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기뻐하니까 (양곤서신-232호 230928)

[손한락..]

사람들이 기뻐하니까 (양곤서신-232호 231028)

얼마 전 유투브를 통해 TV프로그램 하나를 보았는데 참 감명이 깊었습니다. 80세가 넘으신 노인이 거리에 나가 지나가는 행인을 붙들고 사진 한 장 찍겠으니 모델이 되어달라고 합니다. 대부분 젊은 아가씨가 모델이 되어 주었는데, 사진 찍고 나서 전화번호를 달라고 하니 아가씨들이 언뜻 응하기가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노인은 찍은 사진으로 집에 돌아와 그 사진을 출력하여 옆에 두고 초상화를 그립니다. 그렇게 그린 초상화가 20년 동안 1,500점이 넘습니다. 유화로 그림 그림도 아주 수준급입니다. 노인은 모델이 되어준 사람들에게 전화하여 자기 집으로 초청하고 초상화를 공짜로 건네줍니다. 사진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진을 보면서 얼마나 기뻐하지는 모릅니다. 노인은 말합니다. “사람들이 기뻐하니까 계속해서 초상화를 그립니다.” 노인이 이 일을 하는 동기는 바로 자기로 인하여 사람들이 기뻐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노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자기를 기쁘게 하기 위해 살고 일을 합니다. 자신의 행복이 삶의 동기가 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사는 사람도 우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독교인들에게 잘 어울리는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미얀마에서 경험해 오고 있는 일입니다. 선교사의 삶 자체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기보다 피선교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사는 삶입니다. 그런데 곰곰이 따지고 보면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사는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지 모릅니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의 삶을 망치는 사람은 결국에는 자신의 삶을 망치는 경우를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도둑질하고 강도질하고 살인하는 사람의 결국은 불행이요 파멸에 이르게 되는 것이죠. 저도 다시 한 번 작은 일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유익이 되는 삶이 진정한 행복한 삶이라고 믿고, 늘 이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보고자 노력하렵니다.

사랑하는 파송교회와 여러 협력교회들 그리고 개인 후원자들 및 양곤서신을 읽어주시는 여러분 모두에게 오늘도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리며, 변함없이 기도해주시고 후원해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은 10~11월 가을인데, 미얀마도 북반부에 위치해 있어 10월 중순이 지나면 다음 해 2월 중순까지 좋은 날씨가 이어집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은 언제나 변함없이 시즌에 따라 일정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미얀마의 날씨도 지금 너무나 좋지만,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2021년 2월부터 시작된 군사정부는 날이 갈수록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자국민들도 힘들지만, 외국인들도 힘들긴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인 투자는 줄고, 철수하는 외국계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선교사들이 비자를 받거나 연장을 하려면 이전보다 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정말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지만, 선교는 계속되어야 하겠죠?

1. 가족근황. 저와 아내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나이가 있어서 (둘 다 60대) 그런지 건강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네요. 저는 작년까지만 해도 혈압이 약간 높기는 해도 약을 먹지는 않았는데, 올해부터 혈압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운동을 자주 하라고 검진 때마다 의사의 권고를 듣지만, 그동안 사역에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소홀히 했습니다. 이제 정말 운동에 신경을 써야 하겠습니다. 저보다 아내의 건강도 중요한데, 저와 함께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울이와 동우는 자신들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어느덧 일 년이 다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렇게도 저렇게도 하면서 좋은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하경이는 제주도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결혼적령기라 나름 노력 중에 있다고 하네요.

