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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열대야] 17
S#1. 대학병원 전경
S#2. 동 병원 검사실 (진단방사선과)
MRI 촬영중인 정우. 진단방사선과 담당의와 나란히 앉아 정우를 지켜보고 있는 지환.
지환 : 움직이지 말아요. 불안해하지 말구 편하게 그냥 누워 있으면 돼요.
정우 : (담담한 표정으로)
지환 : (유심히 살피고 있는)
S#3. 동 병원 지환의 방
소파에 앉아있는 영심, 두손을 모아 간절하게 기도를 하고 있다.
불안한 마음에 영심, 일어나고 왔다갔다 서성거리는데.. 영심의 시선에.. 남편의 책상에 올려져있는 가족사진.
영심, 이끌리듯 다가가고 액자를 집어들고 들여다본다. 건호, 지원이, 그녀, 그리고 남편..
아이들의 모습에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남편에게도 너무 미안하다. 무겁고 긴 한숨을 내쉬는 영심.
영심, 애써 액자를 제자리에 놓고 돌아나오는데 남편의 양복상의가 바닥에 떨어져있다.
영심, 주워서 구석구석 먼지를 터는데.. 남편의 양복 어느 한켠에 떨어지기 직전으로 달랑거리고 있는 단추.
영심 : (달랑거리고 있는 그 단추, 너무나도 속이 상한다) ... (눈물이 핑 돈다)
S#4. 동 병원 검사실
모니터 보며 놀라는 표정이 되는 담당의사.
의사의 표정변화에 모니터 주시하는 지환, 차츰 표정이 굳고 누워있는 정우를 심각한 얼굴로 응시한다.
아는 듯 모르는 듯 눈을 감은 채 누워있는 정우.
지환 : (난감해지고)
*시간경과 되고..
검사가 끝나고 나란히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환자복 차림의 정우와 의사가운 차림의 지환.
정우 : (담담한) ... ...
지환 : (착찹한) ... ...
정우 : 엉망..이죠.
지환 : (?)
정우 : 제 머리통 속 말이예요.
지환 : (끄덕이는)
정우 : 얼마나..?
지환 : (차마 말을 못하는)
정우 : 그 정도예요?
지환 : ... ...
정우 : (허탈한 웃음) 허어.. (체념한 듯 선선히 받아들이며 끄덕끄덕) ... ...
지환 : ... ...
정우 : 영심씨.. 왜 안데리구 가시는 겁니까? 끝내 용서 못하시구 버리..시는 겁니까?
아니면 곧 죽을 놈이라 저같은 놈하구 같이 있는 건 신경두 안쓰이시는 겁니까?
지환 : ... ...
정우 : 대답해..주셨음..좋겠어요.
지환 : 아낼.. 기다리구 있는 중이예요. 돌아..올 거라구 믿어요.
정우 : (그저 끄덕이는) ... ... 사랑..하십니까?
지환 : (끄덕이는)
정우 : (그저 끄덕이는) ... ... 두시간만 영심씨 좀 맡아주세요. 저 있는 고시원에 못오게.
지환 : (묻듯 쳐다본다)
정우 : 떠나..드릴게요. 두번 다신 영심씨가 못 찾아오는 곳으루 꼭꼭 숨어드릴게요.
지환 : (놀라는)
정우 : 제 방에 가서 짐 챙겨서 떠날 동안만 선생님이 영심씨 아무데두 못가게 잡고 계셔주세요.
아무리 생각해두 그 방법밖엔 없을 거 같아요.
지환 : 박정우씨?
정우 : 그렇게 해주세요. 영심씨한텐.. 그게 제가 해야할 몫이구,
제가 떠난 다음의 일은 선생님 몫이니까 그건 선생님이 알아서 하세요.
지환 : 집사람.. 박정우씨 떠난 거 알면, 힘들어 할 거예요. 집사람,
정우 : (O.L) 선생님이라면 선생님이 사랑하는 여자, 죽어가는 선생님 옆에 그냥 놔두시겠습니까?
툭하면 쓰러지고 툭하면 정신 놓구 툭하면 토하구, 점점 머리카락두 빠질 텐데,
점점 더 마른장작처럼 살이 쑥쑥 빠져나갈 텐데.. 악쓰구 욕하구 소리지르는 일밖엔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두 없는데..
지환 : ... ...
정우 : 더는 아프게 하구 싶지 않아요. 더 이상 나로 인해서 상처받게 하구싶지 않아요.
영심씨 모르게 제가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선생님이.
지환 : ... ...
S#5. 동 병원 복도
정우와 지환, 나란히 걸어나오고..
정우 : 안녕히.. 계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지환 : (복잡하고) ... ...
정우 : (정중하게 목례하고 천천히 걸어나간다)
지환 : (몹시 불편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
정우 : (안간함으로 영심을 뒤고 하고 그렇게 걸어나간다)
S#6. 동 병원 지환의 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지환의 시선에.. 소파에 앉아 자신의 양복 단추를 부지런히 꿰매고 있는 영심.
지환 : (복잡하고) ... ...
영심 : (아직 모르고 고개를 숙인 채 열심히 바느질 하고 있다)
지환 : (다가와 서고 그런 아내를 힘든 시선으로 바라보고 섰다)
영심 : (그제야 보고, 묻듯 간절하게 바라본다)
지환 : (아연해지고) ... ...
영심 : 검사..결과.. 나왔..어요?
지환 : (끄덕이며 앉는다)
영심 : 어, 어떻게..?
지환 : (무겁게 가로젓는)
영심 : (풀썩 온몸이 꺽이고)
지환 : ... ...
영심 : 정우씬..?
지환 : (힘들고) ... ...
영심 : 아직.. 검사.. 실에 있어요?
지환 : (그저 끄덕이는)
영심 : 그,그럼 아,앞으루 어,멀마나..?
지환 : 준비..해야..할 거.. 같아.
영심 : (멍해지고) ... ... (멍한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지환 : ... ...
영심 : (안간힘으로 눈물을 훔쳐내고 묵묵히 바느질을 마저한다) ...
(그러나 쉴새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때문에 바느질 하기가 여의치가 않다) ...
지환 : ... ...
영심 : (눈물과 싸우며 고집스레 바느질을 하고) ... (그러다 결국 바늘에 찔려서 피가 흐른다) ...
(새빨갛게 흐르는 영심의 피!)
지환 : (그저 손수건 꺼내 피를 닦아주고 눌러서 지혈시킨다)
영심 : (지환에게 손 잡힌 채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고)
지환 : (그런 아내 바라보며 갈등한다)
*시간 경과 되고..
영심 : (스르르 일어나며) 검사실에 가볼게요. 그사람 아무래두 거기서 나 기다리구 있나봐.
지환 : (힘들고) ... ...
영심 : 오늘 고마웠어요. 애,애들.. 아녜요. 그만 가볼게요. (걸어나가는데)
지환 : (붙잡듯) 여보!
영심 : (뒤돌아본다)
지환 : 좀 더.. 있다가 가. 검사.. 끝나면 그친구.. 내방으루 오기루 했어.
영심 : 내려가..볼래요. 어쩐지.. 걱정이 좀 돼서.. 미안해요. (뒤돌아 나간다)
지환 : (힘들어서 두눈을 질끈 감는다)
S#7. 동 병원 검사실
영심, 들어와 정우를 찾지만 검사실 안엔 다른 환자가 검사중이다. 갸웃하며 나가는 영심.
S#8. 동 병원 일각
정우를 찾아서 헤매다니는 영심. 웬일인지 차츰 불안해지는 영심.
S#9. 동 병원 지환의 방
고뇌하는 지환.
영심 : (E) 죽었어. 이미..난.. 죽었어 여보. 그사람.. 죽을병 걸린 거, 그거 안 순간에, 이미 난 그사람 따라 죽었어.
지환 : (극심하게 부대끼고, 떠올리는)
S#10. 지환의 회상 (16부 씬44)
영심 : (지환의 다리를 붙잡고 눈물로 애원하는) 뭐든 할게요. 살려만 주면 정우씨 살려만 주면 나 뭐든지 할게요.
불쌍해서 못보겠어. 가슴이 너무 아파서 못보겠어 여보. 너무 아파. 그사람 지금 너무 아파. 어떻게? 그사람 어떻게?
그사람 불쌍해서 어떻게 여보오오.. (서럽게 운다)
S#11. 동 지환의 방
지환, 치열하게 갈등하고 있다.
정우 : (E) 떠나드릴게요. 두번 다신 영심씨가 못 찾아오는 곳으로 꼭꼭 숨어드릴게요.
지환, 이마를 감싸안고 괴로워한다. 그런 지환의 모습 위로 안타까운 시간이 흘러간다.
시간경과에 따른 지환의 고뇌하는 모습 다양하게 보여지고.. 어느순간 어떤 결심으로 방을 박차고 뛰어나가는 지환.
S#12. 동 병원 검사실
영심을 찾아 다급하게 들어왔다가 없는 거 확인하고 다급하게 달려나가는 지환.
S#13. 동 병원 일각
영심을 찾아 헤매던 지환, 어느순간 붐비는 병원복도 한가운데 서서 이리저리 훑으며 정우를 애타게 찾고있는 아내를 발견한다.
