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이라, 겨울이라 외롭다고요?
이 겨울 몸과 마음을 채워주네, 김포 전류리포구 숭어
지난 11월, 겨울 특집으로 '싱글을 위한 겨울 몸보신 힐링 맛투어'를 시작했다. 여기저기 생채기 나기 쉬운 겨우내 몸이라도 잘 챙기자는 깊고 진한 동료애에서였다. 하지만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몸과 더불어 마음의 보신도 필요한 법. 깊고 진한 겨울을 느끼기 위해 또 새해의 첫해를 보러 김포의 전류리포구로 향했다.
눈은 쌓이고 날은 춥고. 얼음에 갇힌 전류리포구의 배들은 중장비를 통해 뭍으로 물로 들고 난다
해맞이를 시작으로 봄이면 봄꽃 찾아, 여름이면 피서지 찾아, 가을이면 단풍 찾아 나섰던 지난날들을 떠올려보자. 언제 가장 행복했는지, 어디가 가장 좋았는지 기억하는가. 여행지 자체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했는가가 우선이지 않던가.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어디든 그곳은 최고의 여행지가 된다. 그러니 싱글들이여, 서러워 마시라. 그대 곁에는 피를 나눈 가족이 있다. 또 그 무엇보다 견고한 싱글 친구들이 있지 않은가. '좋은 사람'의 뜻이 개인용 이성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싱숭생숭해진 마음은 한해의 마지막 날이 가까워질수록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갈짓자 행진을 계속한다. 딱히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라 방향을 잡을 수도 없다. 어디로 가는지 어디까지 가는지 그동안 살아온 년차가 내공이 되어 묵묵히 기다릴 뿐이다. 그리고 곧 깨닫게 된다. 그렇다. 싱글도 새해의 해맞이를 보고 싶다. 한줄기 희망이던 솔로대첩은 그냥 깨끗이 잊기로 하자. 큰맘 먹고 새해 구경을 가려 해도 전국의 유명 해맞이 명소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갈 수는 있으나 그 많은 인파에 휩쓸려 타인으로부터 본인이 '싱글'임을 확인받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준비했다. 서울 경기권의 싱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조용한 해맞이 장소, 경기도 김포의 전류리포구를 소개한다.
한강 하구에 남겨진 단 하나의 포구
한강 최북단에 자리한 전류리포구. 강변도로와 한강 사이에 자리한 작은 포구다
경기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 한강 하구에 자리한 유일한 포구, 전류리포구의 주소이다. 남과 북이 분단되기 전만 해도 조강포와 신리포 등의 포구들이 한강 하구를 지켰다. 태백 검룡소에서 발원한 한강이 긴 여행을 마치고 서해로 합류할 즈음, 민물과 짠물이 넘나드는 풍요로운 강의 하구에 포구들이 들어선 건 당연한 일 아니었을까.
덕분에 전류리포구에서는 계절마다 제철 물고기를 자연산으로 아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지금부터 3월까지는 숭어가 제철. kg당 1만2000원이면 자연산 숭어를 맛볼 수 있다. 쫀득쫀득한 씹는 맛이 일품이다. 봄이면 황복과 새우 그리고 웅어, 여름이면 농어와 장어, 가을이면 참게와 새우 등이 제철이다. 이 작은 포구에 1년 365일 끊임없이 사람들이 찾아드는 이유다.
아직까지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는 조금 복잡하다. 강화운수(031-987-6021)에서 운행하는 2번 버스를 타고 마곡사거리에서 23번 마을버스로 갈아타서 전류리로 향해야 한다. 마을버스 배차간격이 1시간이니 가능하다면 자가운전을 추천한다. 일산대교를 건너 우회전해서 78번 지방도에 오르면 멀지 않다. 한강 하구로 향하는 길, 오른쪽으로 물줄기가 따라 붙는다. 한강 끝자락이다. 날이 추워서인지 서해 자락과 가까워서인지 물줄기 흐름이 느려지는 것 같다. 강변도로를 따라가다 '한강의 최북단 전류리포구' 안내판과 만나면 잠시 후 목적지에 도착한다.
