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 쌈지공원 세 번째 벤치에 자장면 두 그릇 배달 요 / 송유미

[이연수]

여기 쌈지공원 세 번째 벤치에 자장면 두 그릇 배달 요

-이산가족 김 翁에게 주는 詩

송유미

오후 세 시가 되면 물결이 인다

기다림이 의자가 된다

인생은 누구나 고독하다, 외치는 동안

굵어진 주름살 밭고랑 사이 고향 바다 풍랑 높다

저 섬과 뭍 사이 빵모자 하나 떠돈다

구름처럼 살자고 했으나 바위가 된 세월

집 한 채 사지 않고 기다렸다 통일을

서쪽에서 해가 뜨나

이불 뒤집어쓰고 대남방송 듣다가

남산에 끌려가서 몽둥이 맞고 절름발이 됐다는

윗동네 사는 김 노인의 말에 의심하며 중국집에 전화를 건다

-여기 쌈지공원 세 번째 의자에 자장면 두 개 배달요

-지금 안 돼요 기다리세요

딸깍 

중국집 주방장이 무심히 던진 돌멩이 하나가

넓게 깊어가는 파문의 수심을 그린다

저 수심을 풍덩 뛰어들어 헤엄치면 그리운 청진항일까

몇몇 절름발이 비둘기 햇빛에 지워지는데

싹싹 자장면 빈 그릇을 혓바닥으로 핥는다

기다린다는 건 빈 그릇이 쌓이는 시간

그 시간의 탑 그늘 속으로

출렁이는 귀항선 무적소리

누런 가래 뱉는 기침 소리 사이

개털처럼 끼어든 호각소리 언제나처럼 배가 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