지환 : ... ... (다가간다)
영심 : 정우씨가.. 없어 여보. 벌써 몇바퀼 돌았는데두 안보여. 먼저 갔나봐. 내얼굴 보기가 힘들어서 그냥 말두 없이 먼저 갔나봐.
지환 : ... ...
영심 : 가서 뭐라구 하지 여보? 죽을 준비 하자구 어떻게 말해 여보?
지환 : 가자.
영심 : ... ...
지환 : 가자구.
영심 : ... ...
지환 : 내맘 바뀌기 전에 얼른 가자.
영심 : (묻듯 쳐다본다)
지환 : 그자식 어디론가 떠날 모양이야. 당신 모르게.
영심 : (놀라는)
S#14. 고시원 앞, 지환의 차
달려와 급정거하는 지환의 차.
지환 : ... ...
영심 : ... ...
지환 : (팔을 뻗어 뒷자석에서 구급상자를 집어들어 건넨다)
영심 : (?)
지환 : 급하게 필요할지 모르는 약이랑 필요한 의료기구들 몇가지 챙겨넣었어.
영심 : (받으며 눈가 젖어오고)
지환 : 뇌종양 환잔 열에 약하기 때문에 38도가 넘으면 해열젤 투여해야 돼. 체온계 쓰는 법은 알지?
영심 : (눈물로 끄덕이고)
지환 : 혈압계 넣어놨으니까 하루에 한번 혈압두 체크해줘. 평균혈압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30이상이면 병원에 데리구 가야돼.
평균혈압은 90에서 120이야. 알지?
영심 : (그저 끄덕이고)
지환 : 뇌종양 환자들 경운, 대개 뇌부종이 심해서, 그러니까 부어오른 뇌가 숨골을 막아서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뇌는 작은 열에두 부종이 생기구 뇌압이 올라가니까 체온에 항상 신경써주구 39도가 넘으면 곧장 병원으루 데리구 가.
영심 :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지환 : 어디에 있든 연락은 해. 걱정되니까.
영심 : ... ...
지환 : 가.
영심 : (울먹) 고마워요.
지환 : (외면한 채) ... ... 기다리구 있을게. 그자식 잘 보내주구 와.
영심 : ... ... (그저 내린다)
지환 : (바라보는데)
지환의 시선에, 정신없이 뛰어올라가고 있는 아내!
지환 : (깊은 상실감으로)
S#15. 고시원 복도
짐가방을 들고 방에서 나오는 정우. 열쇠로 문을 잠그고 뒤돌아서는데.. 울면서 정신없이 뛰어오는 영심!
두사람의 시선 공중에서 얽히고..
정우 : (할말을 잃은 채) ... ...
영심 : (눈물을 뚝뚝 흘리고 바라보고 섰는) ... ...
정우 :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는데, 웃는 그 눈에 눈물이 차 오른다) ... ...
영심 : (다가가 눈물로 정우의 가슴팍을 마구 때린다) ... ...
S#16. 고시원 앞, 정우의 차안
트렁크에 짐을 싣고 차에 올라타는 정우와 영심.
정우, 영심을 바라보며 마지막 갈등을 하고.. 영심, 말없이 그저 가만히 정우의 손을 잡아준다.
정우, 결심하고 마침내 차를 출발시키고.. 정우와 영심을 실은 차, 마지막 시간을 향해 달려나간다.
떠나는 두사람을 한구석에 서서 지켜보고 있는 지환.
S#17. 도로 - 서울 톨게이트, 달리는 정우의 차안
달려오는 정우와 영심의 차. 영심과 정우, 두사람 다 아무말리 없다.
영심 : ... ...
정우 : ... ...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정우와 영심의 차.
영심 : (서울을 떠난다!) ... (아이들 생각으로 마음이 무겁다!)
정우 : (서울을 떠난다!) ...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S#18. 고속도로, 달리는 정우의 차안
정우 : ... ...
영심 : ... ... (물끄러미 쳐다보고는 짐짓) 이제 막 여행 떠나는 사람들 표정이 뭐 이러냐?
긴긴 여행 마치구 돌아오는 사람들 표정두 이것보단 낫겠네.
정우 : ... ...
영심 : 우리, 약속 하나 해요.
정우 : (묻듯 쳐다본다)
영심 : 어떤 일이 있어두 또 어떤 상황이 발생해두 절대루 심각해지지 않기. 무조건 가볍게 생각하기. 음?
정우 : ... ...
영심 : 내친 김에 이럼 어떨까요? 매일매일 두사람 중에 누가 더 가벼웠나, 내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매일밤 자기 전에 두사람 합의 하에 판정을 해서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소원 하나씩 들어주기, 어때요?
정우 : (피식 웃는다)
영심 : 해요. 음? 자 그럼 지금부터 내기 시작? 시작해요?
정우 : (웃음기로) 어떻게 하는 건데요?
영심 : 그냥 하고싶은 말 막하고 잘난 체두 막 하구 세상 욕두 막 하구, 뭐든 막하면 돼요 막.
정우 : 그러니까 누가 누가 더 막하나, 지금 그 내길 하자는 거예요?
영심 : 네. 뭐 어때요? 우리 둘뿐인데. 까짓껏 누구든 욕할라면 욕하라 그래. 배째 배째. 뭐 이런 식으루.
정우 : (풋, 웃고마는)
영심 : 까짓껏 뇌종양쯤이야!
정우 : 고작 뇌종양?
영심 : 젠장맞을 뇌종양!
정우 : 빌어먹을 뇌종양!
영심 : (웃으며) 귀여운 뇌종양?
정우 : (웃으며) 에게 뇌종양?
영심 : (웃으며) 배째 배째 뇌종양!
정우 : (웃으며) 우습다 뇌종양-!
이제 두 사람, 그렇게 까르르 웃으며 달려나간다.
*시간 경과 되고..
영심 : (밝아진) 우리 목적지는 있는 거예요?
정우 : (끄덕)
영심 : 어디요?
정우 : 무주. 사진 찍으러 다니며 묵었던 집이 있어요. 비어있는 집인데 나무로 된 집이라 아늑한게 난 참 좋더라구요.
영심 : 아우 기대된다.
정우 : 기대하지 마요. 그래봤자 산속에 있는 폐간데요 뭐. 무지 불편할 거예요.
영심 : 와아 그럼 작은 숲속의 오두막집이네! 앗싸아!
정우 : (싱긋 웃는데, 두통이 시작되어 인상을 찡그린다)
영심 : 무주까진 얼마나 걸려요?
정우 : (고통스러워하며) O시간쯤..이요.
영심 : (홱 쳐다보고) 정우씨? 머리 또 아파요? 어떻게요? 약, 약 먹어야죠.
정우 : (낮은 비명을 토해내며 안간힘으로 한손으로 머리를 잡고 한손으로 운전을 하는데)
한순간 비틀거리는 차.
영심 : (놀라고) 어!
정우, 안간힘으로 버티며 차를 몰아서 갓길에 세운다.
S#19. 고속도록 갓길
영심, 다급하게 내려서 뒷자석으로 가서 약봉투를 찾아서 약을 꺼내 정우에게 건넨다.
정우, 약을 먹고, 고통으로 핸들에 머리를 박고 힘들어 한다.
영심 : (미어지고)
*시간경과 되고..
안정을 찾은 정우, 스르르 일어난다.
정우 : (영심을 바라보며 엷게 웃으며) 괘심한 뇌종양!
영심 : (아프게 웃고) 짜증나 뇌종양!
정우 : 니 까짓게 뭔데 뇌종양!
영심 : 재수없어 뇌종양!
두사람, 마주보고 웃고..
정우 : 자 다시 출발! (안전밸트를 매려는데)
영심 : 운전, 내가 할래요!
정우 : (화들짝) 네? 영심씨가요? 고속도로를? 말두 안돼. 영심씨 무면허예요. 아직 주행 시험 안봤잖아요?
영심 : 그래두 내가 할래요! 나아, 할 수 있어요! 시내주행 해봤잖아요! 신호두 없구 여기선 앞으루 쭈욱 달리기만 하면 되는데
못할 게 뭐 있어요? 바꿔요 자리! 어서요?
정우 : 위험해서 안돼요. 그리구 무면허가 운전은 무슨 운전이예요?
영심 : 아우 그래두 무면허가 뇌종양보단 안위험하네요. 가다가 또 머리 아프면 어떡할라구 그래요?
정신 놓구 쓰러지기라두 하면, 무주가 아니라 바루 하늘나라루 직행하는 거 아니예요. 나아 죽기 싫어요. 바꿔요. 빨리.
정우 : (난감하고)
영심 : 옆에 정우씨 있는데 뭐가 걱정이예요. 옆에서 코치해주면 되잖아요.
정우 : (고민스런)
S#20.고속도로, 달리는 정우의 차
쌩쌩 전속력으로 기분좋게 달리는 차들이 어느순간 가파른 클랙슨을 울리며 욕을 퍼부어대며 지나들 간다.
영심이 운전하는 차, 질주하는 차들 속에 시속 40킬로로 기어가고 있다.
영심, 핸들에 바짝 몸을 붙이고 완전히 얼어서 정면만 죽어라 쳐다본채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정우 : (죽을 맛이고) 밟아요 영심씨!
