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버그
- 정재분
십 년에 한 번 피는 나도풍난과 백 년에 한 번 피는 행운목이 동시에 피면 꽃의 개
기일식일까 쇼쇼쇼 우주쇼는 화려한 암흑, 어둠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인기척, 느린
궤도가 다가오고 있다
예감이 뒤따라온다 산꼭대기까지 뒤따라온다 하나둘 보이더니 오르면 오를수록
맹렬한 쌍쌍 족 열렬히 붙어 다니는 족속이 사나워서 발길을 돌리려니,
해로운 족속이 아니라고 한다 벌나비 대신 수분도 한다지만 꽃은 얼마나 징그러
웠을까 꽃은 두 눈을 질근 감았을까 벌나비는 없고 러브 버그만 득실거려 그리 봄
이 빨리 달아난 걸까
저 난리 브루스도 한 차례 소낙비가 지나가면 종적이 없어진다지 본래 러브가 그
런 건가요 버그가 그런 건가요 러브와 버그는 친한 사이인가요
―계간 《시와소금》(2024, 겨울호)
************************************************************************************************************************
2024 한해를 보내면서 보고 들은 신기한 자연현상이 하나둘이 아니었지만
수두권에서의 러브 버그 창궐과 한려수도 낚싯배로 몰려든 잠자리떼의 출몰이 대표적입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자연재해의 심각함은 지구 멸망과 인류 소멸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각자도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위기인지라
UN에서도 각종대책을 내놓기는 합니다만 역부족이지요
기나긴 지구 역사는 적자생존이라는 대원칙 아래 생성과 소멸을 역사로 간직했잖아요?
아무리 위험한 현상일지라도 작은 희망이 보인다면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적응할 수 있게 됩니다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어도 지구 역사는 아직 진행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바탕 난리 브루스도 소나기처럼, 유행가처럼 흘러가 추억이 될지 누가 알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