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et Mgt 88만원 세대를 위한 재무설계 [6] [이민정]

[kibiss]

 88만원 세대를 위한 재무설계

부산에 살고 있는 88만원 세대 이민정

폐업신고 하던 날

“즉시 처리”

그렇게 식당을 개업하고 두 번째 계절이 바뀔 때쯤 저는 주변 사람들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식당을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폐업신고를 하던 날, 처음 사업자등록을 하기 위해 들었던 세무서에 가서 폐업신고서를 작성하고 순서를 기다렸습니다.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젊은 날 남들보다 조금 떠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했습니다. 긴 인생을 본다면 분명 좋은 경험이었노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었습니다.

창업을 준비하고, 실제 장사를 하면서 보낸 물리적인 시간과 그 속에서 변해간 내 모습에 비해, 폐업처리는 정말 몇 분 걸리지 않았습니다. 무표정한 표정을 “처리되었습니다”라고 말하는 담당자가 괜히 심술궂고 미워 보이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오랜 시간 부부의 연으로 살다 이혼수속을 밟는 사람들도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폐업신고서를 내던 날 햇볕은 좋았습니다. 봄기운이 완연했습니다. 햇볕 때문인지 마음 때문인지 얼굴은 자꾸 찌푸려집니다. 세무서에서 나온 다음 다시 구청에 가서 폐업신고를 했습니다. 역시나 작성할 서류는 단순했고 ‘즉시 처리’ 되었습니다.

이런 것에 마음을 다치면 돈을 잃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꾹 참으며 앞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빚을 갚는 일이 가장 급했습니다. 내놓은 지 오래됐지만 나가지 않는 가게처리도 골치 아팠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날을 살아가야 할 제 인생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위로에도 절망하다

나보다 더한 사람들도 많다는 주변의 위로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로 바닥으로 꺼져 있었습니다. 돈을 잃더라도 나 자신은 잃지 말자고 그렇게 경계했습니다. 그런데도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본 일도 별로 없었는데,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채무자가 되어 살아야 할 것이었습니다. 성공만을 위해 살지는 않았지만 ‘실패했다’는 자괴감이 밀려왔습니다. 자꾸 쪼그라들었습니다.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장사를 정리했다는 말을 하기도 싫었고,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도 싫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이 걱정을 해주어도 ‘당신들은 경험해보지 못해 잘 모를 거야’라는 못난 생각으로 그런 말도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정말 많이 변한 것 같았습니다.

흔히들 일이 실패하더라도 사람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장사를 하면서, 그리고 실패하면서 저 자신을 많이 잃었습니다. 변해가는 모습이 정말 싫었는데, 앞으로 견뎌야 할 현실에 제가 많이 변해가고 제 마음을 잃어갈까 봐 겁이 났습니다.

비싼 수업료

젊은 날의 수업료치고는 꽤 비쌌습니다. 사실 식당을 정리했을 때는 내가 갚아야 할 돈이 얼마나 있는지도 몰랐고, 어떤 식으로 상환을 해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사실 그 모든 현실을 다 부정하고 싶을 만큼 괴로웠으니까요.

얼마나 개념이 없었으면,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받았던 대출의 조건은 가계를 계속 운영하는 것이었고, 폐업을 했을 때는 상환을 해야 하는 조건인 것조차도 몰랐습니다. 부모님 집이 법원 경매로 넘어가게 되었다는 안내장을 받고서야 알게 되었으니 더 할 말이 어디 있겠습니까?

일시금으로 1,000만원을 급하게 갚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고, 저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며 언니에게 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사하겠다고 돈을 빌리고, 그 장사가 망해서 처리해야 하는 돈까지 빌리게 되니, 영혼은 팔릴 대로 다 팔렸지요.

빚은 사람의 영혼을 파괴한다

털 때 한꺼번에 턴다

당시에는 제 빚이 얼마인지조차 몰랐습니다. 당장 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만 있었습니다. 상환 프로그램을 어떻게 가져야 할지 몰랐고, 빚을 갚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곳을 알지도 못했습니다. 그저 마음만 무거운 채로 새로운 일을 찾았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 다행히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공격하는 것 같아 그 사람들의 마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그만큼 제 마음이 옹졸하게 변했던 것이지요. 저를 걱정해주는 그 마음을 받아들이고 급한 것부터 정리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냉정하게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29살이 되었을 때 저는 4,500만원을 갚아야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4,500만원 중에 우선 갚아야 하는 것부터 순서를 매겨보았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급한 것은 카드사와 관련된 채무였습니다.

