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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급공사 비리’ 보도 시발점은 역시 검찰
블루펀드 투자와 관급공사 수주액은 무관
블라인드펀드로 설정한 숨은 이유 있었다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직행한 관급공사 의혹은 8월 17일 새벽에 출고된 동아일보의 두 기사 “‘조국 가족 사모펀드’, 관급공사 기업에 투자”와 “조국 가족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檢수사받은 기업들과 거래”에서 촉발되었다. 이 기사들에서 동아일보는 블루펀드가 투자한 회사 ‘웰스씨앤티’가 가로등 관급공사를 하는 기업으로서 블루펀드 투자 이후 1년 만에 매출은 74.1%, 영업이익은 2.4배로 증가했다고 썼고, 이어서 조국 후보자의 정보나 영향력이 작동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썼다.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 웰스씨앤티는 8월 19일에 입장문을 내고 동아일보의 보도에 대해 반박했다. 여기서 웰스는 2017년부터 매출이 늘어난 것은 가로등 자동점멸기 외에 2017년부터 신사업으로서 ‘유통도매 분야 매출’의 증가와 ‘전력감시장치 매출’이 늘어서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실제로 웰스씨앤티는 2017년 3월에 ‘전력소비량 감시 장치’에 대해 특허청에 상표 등록을 한 사실이 확인된다.
즉 동아일보의 의혹 보도는 관급 외의 다른 분야에서 매출이 늘어났을 개연성 자체를 무시하고 웰스씨앤티의 매출액은 관급공사 수주가 전부인 것처럼 들리도록 왜곡해 보도하고, ‘웰스씨앤티는 관급공사 기업’이라는 과장된 프레임을 만든 것이다.
또다시 드러나는 검찰의 입김
그런데, 이 두 기사에는 여러 부분에 검찰의 입김이 닿은 흔적들이 있다. 법조 기자들이 검찰의 목소리를 익명 처리할 때 흔히 등장하는 “법조계”가 등장해 가로등 사업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코링크PE가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업체로부터 자금을 빌렸던 적이 있다는 은밀한 정보까지 등장한다.
“본보 취재 결과 웰스씨앤티는 가로등 관련 관급공사를 수주하며 성장했다. (중략) 법조계에선 “가로등 사업은 대표적인 경찰과 행정당국의 정보를 미리 알고 수주하는 사업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코링크PE가 거래한 기업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점도 의혹의 시선을 더하게 만든 요소다. 코링크PE는 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회사를 인수해 소액주주 1000명에게 피해를 끼친 혐의로 올 6월 기소된 지와이커머스 측으로부터 10억5000만 원을 빌렸다가 2018년 1월 상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사 출처로 ‘법조계’를 거론하는 표현은 법조 기자들이 우회적으로 검찰을 지칭하는 ‘사골’ 용어다. 직접적으로는 사법적 사안도 아닌데, 수사를 벌이려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검찰이 아니라면 이 문맥에서 ‘법조계’가 등장해 무엇 무엇이 의심스럽다는 의견을 개진할 리도 없다. 즉 검찰이 웰스씨앤티의 ‘가로등 사업’을 의심스럽게 보고 있다며 기자에게 알려줬다는 의미다. 보도를 유도하는 취지로 말이다.
이어서 코링크가 과거 단기 자금을 빌렸던 업체가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업체라는 서술 역시도 검찰이 흘려준 정보로 볼 수밖에 없다. 코링크가 스스로 밝힐 성격의 정보도 아니고, 코링크에 대한 수사를 착수하기도 전이므로 코링크 수사 중에 나온 정보도 아니다. 그런데도 서울중앙지검의 ‘지와이커머스’ 수사에서 남아있던 ‘코링크’라는 이름이 검찰의 수사 기록을 뛰쳐나와 동아일보 기자들에게 전달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정보가 기자가 검찰에 문의한 결과로 나올 수 있는 정보일 수 있을까? ‘검사님, 검찰의 과거 수사기록을 뒤져서 코링크에 자금을 빌려준 기업을 찾아서 알려주세요’ 이런 질문이 가능한가? 어떻게 보더라도 검찰이 능동적으로 기자에게 흘려준 정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기사들을 취재한 기자들을 살펴보면 총 4명의 기자가 공동으로 쓴 기사로서, 이들 중 3명은 경제부 기자인데 비해, 두 기사에 공통적으로 이름을 올린 ‘김동혁’ 기자만은 법조팀 기자였다. 이 기사들에서 법조팀 기자가 어떤 역할을 했다는 것일까? 요컨대 동아일보의 이 두 기사는 외형상으론 경제부 기자들이 주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법조팀 기자가 검찰로부터 받은 정보들을 뼈대로 해서 경제부에서 살을 붙여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특히, 이 동아일보 기사들은 이후 계열사 채널A의 ‘스마트가로등’ 의혹 보도로 이어지고, 다시 검찰의 압수수색영장에서 더욱 구체화 되는 일관된 흐름이 있다. 이런 흐름을 되짚어 올라가면, 이 8월 17일 동아일보 기사에서 흘린 ‘검찰이 가로등 사업을 의심하고 있다’라는 대목은 며칠 후 시작되는 대대적인 ‘관급공사 수사’의 신호탄이었다. 즉 검찰이 스스로 동아일보를 통해 ‘관급공사 의혹’을 일으킨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블루펀드 투자 후 관급공사 매출이 급증?