영심 : (정면 죽어라 향한 채 핸들에 매달려서 울상) 바,밟고 있어요.
정우 : 더 밟아요 더! 확 밟아요 확!
트럭 한대가 클랙슨 신경질적으로 울리며 위협적으로 지나간다.
영심 : (완전히 얼어서) 그, 그냥 이, 이렇게 가, 가죠 뭐. 바쁠 거 없잖아요.
정우 : (팩) 걸 지금 말이라구 해요! 위험하잖아요! 위험!
영심 : 왜 화를 내구 그래요!
정우 : 화 안나게 생겼어요? 고속도로서 시속 40킬로가 뭐예요 시속 40킬로가!
최저 제한속도도 50이예요 50! 걸어두 이거보단 빠르겠네!
영심 : (팩) 아 그럼 내려서 걸어가요! 내려줘요?
정우 : 차 세울 줄은 알아요?
영심 : 뭐예욧!
정우 : 그렇잖아요? 차 세울려면 끼어들기 해서 갓길까지 가야되는데 끼어들기 안되잖아요 영심씨?
아까서부터 계속 이 차선으루만 달리구 아니 기어가구 있잖아요.
영심 : (완전히 열받아서 토라지는) 씨이..
정우 : (지르는) 밟아요 조옴!
영심 : (성질나서 이 악물고 확 밟아버린다)
그제야 달리기 시작하는 영심과 정우의 차.
영심 : (비명 지르는) 엄마! 엄마! 엄마아-!
정우 : 미러 좀 봐요 미러 조옴! 정신차려요 정신!
두사람, 그렇게 싸우면서 달려가고..
S#21. 다른 고속도록, 달리는 정우의 차
저만치 휴게소가 보이고..
정우 : (완전히 지친) 제발 끼어들기 좀 해요 영심씨. 배고파 죽겠어요. 벌써 휴게소 몇개째 지나친줄 알아요?
영심 : 나, 나두 하려구 하는데 차들이 넘 쌩쌩 달리니까.. 있어봐요. 하, 할게요. 할게요 끼어들기.
영심, 사이드미러 보며 끼어들기 하려고 시도하고.. 정우, 지금 집어넣으면 된다고 코치하는데..
영심, 또 실패한다. 영심의 차, 휴게소를 또 지나간다.
정우 : (절망하는) 하우.. (배고파서 힘들어하며) 아우 배고파 아우..
영심 : (끙, 울상으로)
S#22. 폐가 근처의 시골길 (밤)
인가라곤 하나 없는 온통 깜깜한 시골길..
영심, 완전히 지친 모습으로 핸들을 잡고 차를 몰아서 온다. 어디가 어딘지 통 모르겠어서 애를 먹고 있다.
영심 : 어느쪽이예요?
정우 : (완전히 지친 모습으로 늘어져 앉아있다) 아우 몰라요. 맘대루 가요 맘대루.
저기요, 말 시키지마요. 배고파서 말할 기운도 없어요.
영심 : 뭐예욧? 정말 이럴 꺼예요?
정우 : 가르쳐주면 뭐해요? 어차피 직진만 할거잖아요.
영심 : (홱 흘기고 쏘아본다)
정우 : 다 왔어요. 좀만 더 가면 돼요.
영심 : (토라진 채 운전해서 간다)
S#23. 폐가 앞 (밤)
정우와 영심의 차, 달려와 멈춰선다. 헤드라이트 불빛에 폐가의 모습이 드러나고..
영심 : (앞으로 살게 될 집을 기대감으로 쳐다본다)
정우 : (처연한 시선으로 폐가를 응시한다)
S#24. 폐가 안
황량하고 버려진 모습.. 차마 앉을 수가 없어서 우두커니 선 채 오돌오돌 떠는 두사람.
영심 : 으흐 추, 추워. (발바닥이 너무 차서 발을 동동 구르는) 지, 집이 아니라 어,얼음창고 같아요.
어,어떡해요? 어, 얼어죽겠어요 우리.
정우 : 그러게 누가 9시간씩이나 걸려 운전 하래요? 도착하자마자 장에 갈려구 했는데 다 틀려버렸네 뭐. 있어봐요. (나간다)
영심 : (삐죽이며) 벤댕이! 몰랐어 몰랐어! 저런 벤댕이 소갈 딱진 줄은! 으흐흐 추워. 으흐흐 배고파.
*시간경과..
난로에 장작을 떼는 정우. 불가에 몸을 쬐며 쭈그리고 앉아있는 영심.
영심 : (배속에서 꼬르르 요동을 치고, 창피해서 정우를 쳐다보는데)
정우 : (주린 배를 움켜잡고 허기져 힘들어 한다)
영심 : 나야 갑자기 와서 그렇다치구 여행 떠나려구 작정한 사람이 어떻게 먹을 것두 하나 준비 안하구 와요?
정우 : 그럼 죽으러 떠나온 놈이 바리바리 먹을 거 쟁여 와요?
영심 : (팩) 죽으러 온 거 아니랬잖아요? 난 살러 왔어요 살러!
정우 : (끙) 왜 소리는 지르구 그래요? 귀 떨어질 뻔 했네.
영심 : 코펠 꺼내봐요.
정우 : 코펠은 왜요?
영심 : 배 고파서 도저히 안돼겠어요. 이웃에 가서 먹을 것 좀 얻어와요 우리.
정우 : 지금 코펠 들구 가서 동냥을 하자는 거예요?
영심 : 그럼 어떡해요? 배고파서 죽겠는데. 아 빨리 꺼내요.
정우 : (어이 없는)
S#25. 폐가 앞 - 시골길
정우와 영심, 각각 코펠 하나씩 들고..
정우 : 렌턴은 없구 나한텐 이거(헤드라이트)밖에 없는데.
영심 : 그거라두 써요 그럼.
정우 : 좀 이상하지 않나?
영심 : 지금 모양 따지게 생겼어요? 하두 깜깜해서 자칫 잘못하다간 넘어질 판인데. 써요 얼른.
정우 : (착용하고 불을 켜고)
영심 : (큭, 웃음 터진다)
정우 : 웃지마요.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두사람, 그렇게 칠흙같은 시골길을 정우의 헤드라이트 빛에 의지해 걸어나가고..
S#26. 이웃집 (밤)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촌노.
촌노의 시선에.. 이상한 불빛을 이마에 착용하고.. 나란히 코펠 들고 서 있는 동냥남녀 정우와 영심!
영심 : 밥.. 좀.. 너무 배가 고파서.. 김치하고 밥만 쬐금 주시면 되는데.. 흑흑흑 너무 배가 고파요오오 할머니이이..
정우 : (아! 쪽팔린다!)
S#27. 폐가 안
난로가에 앉아 정신없이 동냥해온 밥을 김치 하나로 먹는 영심과 정우.
마지막 남은 밥 한덩이 가지고 쟁탈전을 벌이는 두사람.
결국 영심이 쏘옥 얄밉게 입안으로 넣고 김치 손으로 집어들며 회심의 미소를 보낸다.
정우 : (웃고마는)
영심 : (마주보고 웃는)
S#28. 폐가 전경 (밤)
은은하고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영심과 정우의 새 보금자리.
S#29. 폐가 안
침낭 함께 덮고 나란히 불가에 앉아있는 영심과 정우.
영심 : 너무 조용해요. 기분이 이상해. 꼭 이 세상에 우리 둘만 남겨진 거 같아요. 아닌가? 그 반댄가?
정우 : ... ...
영심 : 낼부터 뭐하죠 우리? TV두 없구 라디오두 없구.. 뭐할 거예요 정우씬?
정우 : 책 읽을 거예요. 그동안 못읽었던 책 최 싸가지구 왔어요.
영심 : 그럼 난 뭐하지? 아무두 알아주지 않아두 늘 하루하루가 아둥바둥 정신없이 바빴는데.. 갑자기 할 일이 하나두 없네.
정우 : 애들.. 생각나서 그러죠?
영심 : ... ... (애써) 아니예요. 애들 생각 당분간 안하기루 했어요. 나,나쁜엄마잖아요.
정우 : 사람이 왜 그렇게 무모해요? 여길 왜 따라와요 왜? 어디라구 따라와요?
영심 : 있잖아요, 지난 여름에.. 푹푹 찌던 8월 한낮에.. 나, 어떤 남잘 만났거든요. 그사람 만난 뒤론, 늘 잠두 안오구, 입맛두 없구,
머리두 아프구, 생전 안하던 몸살두 달구 살구.. 늘 그사람 생각하는 것만으루두 심장이 다 녹아내리는 거 같았어요.
정우 : (애틋하게 바라보는) ... ...
영심 : 아마 지난 여름, 10년만에 찾아왔다던 무더위가 계절이 바꼈는데두 떠나지 않구 고스란히 내 심장에 또아릴 틀었나봐요.
그 무더위 따라 태양두 하나 내 가슴에 들어와 앉았는데.. 그 태양빛이 너무 강해서 눈두 멀구 생각두 멀구 양심두 멀구..
그래서 애들두 안보이구 남편두 안보이구 우리 엄마두 안보이구..
정우 : (마음이 너무나 아리고) ... ...
