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월 10일
새해 들어 두 번째 찾는 계룡산이었다
내가 찾은 선원은,
한적한 도예촌이 자리한
계룡의 뒷자락,
그곳은 깊은 적막과
쌓인 눈으로
겨울 잠 속에 있었다
밤새워 처음 본 지우 들이 모여
도담 준론을 즐기고
늦게든 잠자리인대도 맑은 공기 탓인지,
처음 보지만 의기 투합한 벗들과의 만남 때문인지
모두 일찍 일어나
제각각의 새벽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맑은 머리를 한번 휘 흔들고
나는 홀로 산에 오르기로 했다
뒷산으로 오르는 길에는
누군지 벌써 두 사람의 발자국이 눈 위에 선명했다
나는 산에 오르면서 조용히 산에게 말했다
"내가 벗어 놓은 허물인 이 땅, 이산,
내 생명의 조상인 물 나무 곤충 어류 동물들이여
참으로 이 아침 감사하구나"
이런 기쁨 끝에
만약 내 부주의로 눈길에 다친다면
내 허물과 내 생명의 조상들이 얼마나
마음 아파할꼬,
내가 좀더 부드럽고 가볍게 산과 하나가 되리라
하고 독백을 하면서 산 위로 향했다
산 속으로 들어 갈수록
내 발자국 소리는 점점 커지고
그 소리에 화음이라도 맞추듯
온갖 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힌다
어둠을 쫒는 바람소리,
그 소리에 자지러지는 나무들의 지저귐,
눈 속을 뚫고 흐르는 물소리는 봄을 재촉하고
온갖 노래하는 새들의 날개짖...
소리에 취해 힘 든 줄 모르고 걸은 길이
어느 듯 정상에 다다랐다
문득 옛 한시가 생각이 났다
渡水復渡水(도수부도수) 강을 건너고 다시 강을 건너고
看花還看花(간화환간화) 꽃을 보면서 다시 꽃을 보면서
春風江上路(춘풍강상로) 봄바람 부는 강 기슭을 걷다보니
不覺到君家(불각도군가) 어느새 자네집에 이르게 되었네
머리를 떠다니던 시를 음미하다
한눈에 들어오는 나무 한 그루
평평한 정상 옆에는 세월의 풍상을 묵묵히 안고
한 소나무가 조용히 서있었다
나는 다가가 부드럽게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 : "니 누고"
소 : "나는 나다"
나 : "사람들은 너를 소나무라 카는데"
소 : "사람들이 뭐라고 부르던 관심 없어, 나는 그냥 나다"
나 : "그래 니 참으로 멋지게 잘생겼다" " 참 가지가 꺽여 아프겠구나"
소 : " 응 조금, 다 지난 일이야"
나 : "산 위니까 아래로 굽어 멀리 볼 수도 있고, 바람도 잔잔하고 따뜻한 명당자리에 있는 것 보니 참으로 덕을 많이 쌓았나 보지"
소 : "글세, 차라리 숲 속에서
별빛과 달빛과 햇빛과 공기만 보고 느끼면서 살고싶어"
나 : "여기를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과 짐승들을 보면서 뭐를 생각하노"
소 : "사람들은 참으로 욕심꾸러기야, 죄다 나쁜 놈들 뿐이야" "짐승들은 배부른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 모으고 자연에 순응해서 사는데 인간은 이 지구의 주인처럼 행세해"
"이 지구의 주인은 지구야 나머지는 다 손님이지"
나 : " 우째 살아야 대는데
소 : " 우리(나무) 반대로 살면되"
"우린 여름에 옷 입고 겨울에 옷 벗지"
"그러면 너희는 여름에 옷 벗고 겨울에 옷 입어
우린 가을에 씨뿌리고 봄에 싹 튀워
너희는 가을에 거두고 봄에 씨 뿌려 그러면 되지
우린 여름에 서로 나누지만
너희는 겨울에 (추울 때) 서로 나누면 되는 거다"
나 : " 아! 그렇군 고맙다 한 수 크게 배웠군,
소 : " 나는 한자리에 서서도 우주를 알고있어,
내가 우주이니, 그러나 머리 좋은 인간들은 뭘 잘 모르는데
나를 자주 찾아오면 자연을 알 수 있어
나: 자연이라고
소 : 자연을 알면 건강하게 사는법을 알수있지
숙명과 운명을 알수있어
건강한자만이 자신의 운명을 깨우치고 개척하는거야
그뿐인가
이 우주의 법칙과 지구의 법칙을 알수있어
나 : 법칙이라고, 그것이 뭐꼬?
소 : 우주의 법칙은 뿌린대로 거두느것이지
지구의 법칙은 전화 위복의 법칙이고
명심하고 자주와, 아니면 내 친구들을 찾던지"
나 : 그래 음 그래 "알았다, 나 이제 간다 잘 있거라"
나는 되돌아오면서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나무와 교감이 이루어 지다니,
온통 그 생각으로 산을 내려왔다
2박 3일의 귀중한 교육보다
더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한
이른 산행이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느낌을 안고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자유를 좀은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돈으로부터의 자유,
죽음으로부터의 자유,
병으로부터의 자유,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이 자유가 가지는
주인의식이야말로
내가 우주임을 알게 할 것 같다
올해는 무엇을 뿌릴까
그래 건강 건강을 위해, 씨를 뿌리자
오염된 이땅에서 잡초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만들어 여러사람들에게 나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