유한 듯
(次崔景瞻草堂八景韻) 大野農歌 (대야농가)
최경첨의 초당팔경 운을 차운하다. 큰 들의 농부가
-김지익 P124
太平形象曲中多 태평형상곡중다 / 태평한 모습이 노래 속에 가득하고
禾滿長郊細雨斜 화만장교세우사 / 벼가 익는 긴 들판에 가랑비 스쳐가네.
莫云熙皡時相遠 막운희호시상원 / 태평시절 멀리 있다 말하지 말라
更聽康衢擊壤歌 경청강구격양가 / 큰길에서 격양가를 다시 듣고 있다네.
*희호 : 백성의 생활이 즐겁고 화평함. *강구 : 여러 곳으로 두루 통하는 큰 길거리
題崔景瞻新置草堂(제최경첨신치초당)
최경첨이 새로 지은 초당에 이름을 붙이다.
-김지익 P124
舊基新拓結茅廬 구기신척결모려 / 옛터를 새로 닦아 초가집 지어놓고
三尺孤琴一架書 삼척고금일가서 / 삼척의 거문고와 책상에서 책을 읽다
朝雨缓驅靑草犢 조우완구청초독 / 아침 비에 느긋하게 풀밭에 송아지 풀어 놓고
夕陽閑釣緑池魚 석양한조연지어 / 석양 가에서 한가하게 연지에서 낚시하네.
江山造物藏無盡 강산조물장무진 / 강산이 만든 물건 간직하기에 끝이 없어
風月吾人占有餘 풍월오인점유여 / 풍월은 나에게 가지고도 남게 하네.
孝友家聲傳不墜 효우가성전불추 / 효도하고 우애로운 가문 명성 전통을 잃지 않아
士高村號信非虛 사고촌호신비허 / 사고촌이라 부르니 믿음이 헛되지 않네.
次 劉·沈兩學士 直旨寺萬歲樓韻 四韻一, 絶句二, 小詩二 P124
유·심학사의 직지사 만세루 운을 차운하다. 4운1, 절구2, 소시2
*유,심양학사 : 글 중에 등장하는 유응팔, 심구보를 말하는 듯 *사운 : 중국어 한자음을 그 성조에 따라 평성, 상성, 거성, 입성의 네 종류로 나눈 것을 아울러 이르는 말 *절구 : 네 구로 이루어지는 한시의 형식 *소시 : 짧고 간단한 시
次劉沈兩學士直旨寺萬歲樓(직지사만세루)
유,심 두 학사의 직지사 만세루 운을 차운하다.(1)
-김지익 P124
風乎樓上詠而來 풍호루상영이래 / 루위에서 바람 쐬고 노래하며 돌아오니
雲影天光萬里開 운영천광만리개 / 햇빛 아래 구름 그늘 만 리에 열렸네.
男兒到此眞豪杰 남아도차진호걸 / 남아가 이곳에 와서 진정한 호걸 되니
更引春醪舉大盃 경인춘료거대배 / 봄 막걸리 큰 잔에 걸러서 다시 들이키네.
*춘료 : 봄에 거른 막걸리
次劉沈兩學士直旨寺萬歲樓(직지사만세루)
유,심 두 학사의 직지사 만세루 운을 차운하다.(2)
-김지익 P125
昔聞玄訓大方家 석문현훈대방가 / 지난 날 어진 가르침 들어서 일가를 이루었고
實地端冝是足加 실지단의시족가 / 실지가 단정하니 무엇을 더 더하리.
常行正路君知否 장행정로군지부 / 언제나 바른 길 행하는 걸 그대는 몰랐던가.
窘步悲遵捷逕斜 군보비준첩경사 / 궁한 걸음 슬프게 따르며 좁은 비탈 길 가고 있네.
*현훈 : 심오한 교훈 *대방가 : 어떤 분야에서 아주 뛰어난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영향을 미치는 사람 *실지 : 실제의 처지나 경우 *족가 : 蛇足. *군지부 : 그대는 몰랐는가 *군보 : 보행이 곤란하다
次劉沈兩學士直旨寺萬歲樓(직지사만세루)
유,심 두 학사의 직지사 만세루 운을 차운하다.(3)
-김지익 P125
數年江渭合簮遅 수년강위합잠지 / 수년간 헤어진 벗 만남이 지체되다
一室芝蘭幸襲菲 일실지란행습비 / 한 방에 지란향기 다행히 젖어들어
樓上對樽欣得月 루상대준흔득월 / 루 위에서 잔 권하며 달뜨는 걸 반기다가
山頭窺日畏舍暉 산두규일외사휘 / 산꼭대기 해를 보며 날 밝는 걸 걱정하네.
豈歎泥蠖相沉屈 개탄니확상침굴 / 진흙 속 자 벌레는 서로 가라앉는 걸 개탄하고
會見雲鵬共奋飛 회견운붕공분비 / 구름속의 대붕은 함께 날아오르길 기대하네.
