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0일 대형선박블록 제조회사인 세진중공업의 하청업체 명성테크와 아주테크 소속 노동자 김영도(52세), 유동춘(32세), 현욱일(37세), 유지훈(27세) 등 4명의 노동자가 작업 중 폭발사고로 사망했다.
현재까지 정확한 사고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들 노동자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 시작 후 10분쯤 경과된 후 그라인더 작업 중 선실에 차있던 가스에 불꽃이 튀어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시신은 울산병원 영안실에 모셔져있으며 사고가 발생한 지 4일이 되도록 장례조차 치루지 못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세진중공업의 진심어린 사과를 원하지만 세진중공업 원청은 지금까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업체를 통해 유가족과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고통과 상실감이 말로 할 수 없지만 책임있는 후속조치조차 이뤄지지 않아 가족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이번 세진중공업 폭발사고는 누구의 책임인가? 세진중공업은 하청업체에 책임을 넘기려 하지만 이번 사고의 책임은 명백히 세진중공업 원청에 있다.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업주의 의무를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더라도 동일한 장소에서 원, 하청이 작업을 할 때 산업재해예방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은 원청 사업주이며, 업무의 성격을 보더라도 세진이라는 한 사업장에서 30여개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공정별 혹은 혼재된 상태에서 작업을 할 경우 기본적인 안전조치는 원청 사업주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세진중공업 원청은 중대사망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청업체 뒤에 숨어 책임을 피하려 하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의 죽음 앞에 세진중공업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더 이상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있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번 사망사고 피해자들은 12월 29일에도 밤 11시까지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 작업을 시작한 지 10여분만에 폭발사고의 희생자가 되었다. 무리한 작업강행과 안전조치의 부재속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피해자 중 1명은 1주일전부터 탱크내 유독가스로 눈이 아프다며 작업을 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를 반복할 정도로 탱크안의 사정이 열악했으며 그 사이 환기나 통풍, 잔류가스 점검, 산소농도를 측정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값싸게 하청노동자들을 부리면서 아무런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일을 시키다 일어난 명백한 인재이며 하청노동자들을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내몰며 오로지 이윤추구에만 혈안이 된 우리사회 만연한 비정규직 사용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한 사고이다.
이런 측면에서 세진중공업 중대재해는 최근에 전국과 지역에서 발생한 다른 사고들과 일맥상통한다. 지난 12월 9일 하청노동자 5명이 기차에 치여 사망한 인천공항철도 사고나 11월 4일 현대미포조선 장생포공장에서 하청노동자 1명이 추락 사망한 경우가 그러하다. 지난 12월 16일 삼호중공업 하청노동자 추락 사망이 그러하며 2011년 상반기 대우조선에서 7명, STX조선에서 8명의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한 경우들이 그러하다.
이제, 매년 2,5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중대재해에 대해 사회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만약 사회적인 대안을 찾지 못한다면 오늘, 내일, 계속해서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어나갈 것이고 가족들이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것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미비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면 사람을 죽게 한 죄를 분명히 물어야 한다. 사망재해가 발생하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구속하지만 결국 벌금 몇 백만원으로 책임을 면해주는 솜방망이 처벌을 이제 중단해야 한다. 영국, 호주, 캐나다처럼 산재사망 시 사업주에게 책임을 엄하게 묻는 기업살인법을 이제 우리사회가 도입해야 할 때이다.
또한 하청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비정규직 양산을 중단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한다. 그리고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은 세진중공업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조선하청노동자연대와 함께 12월 31일 세진중공업 앞 출근 선전전을 진행했다. 1월 3일에는 정확한 사고 조사와 책임자 엄중처벌, 중대사망사고에 대한 사회적 해결대책을 요구하는 노동부 면담도 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이 문제에 대해 책임있게 대응해 나갈 것이다.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은 억울한 노동자들의 죽음 앞에, 기업에 의한 노동자의 살인 앞에 더 이상 이를 지켜만 보지 않을 것이며, 이런 현실을 고치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할 것이다.
세진중공업은 하루 속히 유족과 고인의 영전 앞에 무릎끓고 사과하고 유족에게 충분히 보상하고 사망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라! 노동부는 세진중공업 폭발사고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세진중공업 원청을 구속하고 사망사고를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