2. 사역현황. 지난 10월 9일에 양곤 동북부에 위치한 바고시, 흘레구시, 일대에 큰 홍수가 났습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주변에 위치한 댐의 물이 넘쳐 일대가 물바다가 되면서 저희 교단에 소속된 여러 교회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제가 관리하고 있는 교회 중 하나인 쭌껄레교회도 예배당 안까지 물이 들어왔습니다. 비만 오면 제가 늘 걱정하던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모터도 침수가 되었습니다. 모터는 지하수 관정 옆에 약간 높이 설치해 놓았지만 이번 홍수로 완전히 잠겼습니다. 모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약 2달 전 밤에 도둑이 들어 배관과 전기배선을 끊고 모터를 훔쳐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여러 번 모터를 교체하면서 비용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게 오늘날 미얀마의 현실인데, 이번에 자연재해까지 겹쳐버린 거죠. 사실 교회만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피해를 보고,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였습니다. 실제로 2개 교회에서 성도들이 멀리 떨어진 저희 신학교로 와서 며칠을 보내야 했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은 수재민을 돕기 위한 조치들이 우리 교단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점차 한인사회에서도 참여하고, 한국교회에서도 참여하여 2주가 지난 지금 상당부분 회복이 되었습니다. 우리 교단에서 모은 쌀 등 수해 물품을 약 1,600가구에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 일에 저희 신학교와 교단이 큰 역할을 했기에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비록 사람들은 물적 심적 큰 피해를 입었지만, 돕는 손길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되었으니, 전도의 길이 더 넓게 열리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요즘 성도 한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 봅니다. 바닷물이 짜지만 소금의 비율은 3.5%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3.5%의 염도가 바다를 살립니다. 창세기 18장에 소돔성을 멸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에 아브라함은 조카 롯을 살리려고 하나님과 담판 짓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의인 50명에서 10명까지 내려오면서, 의인 몇 명만 있어도 하나님은 소돔성을 멸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소돔성은 의인 몇 명을 만나보기 어려울 정도로 타락하여 멸망을 당했습니다. 사실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지만 타락한 면도 많습니다. 하지만, 하나님 나라와 그의 영광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로 인해 나라가 지탱되고 있지 않겠습니까?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한국은 미얀마보다도 더 못한 조건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1970~80년대 부흥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입고 오늘날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미얀마의 희망도 기독교인들이라고 믿습니다. 지금 미얀마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몹시도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기독교인들이 있기에 하나님의 은혜를 입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이제 서신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세계역사를 보면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들에게 하나님께서는 복을 주셨습니다. 네덜란드 하면 풍차가 떠오르죠. 매우 낭만적으로 보이죠. 하지만 풍차가 무엇인가요? 낮은 땅에 고인 물을 빼내고 그 땅을 경작하기 위함이 아닙니까? 얼마나 땅이 없었으면 해수면보다 낮은 땅을 개간하려고 했을까요? 16~17세기 종교박해를 피해 유럽 각지에서 몰려온 개신교도들에게 물이 고인 낮은 땅도 감사할 따름이었죠. 그러나 그들에게는 신앙이 있었습니다. 척박한 모든 조건들을 이기는 것은 신앙입니다. 엄격히 따지면 기독교인들의 신앙이 환경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저들의 신앙을 보고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푸시는 것이죠. 하나님께서는 미얀마에서도 하나님을 신앙하는 자들을 찾아 은혜를 내리실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선교사들도 애를 쓰지만, 여러분들의 기도와 헌신이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함께 미얀마 선교를 위해 애써주시는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께서 주시는 영육간의 복으로 충만하기를 기도하며 이만 줄입니다. 손한락/안미숙 드림.

(기도제목)

1. 미얀마개혁장로회신학교가 종교개혁과 성경에 입각한 개혁주의 신학을 미얀마에 전파하는 차별화된 신학교가 되고, 미얀마를 복음화 시킬 마음으로 불타는 훌륭한 목회자들을 많이 배출하는 학교가 되도록 (연중 동일).

2. 미얀마개혁장로교단 산하 47개 교회들이 하나님의 말씀과 성도들의 헌신위에 든든히 서고 성장해 가도록 (연중 동일).

3. 미얀마개혁장로회신학교의 장기 비전인 신학교의 질적 향상을 위해. 교수들의 학문의 질 향상과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들도록. 아울러 개설된 M. Div. 과정이 잘 운영되도록 (연중 동일).

4. 수년 내로 남자기숙사 신축과 현지인 교수사택(빌라형 8세대) 건축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재정을 주님께서 허락해 주시도록 (장기 기도제목).

5. 신학교 재정에 어려움이 없도록. 이와 관련해 이사 충원과 후원처 확보되도록.

(지난달에 이어).

6. 수해를 당한 교회들과 성도들이 하나님의 은혜로 온전히 회복되도록.

7.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신학교와 교단이 서로 협력하여 하나님 나라의 지경(교회개척)을 넓혀갈 수 있도록.

8. 12월에 입학할 신입생 30명 (신학과 20명-버마족 10명, 기타종족 10명, 유아교육과 10명) 보내주시도록.

9. 온 가족의 건강과 바울이와 동우, 하경이가 매사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을 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