3개의 카드에 한도 가득 차게 받은 현금서비스와 특별대출이라는 명목으로 돌려 막기를 했던 카드사 대출, 그리고 이름만 제2금융권이었지 사채업자와 다를 바 없었던 상호저축은행의 대출이자가 가장 비쌌습니다.

어떻게 하든지 갚고 싶었지만, 갚기 위해서 또 다른 대출을 받고, 또 그 대출을 갚기 위해 더 많은 대출을 받아야 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이상 그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상담을 통해 이 대출은 한꺼번에 털어 넣지 않는 한, 도저히 갚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는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가서 프로그램을 받기로 했습니다.

피 말랐던 신용회복

회복프로그램을 받기 위해서는 카드연체가 3개월 이상 되어야 합니다. 저는 결심을 했습니다. 돌려 막기를 중단하고, 결제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뒤에 벌어진 일은 독촉전화와 카드사 직원과의 만남이었습니다. 독촉전화야 그저 끊어버리면 되는 것이었지만, 집으로 찾아오는 카드사 직원은 어머니의 심장을 상하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빌려 쓴 돈이었기 때문에 무슨 소리를 들어도 참아야 했습니다. 죄지은 사람처럼 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용회복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했던 연체지만, 젊은 나이에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전화가 걸려오면 심장이 뛰고, 못 받는 전화도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사람들이 있는 카페들을 통해 대처법과 저의 상황들을 공유했고 조금씩 힘을 내면서 신용회복을 받았습니다.

결정이 날 때까지 피가 말랐습니다.혹시 누가 신용회복위원회의 프로그램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까봐 걱정도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웠고, 게으르고 실패한 인생으로 볼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빚은 영혼을 파괴한다

돈을 빌리는 것은 영혼을 파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빚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사람의 영혼을 파괴합니다.

아직도 저의 채무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두렵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88만원 세대가 빚이 일상이 되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학자금대출이 보편화되었지만, 사람들은 그게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잘 모릅니다. 어떤 방법으로 상환하는 게 좋은지는 더더욱 모릅니다. 왜냐하면 빚이라는 게 아직도 개인의 능력문제로 치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 그럼 제 20대의 돈 문제는 여기까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제부터는 88만원 세대들이 처음 지게 되는 빚, 학자금대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생애 최초의 빚, 학자금대출

빚은 오래간다

앞서 지나간 제 20대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20대를 돌아보면서 ‘그래… 다 지나간 일이지…’라고 미소를 지을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삶은 연속성을 가지고 있기에 30대가 된 지금도 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조금 거칠게 빚은 영혼을 파괴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정말로 그렇습니다.

저는 현재 빚을 장기간에 나누어 갚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는 사람에게 빌린 돈 역시 매달 일정액을 갚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 달에 버는 돈 가운데 빚을 갚기 위해 들어가는 돈이 꽤 많습니다. 신용대출은 대부분 담보대출에 비해서 이자가 높기 때문에 해를 거듭할수록 이자로 나가는 돈 또한 무시 못 할 수준이 되어갑니다.

저는 또 다른 사업을 해서 ‘한방’으로 털 수 있는 재주도 없고, 대신 갚아주겠다는 사람도 없습니다. 매달 벌이가 아주 많아 생활하면서 빚도 빨리 갚을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니, 빚을 청산한다는 것은 어려운 숙제입니다. 20대에는 별다른 계획 없이 빚을 졌고, 30대에는 그 빚을 갚고 있는 중인 거죠. 40대에는 다른 인생이 펼쳐져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봅니다.

저도 처음에는 수입이 생기면 바로 빚을 청산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높지 않은 수입과 생활비로 들어가는 지출 때문에 마음처럼 빨리 갚을 수 없었습니다. 매달 이자와 함께 원금을 갚아야 하는 대출을 2년 동안 끝내고 은행에서 나오는 날 저는 갑작스럽게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는 허무감이 밀려왔습니다.

