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뉴스 263/1006]‘찬샘통신’을 ‘찬샘뉴스’로
오늘부터 거의 날마다 쓰는 생활글 타이틀(제호題號)을 ‘찬샘통신’에서 ‘찬샘뉴스’로 바꾸기로 한다. 2004년부터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00통신’이란 이름으로 무던히도 생활글을 써댔다. ‘철산리통신’‘오목교통신’‘연천통신’ ‘너더리통신’ ‘뫼루니통신’등이 그것이었다. 일실逸失된 글들을 모두 합하면 족히 1천만자도 더 될 터이나,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동안 쓸데없는 일을 해온 것인가? 나는 다만 살아있기에 ‘사회적 동물’들인 우리의 소통疏通을 꿈꾸었던 뿐이다.
지난해 내 고향 임실 봉천리 냉천마을에 안착한 후 ‘찬샘통신’으로 생활글의 대미大尾를 꿈꾸었다. 찬샘은 ‘찰 냉冷 샘 천泉’ 마을이름을 순우리말로 풀어쓴 것이다. 딱딱한 냉천보다는 찬샘이 훨 정감있지 않은가. 내가 죽으면 ‘아, 무슨 통신인가 뭔가 평생 끄적거린 친구’라며 일말의 아쉬움으로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사실, 이제 통신通信.correspondence은 요즘 세상에 잘 어울리지 않는 용어이다. 내가 이 단어에 집착한 까닭은 대학생때 수필가 김소운(金巢雲.1907-1981)의 ‘목근통신木槿通信’이라는 책을 읽고, 나도 이런 책 한 권 내고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에 살면서 우리 문학을 일본어로 번역하여 알리는데 힘썼다. 지금도 생각나는 구절 하나는 “어머니, 당신이 문둥이라도 어머니를 사랑하겠습니다”라며 조국祖國을 어머니로 그리워하며 주옥같은 수필들을 남겼다. 목근은 무궁화로 당연히 조국을 지칭한다. 또한 신문사에서 숱하게 들은 게 ‘세계4대통신’ 이름이다. 로이터, UPI, AFP, 신화사통신. 나중에 내가 글을 쓴다면 ‘무슨무슨 통신’이라고 써야지 마음 먹었다. 우리나라도 동화, 내외 등 여러 통신사가 있었는데 연합통신으로 통합되었다. 수 년전 연합통신조차 연합뉴스로 사명社名을 바꿔 이 땅에 통신사 이름은 없어진 셈이지만.
며칠 전 ‘낭만친구’가 다녀갔기에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썼다. 친구가 감격한 듯, 그 부분만 캡처하여 ‘냉천일보 10월 4일자’라며 여러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생활글 타이틀을 바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신문新聞도, 일보日報도 도무지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무슨 신문, 무슨 일보, 무슨 통신이든 우리 살아가는 실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일 것이나, 오늘날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거나 판단을 오도誤導하게 만들기도 하지 않은가. 대표적인 게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조중동(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행태를 보면 알 것이다. 보수保守적인 성향을 나쁘다 하는 게 아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해악이 크게 마련. 오죽하면 국민들이 ‘기레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었을까. 나는 그게 못내 슬프다. ‘기자쓰레기’라니, 그런 말같지 않는 모욕적인 용어가 세상 천지에 어디 있는가.
일제강점기 때의 언론인들은 ‘기자양반’으로 통했다. 지사志士적인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독립운동의 숨통을 조금이라도 트여주는 향도이자 방패막이역할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결국 모두 친일신문이 되고 말았지만, 그 다음의 지칭인 ‘기자선생’일 때만 해도 일말의 존경심이 있었다 하겠다. 그러다 아무 감정없이 건조하게 ‘000기자’로 오랫동안 불렸다. 그 다음이 문제다. ‘기자X’ ‘기자XX’ 등으로 싸잡아 통칭되다, 드디어는 ‘기레기’까지 온, 시대를 달리해온 기자 호칭이 엄청 많이 속상하다는 거다. 어디에 가 '전직 기자'라고 쪽팔려 말을 하겠는가. 물론 언론의 사명에 투철한 ‘진짜 기자들’도 여전히 많이 있다. 그들이 있기에 언론의 존재이유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니 싸잡아 비난하거나 삿대질을 하면 안될 일이다.
어쨌거나 이제 언론의 영향은 많이 약화됐다. 아니 급격히 소멸된 듯하다. 젊은 친구들이 어디 오프라인 신문을 보던가? 한때 ‘언론재벌’이라 불리던 3개 신문이 각각 200만부도 더 찍던 시절도 있었거늘. 깨소금맛이라고 해야 할까? 흐흐. 총선 참패의 쓴맛을 보고도 민심을 읽지 못하고 쩨쩨한 이슈들로 정쟁만 일삼는 야당처럼, 거대언론들 역시 격동의 현대사를 겪어오면서 당신들이 잘못 보도하거나 오도한 숱한 사건들에 대한 통절한 반성이나 참회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바다에 빠진 바늘 찾는 격일까.
이런 심각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었는데, 나의 악습인 ‘옆길’로 빠진 것을 혜량하시라. 사소한 개인글의 타이틀 변경을 알리고자 함이다. 뉴스는 스펠링 그대로 ‘새소식들NEW+S’이다. 날마다 내용이 다르니 새소식들일 밖에. 어디 백 년을 살아도 똑같은 날이 단 하루라도 있던가. 늘 다르니 새소식이다. 그게 그저 ‘우수마발牛溲馬勃(소오줌과 말똥같은 가치없는 말이나 글)'일지라도 말이다. 통신, 신문, 일보를 구시대 용어라 치고, 그래도 아직은 약간 참신하달 수 있는 ’뉴스’로 바꾼다. ‘찬샘뉴스’. 나 자신에 격려를 보내는 신새벽이다.
첫댓글 찬샘이 혹시 종로학원가의 이름이었느냐?
무슨뜻이냐 언젠가 물어보고싶었는데
옆동네 냉천이었구만 ㆍ
오늘 아침도 난 찬샘뉴스를 읽는걸로 하루를 시작한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써내려간 징그럽게 부지런한 누에똥구녕 글쟁이를 지극히 존경하는 마음으로 읽어간다.
더 묻지않아도 친구들의 근황을 알수있고
농사를 짓지않아도 지금 어떤 작물을 수확하는지 알수가 있다.
꼭 그 옛날 새 농민 잡지를 읽는 기분도 느낀다.
통신이면 어떻고 뉴스면 어쩌랴
난 그냥 누에 똥구녕 글이면 재미있게 읽으니 좋다.
사춘기때 읽었던 꿀단지나 옆집새댁 잡지보다 휠씬 재미있는게 찬샘뉴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