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평창 대관령 국제음악제에는 <찾아가는 음악제> 라는 컨쎕으로 강원도 곳곳의 작은 공연장에서
알펜시아 무대를 뜨겁게 달구었던 아티스트들이 리바이벌 연주회를 했습니다
7. 24(목) 브루노 콕세 & 레 바스 레위니의 무대에서 이미 브루노 콕세라는 녹슬지않은 대가의 엄청난 연주를 보았던 터라 작은 성당에서 오로지 바로크 첼로 소리를 누리는 연주회에 대한 기대는 커질대로 커진 상태였습니다
대관령 성당은 작은 소도시의 성당다왔습니다 작은 예배당이 하나 있고 성당임을 알려주는 성모상이 우리를 반겨주고 아담한 성당 뜰에는 꽃과 나무가 있었고 그리고 성당 안은 더웠습니다 ㅎㅎ
예배당에 마련된 무대는 단 위에 좁은 공간이 전부였지만 솔로 바로크 첼로를 위한 자리로는 더없이 어울렸습니다
큰 키에 여윈 몸, 긴 팔 다리, 하얀 머리에 깊은 눈빛을 장착한 브루노 콕세는 성당에서 보니 조명이 내리쬐는 무대보다 더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이곳이 바로 그의 무대인 듯 빛이 났습니다
1부 프로그램은 오르티즈의 곡으로 시작하여 비탈리, 갈리까지 바로크 첼로소리가 공간을 타는지 그제 알펜시아 콘서트홀 무대에서보다 더 강하게 귓 속을 파고듭니다 역시 고음악 공연은 공간이 넓은 것 보다는 크지 않은 무대가 더 관객에게 전달되는 소리가 깊고 강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바로 알겠는 음향에 집중이 높아집니다
브루노 콕세의 연주하는 모습은 흡사 이 첼로를 어떻게 뜯어먹을지 궁리하는 야수같기도 하고 어떻게 요리해서 가장 좋은 정찬을 내놓을까 고심하는 셰프같기도 합니다 철저히 악기에만 몰입하는 그의 연주하는 모습은 이 대가의 음악이 더 궁금해지고 얼마나 이 악기를 연구하고 연습했으면 이런 소리를 구현해 낼까 하는 궁금함을 들게 합니다
그러다가 바흐의 무반주 챌로 소나타 2번에 오니 정말 바흐의 해석에도 놀라고 운지와 보우잉이 여느 첼로 연주자와는 좀 다른 그만의 스타일을 확인하게 되고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나 많이 들었던 무반주 첼로소나타 2번이 아닌 브루노 콕세의 바흐였습니다 와우~ 1부에 벌써 그에게 함락당한 기분입니다
구름 한 점도 없이 햇빛이 작열하는 여름날이다보니 바깥의 엄청난 열기를 성당내부의 냉방으로도 이기기 어려울 만큼 더운 공기가 그득한 홀이 연주하는 브루노 콕세에게도 힘들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한 것은 2부에 와서 테크닉의 흠이라곤 1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그도 약간의 헛도는 음과 이탈이 제 귀에 들릴만큼 더운 날, 시골의 작은 성당 연주는 온통 눈을 그에게 쏟아붓고 있는 관객들과 온통 시선과 열정을 첼로에게만 쏟아붓는 연주자의 교감으로 시간을 잊었습니다 어느 덧 마지막곡 바흐 무반주 첼로소나타 3번에 도달하고 알르망드와 쿠랑트에서는 이따금 콕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는데 그 미소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제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졌을 겁니다
모든 연주가 끝나고 관객들의 진심어린 박수와 환호에 잠시 나갔다가 들어온 콕세가 앵콜을 연주하기 전에
불어로 뭐라뭐라 합니다 제가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카프리스 1번이었는데 불어를 좀 아는 옆에 같이 앉아 들었던 딸아이의 도움으로 달라바코 카프리스 1번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듬뿍 담긴 앵콜곡까지 한국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난 브루노 콕세의 표정에는 환한 미소가 번집니다 은발의 노신사같은 풍모는 사라지고 천진난만한 아이같은 표정의 그를 보니 음악의 외길을 가고있는 아티스트들의 세계가 어떠한 지 잠시 엿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