돈을 번다는 것이 쉽지 않은 요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번 돈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세월이 어디로 갔냐고 한탄도 나왔습니다. 여전히 갚아야 하는 돈이 남아 있는 제 처지가 비참하기까지 했습니다. 돈은, 아니 빚은 이렇게 사람의 영혼을 바꾸어 놓습니다.

버는 것보다 갚은 것이 어렵다

빚이 가지는 무게에 대해서 잔소리처럼, 푸념처럼 이야기를 계속 드리는 것은 88만원 세대들이 ‘빚을 지고 난 이후’에 대해서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30대가 되어 있는 미래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어쩌면 눈앞에 있는 현실이 더욱 중요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것보다 빚을 갚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입니다. 더구나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하여 연봉 5,000만원이 넘고 회사의 복지차원에서 무이자에 가까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위 5% 정도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그 어려움은 훨씬 더 커집니다.

물론 빚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88만원 세대들은 빚을 질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렵사리 공부를 해서 대학이라는 곳에 들어왔는데, ‘그 놈’의 등록금이 너무나 비싸기 때문입니다.

대학에 간 까닭은?

한국의 교육열풍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합니다. 어찌 보면 교육에 열의가 많은 것이라기보다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에 ‘미쳐있다’는 게 정확합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제 짧은 생각으로는 한국사회에서 학벌은 신분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장치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골에서 땅 파는 부모가 논 팔고, 소 팔아서 자식을 서울에 있는 대학에 보냅니다. 자식은 별다른 변수가 없으면 졸업을 하고 괜찮은 직장에 취업합니다. 노름이나 무리한 주식투자 따위를 하지 않았다면 차곡차곡 저축하고 아파트도 분양 받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타고 다니는 자동차의 cc도 늘어납니다. 부모는 ‘개천에서 용났다’는 이웃에 말에 우쭐합니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업가가 되거나 전문직이 되어 신분상승의 속도를 더욱더 높이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면 가능한 것들이었습니다. 한 때는 그랬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떻습니까?? 서울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부모들을 조사해보니 60% 이상이 중산층이라는 결과가 있습니다.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학력을 만들어주는 세상입니다. 신분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예전처럼 쉽지 않아졌습니다.

물론 저는 여기서 한국의 교육문제라든가, 불합리한 입시제도라든가, 황당한 영어조기교육이라든가, 과연 대학을 꼭 가야 하는가 등을 토론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한번 정도는 생각을 해보았으면 합니다. 막대한 돈을 들여서 가고자 하는, 혹은 다니고 있는 대학이 그 정도의 효용이 있는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다른 이유 말고, 취업수단으로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학자금대출

어떤 이유에서건 대학에 들어가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면, 혹은 다니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립대가 아니라면, 부모님이 학비를 모두 대줄 수 없다면 학자금대출을 이용하게 됩니다.

2005년부터 정부차원에서 학자금대출과 관련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학자금신용대출보증기금(http:///www.studentloan.go.kr)에서는 7.5% 정도의 이자로 대출을 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신청자격이 있습니다. 대략 이전 학기 12학점 이상을 이수하고, 학점이 100점 기준으로 했을 때 70점 이상이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부모님의 보증이 있어야 합니다. 각각의 조건들은 사이트에 자세하게 나와 있으니 각자가 어디에 해당이 되는 지는 찾아보면 됩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것은 대출을 받았을 경우, 어떻게 상환하는 것이 좋은 지입니다. 제가 대출을 받게 해드릴 수는 없으니까요.

먼저 빚을 내는 것에도 계획이 필요합니다. 대출을 받을 때는 상환계획을 함께 세워야 합니다. ‘졸업하고 갚으면 되지’ 하고 있다가, 밀려오는 대출이자와 원금상환에 깔려 죽을 수도 있습니다.

빚에 대처하는 자세

자, 그럼 빚을 내보겠습니다.

먼저, 학교에 다니면서 등록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님께서 마련해 줄 수 있다면 그 금액이 얼마이고, 언제까지인지 살펴보기 바랍니다. 스스로 모두 충당해야 한다면, 아르바이트를 통해 가능한 금액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한 학기 등록금이 500만원이라고 하면, 한 달에 84만원 정도를 모아야 합니다. 고액과외를 하지 않는다면 모으기 좀 어려운 금액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장학금을 받는 것이겠죠. 그러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도 정해져 있고, 전액을 받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동원할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하고 나면 부족한 금액이 나올 것입니다. 그 금액은 단순히 이번 학기만이 아니고 내가 대학을 다니는 동안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다른 방도를 찾지 못하셨다면 빨리 학자금대출을 신청하면 됩니다.

