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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일 사극 <구암 허준> 대본 (제 135회,최종회)
마당
오근 돌쇠가 마당에 있는데 허준이 나오고
허준:굶어죽은 게 아니요.
오근:그럼 뭡니까? 무슨 연유로 처참하게 죽어갑니까?
허준:역병인 듯 싶습니다.
허준의 말에 오근 놀라고
허준:(오근을 보고)병자들을 격리해야겠으니
어서 가서 양태와 약초꾼들을 불러 오게.
돌쇠:알겠습니다.
돌쇠가 허겁지겁 마당을 빠져 나가고
허준:(오근에게)다른 집을 살펴봐야겠습니다.
허준과 오근 급하게 다른 집으로 간다.
마을 일각
꺽쇠와 약초꾼들 양태가 병자들을 업고 나르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초가를 불태우고 있다.
초가마당
마당에 병자들이 누워있고 허준이 병자들을 살피는데
어린 아이만 있는 것이 아니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있다.
다들 못 먹어서 피폐한 얼굴들인데
병자들을 살피던 허준이 오근이 쪽으로 온다.
허준:다들 굶은 터라 기력이 약해 병이 급속하게 번지고 있습니다.
사물탕을 써 쇠한 기력부터 보해야겠습니다.
오근:알겠습니다.
허준이 마당 밖으로 급하게 나가려고 하면
오근:어딜 가십니까?
허준:관아에 다녀와야겠습니다.
오근:?
관아 동헌
허준이 급하게 동헌 마당으로 들어서면
한쪽에 있던 아전이 다가온다.
아전:무슨 일이요?
허준:난 산음현 의원인데 사또를 봬야겠소.
아전: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소?
허준:긴히 전할 말이 있으니 어서 전하시오!!
허준이 다급하게 말하면 아전 찔끔하고 얼른 한쪽으로
사라진다. 허준이 초조한 얼굴로 서성거리는데
이때 한쪽에서 사또가 아전 두어 명과 동헌 마당으로
나타난다.
사또:무슨 일이요?
허준:오시골과 두시골에 역병이 번지고 있습니다.
사또:(놀라고)그게 정말이요?
허준:부민들 모두가 오랜 기근으로 굶주려
쇠약해진 기력 때문에 병이 급속하게 번지고 있습니다.
사또께서는 환곡으로 현민들의 기력부터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어서 관아의 곳간을 열어 현민들에게 곡식을 나눠주십시오.
사또:관아의 곳간을 열라니?
이 자가 감히 어디서..
허준:환곡이라 함은 이럴 때를 대비해 만든 제도가 아니요.
곳간에 곡식을 쌓아놓고 현민들을 굶겨죽일 셈이요!!
사또:(성난 얼굴로)환곡을 푸는 것은 내가 결정할 문제요.
당신은 관여 말고 병자들이나 보시오!!
허준:(그런 사또를 노려보다가 성난 얼굴로 돌아서서 나간다)
사또 그런 허준을 보고
사또:저 저런 시건방진 자가 있나!!
(옆에 서 있는 아전에게)여봐라
저 자가 산음현 의원이라 했느냐?
이때, 다른 아전 한 명이 뛰어 들어온다.
아전:사또.. 사또..
저 사람은 허준이라는 의원입니다.
사또:(놀라고)뭐야?
하.. 하면 어의를 지낸 의원이란 말이냐!
아전:예 사또.
사또:이런 낭패가 있나.
왜 진작에 말하지 않았더냐!!
아전:미처 말씀드릴 틈이 없었사옵니다.
사또 안절부절 하는데
산음일각
사냥꾼 복장을 하고 있는 일서가 두어 명의 하인들을 거느리고
의기양양하게 걸어가고 있는데..
이때 맞은편에서 함안댁이 온다.
일서:(그런 함안댁을 보고 호기 있게) 어이 마누라.!!
내가.. 집채만한 곰을 때려잡았네.
돈 벌자고 사냥할 땐 그리도 안 잡히던 놈이
놀며놀며 슬슬하니까.. 잡히는구만.
(보따리를 들고 있는 하인에게)야 이놈아..뭐하냐?
마님께 웅담 보여드려라.
함안댁:지금 웅담이 문제가 아이다. 정말 큰일났데이.
