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지나친 소유욕은 건강에도 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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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한 버림] 유태우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현대인이 행복을 위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바는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기준이 되면 무엇을 버려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적다고 투정부리거나 상실감을 느낄 여지도 없다.
‘버림’은 그러한 ‘무’의 경지에 이르는 중간 단계라 할 수 있는데, 가지고 있는 무엇을 ‘버린다’는 의미보다 원래 기준이었던 ‘무’ 상태로 ‘돌아간다’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현대인은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지나친 소유는 건강에도 해롭다.
한 예로, 건강의 가장 큰 적 가운데 하나가 스트레스다. 그런데 스트레스는 본래 체력보다 더 많은 일을 하기 때문에 생긴다. 그런데 우리는 늘 말로는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끊임없이 소유할 것을 늘리기 위해 일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게다가 소유할 것이 늘면 그만큼 관리할 것도 많아진다. 다시 말해 일이 더 생기는 셈이다. 결국 우리는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과다하게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그렇게 모은 것을 관리하느라 스트레스를 더한다.
그뿐인가. 우리가 먹는 음식도 건강을 위해 줄여야(버려야) 할 부분이다. 현대 한국인에게 과식은 온갖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배 나온 중년 남성이나 비만, 당뇨병, 심장병 환자의 급증이 그 증거다. 대표적 현대병인 암 역시 과잉이 원인이다. 이른바 항암 효과가 있다는 녹차, 상황버섯 등을 즐겨 먹으며 발암물질이 함유된 음식에 질겁하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 이러한 원인들은 많이 먹는 ‘해악’에 비할 바가 아니다.
요즘처럼 음식이 넘쳐나고 영양 과잉이 문제 되는 상황에서는 ‘잘 먹고 잘 사는 법’이 아니라 ‘덜 먹고 잘 사는 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버리고, 비워내야 하는 것이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위를 만족시키는 식사가 아니라, 맛을 느끼고 입을 만족시키는 식습관을 들이자.
내가 제안한 ‘반식(半食) 다이어트’는 이런 식습관을 통해 살을 빼는 방법이다. 기존 식사량의 반을 버리고, 반만 먹는 것이다. 이때 20분 이상 식사를 하면 적게 먹어도 배가 덜 고프다. 또 아침을 꼭 먹으면 하루 전체 섭취량을 줄일 수 있으므로 세 끼는 반드시 챙겨먹도록 하자. 물은 하루 8잔 이상 마시는 게 도움이 된다.
사실 ‘무’의 생활이나 반식 다이어트 모두 내 개인적 체험과 무관하지 않다. 나는 몇 년 전부터 3개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모두 버리거나 남에게 주는 등 생활 속 많은 일을 단순화했다. 또 반식 다이어트를 통해 섭취하는 음식량을 반으로 줄였다. 덕분에 스트레스가 줄었고, 몸무게는 15kg가량 빠졌다. 이처럼 버림은 건강을 위해 더없이 좋은 실천이다.
“버림은 □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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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은 변화의 징후다/ 김연수(푸드테라피스트) 3년 전 일간지 기자직을 버리고 푸드테라피스트 일을 시작했다. 마흔을 넘기면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할 때, 버림은 중요한 구실을 했다. 회사를 떠나던 당시 옷·물건·습관 등 생활 속 익숙한 것들을 모두 버렸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변화를 위해서는 먼저 버려야 한다.
버림은 자유다/ 채지형(‘지구별 워커홀릭’ 저자) 한때 수집하는 재미에 빠져 살았던 적이 있다. 그런데 회사를 그만두고 1년간 여행을 다니며 사람이 살면서 필요한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첫 여행지 남아프리카에서 짐이 됐던 아쿠아 슈즈와 수중 카메라 등을 한국으로 보냈는데, 그때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꼈다. 그 뒤부터는 연연해할 것이 없어졌고, 결국 여행과 삶 모두 재미있는 도전이 됐다.
버림은 나를 찾는 과정이다/ 이주향(수원대 철학과 교수) 현대인의 삶은 비만하다.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한 욕구로 가득 차 있다. 욕심을 채우고자 전전긍긍하며 불안과 화를 안고 살아가지만, 자아를 잃고 무너지기 쉽다. 어떤 것에도 매달! 리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 정념을 버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만 비로소 건강한 삶과 진정한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버림은 좋은 디자인을 만든다/ 정구호(디자이너·제일모직 상무) 옷을 디자인할 때는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욕심을 지양해야 한다. 버린다는 것은 다른 말로 기본에 충실하다는 의미다. 매 시즌 넘쳐나는 정보나 트렌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한꺼번에 수용하기보다 디자인의 목적과 철학에 중점을 둬야 한다. 욕심을 버릴 때 좋은 디자인이 나온다.
버림은 잠재력이다/ 민현식(건축가·한국예술종합대학교 미술원장) 요즘 공간의 합목적성을 강조하는 기능주의 건축사조가 흔들리고, 대신 거실 식당 침실 등이 모두 변화 가능한 ‘안방’형 건축이 주목받고 있다. 현대인의 삶이 다양해짐에 따라 성향의 스펙트럼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공간을 규정하는 건축방식에서 벗어나 최대한 비워둔 덕에 공간의 가능성과 잠재력은 더욱 커졌다.
버림은 살림이다/ 오성규(환경정의 시민연대 사무처장) 요즘 전 지구적으로 가장 큰 이슈는 기후변화다. 기후변! 화 재앙의 근본 원인은 문명에 대한 인간의 욕심이다. 편리하고 ! 냄衙恝 문명을 만들고자 사용했던 화석연료가 되레 인간을 위협하게 된 것이다. 편리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조금 덜 쓰고 불편을 감수한다면, 지구환경을 살릴 수 있다. 인간중심 사고와 욕심을 버리는 것이 우리 모두를 살리는 길이다.
버림은 또 다른 사랑의 출발점이다/ 김태훈(팝 칼럼니스트) 추억에 갇히지 마라. 그것은 당신이 이미 늙어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라. 당신의 청춘은 지금부터다.
정리 : 강승연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서울대 영어영문학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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