빚을 내고 나서는 어떻게 갚을 것인지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먼저 언제부터 상환할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상환을 할 것인지, 아니면 졸업 후에 상환을 할 것인지 말입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면 바로 수입원을 만들 수 있는 활동, 아르바이트를 구하셔야 합니다. 졸업 후에 갚겠다고 하면 공부를 정말로 열심히 해서 빨리 취업을 하셔야겠죠?

그런 다음, 이자를 내는 방법과 상환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인생계획에 맞추어 상환계획을 세웁니다. 학자금대출의 상환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고, 이자를 내는 조건도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다음에는 상환조건들을 살펴보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빌린 돈 갚기 : 학자금대출 상환

‘다음’은 생각보다 빨리 온다

먼저, 얼마 前 신문에 난 기사를 볼까요?

대학 1년 등록금은 1,000만원을 넘나들고 학자금대출 연체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이상민 의원(자유선진당)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학자금대출이 실시된 2005년 이후 6개월 이상 대출금을 연체한 학생은 올해 8월 현재 7,454명에 이른다. 지난해(3,726명)보다 2배가 증가한 셈이다. 금액으로는 6조4,111억원 중 1,308억원이 연체됐다.

-      경향신문, 2008년 10월 28일 -

학자금대출 연체자 수가 작년보다 2배 증가했다는 기사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습니까?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2년 前과 비교해 보면 무려 11배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거기다 신규취업자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대부분 비정규직입니다. 88만원 세대가 ‘의지’만으로 돌파하기에는 너무도 무거운 현실입니다. 아무리 상환계획을 잘 세운다고 하더라도, 수입이 없다면 이자조차 갚기 어려우니 말입니다.

현실이 이런데, ‘다음에 갚지’하고 일단 대출을 받아버리면 앞으로 펼쳐질 인생은 불 보듯 뻔합니다. 그리고 그 놈의 ‘다음’은 생각보다 빨리 옵니다.

상환방식

자, 그럼 학자금대출은 어떤 조건으로 갚아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여기서는 정부보증 학자금대출만을 다룹니다. 혹시라도 제2금융권에서 해주는 학자금대출을 생각하고 있다면, 휴학할 것을 권합니다. 그런 빚을 지느니, 졸업을 늦게 하는 게 낫습니다. 眞心입니다. 정말로 진심입니다. 정말로 정말로 진심입니다. 연이자 30%가 넘는 제2금융권의 학자금대출을 받는 순간 끝입니다. 고리대금업자의 손에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넘기는 것입니다.

학자금대출을 갚는 방식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대출을 받을 때 상환하는 방식은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미리 알아두면 좋을 것 같으니, 상환방식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만기 일시 상환방식’이 있습니다.

대출기간을 정하고, 대출기간 중에는 이자만 내다가 원금은 대출만기일에 한꺼번에 상환하는 방식입니다. 보통 대출금을 활용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원금분할상환보다 만기 일시상환방식이 더 낫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빚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주식 아니면 부동산 정도인데, 이 방식으로 성공했다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대출금을 한 번에 모두 상환할 계획이 없다면, 문제는 더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또한 원금이 줄어들지 않는 상태에서 이자만 내야 하기 때문에, 이자부담도 가장 큽니다.

둘째, 원금균등분할상환방식이 있습니다.

대출원금을 대출기간으로 균등하게 나누어 매월 일정한 금액을 상환하고, 이자는 매월 상환으로 줄어든 대출잔액에 대해서만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매월 상환하는 원금은 일정하지만 초기에 이자가 많고, 回次가 지날수록 이자액수가 줄어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대출기간 중에 지급하는 이자의 총금액이 만기일시상환식보다 약 40%% 정도 적게 드는 반면 대출금의 회수로 자금활용기회가 그만큼 적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초반에 납입하는 금액이 원금균등부문과 이자를 함께 내야 하므로 부담이 많이 나갑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이자가 줄어드는 방식입니다. 가장 좋은 방식으로 보이긴 하나 초기에 과도한 원금이자상환이 부담이 되긴 합니다.

