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정상에서
산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돌아가고
강은 저 혼자 흘러 어느 바다에 닿는지
억새는 해 저물도록
빈 하늘만 이고 있다
――― 이일향, 『억새』에서
▶ 산행일시 : 2014년 9월 13일(토), 맑음,
▶ 산행인원 : 9명(영희언니, 버들, 모닥불, 다훤, 악수, 산소리, 해마, 우보, 메아리)
▶ 산행시간 : 9시간 10분
▶ 산행거리 : 도상 16.6㎞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
06 : 35 – 동서울터미널 출발
08 : 20 – 제천시 백운면 덕동리(德洞里) 여우내 덕동노인회관 앞, 산행시작
09 : 34 – 간벌지대
09 : 46 – 임도
10 : 30 – 742m봉
10 : 43 – 760m봉
10 : 56 – 임도
12 : 00 - △952m봉, 점심
12 : 54 – 헬기장
13 : 00 – 977m봉
13 : 54 – 백운산(白雲山, △1,085.7m)
14 : 40 – 941m봉
15 : 18 – 오두봉(烏頭峰, △964.6m)
16 : 02 – 834m봉
16 : 12 – 857m봉
16 : 37 – 790m봉, ┣자 갈림길, 오른쪽은 백운산자연휴양림 가는 길
16 : 48 – 714m봉, ┣자 갈림길, 오른쪽은 백운산자연휴양림 가는 길
17 : 30 –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梅芝里) 분지동 마을회관 앞, 산행종료
1. 치악산
▶ 백운산(△1,085.7m)
늦잠 자느라, 감기로, 아이 생일로, 절친 혼사로, 회사 일로, 어머니 모시고 보은 온천 가느라
오늘 산행에 결석한 회원이 많았다. 9명이 간다. 25인승 버스에 각자 좌석 두세 개씩 차지하고
드러누운 잠잘 자세 갖추니 밖에서 보면 빈차가 가는 것 같으리라. 덕동계곡 여우내마을 덕동
노인회관까지 논스톱으로 와버렸다.
중부고속도로로 들어 휴게소 들릴 겨를 없이 영동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번갈아 달
리다가 살벌한 감곡IC(감곡역 이전을 결사반대한다는 주민들의 플래카드로 도배하였다)에서
39번 국도로 빠져나와 백운면 삼거리에서 덕동계곡으로 들어간다. 지난여름 피서인파가 몰려
시끌벅적하던 덕동계곡이 조용하다. 여우내에서 왼쪽의 원서천(院西川)과 오른쪽의 운학천이
합류한다. 우리는 그 가운데에서 발진하여 북진하는 능선 곧 백운산 남릉을 타려는 것이다.
지난여름 구학산 산행에 이은 2부 산행에서 북적이던 인파에 휩쓸리다 그만 놓쳐버린 덕분에
저축한 능선이다. 노인회관 뒤쪽으로 돌아 민가 마당 지나고 산기슭 덤불숲 뚫는다. 확실히 가
을이다. 산밤이 익었다. 알밤 또는 빨갛게 벌어진 채 떨어진 밤송이가 발길 붙든다. 인적 드문
펑퍼짐한 사면 수북이 쌓인 낙엽을 지쳐 오른다.
능선마루에 오르자 가을바람이 산들 불어 여간 상쾌하지 않다. 오늘 산행은 부수하여 할 일이
많다. 남들처럼 버섯 좀 줍자는(?) 것이 첫째요, 삼년 해거리 하여 풍년인 마가목 열매 따려는
것이 둘째요, 이 맑은 가을날 산정에 올라 산첩첩 조망하려는 것이 셋째다. 눈길 상하좌우로
바삐 돌리며 수시로 풀숲 누빈다.
산초나무가 숲을 이룬 능선마루를 지난다. 산초나무 가시에 찔려 어이쿠 하는 비명이 앞뒤에
서 들린다. 이어 간벌지대다. 베어 넘긴 나뭇가지가 사방 널려 있어 헤쳐 지나가기가 성가시
다. 지난주 산행에서는 그루터기에 바지 찢기고 오늘 산행에서는 정강이를 피나게 긁힌다. 그
리고 임도다. 등로도 그랬지만 임도 주변에 늘씬하게 쭉쭉 뻗어 오른 소나무가 볼만하다.