다시 며칠 후인 8월 23일, 자유한국당 정점식 의원은 동아일보가 신호탄을 쏜 ‘관급공사’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조달청 나라장터의 최근 5년간 기록을 집계해 웰스씨앤티의 관급공사 수주액이 블루펀드 투자 이후 급증했다는 내용의 PPT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정 의원은 여기서 “조국과 민정수석실의 위세를 업고 수주행위를 했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권력형 비리 의혹’을 본격화시켰고, 대다수 주류 언론들은 이런 주장을 비판적 시각이나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받아썼다.
그런데 아래 정 의원의 PPT 문서 내용을 보면, 2018년의 수주액이 2017년에 비해서는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2014년과 2015년 사이에는 그보다 더 크게 증가했다가 2016년에 크게 하락하기도 했다. 요컨대 정 의원이 의혹을 키우려 제시한 자료에서조차 그 이전부터 수주액이 등락을 거듭한 사실이 드러나 있었던 것이다. 나아가서, 웰스 관계자는 자사의 관급공사 실적이 정 의원이 제시한 최근 5년보다 이전인 2012년에도 2018년과 같은 수준인 17억원을 기록한 적도 있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렇게 웰스씨앤티의 관급공사 수주 액수가 해마다 들쭉날쭉 했던 것은, 8월 19일 웰스앤씨앤티 입장문에서도 설명된 바 있다. 그 이유는 자동점멸기 제품과 관급 사업 자체의 특성 때문인데, 지자체별로 일정 기간마다 대량의 자동점멸기 교체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블루펀드의 투자는 웰스의 관급공사 매출이 오르내린 것과는 관련성이 없었다.
심지어 검찰은 권력 개입의 증거를 찾아내겠다며 관계인들과 기업들은 물론이고 관련도 없는 국토부까지 압수수색하며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정 교수를 기소한 공소장에서 ‘관급공사’나 ‘권력’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못했다. 더욱이, 검찰의 공소장과 판결문에서 확인된 사실에 따르면, 웰스는 코링크PE에게 블루펀드 자금을 횡령하는 임시 창구 정도로만 이용되었을 뿐 웰스씨앤티의 제품이나 매출은 코링크PE의 관심 대상조차 아니었다.
블라인드펀드인데도 ‘웰스씨앤티’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관급공사 의혹’에서 웰스씨앤티의 매출 변동보다 더 핵심적인 관건은 ‘블라인드펀드’ 여부였다. 코링크의 블루펀드는 블라인드펀드로서 어떤 기업에 투자되는지 운용사가 투자자에게 알려주지 않는 방식이라는 것이 조국 후보자와 코링크 측의 일관된 해명이었다.
설사 언론과 검찰의 주장대로 조국 후보자가 권력을 동원해 이익을 취하려 했다고 치더라도, 어떤 기업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권력을 동원해 그 기업의 영업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므로, 이 ‘블라인드펀드’ 여부는 권력 개입 판단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관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동아일보를 비롯한 대다수 언론들은, 최소한의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로 조국 후보자와 정경심 교수가 ‘웰스씨앤티’라는 기업을 알고 있었다는 전제를 세우고는 의혹 보도를 쏟아냈다. 블라인드펀드로서 어디에 투자되는지 알지 못했다는 해명에는 전혀 개의치 않았고, 단순히 ‘매출 증가 자체가 권력 개입의 증거’라는 식이었다.
이런 무논리의 억지 주장은 조국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김진태 의원의 입에서도 반복되었다. 조국 후보자가 ‘블라인드펀드라서 어떤 기업에 투자됐는지 몰랐다’라고 답하자 김 의원은 ‘관급공사가 급증했는데 블라인드펀드라는 게 말이 되느냐’라는 취지로 몰아붙였던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권력 개입’ 혹은 ‘관급공사 비리’ 관련으로 기소조차 하지 못한 탓에, 판결문에도 이 블라인드펀드 여부에 대해 명시적으로 판단한 부분은 없다. 그런데, 재판부가 판결문에 인용한 검사 측 제출 증거들에는 블루펀드가 블라인드펀드였다는 사실이 드러나 있다.
