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울부짖는 이유를 알고 싶나?
그것의 피가 들끓고 있기 때문이지.
그것은 너무나도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어.
이제 깨어날 때가 된 거지.
깨어나도 별로 상관없을 것 같지?
전혀 그렇지 않아.
세계는 크게 바뀌게 될 거야.」
“그래, 육지까지 태워달란 말이지?”
“네…!가장 가까운 나라가 눌타라고 들었는데 그 곳까지만 태워주시겠어요? 그럼 후에 제가 톡톡히 대가를 지르도록 하겠습니다.”
칼린이 예의 있게 미소를 지어주며 말했다. 배의 선장은 턱에 손을 대고 골똘히 생각하는 듯 했다. 그의 배는 이미 정원이 찼고 칼린이 돈이 한 푼도 없었기 때문에 그에겐 굉장히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빈털터리의 소녀를 사람이 가득 찬 배에 태워주기에 그의 마음은 턱없이 좁았다. 하지만 칼린이,
“사라피온 가에 청구하시면 될 거에요.”
라고 말하자마자 탑승을 승낙했다. 그만큼 ‘사라피온’이란 이름은 유명해져 있는 것이었다. 칼린은 여전히 에메랄드빛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배의 안은 정말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선실에는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었고, 갑판 위에는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과 배를 겨우 얻어 타게 된 사람들이 구석구석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어떤 연인들은 태평하게 배 난간에서 깊은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칼린은 화장실 문 앞의 줄에 서서 순서를 기다렸다. 그리고 곧 칼린의 순서가 돌아왔다.
삐그덕-!
화장실 문은 오래됐는지 낡은 소리를 냈다. 칼린은 화장실 안에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화장실 안은 비좁았고 퀴퀴한 냄새까지 났다. 그나마도 남녀공용이 아닌 것이 다행이라고 여겨질 정도였다.
칼린은 긴 드레스를 들쳐 올렸다. 속치마의 허벅지 부분에는 짤랑거리는 주머니가 달려있었고, 칼린은 어디서 구했는지 얇은 끈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주머니의 입부분을 봉해 허리에 둘렀다. 그리곤 화장실을 나와 선실로 들어갔다. 선실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았고, 칼린은 가장 구석진 곳으로 가 웅크리고 앉았다. 그리고 잠시 있자 배의 선원이라고 여겨지는 남자들이 음식이 담긴 카트를 끌고 나타났다. 마침 아침때라 사람들도 배가 고팠는지 너도나도 먹을거리를 사려고 안달이었다. 그 사람들이 칼린의 근처로 오자 칼린은 허리 주머니에서 1오웬을 꺼내면서 선원에게 빵과 우유를 달라고 말했다.
“미안하지만 아가씨, 배 안에선 시세가 높아지기 마련이거든….”
선원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칼린이 주저없이 주머니에서 1오웬을 더 꺼내자, 선원은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말했다.
“이런 돈 필요 없이 우리와 하룻밤만 지내준다면 공짜로 하게 해 줄 수 있지. 어쩌겠어? 명색을 보아하지 넉넉해 보이지는 않는데 말이야. 그런데 옷은 어디서 구했는지 궁금하군.”
칼린은 벌떡 일어나더니 카트 위에 2오웬을 올려두었다. 카트 위에 켜진 불꽃에 의해서 은화가 반짝 빛났다. 그리고 칼린이 빵과 우유를 집어들더니 말했다.
“나와 하룻밤을 지내려면 겨우 2오웬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할 거야.”
선원들은 선실을 빠져나가는 칼린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갑판으로 나온 칼린은 난간에 기대어 섰다. 짭짤한 바닷바람이 칼린의 뺨을 스치고 머리칼을 흩날렸다. 칼린의 머리칼이 바닷물처럼 출렁거렸고 칼린의 뒤로 태양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배는 칼린의 생각보다 일찍 눌타에 도착했다. 칼린은 내리기 전에 선장에게 5오웬을 지불했다. 배 삯이라는 것이었다. 배에서 내린 칼린은 한 작은 식당에 들어갔다. 점심시간인데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식당엔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있어서 시끌벅적 했다. 우선 칼린은 주문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다가갔다.