임도로 산릉 잠깐 돌아 넘고 잘 다듬은 평산 이씨(平山 李氏) 무덤 위로 오른다. 모처럼 하늘이
열려 박달재 천등산 지등산 얼른 본다. 다시 숲속. 완만한 오르막이겠다 주변 사면 또한 참나
무와 소나무의 혼효림이라 눈먼 송이 능이-하다못해 표고나 노루궁뎅이라도-가 있을 법 하여
사팔뜨기 다 되도록 헤집었으나 허탕이다. 아깝게 봉봉을 넘는다.
2. 여우내마을 코스모스
3. 여우내마을 코스모스
4. 노랑망태버섯
5. 임도에서 휴식 중
6. 임도 주변 소나무
7. 천등산
8. 천등산
9. 멀리는 지등산
747m봉 내린 임도가 지나는 안부에서 별로 한 일 없이 또 휴식한다. 장화 신은 버섯채취꾼 두
분도 휴식한다. 그들은 제법 두꺼운 버섯도감을 들고 다니며 실물과 대조한다. 그들이 수확한
버섯봉지를 구경하였다. 까치버섯 세 개, 조그마한 능이 한 개, 외대버섯 몇 개……. 일전에 킬
문 님이 밤버섯을 꽤 거두었기에 나도 재미 좀 볼까 하고 그들에게 밤버섯의 생김새를 물었더
니 이미 철이 지났다고 한다. 프로가 저럴진대, 내 마땅히 버섯에서 눈 거둔다.
임도 지나 등로는 가팔라진다. 산이라도 얻자 하고 간다. 능선이 잠시 주춤한 데는 무덤이 자
리 잡았다. 등로에 충실하여 참취, 산구절초, 미역취, 단풍취 청초한 꽃길을 간다. 가을을 가는
것이다. 고도 훌쩍 넘어 △952m봉이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표고점(×)인데 삼각점이
있다. 엄정 424, 76.7.26. 재설
△952m봉 살짝 내린 초원에서 점심밥 먹는다. 가을은 비육의 계절이기도 하다. 추석 뒤끝이
라 먹거리가 아주 걸다. 휴식할 때마다 먹고 마신 건 애벌이었다. 만복 안고 뒤뚱거리며 일어
난다. 당분간 평탄한 등로다. 너른 풀숲으로 변한 묵은 헬기장을 지나며 군락을 이룬 물매화를
본다. 물매화는 산기슭 습지에서 난다는데 이 고지까지 올라왔다.
미리 지도 읽을 때 여기야 말로 뭔가 있을 것이라고 은근히 벼렸던 넙데데한 사면이 낙엽송숲
이거나 미역줄나무 밭이다. 푸른 사막이다. 발품은 덜었다. 등로는 길은골 쪽에서 산행표지기
앞세우고 오르는 등로와 만나고 더욱 탄탄해졌다. 뒤로 자꾸 물러나는 공제선을 기어코 붙들
어 백운산 정상이다. 삼각점은 엄정 308, 1989 재설. 원주시와 충청북도 제천시에서 각각 나
름의 표준규격인 정상 표지석을 세웠다.
박성태 씨의 『신 산경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한에만 백운산이 28개(백운대 1개, 백운봉 2
개 포함)다. 이 백운산이 그중 네 번째로 높다. 즉, 정선군 고한읍에 있는 두위지맥 상의 백운
산(1,426.2m), 장수군 반암면에 있는 백두대간 상의 백운산(1,278.6m), 광양시 다압면에 있
는 호남정맥 상의 백운산(1,217.6m) 다음이다.