일서:어허.. 왜 또 호들갑인가?
우리 산음 내려오면서 여유있게 한 세상 살기로 약조 하지 않았나?
함안댁:나참.. 여유부릴 때가 아니라카이.
일서:뭔데 그래?
함안댁:지금 두시골하고 오시골에 역병이 돈단다.역병!!
일서:(놀라고)뭐?!!
함안댁:내는 무당집 가서 부적 받아 올 테니까 당신은 퍼떡 집에 가 있거라.
함안댁... 한쪽으로 가는데
일서:야이 여편네야.. 역병이 돈다는데 의원 가서 약을 받아와야지
무당집엘 왜 가?!!
함안댁 일서의 말을 듣지도 않고 허겁지겁 가는데
방안
허준이 서찰을 적고 있다.
집무실
성인철이 업무를 보고 있는데 이때 도지가 집무실로 들어온다.
도지:(손에 서찰을 들고 있고)대감..
산음으로 내려간 허준대감이 보내온 서찰입니다.
인철이 서찰을 읽는데
인철:(도지를 보고)어서 주상전하께 아뢰야겠네.
광해군의 방
광해군이 허준이 보낸 서찰을 읽고 있다.
서찰을 읽는 광해군의 얼굴이 굳어지는데
광해군: 경상도로 보낼 구황경차관으로 최명걸 대감을 명하시오.
인철:예 전하..
광해군: (도지를 보고)어의는 내의원 의관을 파송하여 역병을 수습토록
하시오.
도지:예 전하.
내의원 집무실
내의원 의관들이 모여 있고 도지가 앞에 있다.
도지:허준대감이 내려간 산음 거창 밀양 진주일대에
역병이 돌고 있다 하오.
의관을 파송하여 역병을 수습하란 어명이오.
다들 긴장하는데
상화:제가 가겠습니다.
만경:저도 가겠습니다 영감.
공기:저도 보내주십시오. 영감
의관들 서로들 보내 달라고 하는데
의녀국 마당
세희와 개금 수연과 명금 현지 장덕과 채령 옥정등 의녀들이 있는데..
세희:(개금을 보고)왜들 모이라고 한 거야?
개금:나도 모르겠는데..
(명금을 보고)명금이 너 무슨 소리 못 들었니?
명금:아뇨.
이때 소현이 마당으로 급히 들어오고
다들 긴장하는데 소현이 의녀들 앞에 가 서서
세희:무슨 일입니까? 어의녀님.
소현:지금 경상도 지역에 역병이 번지고 있다.
내의원에서 의관들이 파송된다고 하니 의녀도 같이 수행을
해야 한다.
소현의 말에 의녀들 술렁이는데... 특히 세희와 개금이 당황하고..
개금:그..그럼.. 의녀들 인솔은 누가 하는 겁니까?
소현:내의녀 중 한명이 가야겠지.
세희와 개금 서로 눈치를 보는데
세희:나는 중전마마를 모셔야 하니 갈 처지가 못 됩니다.
개금:그럼 난 뭐 갈 처지가 되는 거니?
소현:개금이가 대전을 맡아다오. 하면.. 내가 가겠다.
소현의 말에 의녀들 모두 놀라는데..
소현:(의녀들을 보고)나와 함께 같이 갈 사람은 자청을 하거라.
의녀들 서로 눈치를 보면서 아무도 나서지 않는데..
수연:제가 가겠습니다.
수연이 손을 들자 눈치를 보던 현지와 명금도 손을 든다.
현지:저도 가겠습니다.
명금:저도 가겠습니다.
오시골 초가마당(밤)
곳곳에 횃불이 켜져 있고 병자들이 누워있다.
오근과 홍춘이 병자들을 돌보고 있다.
병자들에게 탕약을 먹이고 있는 오근과 홍춘.
허준이 나오고 마당에 있는 병자들을 돌보려는데
허준 어지럼증을 느끼는지 비틀한다.
오근이 보고 놀라고
오근:허의원님.
허준:괜찮습니다.
허준 병자들을 보는데 오근 그런 허준이 걱정스럽고
이때 마당으로 양태와 다희가 들어온다.
두 사람 소쿠리에 주먹밥을 가져오고
양태:(오근에게 주먹밥을 주고)형님 드십시오.