영심 : 나, 용서받지 못할 엄마가 됐지만.. 세상사람들 전부다 바람난 여자라구 손가락질 해대겠지만, 난.. 지금의 내가 참 좋아요.
누구 누구의 뭐가 아닌, 오로지 나 오영심으루 여기 앉아있는 거니까.
이제 나두 누군가에게 소중한 무엇인가가 된 거 같으니까.
정우 : (애틋하게 껴안는다)
영심 : ... ...
정우 : ... ... (가만히 입을 맞추고)
영심 : (가만히 눈을 감고)
두사람, 그렇게 애틋하게 마지막 입맞춤을 나눈다. (F.O)
S#30. 민원장 저택 전경
S#31. 민원장 저택 거실
나여사와 수현, 지환이 각각 앉아있다.
지환 : 일요일에 저희 이사..나가요.
나여사 : 뭐,뭐야? 누구 맘대루 누구 맘대루?
수현 : 설마.. 그집으루 언니가 다시 들오는 건 아니지 오빠? 그지?
나여사 : 너, 느이엄마 얼굴 두번 다신 안보려거든 그 썩을 물건 그집에 들여놔. 나, 그 더런 물건 새 집에 발 들여놓는 그순간부터
너하구 의절이야. 난 더 이상 니엄마 아니고 너두 더 이상은 내아들 아냐. 알아들어?
지환 : ... ...
수현 : 오빤 그렇다치구 언니가 들어오겠대? 다시 우리집으루, 그 난리를 치구 나가놓구서,
양심두 없이 뻔뻔스럽게, 다시 들어오겠대? 그래?
나여사 : 그 뻔뻔스런 물건이 시부모 면전에다 대구 뭐라구 했는지 알아? 저는 더 이상 너어 사랑하지 않는대. 엉?
저는 이제 니가 아니라 그 젊은 놈을 사랑한대에. 그런데? 그런데에? 니가 뭐가 부족해서 그런 쓰레기같은 물건한테
매달려어? 니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 배은망덕한 물건한테 매달리냐 말이야아?
지환 : ... ...
나여사 : 분가구 뭐구 당장 집어쳐. 이 자리에서 양자택일 해. 에미랑 등질 거야 그 썩을 물건이랑 등질 거야 너어?
지환 : 처음 그사람 집에 데리구 왔을 때, 어머니.. 그때두 지금이랑 똑같이 저더러 양자택일 하라구 그러셨어요.
하지만 결국 받아들여주셨잖아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번에두 결국엔 받아주실 거라구 믿어요.
나여사 : ... ...
지환 : 그리구 저.. 그땐 책임감 때문에 체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사람을 선택했지만.. 지금은 아니예요. 사랑..합니다.
절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그사람을 전 이제야 비로소 아프게 사랑합니다. 죄송해요. (일어나 나간다)
수현 : 오,오빠?
나여사 : (끙 신음소리 내면서 뒤로 넘어갈 듯이) ... ...
지환, 밖으로 나가고..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던 민원장, 소파로 다가와 앉으며..
민원장 : 사랑한대잖아. 그거보다 더 명백한 이유가 어딨어. 지환이한테 그냥 맡겨놔. 아무리 부모라두 이건 명백한 월권이야.
자식 이겨서 뭐할 거야? 당신 아들 못믿어?
나여사 : ... ...
S#32. 폐가 안
구석구석 걸레질 하는 영심. 망치와 못들고 보수공사 하는 정우.
두사람 어느 순간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짓는다. 끝을 알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S#33. 무주 읍내의 시장
모처럼 자유롭게 신나게 시골시장을 구경하고 있는 영심과 정우.
시골장에서만 볼 수 있는 물건들 발견되면 쪼르르 달려가 호기심으로 구경하고, 푸헤헤 까르르 웃는 영심.
그럼 영심을 바라보는 게 가슴 저미게 행복한 정우.
S#34. 동 시장 이불점
이불과 베개를 고르는 영심과 정우. 영심 이것저것 꼼꼼히 살피면서 참 오래도 고민한다.
정우 : 대충 사요. 얼마나 쓴다구.
영심 : (고르던 손이 일순 멈추고) ... ... (나무라듯 가만히 쳐다본다)
정우 : ... ... 내껀 안사면 안되나? 난 그냥 침낭 쓰면 되는데.
영심 : (속이 상하고 그저) 아저씨 이걸루 주세요.
정우 : ... ...
S#35. 동 시장 그릇점
밥그릇도 두개 국그릇도 두개 머그잔(커플컵)도 두개, 신이 나서 고르는 영심.
그런 영심, 아프게 바라보고 서있는 난감한 정우.
정우 : (커플컵 내려놓고 무늬없는 똑같은 컵으로 두개 선택한다)
영심 : 왜요? 이게 더 좋은데 난. 이건 정우씨꺼 이건 내꺼. 커플루.
정우 : (고집스레) 이걸루 주세요. (영심 향해) 난 이게 더 맘에 들어요.
영심 : (화가 나는)
S#36. 동 시장
양손에 한가득 장바구니 들고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오는 정우. 그옆에 불퉁해서 걸어오는 영심.
정우 : 화 났어요?
영심 : ... ...
정우 : 꼭 필요한 것만 사요. 뭘 그렇게 많이 사려구 해요. 그릇두 그냥 코펠 쓰면 되는데.
영심 : (홱 멈춰서고) 사람이 왜 그래요? 내가 뭘 그렇게 많이 샀다구 그래요? 꼭 필요한 이불 하구 그릇 사구 것밖에 더 샀어요?
그리구 난 코펠에다 밥 먹기 싫어요! 코펠에다 아무렇게나 해서 정우씨 먹이기 싫단 망이예요! 혼자 내내 그렇게 먹었는데,
늘 아무렇게나 야영나온 사람처럼 그렇게 먹었는데, 여기까지 와서 그렇게 먹이라구요?
(눈물 또르르) 밥 같은 밥 먹이구 싶단 말이예요! 얼마 안되는 날만큼이라두 먹는 거처럼 먹이구 싶단 말이예요!
정우 : (먹먹해지고) ... ...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눈물을 닦아준다) ... (그리고 가만히 안아준다)
영심 : ... ...
정우 : 내흔적.. 남기기 싫어서 그래요. 될 수 있으면 안남기려구. 힘들어서 어떻게 하려구 겁두 없이 이것저것 사요?
버리기 쉽게 간단한 것만 사요 우리. 음?
영심 : (가슴이 미어지고) ... ...
시골 장바닥 한가운데 꼭 껴안고 있는 두사람.
자기들이 더 부끄러워하며 지나가는 시골아낙네들, 혀를 쯧쯧 차며 지나가는 노인들, 눈을 못떼고 걸어가는 아저씨..
기타 등등의 반응들 속에 두사람 그렇게..
S#37. 폐가 (밤)
마당 앞 소나무에 아름답게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정우와 영심의 크리스마스 장식.
S#38. 폐가 안
말끔하게 정돈돼 있고, 꼭 필요한 세간이 제자리에 들어앉아 있는 두사람만의 방.
정우, 편안한 느낌으로 앉아 책을 읽고 있고.. 영심, 금붕어 두 마리가 헤엄치고 있는 작은 어항을 들여다 보며 모이를 주고있다.
영심 : (들여다보며) 얘들 이름 뭐라구 지을까요?
정우 : (책에 시선 둔 채) 영심씨 맘대루.
영심 : 뭐 특이한 거 없나? 뜻두 좋구. 흔하지 않구. 부를 때마다 부르는 사람 기분두 좋아지는 그런 이름.
정우 : (책에 시선 둔 채) 오영심.
영심 : 네?
정우 : (딴청 피우며 계속 책을 읽으며) 오영심.
영심 : (피이! 행복해지는 기분, 다시 금붕어 들여다보며) 그럼 넌 오영심하구, 넌 남자니까 박정우 할래 니들?
엉? 싫다구? 시시하다구? 좀 그렇지? 애들이 우리이름은 시시하다는데요?
정우 : (다가가고 함께 들여다보며) 그럼 이건 어때요? 얘는 여자니까 영심씨 성을 따서 '오온누리빛모아사름한가하' 라구 짓구
얘는 남자니까 내성을 따서 '박금빛솔여울에든가오름' 이라구 하구. 어때요?
영심 : 네? 무슨 그런 이름이 다 있어요?
정우 : 신문에서 봤는데 한글이름중에 예쁜 이름으루 뽑힌 이름이래요. '온누리빛모아사름한가하'란 이름은
온세상의 꿈과 희망을 한군데 모아 싹을 틔운다는 뜻이구요, 그리구 '금빛솔여울에든가오름'은
속리산에 가보면 솔나무 밑에 맑고 깨끗한 개울이 있는데 햇빛이 있건 없건 여울물들이 늘 반짝인대요.
영심 : 어~어. 와아 넘 좋다! 걸루 할래요. 얘는 '오온누리빛모아' 뭐라구요?
정우 : 사름한가하.
영심 : 맞어. '오온누리빛모아사름한가하'루 하구, 그리구 얘는 정우씨 성울 따서 '박금빛솔여울에든가오름'으루 하구.
너무 마음에 든다. 근사해요.
정우 : 근데 부르기가 넘 불편하지 않나? 시간두 오래 걸리구.
