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1. 초겨울.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학생이 학원에 왔습니다. 얼굴에는 사연이 있어 보였고, 얘기를 들어보니까 운영하던 커피숍을 접고 왔다고 하였습니다. 나이를 물어보니 39세. 소방 공무원은 나이 제한이 있어 1~2년 안에 합격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손에서 놓은지도 오래된 상태. 우리는 방법을 고민하였고. 학원에서 매주 보는 테스트를 저에게 점검받기로 하였습니다. 80~90점대 안정적인 점수를 2달 동안 유지하였고 이렇게 계속 공부하면 합격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전 범위 실전 모의고사 수업에서는 약간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단기간의 기억은 괜찮았으나 전 범위를 한꺼번에 보게 되니 많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힘들어 하면서도 꿋꿋하게 공부하였고. 많이 안쓰러워보였지만 저는 말없이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소방관 최종 합격자 발표가 난 이후 그 학생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시험 때까지 단 한 번도 모의고사에서 평균 이상의 점수를 맞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나이도 있고 형님인데 결코 어린 후배들 앞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열심히 하니까 후배들도 함께 따라서 열심히 했고, 그래서 함께 공부했던 후배들도 대부분 합격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결국 시험장에서 처음으로 한국사 95점을 맞고 합격하였습니다.’
사연 2. 소방관을 준비하는 쌍둥이 남학생이 있었습니다. 동생이 먼저 공부를 시작했고 형은 군 제대 후에 바로 학원으로 왔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마지막 군 휴가 때부터 학원에 등록하고 수업을 들었지요. 군복 입고 군기가 바짝 든 상태에서 수업을 들었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공부를 늦게 시작한 형은 동생보다 실력이 많이 부족하였습니다. 동생은 본인이 공부했던 노하우와 노트 필기 등을 모두 형에게 전수하며 함께 소방관의 꿈을 키웠지요. 쌍둥이 두 학생은 나란히 2018년 소방공무원 최종 합격을 하였습니다.
사연 3. 소방공무원 채용 체력 시험 현장. ‘왕오달’로 일컫는 왕복 오래 달리기. 대부분의 수험생은 혼자서 달렸을 때 50바퀴 이상을 달리면 기진맥진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 시험장에서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수험생이 본인의 평소 실력보다 더 많이 달리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 이유는 바로 함께 온 수험생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응원을 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체력의 한계점에서 들리는 ‘힘내라’라는 응원. 같이 소방관을 꿈꾸는 학생들 사이에서 퍼지는 감동의 응원. 이런 응원은 다른 시험장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 사연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같은 꿈을 꾸고 같이 소방관을 준비했던 수험생인데, 어떻게 보면 제한된 인원을 선발하는 시험 앞에서 서로 경쟁자로 느껴질 수 있을 텐데. 이들은 서로를 격려하였고 서로가 잘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소방공무원 한국사를 4년 가까이 가르치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이들은 좀 다르다.
무엇이 다른지 정확히 설명은 안 되는데 이들은 뭔가 좀 다르다. 불이 난 곳에 가장 먼저 달려가고, 위험한 사람을 구하러 가장 달려가는 사람이기 때문인지 이들은 무언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급변하는 시대에서도 변하지 않는 그들.
우리나라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는 사람들이기에 좀 달라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한민국 소방관을 꿈꾸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이 책이 당신을 소방관으로 안내하는 소중한 책이 되길 바랍니다.
2018. 7 동행 한국사 박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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