“흐음…. 주문 할 거요?”
카운터에 서 있던 남자가 던지듯 물었다. 칼린이 드레스를 활동하기 편하게 찢은 탓에 거지라고 착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칼린은 개의치 않고 말했다.
“수프와 빵 한 조각만 주세요. 수프에 후추는 넣지 말아 주시 구요. 1오웬이면 되나요?”
칼린이 1오웬 은화를 내놓자 남자는 30엠블을 거슬러 주었다. 그리고 따뜻한 수프를 카운터 탁자 위에 탁, 올려놓았다. 그리고 조금 딱딱해 보이는 빵을 한 조각 올려두었다. 마치 칼린을 깔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칼린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오히려 남자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며 물었다.
“감사합니다. 저, 그런데 이 근처에 사라피온 가의 마법사 재봉사나 대장장이가 일한다는 곳이 어딘지 아시나요? 볼 일이 있어서 만나 뵈어야 하는데 길을 잃었거든요.”
칼린이 말을 마치자 한 노인이 그녀를 힐끔 쳐다보았다. 머리가 하얗게 센,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는 노인이었다.
“글세, 난 발이 좁아서 그런 건 잘 모르네. 아, 저 쪽 자리가 비었으니 그 자리로 가게나.”
남자는 칼린이 상당히 귀찮다는 눈치였다. 칼린도 아무런 말 없이 남자가 가리킨 자리에 앉았다. 수프를 한 스푼 떠먹어보았지만 그녀가 항상 먹던 음식에 비하면 맛도 질도 확연히 떨어졌다. 빵도 딱딱했고 수프와 비슷한 상태였다.
“아가씨께서 찾으시는 대장간이 저의 대장간인 듯 싶어 말씀드리는데….”
칼린을 쳐다보던 노인이었다. 칼린도 노인을 돌아보았다.
“혹시…‘Peaceful'의 대원이십니까?”
“‘Peaceful'이라면,”
사라피온 가의 마법 특별군대 아닙니까? 라고 칼린이 말하려 했다. 하지만 노인은 그녀의 말을 끊고 환호하듯 말했다.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소! 제복도 이미 만들어 제 대장간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죠. 자, 어서 갑시다!”
“네? 아, 저기…!”
칼린이 당황해하며 뭐라 반박하려 했지만 노인의 대장간 경력의 탓인지 팔 힘이 굉장히 세어 그녀를 끌고 갔다. 칼린도 이내 입을 다물어버렸다.
노인의 대장간은 작지도, 크지도 않은 대장간이었다. 그리고 칼린과 노인이 대장간에 도착했을 때 한 소녀가 대장간 안에서 뛰쳐나와 그들을 반겼다.
“앗, 빌스트립 할아버지! 다녀오셨어요? 점심 맛있게 잡수셨구요? 그런데 뒤에 있는 미모의 아가씨는 누구인가요?”
“어, 그래. 칼린 아가씨이다. 장차 사라피온의 후계자가 되실 분인데, 아가씨께선 지금 당장 떠나셔야 하기 때문에 어서 옷을 좀 내오너라! 그나저나 너는 점심 잘 먹었냐?”
“네, 잘 먹었어요. 그런데 옷이라면 ‘Peaceful'의 제복을 말하시는 건가요?”
“그래, 그래. 어서 가져 오거라.”
그 풍경을 넋을 놓고 바라보던 칼린이 빌스트립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요, 할아버지. 제 이름을 어떻게 아시는 거죠?”
빌스트립은 조용히 칼린을 쳐다보았다.
“아가씨는 아마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서요. 사라피온 영지로 서둘러 돌아가십시오. 「불의 돌」이 아가씨께 있다는 걸 알면 바로 적들이 따라붙을 겁니다. 그리고 아가씨께서 안전히 성에 들어가시면 그 때 찾아뵙겠습니다. 그리고 그 때 그 오래 전 일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아가씨! 어서 이리로 오세요! 옷 갈아 입으셔 야죠!”
“앗, 네….”
