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절했던 지난날의 골짜기를 지나 마주한 노년의 황금기
- 65세를 분기점으로 일제히 상향한 곡선… 삶의 굴곡을 아름다운 무늬로 품다
지난 6월 5일 첫발을 내디딘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관장 이대원)의 웰다잉(Well-Dying) 체계화 사업, “마침표도 연습이 필요해” 교육이 12회기 여정의 마무리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죽음을 터부시 하거나 두려움의 대상으로 밀어두지 않고, 지나온 삶의 궤적을 긍정하며 존엄한 마무리를 스스로 준비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우리의 삶은 직선이 아닙니다. 높은 산봉우리처럼 기쁜 날도 있었고, 깊은 골짜기처럼 외롭고 힘든 날도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모든 길을 직접 걸어왔다는 사실입니다."
교육실 스크린에 비친 이 한 줄의 문장은 평생 격동의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참가자들의 가슴을 깊게 울리며 진정한 배움의 문을 열었다.
노화는 소멸이 아닌 진화… '삭다'와 '익다'의 지혜
웰다잉 교육의 핵심은 결코 죽음 그 자체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남은 삶을 어떻게 가치 있고 품위 있게 채워갈 것인가를 묻는 '웰에이징(Well-Aging)'과 맞닿아 있다.
강의를 맡은 한국애도심리상담협회 변기택 강사는 '썩다'와 '삭다'의 차이를 짚으며 노년의 가치를 역설했다. 삭는다는 것은 발효되어 깊은 맛이 들고 잘 익어가는 과정이다. 겉으로는 기력이 쇠하고 무너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인생의 완성을 향한 근본적인 성숙이 일어난다. 삶의 속도가 완만해질 때 비로소 자신을 성찰하고 삶의 지혜를 싹 틔울 여유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65세를 분기점으로 솟아오른 '삶선(인생 그래프)'의 비밀
2회기 교육에서 진행된 '삶선(인생 그래프) 그리기'는 참가자 모두에게 커다란 인식의 전환을 안겼다. 태어났을 때부터 현재까지 가장 기뻤던 순간과 처절하게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하나의 선으로 이어가는 작업이었다.
참가자들의 그래프를 종합한 결과 놀라운 공통점이 드러났다. 참석자 대다수의 삶선 곡선이 '65세'를 분기점으로 뚜렷한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젊은 시절은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다. 가난과 사회적 격변, 치열한 일터, 자녀 양육과 가족 부양의 무거운 짐 속에서 어르신들의 인생 그래프는 깊은 골짜기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그러나 무거운 의무를 내려놓고 비로소 '나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시작한 65세 이후의 궤적은 완만하면서도 견고하게 상승했다. 젊은 날의 모진 시련을 통과한 이들에게 노년기는 결코 인생의 내리막이 아니라, 온전한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진정한 '황금기'였던 셈이다.
한 참가자는 "살아오며 힘들고 고단한 고비가 많았지만, 세월이 흘러 돌아보니 그 모든 시련마저 오늘의 나를 만든 소중한 추억이자 배움이었다"며 담담한 소회를 털어놓아 깊은 울림을 전했다.
아름다운 소풍을 완성하는 따뜻한 마침표
천상병 시인은 대표작 《귀천(歸天)》에서 인생을 '아름다운 세상 소풍'이라 칭하며, 훗날 돌아가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노래했다. 즐거운 소풍을 온전히 마치기 위해 집으로 향할 채비가 필요하듯, 인생 또한 잘 살기 위해서 아름다운 마침표를 준비하는 연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의 웰다잉 교육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유언장 쓰기, 나만의 장례식 디자인 등 실질적인 준비뿐만 아니라, 지나온 굴곡을 인생의 멋진 무늬로 긍정하는 자아통합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불완전했던 젊은 날의 상처를 보듬고 오늘을 온전히 살아낼 때, 삶의 마침표는 두려움이 아닌 눈부신 축복이 된다. 65세의 고개를 넘어 황금기를 맞이한 노년세대가 전하는 웰다잉의 참된 교훈이다.
정재순 서대문시니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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