영심 : 뭐 어때요. 우린 남는게 시간인데 얘들 이름이나 부르면서 시간 때우죠 뭐. 안녕! 오온누리빛모아사름한가하야!
그리구 너, 박금빛솔여울에든가오름! 너어 오온누리빛모아사름한가하 속 썩히면 혼날줄 알어?
정우 : (피식 웃고)
영심 : 근데 애들 오래 못가구 빨리 죽어버리면 어쩌죠? 어릴 때 금붕어 사다 몇 번 키웠는데
이상하게 일주일두 못가서 다 죽어버리더라구요. 매번. 얼마나 속상했는데.
정우 : 애들이 오래 살까요 내가 오래 살까요? 누가 누가 오래 사나 애들이랑 내기나 해볼까?
영심 : ... ...
정우 : (엷은 미소로 금붕어 들여다보고 있다) (F.O)
S#39. 폐가 전경 (며칠 후 다른 날, 눈)
눈발이 흩날리고 있는 쓸쓸한 폐가.
S#40. 폐가 안
한층 더 병색이 짙어진 정우, 책을 보고 앉아있다. 몸이 많이 안좋은 듯 힘들어한다.
그리고 머리를 쓸어내리는데 한웅큼 빠지는 머리카락. 정우, 예민해진다.
영심, 움직이지 않는 정우 금붕어 뚫어지게 쳐다보며 혼자 불안해한다.
정우가 알까봐 불안해하하며, 움직이라고 혼자 소근거리며 어항을 톡톡 치면서 금붕어를 재촉한다.
죽은 듯 있던 금붕어 그제야 움직인다. 휴우, 가슴을 쓸어내리는 영심.
영심 : (정성스레 모이를 주며 소근) 고마워. 정말 고마워, 박금빛솔여울에든가오름!
정우 : (몸 전체가 너무 안좋다! 혼자 고통스러워하는)
영심 : (뜨개질을 시작하며) 아버지한텐 전화했어요?
정우 :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네.
영심 : 공항에서 떠나기 직전에 전화하는 것처럼?
정우 : 네.
영심 : 그래서 정우씨 아침부터 기분이 안좋구나. 통 말두 없구. 오전 내내 인상만 쓰구.
정우 : (통증으로 힘들어하는) ... ...
영심 : (뜨개질감 가지고 와서) 뒤로 돌아앉아봐요. 사이즈좀 재보게.
정우 : 됐어요.
영심 : 에이 한번만 대줘요. 잠깐이면 되는데 뭐. (등을 돌리는데)
정우 : (짜증스레 홱 뿌리치며) 됐다잖아요! 됐어요 됐다구요!
영심 : 정우씨?
정우 : 내가 스웨터 짜지 말랬죠? 싫다잖아요? 낼 모레면 죽을 놈 스웨터는 짜서 뭐하게요? 누구 놀려요? 누구 고문해요?
왜요? 짜서 내 무덤속에 넣어주려구요? 나랑 같이 화장시키게요?
영심 : (화가 치밀어서) 정우씨!
정우 : 짜는 거 당장 집어쳐요! 그거 짜구 앉아있는 영심씨 모습 정말 꼴 보기 싫어요!
영심 : (꾹 누르고) 정우씨 지금 몸이 안좋은가봐요. (구급상자 가져와서 열며) 체온부터 재요.
(체온계 내서 흔들고 정우한테 꽂으려는데)
정우 : (거칠게 홱 뿌리친다)
체온계 날아가고.. 영심은 앉은 채 휘청한다.
영심 : (체온계 다시 집어들고 흔들고) 그이가 뇌종양은 열에 약하다구 정우씨 조금만 이상 있어두 체온부터 재라구 했어요.
이리 대요.
정우 : 그이 그이 그이! 그이가 체온 재라구 했어요! 그이가 혈압 재라구 했어요! 그이가 해열제 먹이라구 했어요!
입만 열면 그놈의 그이! 가요! 그이한테 가요! 남편한테 가라구요!
영심 : (팩) 정우씨!
정우 : 숨막혀요! 하루종일 답답한 방구석에서 영심씨 감시받으면서 지내는 거, 숨이 막혀서 죽을 거 같다구요!
알아요? 그 빌어먹을 금붕어새끼 죽을까봐 전전긍긍하는 영심씨두 숨막히구, 입지두 못할 스웨터나 짜구있는 영심씨두
숨막히구, 애들보구 싶어서 숨어서 우는 영심씨두 숨막히구, 다, 모든게 다, 숨이 막혀서 숙을 거 같다구요!
영심 : (글썽이고)
정우 : 가요! 영심씨 오래 버텼어요! 원망 안해요 나! 그러니까 제발 내눈 앞에서 사라져줘요! 제발! 제발! 아파서 죽겠는데
머리가 너무 아파서 숨이 끊어질 것 같은데두, 빌어먹을 영심씨 때문에 마음 대루 아프지두 못하겠잖아요 내가!
마음 놓구 비명두 못지르겠잖아요 내가! 하루하루 참을 수 없을 정도루 내 목을 조르구 있는 건 암덩이가 아니라
영심씨라구요! 알아요?
영심 : (글썽글썽 원망 가득한 눈으로 일어나고)... 정우씨만 숨막히는 거 아니예요! 나두 나두 숨막혀요!
몸 아프면 웬종일 말 한마디 안걸어주는 정우씨두 숨막히구, 바깥 날씨 조금만 추워져두 정우씨 열 오를 까봐 하루종일
노심초사 해야 되는 것두 숨막히구, 눈두 지겹구 산두 지겹구, 찾아오는 사람 아무두 없는 이 집두 숨막히구,
힘들어죽겠는데 숨이 막혀 죽겠는데두, 늘 정우씨 앞에서 희희낙락해야 되는 것두 숨막히구..
뜨개질이라두 하구 있지 않으면 불안해서 미쳐버릴 것 같은 넘쳐나는 시간두 숨이 막힌다구요!
정우 : ... ...
영심 : 알았어요! 그렇게 내꼴이 보기 싫음 사라져줄게요 내가! (싸늘하게 나간다)
정우 : ... ...
S#41. 폐가 밖 (눈)
흩날리는 진눈깨비 속을 울면서 달려나가는 영심.
S#42. 폐가 안
텅빈 눈으로 멍하게 기대앉아 있는 정우. 정우, 참기 힘든 통증으로 그저 이불 속으로 들어가 웅크리고 눕는다.
S#43. 무주 시외버스 터미널 (눈)
정신없이 달려온 영심, 서울행 시외버스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다.
S#44. 무주 시외버스 터미널 (눈)
차마 버스를 타지 못하고 붐비는 터미널 한구석에 우두커니 눈물로 앉아있는 영심.
S#45. 폐가 안
잠에서 깨어나는 정우. 통즐이 사라지고 평온을 찾은 모습이다.
정우, 기운없는 눈으로 방안을 휘- 둘러본다. 너무나 조용한 집안.
정우 : 영심씨! ... (일어나 앉고) 영심씨? ... (불안한 눈빛이 되고) 영심씨이?
그러나 아무런 대답이 없다. 갑자기 견디기 힘든 불안감과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정우, 일어나 밖으로 급하게 나간다.
S#46. 폐가 밖 (밤, 눈)
안에서 나온 정우, 눈 쌓인 바깥풍경에 당황하고 불안해진다.
정우 : (둘러보며) 영심씨? 영심씨? (뛰어나가고, 애타게) 어,어딨어요 영심씨? 어,어디간 거예요 영심씨? 영심씨? 영심씨이-?
S#47. 폐가에서 좀 벗어난 시골길 (밤, 눈)
핼쓱한 얼굴로 깜깜한 어둠속을 헤매다니며 애타게 영심을 찾는 정우.
눈발이 더 거세어지고.. 내리는 눈속에 점점 더 두려움에 질려가는 정우. 영심이 없다. 사라져버렸다. 떠나버렸다.
무너지는 정우!
정우 : (공황상태에 빠지는) 여, 영심씨.. 영심씨.. (눈물이 차오르고 절실한) 어딨어요 영심씨? 어딨는 거예요 영심씨?
정말 가버린 거예요? 정말 떠나버린 거예요? 아니죠? (울음으로) 아니죠 영심씨이? (휘청휘청 걸어나가는)
영심씨..! 영심씨..! 돌아와요! 제발 돌아와요 영심씨! 잘못했어요! 내가 내가 잘못했어요 영심씨이..!
풀썩 눈밭에 주저앉아 꺼이꺼이 목놓아 울기 시작하는 정우.
질식할 것같은 두려움으로,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뼈를 깎아내는 듯한 상실감으로, 서럽게 오열하는 정우.
S#48. 다른 시골길, 지환의 차 (밤, 눈)
캄캄한 어둠속에, 거세게 뿌려대는 눈발을 고스란히 맞으며, 무서움과 추위로 바들바들 떨면서 간신히 걸어오고 있는 영심.
칠흙같은 어둠과 적막이 너무나 공포스럽다. 질퍽한 눈길에 자꾸 발이 빠지는 영심, 눈물이 핑 돈다.
어느 순간,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환하게 다가오고.. 저 멀리서 달려오고 있는 자동차.
영심, 암흑 속에서 구원의 빛을 만난 듯 절박하게 그 자동차를 기다리고 섰다. 그 자동차 지환의 차다!