力稼方能秋有獲 역가방능추유획 / 힘을 다해 심어야 가을 수확 있듯이
莫辞旅苦着工歸 막사여고착공귀 / 여로의 어려움 말하지 말고 돌아가 시작하세.
*강위 :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뜻한다. 두보(杜甫)의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의 “위수 북쪽엔 봄 하늘에 우뚝 선 나무, 강 동쪽엔 날 저문 구름.〔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에서 유래하였다. *합잠 : 다시 만나다 *지란 : 《공자가어(孔子家語)》 육본(六本)에 “선인과 거처하는 것은 난초 향기 가득한 방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與善人居 如入芝蘭之室]”는 말이 있음. *규일 : 진(晉)나라 때의 고승(高僧) 지도림(支道林)이 말하기를, “북인들의 글 보는 것은 마치 드러난 곳에서 달을 보는 것과 같고, 남인들의 학문은 마치 들창 구멍으로 태양을 보는 것과 같다.[北人看書如顯處視月 南人學問如牖中窺日]” 한 데서 온 말로, 즉 안목이 넓음을 의미한다. *니확 : 진 흙속의 자 벌레 *침굴 : 가라않다. 물러나다 *방능 : 비로소 ~할 수 있다
次劉沈兩學士直旨寺萬歲樓(직지사만세루)
유,심 두 학사의 직지사 만세루 운을 차운하다.(4)
-김지익 P125
澗邉鳥語濕 간변조어습 / 개울가 새 소리 촉촉하고
花下水聲紅 화하수성홍 / 꽃 아래 물소리 붉네.
閑坐江山裡 한좌강산리 / 한가하게 강산 속에 앉아
依然繪畵中 의연회화중 / 의연하게 그림을 그리는 중이네.
次劉沈兩學士直旨寺萬歲樓(직지사만세루)
유,심 두 학사의 직지사 만세루 운을 차운하다.(5)
-김지익 P125
末路知音少 말로지음소 / 늘그막에 친구가 적은데
平生我與君 평생아여군 / 평생토록 나는 자네와 함께 하네.
草堂花月夜 초당화월야 / 초당에 꽃과 달이 있는 밤
把酒細論文 파주세론문 / 술잔 잡고 글을 논하네.
次劉學士韻(차유학사운)
유학사 운을 차운하다
-김지익 P125
一堂貧主接衿紳 일당빈주접금신 / 가난한 집 주인이 선비를 맞아
不是偸閑放浪人 불시투한방랑인 / 한가한 틈 내지 못해 나그네 놓아주네.
文到極微恒討奧 문도극미항토오 / 글이 지극한 이치에 이르면 항상 오의를 토론했고
酒交滿酌不話頻 주교만작불화빈 / 술을 가득한 잔에 주고받을 때 자주 말하지 않았지만
資君博學惟觀善 자군박학유관선 / 자네의 학문 넓히는 바탕은 오로지 선을 살피는 것인데
以我謏聞豈輔仁 이아소문개보인 / 나는 들은바 대로 하여서 어찌 仁을 돕겠는가.
最愛靑年映白髪 최애청년영백발 / 아름다운 청년이 백발을 드리우니
英風豪氣政相均 영풍호기정상균 / 영웅 풍모와 호기가 서로 어울려 바르게 되네.
*금신 : 선비, 士流 *랑인 : 정한 곳이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사람 *극미 : 지극히 작거나 보잘것없이 작음 *영풍호기 : 고상한 품격과 씩씩한 기개 *상균 : 陰陽相均. 음과 양이 서로 잘 어울림
劉學士 原韻(유학사 원운)
유학사 원운
-유학사(劉應八?) P126
慇懃誨語可書紳 은근회어가서신 / 은근히 가르치는 말을 허리띠에 적으며
先進勞勞覺後人 선진노노각후인 / 앞사람의 힘쓴 노력 후인을 일깨우고자
十里風烟來去苦 십리풍인래거고 / 십리길 풍연 속을 오가는 고초에도
一堂花月講論頻 일당화월강론빈 / 집안의 화월 속에서 강론을 자주했네.
曾思卷裡言誠敬 증사권리언성경 / 증자와 자사는 책 속에서 誠과 敬을 말했고
孔孟篇中敎義信 공맹편중교의신 / 공자와 맹자는 글 가운데 信과 義를 가르쳤네.
若使不才知竗理 약사부재지묘리 / 재주가 부족해도 묘리를 알게 하니
楊名可見入成均 양명가견입선균 / 이름을 날려서 성균관에 드는 걸 볼 수 있으리.
*서신 : 중요한 말을 잊지 않도록 허리에 맨 띠에 적어 두는 것으로, 공자가 충신(忠信)과 독경(篤敬)에 관해 말하자 자장(子張)이 이를 띠에 적었던 데서 유래한다. 《論語 衛靈公》 *풍연 : 바람과 안개. 풍경. *증사 : 증자(曾子)와 자사(子思) *공맹 : 공자와 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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