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묵상의 제목으로 붙인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는 박목월이 지은 〈기러기 울어 예는〉으로 시작되는 시의 한 구절입니다. 청록파 시인의 한 사람이었던 박목월의 시는 읽는 이들의 감성을 맑게 하여 주는 보약과 같은 시들입니다. 동두천 두레마을에는 지난 밤 내린 눈으로 산과 들과 마을 모두가 흰 눈에 덮여 있습니다.
눈길을 밟고픈 마음이 간절하여져 마을 식구들과 함께 눈에 덮힌 둘레길에 올랐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걷노라니 영혼이 맑아지는 듯하고 마음이 가벼워지고 몸이 가뿐하여 행복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우리 일행 다섯은 둘레길 6 km를 걷는 동안 마냥 즐거웠습니다.
나는 눈 밟히는 빠드득 빠드득 소리를 들으며 박목월의 이별의 노래를 읊조렸습니다.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전하여지는 이야기로는 6. 25 전쟁 중, 화약 냄새가 나는 길거리에서 시인은 한 여인을 만났습니다. 둘은 사랑에 빠져들었지만 이루지 못할 사랑이었기에 어느 가을 밤 그녀를 이별하고서 그 밤에 지은 시라 합니다. 나는 눈길을 걷는 내내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어온 한 여인을 생각하며 심장에 통증을 느꼈습니다.
두레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둘레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