지환, 걱정스런 얼굴로 속력을 내어 아내 향해 달려가는데.. 저 앞쪽에서 웬 여자가 손을 흔들며 차를 세우고 있다.
지환 : (?, 주시하며 다가가는데, 세상에 아내다!)... (얼마나 오래 눈을 맞았는지 눈사람이 된 아내다!)
영심 : (아직 남편인지 모르고 헤드라이트 불빛에 눈이 부셔서 조금 돌아서 있다)
다급하게 차를 세우고 뛰쳐나가는 지환.
지환 : 영심아!
영심 : (홱 놀라서 쳐다본다) ... (뜻밖에도 남편이다!)
지환 :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아내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지고) 너..너..?
영심 : (눈물이 차오르고)
지환 : (치밀어 오르고) 왜 이런 데서 이러구 있는 거야 너?
영심 :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지환 : (다가가 아내를 껴안아준다)
영심 : ... ...
지환 : ... ...
S#49. 폐가 밖 - 안 (밤, 눈)
영심 : (안으로 들어오며 문밖의 지환 향해) 들어..와요.
지환 : (문밖에서 불편해하며 서있는)
영심 : 정우씨, 그이 왔, (정우가 없다! 어?) ...
지환 : 왜 그래?
영심 : (웬지 모를 불안함으로) 정우..씨가 없어요. (뛰쳐나가는) 정우씨! 정우씨?
집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는 영심.
영심 : 정우씨? 정우씨? (점점 불안해지고) 정우씨? (마당 한 가운데 서서 비명처럼) 정우씨이-!
지환 : (걱정스런)
영심 : (정신없이 뛰쳐나가는데)
지환 : (달려가 잡아세우며) 당신은 있어. 내가 찾아볼게.
영심 : (넋이 나간 얼굴로 가로젓는)
지환 : 길이 어긋날 수두 있잖아. 있어. 어? 내가 찾아올게. 걱정하지마. 꼭 찾아올게.
영심 : ... ...
지환 : (달려나간다)
영심 : (스르르 주저앉는다)
S#50. 시골길 (밤, 눈)
정우를 찾아다니는 지환.
S#51. 다른 시골길 (밤, 눈)
주변을 샅샅히 뒤져서 정우를 찾고있는 지환. 그 어느 순간 지환의 시선에.. 눈밭에 쓰러져있는 정우!
지환, 놀라서 달려가고 쓰러진 정우를 살핀다.
지환 : 박정우씨! 박정우씨? (호흡부터 확인하고 눈을 뒤집어보고)
다급하게 코트를 벗어 정우를 감싼 뒤 정우를 들쳐업는 지환.
지환, 그렇게 정우를 업고 온힘을 다해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S#52. 폐가 밖 (밤, 눈)
주저앉아 있는 영심의 시선에.. 정우를 업고 달려오는 남편!
벌떡 일어나는 영심.
영심 : (두려운) 주,죽.. 주,죽..었어요?
지환 : 아니야. 얼른 갈아입을 옷 준비하구 이불 펴.
영심 : (바들바들 떨며 끄덕이고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지환 : (뒤따라 들어간다)
S#53. 폐가 안
정우, 죽은 듯 잠들어있고.. 그런 정우의 몸을 영심이 쉬지않고 주물러주고 있다.
그리고 정우의 체온을 재고 혈압을 체크하고 있는 지환.
지환, 정우의 몸을 주무르고 있는 아내의 모습 물끄러미 바라보며 몹시 힘들다.
영심 : 다 됐나봐요. 이사람이랑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지환 : ... ...
영심 : 정 떼려구 그랬나봐 여보. 요즘 이사람, 나한테 너무 못되게 굴거든. 모진 말만 골라서 하구,
어떤 땐 하루종일 나랑 한마디두 안하려구 하구, 이젠 미안하단 말두 안하구 고맙다는 말두 안하구..
지환 : ... ...
영심 : 내가 이사람 먹으라구 지어준 밥, 이사람한테 안가구 전부 암덩이한테 갔나봐. 먹여두 먹여두 이사람은 말라가구
하루가 다르게 말라만 가구.. 암덩이만 살이 디룩디룩 져서, 이사람 따뜻한 눈빛두 잡아먹구, 이사람 다정한 말두 잡아먹구,
이사람 환한 웃음두 잡아먹구.. 얼마 안남은 시간두 잡아먹구.. 정 떼려구 그랬나봐 여보.
지환 : ... ... 눈 좀 붙여. 내눈엔 이 친구보다 당신이 먼저 죽을 거 같아.
영심 : 불안해서 잘 수가 없어. 혹시라두 내가 잠든 사이에, 내가 깜빡 조는 사이에, 이사람 나 모르게 가버리면 어떡해?
나한테 말두 안하구 나한테 인사두 안하구 그냥 가버리면 어떡해?
지환 : 그럼 오늘밤만이라두 자. 이 친구 내가 지켜보구 있을게. 자. 음?
영심 : ... ...
*시간경과 되고..
잠들어 있는 영심..
정우의 체온을 다시 재고, 잠들어 있는 영심의 이불을 잘 덮어주는 지환.
정우와 영심을 차례로 보는 지환의 심정, 한없이 착찹하다. (F.O)
S#54.폐가 밖 (다음날)
휠체어 사용방법을 정우에게 설명하는 지환.
정우 : 잘..쓰겠..습니다.
지환 : (끄덕이는)
정우 : 선생님께 받은 과분한 친절.. 은혜.. 돌려드리지 못하구 떠나게 돼서.. 죄송..스러워요. 마음두 무겁구..
지환 : 받았어요 이미 난.
정우 : (?)
지환 : (그저 싱긋 웃는다)
영심 : (E) 와서 아침들 먹어요! 식어요! 빨리 들어와요!
지환 : (문득) 우리집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나이두 많구 아줌마구 수다스럽구 웃음소리두 크구.
도대체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아요?
정우 : 글쎄..요. 왜 좋은지 생각이 안나는데. 난 나이 많은 여자 별루구, 아줌마두 별루구, 수다스러운 건 딱 질색이구,
웃음소리 큰 여자두 싫어하는데.. 영심씨가 그러..네요 진짜. 몰랐는데. 한번두 그렇겐 못느꼈는데..
지환 : ... ...
정우 : 하긴 좋아..하는 지두 몰랐으니까. 그냥 어느날 돌아보니까 좋아..하구 있더라구요 제가.
어떤 점이 좋아서 시작한 게 아니라, 그냥 나두 모르는 사이에 좋아하구 있더라구요.
그러는 선생님은 영심씨 어디가 좋으신데요?
지환 : 글쎄요. 나두 뭐 딱히.. 정우씨랑 비슷해요 나두. 모르구 있었는데 좋아..하구 있더라구요 내가 내 아내를.
그러구보면 참 이상한 여자예요? 안그래요?
정우 : 네. 참 이상한 여자예요.
지환 : (웃고)
정우 : (마주 웃고)
S#55. 폐가 근처, 지환의 차
영심, 지환을 배웅하고 있다. 차로 향하는 두사람.
영심 : 고마워요.
지환 : 애들 잘 있으니까 걱정하지마.
영심 : (끄덕이는) 잘가요. 눈길, 조심해서 가요.
지환 : 음. (운전석 문을 열고 오르려다) 내가 당신 기다리구 있다는 거 있지마.
영심 : 여보, 나.. 지금 이대루가 좋아. 저사람 떠나두.. 나.. 당신한테 안갈거야.
당신이 싫어서두 아니구 저사람을 못잊어서두 아니야. 그냥 내마음이 그러길 원해.
지환 : (쓰리고)
영심 : 시간을 두구 나를 한번 찬찬히 돌아보구 싶어.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당신한테 시집가서, 나..하나에서 열까지
당신한테 의지만 하구 살아왔던 거 같아. 그래서 늘 당신한테 자신없구 당당하지 못했구.. 늘 빚쟁이처럼 그랬어.
지환 : ... ...
영심 : 지금은 그때보다 더 큰 빚을 당신한테 졌는데, 갚을 능력두 없는 채루 다시 당신한테 돌아간다면,
나..지난 10년보다 더 힘들 거 같아. 이젠 그렇게 살기 싫어. 매일 매일 콩나물만 먹구 살아야 된대두,
그래두 내힘으루 살아보구 싶어. 내힘으루 우리엄마두 모시구. 미안..해요.
지환 : ... ... (그저 탄다)
영심 : ... ...
지환의 차, 말없이 떠나간다. 그렇게 남편을 떠나보내는 영심.
S#56. 소박한 시골 사진관
사진(영정사진)을 찍기 위해서 앉아있는 정우.
사진사 : (자세를 주문하며) 이력서에 붙일 사진 찍으려구요?
정우 : (담담하게) 아니요. 영정사진 찍으려구요 아저씨.
사진사 : (당황해서 어쩔줄 모르는) 예, 예?
정우 : (영심 향해 싱긋 웃는다)
영심 : (마주 웃고는 사진사 향해) 이사람 마지막 사진 아저씨가 찍으시는 거니까
책임지시구 근사하게 이쁘게 찍어주세요 아저씨?