다희:(홍춘에게)좀 들고 하십시오.
오근과 홍춘이 주먹밥을 먹는다.
양태 한쪽에서 병자를 보고 있는 허준에게 다가가서
양태:형님 이거 좀 들고 하십시오.
양태 허준에게 주먹밥을 주는데
허준이 주먹밥을 먹으려는 순간 빤히 자신을 보고 있는
어린 아이를 본다. 아이 침을 삼키는데
허준:(아이에게 주먹밥을 주고) 먹거라.
아이 얼른 다가와서 낚아채듯이 주먹밥을 가져가서
걸신이라도 들린 듯이 먹는다.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픈 허준.
양태:형님 이러다 형님마저 쓰러지십니다.
벌써 몇 끼를 굶었습니까?
허준:난 어제 한술 뜨지 않았느냐.
굶주림에 찌들어 마른버짐이 핀 저 얼굴을 보거라.
가난에 지쳐 죽어 가는 저들 앞에서
내가 무슨 염치로 내 속을 채우겠느냐.
양태:굶주림이 어디 형님 탓입니까?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 했습니다.
허준:(쓸쓸하게 미소 띠면서)
그래 나랏님도 구제 못하는 가난을 내가 어쩔 순 없다.
허나 저들의 고통이라도 나누어 져야지.
그게 의원의 도리다.
허준 다시 병자들을 보기 시작하고
그런 허준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보는 다희.
오시골 초가방안(밤)
병자들이 누워있고 허준이 병자들을 돌보고 있다.
허준 몹시 초췌하고 피곤한 기색.
허준 진땀이 나고 오한을 느끼는 듯 한데
입술이 바짝 타 있다 허준 어지럼증을 느끼는지.
바라보는 병자들이 흐릿해 보이고
허준 정신을 차릴려고 애쓴다.
초가마당(밤)
마당으로 나온 허준이 한쪽에서 병자를 보고 있는
홍춘에게로 간다.
허준:태창공벽온단이 있으면 좀 주시겠소.
홍춘:방안에 있는 병자들은 제가 이미 다 먹였습니다.
허준:따로 쓸데가 있습니다.
홍춘 한쪽에서 환약을 가져다가 주는데
허준이 환약을 받아들고 한쪽으로 간다.
잠시 그런 허준을 보는 홍춘.
초가 뒤 안
사람들이 없는 초가 뒤안으로 온 허준.
홍춘에게서 받은 약을 먹는다.
다시 어지러운지 한쪽에 기대어 앉는 허준.
오한을 느끼는 듯 한데
오시골 일각
김만경과 상화 이공기와 이명원 그리고 몇 명의 도약사령과
소현과 명금 현지 수연 등 의녀들이 오싯골에 나타나는데.
초가마당
밤을 샌듯 피곤한 얼굴로 병자를 보고 있는 허준과 오근.
홍춘 이때 만경과 의녀 일행이 마당으로 들어서는데.
만경:대감.
상화와 공기 명원도 허준을 부르고 허준 그들을 보고
놀란다.
허준:이판관...!
소현과 의녀들 홍춘을 보고 반색을 하면서
소현:어의녀님
홍춘:명금아 현지야... 수연아..
홍춘이 반가와서 눈물이 글썽해지는데
(시간경과)
상화 명원 공기 등도 병자들을 돌보기 시작하고
홍춘과 의녀들도 의관들의 수발을 든다.
한쪽에 선 허준과 만경.
만경:구황경차관으로 최명걸대감이 오셨습니다.
저희와 같이 파송된 정판관과 윤주부는 거창으로
이직장과 한참봉은 밀양으로 가 병자들을 돌보고 있을 것입니다.
허준:이제야 한시름 덜겠소.
만경:(허준의 안색을 보고)헌데 대감..안색이 안 좋으십니다.
어디 편찮으십니까?
허준:(입가에 미소를 띠고)아니오 괜찮으니 심려마시오.
허준이 의관들 쪽으로 가서 무언가 지시를 내리는데
근심스런 얼굴로 그런 허준을 보는 만경의 시선.
관아 동헌
최명걸이 있고
그 앞에 바짝 긴장한 사또와 아전들이 있다.
명걸:현민들이 그토록 굶주려 있는데 현감이란 자가
어찌 그리 무심할 수 있는가!!