어떤 방식이 유리한가?

셋째, 원리금균등분할상환방식이 있습니다.

원금균등분할상환방식은 원금과 이자의 상환금액이 매월 달라집니다. 따라서 채무자들이 매월 납부금액을 일일이 금융기관에 조회해야 합니다. 불편하죠.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원금균등분할상환방식을 변형한 방식입니다. 일단, 만기까지 총이자금액을 미리 산출합니다. 원금총액에 이자총액을 더합니다. 이를 대출기간으로 나누어 매월 일정한 원금과 이자의 합계금액을 나누어 갚는 방식입니다. 물론 원금은 매월 분할상환해야 합니다.

이 방식은 초기 회차에 상환하는 금액에는 이자가 많고 원금이 적지만, 후기 회차로 갈수록 이자금액이 적고 원금회수가 많아지게 해서 매월 납부하는 분할상환원리금액이 같도록 만든 방식입니다. 대출자에게 가장 유리한 상환방식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기상환을 하게 되었을 때, 남아있는 원금이 많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초기상환액에 원금보다 이자가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据置期間을 두는 방식이 있습니다.

이 방법은 대출을 받은 後 일정기간은 원금회수에 대한 부담이 없이 이자만 납부하다가 일정기간이 지난 후부터 원금과 이자를 분할상환하는 방식입니다. 원금분할상환방식이나 원리금균등분할상환방식과의 차이점은 일정기간 동안 만기일시상환방식과 마찬가지로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납부하는 猶豫期間이 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학자금대출은 거치기간을 두고, 이후에 원금균등상환방식이나 원리금균등분할상환방식을 선택해서 갚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방식이 가장 유리할 것 같습니까?

악착같이 살아도

대학입학금은 어떻게 친척들의 축하금으로 해결했다고 가정하고, 그 뒤부터는 학자금대출을 3,600만원 모두 다 받았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취업준비로 1년을 쉬고 취업을 하게 되어 5년 동안 악착같이 갚겠다고 계획을 세웠을 경우, 두 가지 상환방법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거치하는 1년 동안에 내는 이자는 매월 234,000원으로 동일하고, 거치기간이 끝나고 13개월째부터는 원금균등분할의 경우 834,000원부터 시작해서 72개월째(거치기간 1년 포함, 상환기간 5년)에는 603,900원으로 갚아지게 됩니다. 원리금균등분할의 경우 72개월째까지 갚아나가면 됩니다.

학자금대출 사이트에 이자를 계산하는 계산기가 있기 때문에 각자 대출한 금액을 입력하고 상환계획에 맞추어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도 한 번 해볼까요?

<<학자금대출 원금균등분할과 원리금균등분할 상환방식의 차이 >>

(5년 기준)

1.      원금균등분할조건

대출금액	36,000,000원	대출금리	年 7.8%
거치기간	1년	상환기간	5년
거치기간납입이자	2,808,000원	상환기간납입이자	7,137,000원
총상환금액	45,945,000원	총대출기간	6년

2.     원금균등분할조건 대출상환 스케줄

회차	월상환금액	납입원금	이자	납입원금합계	잔금
1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2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3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4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5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6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7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8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9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10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11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12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13	834,000원	600,000원	234,000원	600,000원	35,400,000원
14	830,100원	600,000원	230,100원	1,200,000원	34,800,000원
15	826,200원	600,000원	226,200원	1,800,000원	34,200,000원

3.     원리금균등분할조건

대출금액	36,000,000원	대출금리	年 7.8%
거치기간	1년	상환기간	5년
거치기간납입이자	2,808,000원	상환기간납입이자	7,590,310원
총상환금액	46,398,310원	총대출기간	6년

4.     원리금균등분할조건 대출상환 스케줄

회차	월상환금액	납입원금	이자	납입원금합계	잔금
1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2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3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4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5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6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7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8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9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10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11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12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13	726,500원	492,500원	234,000원	492,500원	35,507,500원
14	726,500원	495,710원	230,790원	988,210원	35,011,790원
15	726,500원	498,930원	227,570원	1,487,140원	34,512,860원

엄청나지요? 그러나 회차는 15회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72회까지 연장됩니다.