사진사 : (얼떨떨)
그리고.. 찰칵, 영정사진을 찍은 정우! 정우, 환하게 영심을 향해 웃는 모습으로!
S#57. 시골 교회 앞 (밤)
정우를 끌고 오는 영심.
정우 : 갑자기 교횐 왜요? 뭐 나 살려달라구 기도하려구요? 늦었어요. 할려면 진작 좀 하지.
영심 : 낼이 크리스마스 이브잖아요. 낼 되면 사람 너무 많으니까 오늘 교회 한번 가보구 싶어서요.
어릴 땐 크리스마스때마다 교회 나가군 했었는데. 먹을 거 주잖아요 왜? 노트두 주구. 뭐 옛날 생각두 나구해서.
정우 : (그저 웃는)
영심 : 들어가봐요. 혹시 알아요? 나쁜 짓 많이 한 우리한테두 하느님이 선물 주실지. 크리스마스니까. (끌고 들어가는)
정우 : (따라 들어가는)
S#58. 시골 교회 안
아무도 없는 고요한 교회 안. 나란히 앉아있는 정우와 영심.
정우, 교회 안을 휘- 둘러보고는 무심코 영심을 쳐다보는데.. 영심, 두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다.
정우 : (어떤 느낌으로 그모습 지그시 바라보는)
영심 : (기도를 끝내고 눈을 뜬다)
정우 : 뭐.. 빌었는지 물어봐두 되요? 나, 하루라도 더 오래 살라구?
영심 : (가로젓는)
정우 : 그럼 뭐?
영심 : 바쁘지 않으시면 주례 좀 서 주시라구 부탁했어요.
정우 : 주례요?
영심 : 나, 정우씨한테 시집가려구요.
정우 : (!) ... ...
영심 : 결혼식..올려요. 지금 여기서. 주롄 하느님한테 맡기구 사횐 예수님한테 맡기구.
정우 : (굳어지는)
영심 : 뭐예요? 그 표정은? 애 딸린 아줌마 주제에 양심두 없다, 뭐 그런 거예요 지금?
그래두 총각귀신 몽달귀신 되는 거 보단 낫잖아요? 정우씨 이대루 저쪽세상 가면 바루 몽당귀신 되는 거예요?
귀신들이요 몽달귀신은 취급두 안해준대요. 핏덩어리라구. 인생을 모른다구요.
정우 : (착찹하고) ... ...
영심 : 그러니까 가서 무시 안당하려면 아무소리 말구 나한테 장가와요 정우씨. 나, 이렇게라두 해야 정우씨 편하게
떠나보낼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야 정우씨 떠나구 나서두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아요.
정우 : ... ...
영심 : (반지케이스 꺼내고 열어서 보이며) 우리 결혼반지.
정우 : ... ...
영심 : 끼워줘요 정우씨가. (손을 내밀며) 자.
정우 : ... ...
영심 : 그럼 내가 먼저 끼워줄게요. 손 이리 내봐요. (손을 가져오는데)
정우 : (차분히 뿌리친다)
영심 : (반지 꺼내서 제손으로 낀다) 난, 정우씨한테 오늘 시집갔어요. 그러니까 정우씨 싫어두 지금 이시간부턴 내 남편이예요.
나 오영심의 남편. 그래서 해마다 정우씨 기일두 내가 챙길거구, 정우씨 아버님두 내가 보살펴드릴 거구,
정우씨 동생이랑두 만나서 정우씨 얘기두 자주 할 거구..
정우 : (눈물이 차오르고 지르는) 반지 내놔요. 어서요.
영심 : (건네는)
정우 (그 반지 케이스 낚아채고 일어나 영심을 끌고 나간다)
S#59. 교회 앞 (밤)
영심을 끌고나온 정우, 그 반지 케이스를 눈밭에 홱 던져버린다.
영심 : ... ...
정우 : ... ...(성큼성큼 앞서 걸어나간다)
영심 : (기운이 빠지고) ... ... (F.O)
S#60. 폐가 전경 (며칠 후, 폭설)
폭설에 갇힌 영심과 정우의 폐가.
S#61. 폐가 안
좁은 어항 안에서 경쾌하게 헤엄치고 있는 금붕어 두 마리.
영심,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주고 있는 금붕어가 너무 고맙다.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 금붕어 두 마리를 자신의 핸드폰에다 담는 영심.
그리고 정우 금붕어 향해 혼자 몰래 파이팅을 외치는 영심.
휠체어에 앉아있는 파리한 정우, 그 모습 꺼져가는 말간 눈으로 슬프게 보고 있다.
영심을 바라보고 있는 정우의 눈이 스멀스멀 자꾸 감기려고 한다.
영심 : (일어나 정우 향해) 손톱 깎을 때 됐는데 심심한테 우리 손톱이나 깎을까요 정우씨? 아니 '여보'?
정우 : (자꾸 감기려는 눈 안간힘으로 뜨는) ... ...
영심 : (손톱깎기 가져와 정우 앞에 앉으며) 손 이리 줘봐요. (손을 가져다 조심해서 깎기 시작하는)
정우 : (꺼져가는 생명의 마지막 자락을 간신히 잡고 영심을 아프게 바라본다)
영심 : (깎으며) 영정사진두 찍었구 화장터두 알아뒀구, 그담엔 뭘 준비해야 되나? 참, 어디다.. 뿌려.. 줄까요...
정우 : (가물가물 하는 눈으로) 집뒤에 산에다 뿌려줘요.
영심 : (끄덕이며 깎는) 정우씨 집엔 알리지마요?
정우 : 네.
영심 : (끄덕이며 깎는) ... (깎다가 문득 어항을 쳐다보는)
*어항 속의 팔랑팔랑 헤엄치고 있는 금붕어 인써트..
영심 : (안도하고 다시 깎는) ... 손은 다 됐고, 이번엔 오른쪽 발. 양말부터 벗고.. 자 깎습니다아! (이번엔 발톱을 깎기 시작하는)
정우 : (축늘어진 목을 휠체어에 기대고 거의 감긴 눈으로 영심을 슬프게 바라본다)
S#62. 폐가 밖
한차례 매운 바람이 눈밭의 눈을 쓸어가고..
영심 : (E) 있잖아요, 어떤 사람이 화장실에서 진지하게 큰일을 보구있는데, 옆칸에서 갑자기 '안녕하세요?' 하고
말을 걸어오더래요. 그래서 휴지가 없어 그러나부다 하고 '아 네 안녕하세요?'하고 이사람이 받아쳐서 인사를 했는데,
정작 옆칸에선 아무대답이 없는 거예요.
(*정우가 이때 반지를 꼈다고 생각하고!)
S#63. 폐가 안
영심 바라보고 있는 거의 감긴 정우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정우, 혼자서 영심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한다. 고마웠다고..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어느 순간, 스르르 감기는 정우의 두눈! 그리고 휙, 떨구어져 흘러내리는 정우의 머리!
영심 : (아직 모르고 부지런히 깎으며) 그래서 별 웃긴 사람다보겠다 생각하구 이사람, 다시 볼일을 보는데, 옆칸 사람이 또
'점심식사는 하셨어요?' 물어오는 거에요. 그래서 또 '네 저는 먹었습니다. 그쪽은 식사 하셨습니까?' 라구 대답을 하는데,
세상에 옆칸에서 한다는 말이 '그만 전화 끊어야겠어요. 자꾸 이상한 사람이 말을 걸어 와서요.' 그러더래요 글쎄! 웃기죠?
어~어? 왜 안웃어요 정우씨? (비로소 올려다 보는데) ... (축 늘어진 채 숨이 끊겨있는 정우!) ... ... 정우..씨..!
정우 : (이미 죽은 채) ... ...
영심 : (그저 오래도록 가만히 보고만 있다) ... ... (묵묵히 정우의 깎은 손톱과 발톰을 잘 모아서 옆의 휴지통에 버리고) ...
영심,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 그저 잠시 가만히 앉아있다가 스르르 방바닥에 쓰러져눕는다.
멀뚱멀뚱 그저 누워있는 영심. 갑자기 한꺼번에 피로가 몰려오고 가물가물 영심의 눈이 감긴다.
새근새근 깊은 잠에 빠지는 영심.
S#64. 폐가 밖 (밤 - 아침, 눈)
밤새 많은 눈이 내리고.. 날이 밝아오면서 눈발이 차츰 사그러들더니..
아침이 되면서 온통 하얀 설원을 겨울 태양이 따뜻하게 비추기 시작한다.
S#65. 폐가 안
휠체어에 앉은 채 잠든 듯 죽어있는 정우와 쓰러져 깊은 잠에 빠져있는 영심.
창으로 비치는 햇빛에 눈부셔하며 부스스 잠을 깨는 영심. 영심, 일어나 앉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죽어있는 정우!
영심 : (그랬지? 중우가 어제 죽었지?)... ... (다가가 정우의 무릎에 얼굴을 가만히 묻고) 지긋지긋해 하던 정우씨 암덩이가
죽었네요. 이젠 편안한가요? 잘 가요 정우씨. (영심 고개를 들고 정우의 손을 마지막으로 마주 잡으려고 하는데)
정우의 손에 그들의 결혼반지가 끼어져있다!
영심 : (놀라서 반지와 정우의 얼굴을 차례로 쳐다보는) ...