사또:대감.. 소신은 관찰사의 하명를 받아..
명걸:닥치시오!!.
그것이 그릇된 하명인줄 판단할 능력도 없단 말인가!!
사또:.........
명걸:(아전들에게)어서 곳간을 열어 현민들에게
양식을 나눠 주도록 하라!!
아전들: 예...
초가마당
의관들이 분주하게 병자들을 보고 있다.
의녀들 병자들에게 환약 혹은 탕약을 먹이고 있고
한쪽에서 그런 모습을 보는 허준.
이마에 흐르는 진땀을 수건으로 닦는다.
허준 초가 뒤 안쪽으로 가는데
초가 뒤 안
허준이 사람들을 의식하고 뒤 안으로 온 후
허리춤에 찬 주머니에서 환약을 꺼내서 먹으려고 하는데.
이때 만경이 허준을 찾는다.
만경:대감 대감 어디 계십니까?
허준이 돌아보면 만경이 두리번거리면서 다가온다.
허준:무슨 일이요?
만경:대감 큰일났습니다.
당장 병자들에게 줄 약이 떨어졌습니다.
허준:(난감한데)
허준과 만경 마당 쪽으로 나간다.
마당
마당으로 나온 허준과 만경 마당 한켠에
열두어살 된 사내 아이 두어 명이 심한 오한에 떨면서
고통스러워하고 있고 현지가 옆에서 돌보는데.
허준 그런 아이를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허리춤에 찬 주머니에서 약을 꺼내서 아이에게 환약을 먹인다.
허준:(주머니를 의녀 현지에게 건네면서)우선 병자들한테 이 약을 먹이고
김참봉과 도약사령들한테 어서 약을 조제하라 이르게.
현지:(안도하고)예 대감.
현지가 주머니에서 환약을 꺼내서 심한 오한과 발열로
괴로워하는 병자들에게 약을 먹인다.
그 모습을 보는 허준 자신도 오한이 오기 시작하고
만경의 시선을 피해 허준 얼른 초가 뒤안 쪽으로 간다.
초가 뒤 안
초가 뒤안 쪽으로 온 허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오한이
견딜 수 없이 괴로운데 마치 약을 못 먹은 아편환자처럼
힘겹다 진땀이 흐르는 허준.
약방 약재창고
오근과 한양에서 온 도약사령 두어 명 그리고
꺽쇠가 있다. 절구에다 약재를 빻고 있는 사령들.
오근:약재가 떨어져 난리니 어서 서두르게.
먹어야 할 때를 놓치면 병자들한텐 치명적이라네.
그땐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어.
초가 뒤안
허준이 혼자 있고 허준 많이 힘든 얼굴이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관아동헌
최명걸이 데리고 온 관원들이
백성들에게 쌀을 나눠주고 있다.
한쪽에서 이를 지켜보는 최명걸의 시선.
초가마당
의관들이 병자들을 살피고 있는데 이때 최명걸과
관원들이 나타난다. 의관들 최명걸을 보고 예를 갖추는데
최명걸: 허준대감은 어딨는가?
만경:병자들을 보고 계십니다.
이때 뒤안에서 나오는 허준 명걸을 보고 예를 갖춘다.
최명걸: 병자들은 어찌됐소?
허준:제때 약을 먹지 못한 병자들을 제외하고는
오한과 발열에 시달리던 병자들이 기력을 찾고 있습니다.
이제 역병은 수습된 듯 싶습니다.
최명걸: 거 참 반가운 소리요.
밀양 거창 진주 쪽도 병세가 잡혔다는 기별이 왔소.
노고가 많으셨소.
(관원들에게)그간 수고한 의관들과 굶주림과 병마와 싸우느라
고생한 현민들을 위해 잔치를 열 것이니 준비하도록 하라.
관원들:예 대감..
최명걸 흐뭇한 얼굴로 병자들을 둘러보는데.
허준의 몰골은 더욱 초췌해져 있다.
허준 슬며시 초가 마당을 빠져 나가고
마을 일각
사람들이 없는 마을 외곽으로 나온 허준.
인적 없는 곳에 이르러
갑자기 토악질을 한다. 심한 발열로 구토 증세를 느끼는 듯
허준 다시 부들부들 떨고 괴로운데
그런 힘겨운 허준의 얼굴위로
멀리 풍물패의 울림이 들리고.