조범동이 정 교수에게 블루펀드 관련으로 언급한 여러 문건들과 문자메시지 등에서 웰스씨앤티를 일관되게 “W사”라고만 지칭했을 뿐, “웰스씨앤티”라는 회사 이름은 단 한 차례도 거론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는 것이다.
조범동과 정 교수의 대화에서 ‘익성’을 비롯한 다른 기업 이름들은 실명으로 언급되었는데, 유일하게 웰스씨앤티만이 일관되게 “W사”라고 익명화되어 거론되었다. 결국 검사 측이 제출한 증거들로 볼 때, 조범동은 한 번도 정 교수에게 블루펀드가 투자한 회사가 ‘웰스씨앤티’라고 알려준 적이 없었던 것이다.
조범동이 블루펀드를 블라인드펀드로 설정한 이유
아래는 정 교수의 블루코어 투자 직전인 2017년 7월 12일에 조범동이 정 교수에게 블루펀드의 투자 및 수익구조 계획을 설명한 자료로서, 1심 판결문에 인용된 내용이다.
참고로 여기서 조범동이 정 교수에게 내놓은 자금 운용 구조, ‘익성 관계사인 W사 인수 후 W사에서 익성 배터리 사업에 투자’ 라는 설명은 완전히 거짓이었다. 웰스씨앤티는 “익성 관계사”도 아닐 뿐더러, 블루펀드로부터 웰스로 입금한 투자금은 곧바로 익성으로 ‘횡령’되었기 때문이다. 즉 블루펀드 투자 전부터 조범동이 계획적으로 정 교수를 속인 사실이 드러난다.
조범동은 웰스씨앤티에 블루펀드 자금을 넣었다가 곧바로 익성으로 횡령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돌렸기 때문에, 정 교수가 참여한 블루펀드는 성장성도 불투명한 비상장 중소기업 웰스의 지분만 생겼을 뿐 익성에는 법적으로 아무런 지분도 권한도 생기지 않는 구조였다. (조범동이 ‘업무상횡령’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혐의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회수 절차’로 거론한 ‘배터리사업쪽 납품 계약’ 운운 역시 당초부터 계획적인 거짓말이었다.
정 교수에게 알려준 계획과 달리 막상 블루펀드를 발족하자 마자 이런 비정상적인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금을 굴렸으므로, 조범동으로선 당연히 정 교수에게 ‘웰스씨앤티’라는 회사 이름을 알려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웰스씨앤티’라는 회사의 실명만 알면 ‘익성 관계사’가 아니라는 사실은 쉽게 드러나고, 그러면 조범동이 정 교수에게 알려준 운용 계획이 허위라는 사실이 들통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블라인드펀드’라는 핑계가 그 방어막이 된 것이다.
(참고로, 여기서 “W사”는 또다른 ‘W’ 이니셜의 회사인 ‘WFM’을 지칭한 것은 아니다. 첫째로 WFM에는 블루펀드 자금이 전혀 들어가지도 않았고, 두번째로는 조범동이 정 교수에게 WFM을 지칭할 때는 익명이 아닌 ‘WFM’이라는 실명을 그대로 썼기 때문이다.)
언론들이 일제히 무시한 ‘블라인드펀드’ 보도
그런데, 이런 사실들이 드러나기 한참 전,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당시에도 언론들에겐 이미 블루펀드의 블라인드펀드 여부에 대해 중요한 단서가 있었다. 2017년 11월에 한국경제가 보도한 코링크PE 이상훈 대표의 인터뷰 기사 “[인터뷰]이상훈 코링크 PE 대표 사람 보고 투자했더니 4차 산업혁명 중심에"이다.
이 기사에서 이상훈 대표는 블루펀드에 대해 명시적으로 “블루코어밸류업1호(블라인드 펀드)”라고 지칭했다. 이 인터뷰 기사의 시점은 2017년 11월이었으므로, 당시 시점에 코링크PE가 굳이 허위로 ‘블라인드펀드’라고 주장할 다른 이유도 없었다.
한국경제의 이 인터뷰 기사는,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당시에는 ‘코링크PE’ 검색어로 웹 검색을 하면 검색 결과 페이지의 첫 페이지 상단에 나타났었다. 따라서 언론들이 코링크PE에 대해 알아보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보지 못했을 수도 없었고, 또 일단 봤다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었던 중요 단서였다.
‘조국 사태’ 당시에 언론들이 불과 2년도 되지 않은 이 기사를 유의미하게 다뤘다면 마땅한 근거 하나 없이 ‘관급공사 비리‘를 운운하던 무분별한 보도 행태에도 제동이 걸렸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어느 언론, 어느 기자도 이 중요한 단서를 한 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언론들은 이런 가장 기초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는, 검찰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흘리는 허위 의혹을 무분별하게 받아쓰며 기사 조회수를 올리는 데에만 급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