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중의 해석
유가 중 사상의 연원은 『서경』의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에 두고 있다.
“程伊川은 ‘중’을 ‘極至處’로 보고**, 그것을 인식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위태롭기 쉬운 인심과 은미한 도심을 정찰하고 한결같이 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인심과 도심의 관계 속에서 중 사상을 제기한 그의 中論은 呂大臨****과 심도 있는 논변을 통해 철학적으로 드러난다. 논변에서 나타난 문제는 ‘중’이 ‘性’이냐 ‘道’이냐 것이다. 여대림의 ‘중이 곧 성[中卽性也]’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천은 ‘중이 곧 도[中卽道也]’라고 주장한다. 그 까닭은 ‘率性’이 ‘도’이니 ‘중’으로부터 나온 것은 ‘도’가 아님이 없고, ‘性’에 따라 행하는 것도 ‘도’ 아님이 없기 때문이라며, “‘중’이란 ‘성’의 體段을 나타내는 것이니,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지다고 하여 모지고 둥글면 천지라고 말하는 것이 가능한가? ‘모나고 둥글다고 천지라 할 수 없는 것은 모나고 둥근 것에서 만물이 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며 ‘중’을 그대로 ‘성’이라고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또 하나의 쟁점은 『맹자』에 있어서의 ‘赤子之心’이 ‘중’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이다. 여대림은 ‘적자지심’이 ‘중’이라고 생각하였으며, ‘적자지심’은 단지 純一하여 거짓이 없으며 偏倚한 바가 없음의 의의를 취한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에 반하여 이천은 實然의 관점에서 ‘적자지심’은 ‘중’이 될 수 없고, ‘화’라고 말하였다. 이것은 적자지심을 ‘已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이천의 ‘중’에 대한 견해는 蘇季明과의 문답 논쟁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이 되고 있다. 양자 간의 논점은 ‘在中’의 뜻을 긍정하는 것과 ‘求中’의 뜻을 반대하는 것이 문제이다.******* 즉 전자는 희로애락 미발지중이 ‘在中’의 뜻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만약 희로애락 未發時에 存養한다고 하면 되지만, 만약 희로애락 미발 전에 구한다고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천은 ‘중’자를 도, 성 또는 不發未形의 마음[心]의 체단體段을 형용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에 “소계명의 ‘중’에는 형체가 없으니, ‘중’이라 함은 단지 도의 특성을 말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받게 된다. 이 물음에 대하여 이천은 “분명히 형체가 뚜렷이 있기 때문에 옛 성현께서 ‘중’이라 명명한 것이다. 내가 말하는 형체라는 것은 정확히 표현하면 가시적인 형체가 아니라 形象인 것이다.”*********라고 대답하고 있다. 여기서 이천이 말하는 형상은 형태와 같이 존재의 꼴을 표현하는 말로, 시각이나 감각을 통하여서는 지적할 수 없는 무형의 존재로서 그것은 오직 순수직관으로서만 비로소 인식할 수 있는 것을 말한 것이다.**********
* 『書經』 「虞書」 「大禹謨」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재인용
** 程顥 程頤, 『二程集(1)』, 河南柳氏遺書 卷第19, 伊川先生語 5, 楊遵道錄 “中是極至處”.
***민황기, 「『중용』에 나타난 세계관과 인간이해」, 『철학연구 제85집』, 2008, 48쪽.
****여대림(呂大臨, 1040~1092):중국 송(宋)나라의 학자.
*****黃宗羲, 『宋元學案』 卷 第31, 呂范諸儒學案, 未發問答 “程子曰 ‘中卽性也’ 此語極未安 中也者 所以狀性之體段 如稱天圓地方 遂謂方圓爲天地 可乎? 方圓旣不可謂之天地 則萬物決非方圓之所出. 如中旣不可謂之性 則道何從稱出于中” 참조.
******黃宗羲, 『宋元學案』 卷 第31, 呂范諸儒學案, 未發問答 “(與叔曰) 喜怒哀樂未發 則赤子之心 當其未發 此心至虛 無所偏倚 故謂之中”
*******『二程集』(1), 河南程氏遺書 권 제18, 伊川先生語 4, 劉元承手編.
********『二程集』(1), 河南程氏遺書 권 제18, 伊川先生語 4, 劉元承手編 “蘇季明問‧‧‧‧‧‧或曰 喜怒哀樂未發之前求中 可否 曰 不可 旣思於喜怒哀樂未發前求之 又却是思也 旣思卽是已發 已發便謂之和 不可謂中也”.
*********『二程集』(1), 河南程氏遺書 권 제18, 伊川先生語 4, 劉元承手編 “中莫無形體 只是箇言道之題目否 曰 非也 中有甚形體 然旣謂之中 也須有箇形象”.
**********김영묵, 「東洋의 中觀(其五 程伊川)」, 『Journal of Kongju national university. 17』, 공주대학교, 1976, 192-193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