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 걱정
노병철
어떤 보살이 남편 때문에 늘 걱정이다. 보살의 남편은 허우대가 멀쩡해서 남의 이목을 많이 받는 편이다. 요즘은 가끔 도박도 하는 것 같고 여자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전화도 잘 받지 않고 해서 불안하고 또 불안해서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자가진단 결과 이래서는 우울증이 오겠다 싶어 스님을 찾아갔다.
“스님. 내 말 좀 들어주이소.”
“지금 바쁘니까 다음에 오면 안 되겠소?”
뻑 하면 꿈에 3년 전에 죽은 개가 꼬리를 흔들면서 나타나는 꿈을 꾸었다면서 길몽인지 흉몽인지 구분하라고 닦달하는 통에 식겁을 한 터라 말 들어줄 생각조차 없다.
“내가 미쳐서 머리에 꽃 달고 오면 좋겠습니까?”
“협박 공갈이 심하시네. 그래 용건만 간단히 말해 보소.”
보살은 장장 두 시간 반 동안 남편 험담을 늘어놓고선 그 대책을 세워 달란다. 스님은 지겨워 죽을 지경에 도달한 상태로 말을 했다.
“내가 당장 그 불안을 다 해결해 주겠소이다.”
“정말요? 역시 스님밖에 없습니다.”
뭔 부적이나 한 장 써 줄려나 싶어 잔뜩 기대했는데 스님은 두 손을 벌리며 말을 한다.
"자, 보살님의 불안을 여기에 전부 꺼내 늘어놓아 보시오. 그러면 내가 하나하나 없애 주겠소이다."
순간 보살은 끄집어낼 불안이 없음을 알았다. 실체 없는, 자신의 마음이 멋대로 만든 불안이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걱정하는 일의 90%는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한다고 걱정할 일이 사라지면 걱정이 없다. 걱정을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걱정거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걱정하는 마음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말한다. 수많은 사람이 바로 이 실체 없는 허깨비 불안에 싸여 두려워한다.
근래 병원에서 많이 듣는 말이 “디플레시브”다. 우울증(Depressive disorder)을 말하는 것이다. 이번에 강의들은 심리 분석적인 용어인 "멜랑꼴리(melancolie)"란 말은 잘 듣지 못했다. 그냥 우울증이라고 하기에 아는 만큼 보이고 보려고 하는 것만 보인다고 당연히 Depressive인 줄만 알았다. 다음엔 정신과 의사 강의를 듣고 싶다. 우울증 증상을 가진 사람이 주변에 너무 많다. 그리고 쓸데없는 걱정을 너무 많이 하는 사람이 부지기다. 꿈에 죽은 조상이 너무 자주 나타난다.
건진 법사나 천공 스님 같은 용한 분들과 친교를 맺고 싶어 하는 보살은 일어나 도망가려는 스님을 붙잡았다. 천 원짜리 잔돈이 없어 불전함에 만 원짜리도 넣었고, 만나기 힘든 스님이라 이참에 뭔가를 끄집어내야 본전 생각이 난다 싶어 스님 얼굴을 빤히 보면서 물었다.
“스님, 그럼 마음속에 있는 남편 여자를 한 방에 없앨 방법은 없나요?”
“보살님, 정녕 내가 다시 머리 기르는 꼴을 보시렵니까?”
첫댓글 아!
불쌍한 중생들이여~
돌아가신 아버님 말씀이
"밥 묵고 할일 없으면 잡념이 생기니 일해라!"
하시고는 땀 뻘뻘 흘리며 허리가 꼬꾸러 지는 일을 시켰습니다.
육신이 고단하며 개꿈 꿀 시간도 없이 코를 골며 잠들어 버립니다.
잠이 안 오거든 글이나 쓰던동~^^
보시바라밀(布施波羅蜜)·지계바라밀(持戒波羅蜜)·인욕바라밀(忍辱波羅蜜)·정진바라밀(精進波羅蜜)·선정바라밀(禪定波羅蜜)·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
결혼생활이란 게 다 이런 육바라밀(六波羅蜜)을 수행하는 일이라 여기고 살아야지 달리 무슨 방도가 있으랴 싶습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만 혼자 살 것을!'
'과거 첫사랑 아무개였다면 어땠을까?'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을 해본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스님은 남편 허우대가 아직도 멀쩡해보이니 그래도 다행이라고 하시지. 아직도 청춘이니 여자도 만나고 다니지. 쪼끄라질대로 쪼끄라진 남편 보면 불쌍하기 그지없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