10. 참취
11. 단풍취
12. 미역취
13. 수리취
14. 물매화
15. 물매화
16. 산구절초
17. 산구절초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1)
▶ 오두봉(烏頭峰, △964.6m), 분지동
백운산 서릉 내리는 길은 방금 전 오를 때와는 전혀 딴판으로 엄청 가파르게 떨어진다. 굵은
밧줄이 길게 달려 있다. 맨손으로 밧줄을 훑으며 내리 쏟으니 손바닥에 불이 난다. 능선은 일
시 멈칫했다가 암봉인 1,014m봉을 돌아내리고 야트막한 ┣자 갈림길 안부를 휙 하니 지나고
나서 봉봉을 오르락내리락하기 시작한다. 오를 때 씩씩대다가 내릴 때 숨 고르기를 반복한다.
외길. 줄달음한다. 그러는 중에도 고산이니 마가목이 있지 않을까 열심히 살폈으나 없다. 마가
목이 없는 산이다. 또한 산정 꼬박 올라 아무리 발돋움하여 기웃거려도 조망이 트이지 않는다.
이 화창한 가을날 방안에 꼭 틀어박힌 갑갑한 기분이다. 이러다 흉작산행이 되지 않을까 염려
한다. 결과는 그렇게 되고 말았다. 941m봉 넘고 등로변에 자라는 신갈나무 연리지(連理枝)를
본다. 묘하다.
숲길의 역광이 조금은 스산한 초원의 빛이다. 올해에 봄 여름 가을 세 번째 걷는 길이다. 어느
해 겨울에 지났으니 오두봉의 사계를 보는 셈이다. 너른 헬기장에는 노란 마타리꽃이 가을을
지키고 있다. 오두봉의 삼각점은 북진하여 헬기장 벗어나자마자 등로 옆에 있다. 마멸되어 판
독불능이다. 오두봉 북릉. 일단 지도상으로는 장쾌하기 그지없지만 막상 지나려면 나무숲 가
려 도대체 전도를 목측할 수 없어 지루하기 짝이 없다.
937m봉을 길게 내렸다가 잔 봉우리 넘고 넘는다. 줄달음 하는 중 지도의 봉봉을 짚어내기가
쉽지 않다. 능선마루 휘어진 데 위치한 봉우리는 곧게 우회한다. 857m봉 넘고 삼각점이 뜬금
없다. 더듬어 판독한다. 원주 305, 98.5 재설. 오른쪽으로 백운산자연휴양림 가는 ┣자 갈림길
이 있는 790m봉 넘고 한차례 쏟아져 내리면 또 ┣자 갈림길이 있는 714m봉이다. 오른쪽도
백운산자연휴양림으로 간다.
714m봉에서 직진하는 등산로가 더 훤한데 거기는 미개척 등산로라며 계속 진행하기를 막는
다. 얼토당토 않는 일. 간다. 면계 따라 쭈욱 내리다가 Y자 능선 분기하여 왼쪽 흥업면에 든다.
오른쪽 사면과 지능선의 출입을 막는 가느다란 비닐 노끈의 금줄을 존중한다. 그러자니 오지
가시덤불과 잡목숲을 헤쳐 나가야 한다. 사면 길게 돌아 수적 쫓다가 골로 간다.
길 좋다. 산자락 돌아 농로로 이어진다. 노랑물봉선 고마리 환한 개울 건너 하늘에 뭉게구름
한가한 분지동 마을회관 앞으로 내려서고 손바닥 화끈하게 하이파이브 하여 오늘의 무사산행
을 자축한다.
18. 치악산 남대봉, 앞은 소백운산
19. 연리지
20. 오두봉에서 남쪽 조망, 왼쪽이 천등산
21. 오두봉에서 남쪽 조망, 천등산
22. 오두봉에서
23. 왼쪽이 삼봉산
24. 오두봉에서 남서쪽 조망
25. 천등산
26. 치악산 비로봉, 왼쪽은 삼봉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2)
첫댓글 일주일 사이에 계절이 바뀌었습니다...얼음물도 먹지 않고 하루를 보냈으니... 그날도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올해 원주 백운산만 세번을 갔는데 이번 코스가 제일 편했던 것 같아요.ᆢ
하루 종일 산에 있었는데도 내려와서 무언가 허전하다 했더니ᆞᆢ
그 곳엔 가을이 와 있더라구요~~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그런데 사진까지 있으니 ,,,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