내가 졸업을 하고 5년 동안 한 달에 73만원 정도 되는 돈을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는데 써야 합니다. 어마어마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안 먹고 안 입는다고 해도 한 달에 88만원 버는 우리가 그 중 73만원을 5년 동안 털어 넣어야 갚을 수 있습니다.

정말 齷齪같이 살아도 꿈만 같은 일입니다.

조금 덜 악착같이 산다면

그래서 조금 덜 악착같이 살아봅니다. 그러면 좀 나아질까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빚을 갚기 위해 필요한 기간이 늘어납니다. 고통을 받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죠.

최소한 생활비를 45만원 정도 쓴다고 하면 5년 동안 갚을 수 없습니다. 상환기간을 길게 잡아야 합니다. 10년으로 잡아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물론 회차도 15회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무려 132회까지 연장됩니다.

<<학자금대출 원금균등분할과 원리금균등분할 상환방식의 차이 >>

(10년 기준)

1.     원금균등분할조건

대출금액	36,000,000원	대출금리	年 7.8%
거치기간	1년	상환기간	10년
거치기간납입이자	2,808,000원	상환기간납입이자	14,157,000원
총상환금액	52,965,000원	총대출기간	11년

2.     원금균등분할조건 대출상환 스케줄

회차	월상환금액	납입원금	이자	납입원금합계	잔금
1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2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3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4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5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6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7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8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9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10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11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12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13	534,000원	300,000원	234,000원	300,000원	35,700,000원
14	532,050원	300,000원	232,050원	600,000원	35,400,000원
15	530,100원	300,000원	230,100원	900,000원	35,100,000원

3.     원리금균등분할조건

대출금액	36,000,000원	대출금리	年 7.8%
거치기간	1년	상환기간	10년
거치기간납입이자	2,808,000원	상환기간납입이자	15,957,540원
총상환금액	54,765,540원	총대출기간	11년

4.     원리금균등분할조건 대출상환 스케줄

회차	월상환금액	납입원금	이자	납입원금합계	잔금
1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2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3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4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5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6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7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8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9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10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11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12	234,000원	-	234,000원	-	36,000,000원
13	432,980원	198,980원	234,000원	198,980원	35,801,020원
14	432,980원	200,280원	232,700원	399,260원	35,600,740원
15	432,980원	201,580원	231,400원	600,840원	35,399,160원

원리금균등분할방식으로 할 경우 월 43만원씩 무려 10년 동안 상환해야 합니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현실입니다.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대출을 받으면서부터 상환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취업전쟁에서 겨우 승리해서 얼마 안 되는 월급을 받고 그 중에 반 이상을 10년 동안 빚 갚는데 써야 하는 우리들에게 결혼이나 주택을 마련하는 것 따위는 사치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조금씩 월급도 오르고 승진도 하겠지만, 임금상승률이 7.8%를 넘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10년이 지나고 학자금대출을 다 갚고 나서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업습니다. 그야말로 0인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죠. 10년 동안 힘들게 일했는데도 말입니다. 그 중간에 부모님 중에 누가 아프기라도 해서 병원비가 들어간다거나, 지출이 늘어나게 되었다면 빚을 계속 지고, 이자물고 갚고, 또 빚내는 생황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다른 방식

사실 이 문제는 혼자 孤軍奮鬪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등록금을 마련하고 조금이라도 저축을 하면서 상환방법을 만드는 것도 방법입니다. 앉아서 죽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을 낮추는 활동에 동참하는 것도 유력한 방법입니다. 내가 10만원씩 저축하는 것보다 인상률이 내려가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니까요.

제가 앞서 네 가지 대출상환방식을 설명하고, 어떤 방식이 가장 유리할 것 같은지 물었습니다. 여러분은 그 중 어떤 방법을 선택했습니까? 참으로 죄송하지만 답은 ‘없다’입니다. 상환방식에 따라 조금 차이가 나긴 하지만 거기서 거기입니다. 절대상환액이 줄어드는 게 가장 좋은 방식입니다.

등록금이 내려가고, 학자금대출 역시 전액무이자 방식으로 된다면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지 않을까요? 나아가, 핀란드를 비롯한 유럽의 선진국처럼 무상교육이 이루어진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