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는 그저 1퍼센트 남짓 다를 뿐이다.
자연계에서 우리들만큼 가까운 사촌을 찾기 쉽지 않다. 우리는 흔히 침팬지와 고릴라 그리고 오랑우탄 등을
저만치 한데 묶어 놓고 우리와 사뭇 다른 털북숭이 영장류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다 과학적인 분류 기준에 따르면 침팬지는 고릴라보다도 우리와 더 가깝다.
침팬지의 유전자와 고릴라의 유전자가 같은 부분은 우리와 침팬지의 유전자가 같은 부분보다 적다.
우리는 애써 침팬지와 고릴라를 나란히 세우려 하지만 고릴라가 볼 때는 침팬지와 우리가 한통속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침팬지와 일명 ‘피그미침팬지’라 불리는 보노보, 그리고 우리 인간은 모두 침팬지 가족이다.
침팬지의 도구 제작은 구석기시대를 넘지 못했다.
물론 전반적인 지능이 인간에 비할 바가 아니었겠지만 신체 구조적인 차이도 한몫을 했다.
침팬지의 손은 지문도 있고 손금도 있어 인간의 손과 많은 면에서 매우 흡사하지만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를 지닌다.
침팬지의 엄지는 인간의 엄지와 달라 나머지 네 손가락들과 마주 보지 않는다.
엄지손가락이 비틀어질 때 다른 손가락들과 마주 보게 된 사건은 인류 진화사에서 엄청난 혁명이었다.
엄지와 다른 손가락들의 맞붙임 구조는 인간으로 하여금 두 발로 걸을 수 있게 만들었고
정교한 도구를 제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이는 거의 의심의 여지없이 되먹임 과정을 통해 인간 두뇌의 진화에 기여했을 것이다.
그래서 엄지는 흔히 ‘신의 축복’이라 불린다.
침팬지와 우리의 DNA는 불과 1퍼센트 남짓 다를 뿐이다.
하지만 그 1퍼센트의 차이 속에는 지금으로부터 약 600만 년 전 우리 인류의 조상과 침팬지의 조상이
각기 서로 다른 진화의 길로 들어서며 서로에게 흔들어 주던 두 손의 운명이 엇갈려 있다.
- 다르면 다를수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