결혼반지 낀 손으로 결혼반지 끼고있는 정우의 손을 애틋하게 잡는 영심.
영심, 눈은 촉촉한데.. 그러나 환한 미소로 정우를 바라보며 고마워한다.
애틋하게 잡고있는 두사람의 손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두사람의 결혼반지.. (F.O)
S#66. 화장터 씬 (F.I)
-화면 밝아지면서 화구 속으로 들어가는 정우의 관.
-담담하게 지켜보고 있는 영심.
-수거실에서 나오는 정우의 뼛가루. 혹은 뼛가루 상자. (*현장 상황에 맞춰서)
-싸인을 하고 정우의 유골상자를 받아들어 보자기에 잘 싸는 영심.
S#67. 폐가 앞
유골상자를 고이 안고 걸어오는 영심. 차분한..
S#68. 폐가 안
허기가 진 듯 식은밥에 김치를 척척 걸쳐서 꾸역꾸역 먹고있는 영심.
영심, 꾸역꾸역 먹다가 갑자기 미안한 듯 유골상자를 물끄러미 보고는..
영심 : 미안해요. 배가 너무 고파서. 그저께부터 아무것두 못먹었거든요. 힘이 있어야 정우씨 보내러 산에 올라가죠.
근데.. 나, 밥이 참 맛있다 정우씨. 그러게 죽은 사람만 억울하지. 그러니까 걱정마요. 나, 잘하구 있잖아. 음?
다시 밥에 김치를 올려서 한숟갈 가득 입에 넣는 영심.
S#69. 폐가 뒷산
정우의 뼛가루를 뿌리는 영심.
영심 : (엷게 미소 지으며) 잘 가요 정우씨. 바람 불 때마다 만나요 우리. 겨울엔 겨울바람으루 그리구 봄이 되면 봄바람으루..
아침마다 저녁마다 우리 만나요 정우씨..
S#70. 폐가 앞
정우의 유품이 쌓여있고.. 불을 지피며 정우의 유품을 하나씩 하나씩 태우고 있는 영심.
불길 속에 타고 있는 정우의 책들, 옷가지들, 신발, 모자, 그리고 한번도 입히지 못한 털실 스웨터까지..
영심, 담담하게 그것들을 태우고 있다.
그리고 남은 정우의 카메라가방과 일기장.
영심, 카메라가방을 열어본다. 정우의 카메라를 정우 바라보듯 애틋하게 바라보는 영심.
영심, 카메라를 잘 넣어두고 안을 들여다보면 여러개의 사진봉투가 눈에 뜨인다.
첫번째 사진봉투를 집어들고 사진을 꺼내보는 영심. 건축물을 찍은 정우의 사진들이다.
정우가 이런 건축물을 좋아했구나! 이런 건축물을 짓고 싶어했구나! 한장 한장 애틋하게 바라보는 영심.
그 사진들을 전부 불길 속으로 차분히 넣는 영심.
그리고 두번째 사진봉투를 집어들고 사진을 꺼내보는 영심. 남해사진이다!
영심, 이끌리듯 남해 풍경을 담은 정우의 사진을 하나씩 하나씩 넘겨본다. 남해바다, 남해금산, 남해 다랭이마을, 남해죽방염,
그리고 시작되는 영심의 사진들! 언제 이런 걸 다 찍었을까? 영심의 사진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영심 : (눈물이 차오르고) ... (환하게 웃고있는 영심의 사진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영심, 고요히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사진들을 정우 따라 불길 속으로 집어넣는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정우의 유품, 일기장!
영심, 눈물을 훔치며 정우의 일기장을 펼쳐본다. 매 페이지마다 간단하게 쓰여져있는 정우의 일기.
2004년 12월 O일.. (*날짜는 잘 안보이게 처리해주세요!)
정우 : (E) 영심씨로부터 이 다이어리를 생일선물로 받았다. 2005년 다이어리라... 나한텐 소용없는 이 다이어리를 들고
벌써 몇시간째 전전긍긍이다. 내년 설이 2월 9일이란 것도 알아냈고, 내년 추석이 9월 18일이란 것도 알게 됐는데,
도무지 이 다이어리를 어떻게 해야되는 건지, 그건 도대체가 속수무책이다. 무슨 이런 막막한 생일선물이 다 있는지..
그냥 무작정 써보는 수밖에.. 내겐 2005년의 시간이 없으니 남은 2004년의 얘기를 쓰는 수밖에..
영심 : (눈물이 쉴새없이 흐르고) ... (페이지를 넘겨보면) ...
매일매일 써내려간 간단한 정우의 일상의 기록들.. 영심, 읽으며 흐느껴 울고..
정우 : (E) 밤새도록 암덩이들과 사투를 벌였다. 죽지않고 아직 살아있는 내가 이긴 걸까?
전열을 다져 또다시 내게 덤벼들 암덩이들이 이긴 걸까? 결국 같이 죽을 운명인데 적당히들 좀 해주지.
영심 : (어깨를 떨며 흐느껴 울고)
그리고 정우의 최근 일기..
*정신없이 뛰어나가 차를 몰아 시골길을 달려나가고, 또 금붕어 한 마리 들어있는 물봉지 들고 차에서 내려 폐가로 뛰어들어가,
어항 속의 금붕어를 교환하는 정우의 모습 위로..
정우 : (E) 낮에 영심씨 장에 간 사이에 박금빛솔여울에든가오름이 죽었다. 정신없이 차를 몰고 장에 가서 새 금붕어 한마리를
사다가 바꿔넣었다. 장에서 돌아온 우리 영심씨, 나보다 금붕어한테 먼저 쪼르르 달려가 아직 살아있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영심씨한테 박금빛솔여울에든가오름은 마지막 잎새다. 금붕어는 그릴 수도 없고
이래저래 금붕어 죽을 때마다 나만 힘들게 생겼다. 제발 오래 살아다오, 박금빛솔여울에든가오름아!
영심 : (엉엉 울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우의 마지막 일기..
*눈밭에서 정신없이 반지를 찾아헤매는 정우의 모습 위로..
정우 : (E) 내 아내 오영심. 내게 아내가 생겼다. 나한테도 아내가 생겼다. 어제 여기 자그마한 시골교회에서 하느님과 예수님을
주례와 사회로 모시고 영심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난 결혼 첫날부터 아내를 울렸다. 나 때문에 아파하는
아내 때문에 차라리 한시라도 빨리 죽어버리고 싶다. 내아내의 동그란 눈엔 하루라도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아마 내가 죽어야 내아내의 눈물도 그칠 것이다. 아내의 눈물이 너무 아프다.
영심 : (오열한다)
정우의 일기장을 가슴에 움켜쥐고 꺼이 꺼이 오열하는 영심의 서러운 모습 길게..
-제 17부 끝. - (최종회)
<에필로그>
S#1. 대학병원 복도, 지환의 방 앞
극심하게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병원복도를 무거운 얼굴로 걸어오는 영심.
지환의 방 앞에서 멈춰서고, 차마 노크를 하지 못해서 망설이는 영심.
영심, 용기를 내어서 마침내 노크를 하고 들어간다.
S#2. 대학병원 지환의 방
쭈빗쭈빗 들어오는 영심을 보고 놀라는 지환.
지환 : (반색, 기대감으로) 여보?
영심 : 오랜.. 만이예요? 잘.. 지냈죠?
지환 : (끄덕이는) 아,앉아. 언제 올라왔어? 아주 올라온 거야?
영심 : (그저 끄덕이며 앉고)
지환 : (와서 앉고, 그리움으로 찬찬히 아내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영심 : 지난번에 애들..내려보내줘서 고마웠어요.
지환 : (끄덕이고) 마음..다..정리..된거니?
영심 : (끄덕이는)
지환 : (반색하고 기다리는데) 그럼.. (하는데)
영심 : 지원..아빠! 나, 당신한테 어려운.. 부탁..이 하나 있는데..
지환 : 뭔데? 해.
영심 : 저,저기.. (망설이다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내서 테이블에 놓으며) 이,이거 좀.. 하, 하나만 들어줘요.
지환 : (? 해서 보면 생명보험 팜플릿이다!) ... (놀라서 홱 쳐다본다)
영심 : 내가 신중하게 고민해봤는데 당신한텐 여기 이 상품이 딱이야. 주계약 2억에 특약두 필요한 것들만 내가 넣어서
20년납에 월 20만원, 당신한텐 전혀 부담 안돼는 금액이잖아.
종신보험은 연령이 많아질수록 보험료가 아주 크게 오르기 때문에 하루라두 빨리 가입하는게 유리해.
지환 : (뜨악)
영심 : (계약서를 꺼내며) 옛정을 생각해서 그냥 무조건 하나 들어줘 여보. 당신이 내 첫번째 고객이야. 시작이 반이다! 어?
당신이 개시해주면 두 번째 세 번째 계약두 나 잘 성사시킬 거 같단 말이야. 하나만! 어? 따악 하나마안~!
지환 : (!)... ...
S#3. 대학병원 복도
야호! 보험게약서에 쪽쪽 입을 맞추며 기뻐서 어쩔줄 모르는 영심.
영심, '아자 아자 아자 오영심!' 외치며 씩씩하게 걸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