일서의 방
일서가 방에 있는데...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
이때 풍물패의 울림이 멀리서 들리고
일서:이게 뭔 소리여. 헛소리까지 들리는걸 보니 나도 역병이 든 거 아녀.
이때 함안댁이 방으로 뛰어 들어온다.
함안댁:언년 아버지요. 언년 아버지요.
일서:여보 마누라.. 나 헛소리가 자꾸 들리네. 아무래도 역병이 든 거 같아.
함안댁:무슨 헛소리가 들리는데?
일서:아까부터..자꾸 풍물 치는 소리가 뒤에 들려.
깨갱깽갱... 꽹과리 치는 소리가 들린다고
함안댁:그거... 진짜 꽹과리 소리 맞다.
일서:뭐? 역병 때문에 온 고을이 난리가 났는데 어떤 놈이
꽹과리를 친단 말이야?
함안댁:지금 역병이 잡혀가 한양서 내려온 높으신 양반이
잔치를 벌렸단다.
우리도 퍼뜩 나가보자.
일서:그게 정말이야?
산음일각
일서와 함안댁이 일각으로 급하게 오면
풍물패가 신명나게 놀고 한쪽엔 음식상이 차려진 가운데
의관들과 백성들이 모여서 신명을 펼치고 있다.
풍물패에 맞춰서 춤을 추는 백성들
만경과 명원 공기등도 박수를 치면서 흐뭇한 모습인데
한쪽에 오근과 홍춘 의녀들도 있다.
일서와 함안댁이 덩실 덩실 춤을 추는 백성들 사이에 끼어들어가서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약방마당
병색이 완연한 몰골의 허준이 있는데
다희가 다가온다.
다희:대감 안색이 안 좋으십니다.
어디 편찮으십니까?
허준:아니오.
한동안 무리를 했더니 많이 피곤해서 그런가 보오.
푹 쉬면 좋아질 거요.
이때, 한쪽에서 유월이 다희를 부르는데..
유월:(소리)의원님!!
허준과 다희가 돌아보면..한쪽에 유월과 손씨가 있는데..
유월:의원님... 마님께서 정신을 되찾으신 듯 합니다.
저를 알아보십니다.
유월의 말에 다희와 허준이 놀라는데
손씨:애비야...
허준:어머니!!
다희:어머님!!
손씨:이게 웬 풍물 소리냐? 어디서 잔치라도 하는 모양이다.
이때 상화와 양태가 들어온다.
상화:대감.. 구황경차관이신 최명걸 대감께서
모셔오라 하십니다.
양태:형님 잔치를 하느라 온 고을이 떠들썩합니다요.
어서 가십시다.
허준:난 긴히 살펴야 할 병자가 있으니 먼저 가거라.
(다희를 보고) 당신도 어머니 모시고 가보구려.
다희:대감.. 쉬셔야겠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허준:나는 병자를 보고 곧 뒤따를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보구려. 어머니... 다녀오십시오.
손씨:그래.. 오랜만에 신명나는 잔치 좀 보고 싶구나.
양태:마님.. 가시지요.
양태와 유월이 손씨와 함께 밖으로 나가는데
다희:(허준을 보고)어머님의 병이 나으신 것입니까?
허준:(착잡한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이제.. 어머니를 보내 드려야 될 때가 된 듯 싶소.
다희:(놀라고)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허준:돌아가실 때가 머지 않으면 잠깐 정신이 돌아올 때가 있소.
다희:....!!
허준:당신이 가서 어머닐 보살펴 드리시오.
다희 망설여지지만 어쩔 수 없고..
산음일각
풍물패의 풍악이 울리고 잔치가 계속되고 오근 홍춘 의관들의 즐거운 얼굴들...일서와 함안댁과 덩실 덩실 춤을 추면서 즐거운데..
이때 양태와 유월 다희와 손씨, 돌쇠가 오면..
손씨를 본 일서와 함안댁이 놀란 얼굴로 다가온다.
일서:야...어찌 된 거냐?
유월:마님이 사람을 알아보세요.
함안댁:그래? (손씨를 보고)지가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손씨:(미소 띠며) 함안댁 아닌가?
함안댁:음마야.. 돌아왔네. 돌아왔어.
