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사진 편지 제 326 호 (06/5/1/월)
"나는 걷는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사람은 걸을 수 있는 만큼 존재한다"
이런 말을 한사람은 '걷는 행복'이란
책을 쓴 프랑스 사람 '이브 파칼레'입니다.
그는 1945년 프랑스 사부아 출생으로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했고, 식물학자이고 동물학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걸어서 세계 일주를 하였으며
오늘도 어디에선가 걷고 있는 사람입니다.
위 동상은 지난번 캐나다의 수도 Ottawa에 갔을 때
국회 의사당 앞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캐나다 장애인의 영웅 Terry Fox의 동상입니다.
그는 18세때 오른 쪽 다리 골육종으로
무릅위 6인치 부분까지 절단하는 수술을 받고
의족을 한 장애인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병원에서 수많은 어린이들이
암때문에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암퇴치 모금운동을 벌이기 위해
의족으로 캐나다 횡단을 감행하기로 결심했답니다.
1980년 4월12일, 캐나다 동쪽 끝 대서양에서
출발해서 서쪽 끝 태평양까지 5,373km를 143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걸었습니다.
그러나 144일 째에 암이 폐로 전이되어
걷기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23세의 생일을 한달 앞두고
젊은 나이로 아깝게 사망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캐나다의 모든 국민에게
암 퇴치에 대한 의지를 깊이 심어주었고
장애인들의 목표이자 희망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 동상의 사진을 찍으면서
큰 힘과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국내는 물론 일본의 걷기 여행도
꼭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32년은 서울에서 살았고
전주에서 22년, 김제에서 6년, 일본 도쿄에서 5년,
영국 런던에서 1년을 각각 살았습니다.
전주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했고 영훈과 영준
두 아들을 전주 예수 병원에서 낳았습니다.
또 전주에는 언제나 그립고 보고싶은
가까운 친구와 친 형제나 다름없는
선후배가 여러 명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울에서 살면서도
전주에 가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저는 고속버스나 기차를 타고 전주에 갈 때 마다
언젠가는 이 길을 옛날 사람들 처럼
걸어서 한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이제 공직에서 물러나와 자유스런 몸이 되었으니
드디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날이 왔습니다.
더 늙기전에 기후가 좋고 여러가지로 여건이
괜찮을 때를 잡아서 걷기로 작정했습니다.
지금이 바로 제가 생각한 최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서울 남대문을 출발해서 전주의
풍남문까지 243km를 걷기로 한 것은
세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첫째, 지금까지는 남이 짜놓은 시간표에 따라
제가 움직여 왔지만 이제부터는 제가 스스로 정한
스케쥴에 의거해서 활동하고 싶었습니다.
둘째, 장시간 걸으면서 저의 존재와 한계를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나는 어디를 향해서 갈 것인가?
걸으면서 이런 질문에 스스로 답해 보고 싶었습니다.
셋째, 매일 밤에 쓰고 있는 '한밤의 사진편지'에
제가 직접 발로 취재한 생생하고 재미있는 소식을 담아
독자들에게 보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저의 이런 계획을 발표했을 때
큰 아들 영훈은 반대 했습니다.
아들로서 부모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불안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내는 드라마 촬영에 눈코뜰새 없는
아들을 보살펴주지 못하는것을 걱정하면서도
저의 뜻에 공감하고 같이 가겠다고 선뜻 나서주었습니다.
저는 큰힘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즐겁게 재미있게 걸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아내는 걷기를 좋아하고
오히려 저보다 더 가볍게 잘 걷습니다.
친구들은 저를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쪽과
멋진 생각이니 잘 해보라며 격려하는 쪽으로 갈렸습니다.
저희는 걸으면서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고,
식당과 쉼터와 재래시장과 각 지방의
명소에도 들리게 될 것이며,
여러 잠자리에 배낭을 풀어 놓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연과 인간과 문화와 사물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저희는 많은 것을 배우게되고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저희는 영등포, 시흥, 안양, 오산, 송탄, 수원,
성환, 천안, 전의, 조치원, 논산, 연산, 연무대,
여산, 금마, 삼례등을 경유해서
전주 풍남문에 도착하게 될 것인데
목적지에 언제 도착하게 될지는 아직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루에 몇km를 걷고, 얼마동안 휴식하며,
어느 곳을 들리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미리 짜 놓지 않고 그냥 떠나기 때문입니다.
걸으면서 그때 그때
마음이 쏠리는 대로 해보는
재미를 즐길 것입니다.
아내는 아들이 준 휴대전화를 가지고 갑니다.
전화 번호는 011-9120-0239 입니다.
혹시 어디쯤 가고 있을까 궁금하시고 생각이 나실 때
응원 전화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어느 대목에서나 잠깐이라도
함께 걸어주고 싶은 생각이 나시거든
물이나 한 병들고 달려오시면 대 환영입니다.
조금 같이 걷다가 돌아 가셔도 되고
얼굴만 보고 가셔도 됩니다.
그리고 저희가 걷고 있는 코스에 혹시
도움이 될만한 자원인사나 유명한 맛집,
편한 잠자리, 좋은 휴식처 등을 알고 계시면
전화로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꼭 들러서 체험해보고 그 결과는
나중에 한밤의 사진 편지를 통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