전류리포구의 회센터(?). 고깃배 이름을 딴 횟집들이 자리하고 있다. 어디든 가격을 같다
우선 놀랍다. 도로 한 켠으로 빠져나오면 한강 줄기를 마주한 작은 공간이 나오는데 군부대 철조망은 차치하더라도 포구가 너무 작다. 눈이 너무 많이 온데다 기온까지 뚝 떨어져 중장비를 동원해 배를 올리고 내린다. "물이 얼어 고기를 잡으러 나가지 못했다"는 봉성호 선장은 "숭어 제철인데 잡이가 영 시원치 않다"고 걱정했다. 전류리포구를 찾은 날에도 눈발은 계속 흩날렸다. 철조망을 배경으로 바닷바람 쏘이러 나온 숭어며 농어만 아무 걱정없이 겨울 포구를 찾은 이들을 반긴다.
해맞이는 기본, 제철 맞은 숭어회 쫄깃한 맛이 일품!
눈발 날리는 겨울 포구에 서니 물줄기 위 얼음 사이로 몇몇 고깃배가 작업중이다. 날은 흐리고 또 거친데 고깃배들은 쉬지 않고 얼음을 피해 일을 나섰을 것이다. 고깃배들이 오가는 뒤편 뭍으로 봉성호·천현호·태창호 등 고깃배 이름을 딴 횟집이 자리한다. 마음에 드는 곳에서 회를 떠서 강원호에서 운영하는 공간(?)으로 들어서면 된다. 어디서 회를 사건 먹을 때는 모두 이곳으로 모인다.
전류리포구에서 회를 썰어서 식당으로(오른쪽)으로 가면 야채쌈과 매운탕을 더해 먹을 수 있다 야채쌈이 더해진 한상(왼쪽)을 먹은 후 맛보는 매운탕 라면(오른쪽)
고깃배의 바깥양반들은 선장이다. 이들이 고기를 잡아오면 안주인들은 고깃배 이름을 달고 횟감을 썰어내는 시스템 덕분에 싱싱한 회를 아주 아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회만 사러 오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회를 떠서 전류리포구, 이곳에서 먹고 싶다면 식당 공간으로 가면 된다. 4인까지는 야채 차림비용 4000원으로 회를 맛볼 수 있다. 여기에 2인은 6000원, 3인 이상은 1만1000원을 더하면 얼큰한 매운탕까지 맛볼 수 있다. 매운탕에 라면사리를 맛보고 싶다면 매운탕은 3인 이상으로 시키는 편이 낫다. 매운탕 라면이 또 다른 별미다.
1월1일에 전류리포구에서 새해맞이 해넘이축제가 열린다. 여기 횟집들도 모두 문을 연단다. 황폐해진 폐에 신선한 바람 좀 쏘이며 새해맞이도 하고 싶다면 고민하지 말고 전류리포구로 가보자. 해맞이야 사람이 많겠지만 그렇다고 어디 그 유명한 해맞이 장소들처럼 번잡스러울까. 한 가지 더. 송년회를 못했거나 신년회를 계획하고 있다면 이곳을 기억해두자. 저렴한 가격에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으니 그 순간만큼은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특별한 한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가족과 함께라면 새해에는 사랑받는 자식으로 등극할 것이고 친구와 함께라면 놀러갈 때면 찾아주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되리라. 아, 특별한 한사람을 만나기는 더 어려워지려나?
여행정보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일산대교→78번 지방도(전류리 방면)→전류리포구
2.맛집 (전류리포구 횟집)
봉성호 하성면 전류리 / 010-8834-3044
천현호 하성면 전류리 / 010-2329-4475
봉성7호 하성면 전류리 / 010-4122-2881
태창호 하성면 전류리 / 010-2894-2696
첫댓글 엥? 우리 공장 가는 길옆인디...
燈下不明
寸鐵殺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