일서:마님... 저 언년 애빕니다요.
손씨:그래.. 자네 오랜만일세.
방안
방안에 두어 명의 병자들이 누어있고.
허준이 병자에게 시침을 하고 있다.
허준 오한을 느끼는지 손이 떨리는데 진땀이 나고
산음일각
계속되는 잔치 덩실 덩실 춤을 추는 오근 양태 만경/
손씨와 함안댁 일서 돌쇠까지 춤을 추는데..
손씨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다희도 미소를 띠고 박수를 치고 보는데
방안
병자를 보고 있는 허준 시야가 흐릿해지고
정신이 가물가물 한 듯 한데..
산음일각
흥겨운 잔치 분위기가 이어지고
다희가 두리번거리면서 허준을 찾는다.
허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순간 다희 왠지 불길한 느낌 다희 약방 쪽으로 간다.
약방마당
약방마당으로 들어온 다희 이곳저곳을 살피면서
허준을 찾는데
텅 빈 약방 다희 마루에 올라 방으로 들어간다.
방안
다희가 방문을 열면 병자들 두 명이 누운 채 잠들어 있고
허준이 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손에는 침을 들고 있는 허준. 다희 그런 허준을 보고
다희:(왠지 불길한 느낌 떨리는 목소리) 대감..
허준:....
다희:대감....
다희가 허준 곁으로 다가오고
다희 허준의 어깨를 손으로 잡으면서
그 순간 고개를 숙인 채 앉아있던 그 허준이 맥없이
옆으로 푹 꼬꾸라진다. 그런 허준을 보고 경악하는 다희.
다희:대감!!!
경악한 다희의 얼굴.
편안한 얼굴로 죽어있는 허준의 모습.
그 얼굴 위로 곡소리가 울리고..
들녘길
허준의 상여가 나가고 있다.
상여를 따르는 다희 오근 양태 유월 구일서 함안댁 돌쇠 만경 명원 공기
상화 등 내의원 의관들 그리고 홍춘 소현 명금 현지 수연 의녀들
오근과 양태 서럽게 울면서 상여를 따르고..
처연한 얼굴로 상복을 입은 채 상여를 따르는 다희의 눈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구슬픈 곡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상여가 나간다.
멀어져 가는 상여에서 화면이 닫히고
지리산 자락 허준의 무덤
다시 화면이 열리면 지리산 전경이 펼쳐진다.
산등성이에 허준의 무덤이 있고
그 앞에 예진이 있다. 예진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무덤을 바라보고 무덤을 쓰다듬는데
허준과의 오랜 인연이 스쳐지나가는 듯
회한에 찬 얼굴로 눈물을 흘린다.
무덤 옆에는 열댓 살 된 계집아이가 똘망똘망한 시선으로
그런 예진을 바라보고 있다.
산길
산등성이에 난 산길을 걸어가는 예진과 계집아이의 뒷모습.
꾸불꾸불한 산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원경으로 잡히고
아이:내의녀님.
예진:......
아이:내의녀님..
예진:왜 그러느냐
아이:누구의 무덤입니까?
예진:내가 평생을 가슴에 두고 존경한 분이란다.
아이:뭐하셨던 분입니까?
예진:의원이셨다.
아이:....
예진:그 분은..
그 분은 땅속을 흐르는 물 같은 분이셨지.
아이:......
예진:태양 아래서 이름을 빛내며 살기는 쉬운 법이란다.
어려운 것은 아무도 모르게 땅속을 흐르며
목마른 사람의 가슴을 적시는 거지.
그분은 그런 분이셨다.
진심으로 진정으로 병자를 사랑한 심의셨어.
한참을 말없이 걷다가
아이:내의녀님.
예진:....
아이:내의녀님.
예진:왜 그러느냐?
아이:그분은 내의녀님을 사랑하셨습니까?
예진:......
아이:.....
예진:그건 나도 모르겠구나
아이:......
예진:내가 죽어 땅속에 묻히고
흐르는 물이 되어 만난다면
그땐...
그땐 꼭 여쭈어봐야겠다.
끝없이 이어진 산등성이 길을 걸어가는 예진과 계집아이
그 앞으로 불게 타는 노을.
멀어져 가는 예진의 뒷모습에서 스톱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