칼린은 약간 머뭇거리다가 소녀를 따라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소녀의 이름은 스엔이라고 했다. 스엔은 칼린이 제복을 입는 것을 도왔고, 그 제복은 칼린에게 꼭 맞았다. 하지만 빌스트립은 칼린을 보더니 재빠르게 대장간을 나가 미용사를 불러와선 그녀의 긴 머리를 자르게 했다. 여행에 방해도 되고 남장을 하면 오히려 더 득이 된다는 이유였다.
칼린의 머리는 금새 단발이 되어있었다. 그 짧은머리도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 듯 했다.
칼린의 준비가 다 되자 스엔이 칼린의 어께에 망토를 메어주었다. 빌스트립은 말을 한 마리 끌고 나타났다. 그리고 다른 쪽 손에 있던 지팡이를 건내며 말했다.
“이 지팡이의 이름은 만월(滿月)입니다. 이 지팡이는 1천 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살아온 지팡이로, 이것을 녹여 다시 지팡이를 만들려 해도 계속 초승달의 모습으로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만월이 되어간다는 뜻으로 이 지팡이의 이름은 1천 년 동안 만월이었습니다. 달의 정기를 받으며 태어나신 아가씨에겐 틀림없이 도움이 되어 줄 것입니다. 받아주십시오. 제 작은 선물입니다.”
칼린은 머뭇거리다가 지팡이를 받아들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다시 뵙게 되면 답례를 하고 싶군요.”
칼린은 말을 마쳤고 높은 말안장 위에 올라탔다. 빌스트립이 칼린의 짐을 안장 뒤에 걸쳐주었다. 칼린이 스엔과 빌스트립에게 인사 대신 미소를 지어주며 말을 마을 외각 방향으로 돌렸다. 스엔과 빌스트립도 멀어지는 칼린의 등뒤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칼린의 모습이 사라질 때 즈음 빌스트립은 제복을 도난 당하였다고 편지를 썼고, 마법으로 사라피온 가의 성으로 전송하였다.
칼린도 기나긴 여행을 향해 첫 걸음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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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난 번에 쓴 글을 찾아봤습니다.
벌써 3인가? 그 쯤으로 넘어갔더군요....ㄱ-
제가 게을러서 그렇게 된 거겠지요.ㅠ
이번 편 너무 대충 쓴 거 같아서 4편 진짜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시험 때문에 올리는게 미뤄질 지는 모르겠지만요/ㅅ/
4편에서 제가 진짜 넣고 싶던 캐릭터가 나오는데 지금 제가 쓴 부분에는 아직 등장않했어요/ㅅ/
아아, 진짜 두근두근거리네요ㅎ
댓글 달아주세요/ 칼린 나와요ㅎ<<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친구들도 예쁘다고 한 것, 근데 잡티가 많다.ㄱ-
첫댓글 이미지 보니까 로젠 히나 이치고의 멍한 표정이 생각나네요,
아아... 히나이치고... 귀여운 아이죠[먼산]
읽다가 오타 발견! 넷째줄에 외웠던→되었던
앗, 오타... 감사합니다/ㅅ/
재밌네요 ㅎㅎ 이거 읽다보면 애니를 보는 기분, 빠져들어요
애니..ㅎㄷㄷ 제 꿈은 만화가입니다<응?
저기요, 칼린이 돈이 없어서 사라피온 가에 청구하기로 했는데 배 삯을 지불했다니요? 그 부분 이해가 잘 안 가요.
음, 그러니까 칼린의 드레스에 있던 그 주머니 안에서 돈이 나온겁니다ㅇㅅㅇ
우에... 재밌네요 ㅇㅅㅇ...
ㄳㄳㄳ///
잘 봤습니다. 그런데 다른 곳에 대신 청구하는 경우 신분확인 같은 것을 하지 않나요?
음... 저 그런걸 잘 몰라서요.../ㅅ/ 좀 더 알아보고 쓸걸 그랬어요//
...........뭔가 좀 헷갈려...(나만 그런가..?) 처음부터 다시 봐야지..
이번 편 너무 대충썼나봐요...ㅠ
잘 봤습니다. 저도 열심히 외전 쓰고 있어요.
와아- 얼른 보고싶네요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앗, 홍보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