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에 대한 당신의 에피소드는?
춘곤증? 날씨가 추워진 요즘은 해가 짧아서인지 유난히 졸린 시기다. 외근 나갔다 따뜻한 실내에 들어오면 나른해지면서 어찌나 졸린 지 ’동곤증’이란 신조어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학창시절, 졸다가 선생님에게 걸려 혼난 이야기나 아예 작정하고 수업시간에 자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호랑이 선생님에게 걸려 복도에 책상을 가지고 나갔던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회사 생활에서도 전날 야근을 늦게까지 했거나 회식자리가 길어지는 등 졸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참 많다. 특히 직장인들에게 점심식사 후 오후 2~3시 사이는 ’졸음과의 사투’를 벌이는 최고봉이다.
지금 이 순간도 열심히 졸음을 쫓으며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을 삼성인들. 과연 졸음과 관련해 어떤 에피소드가 있을까?
삼성BP화학의 A사원은 엑셀파일을 정리하는 업무를 하다가 깜짝 놀랐다. 식사 후 너무 졸리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마우스에 손을 올린 정자세로 눈만 살포시 감고 자고 있었던 것.
비슷한 경우로 문서 작성을 하다 깜빡 조는 바람에 같은 글씨로 열 페이지를 채우고 말았던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전략 보고서’라고 제목을 치다 조는 바람에 ’전략 복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 ’ㄱ(기역)’만으로 문서 열 페이지를 채워 버린 것이다.
한 관계사의 B사원은 최근 요 며칠 계속되는 야근으로 ’꾸벅꾸벅’ 조는 상사 때문에 곤란한 일이 생겼다.
그 날은 마침 임원이 자리를 비운 ’어린이날’. 약간 마음이 편했던 덕분인지 그 상사는 졸기가 무섭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의자를 최대한 낮춰 파티션 뒤로 숨어 사람은 안 보이는데 ’드르릉 컥컥컥...’ 하는 소리가 약 10분 동안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B사원은 그 날 상사가 너무 애처로워 보여 조금 시끄러웠지만 상사에게 자유시간(?)을 주었다고...
이 사례는 관계사 영업부서에 있는 C대리의 사례다. 거래처와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에 집에 도착하니 새벽 3시. 아예 잠자기를 포기한 채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출근한 C대리는 사무실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실수를 했다. 졸면서 계단을 오르다 넘어져 앞서 올라가던 임원의 종아리를 ’덥석’ 잡아 버린 것. 종아리를 잡힌 임원은 다행히 ’아침 일찍 출근하느라 잠이 덜 깼구만!’ 하며 호탕하게 웃으면서 넘어가 주었다는 후문이다.
또한 모 관계사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에피소드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옛날 한 신입사원이 연이은 입사 환영회식에 잠이 부족해 화장실 변기에 앉아 졸다가 그만 중심을 잃고 고꾸라져 바닥에서 잤다는 이야기가 대대로 내려오는 것이다.
이렇듯 항우장사도 힘을 못 쓴다는 것이 ’눈꺼풀’이다. 그리고 직장인들은 졸음을 쫓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사한다. 졸음을 쫓는 가장 간편하고 보편적인 방법은 커피다. 기자가 근무하는 서울 강남의 서초사옥 근처 커피숍이 어림잡아도 10여 개가 넘는다는 사실은 얼마나 많은 삼성인, 아니 얼마나 많은 직장인이 커피를 찾는지 짐작하게 한다. 사람마다 기호는 다르지만 대부분 졸릴 때는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를 마신다고 한다.
삼성BP화학 권태우 대리는 "평소에는 ’달달한’ 시럽을 넣은 커피를 즐겨 마시는 편이지만 졸릴 때는 쓰디 쓴 아메리카노로 잠을 쫓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좀 더 강력한 ’한 방’을 원하는 삼성인은 ’레드*’나 ’*식스’ 같은 에너지 드링크를 종종 찾기도 한다.
수원 디지털시티에 근무하는 삼성전자 F사원은 눈꺼풀을 이기지 못할 경우 사업장에 있는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온다. 요즘같이 쌀쌀한 날씨에는 잠이 확 달아난다고...
일명 ’수다파’도 있다. 커뮤니케이터 리스트를 죽 훑어 본 다음 만만한 동기에게 말을 건다. 어차피 졸려서 집중도 안 되는 거 뭔가 다른 생각을 찾기 위해 수다를 떠는 것이다.
다만 수다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나 혼자 ’킥킥’거리며 웃다가 상사에게 걸려 혼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고...
그러나 너무 졸릴 때는 그냥 잔다는 사람도 있다. 삼성전자 L책임은 업무시간에 졸지 않기 위해 점심시간에 조금 자 둔다고 한다. 예방책으로 잠을 자 두지 않으면 오후 업무 때는 거의 졸리다고...
점심시간, 식사를 거른 채 휴게실이나 책상 위에서 자는 ’쪽잠’은 꿀맛이 아닐 수 없다며 제일기획의 J프로도 ’쪽잠 예찬론’을 폈다.
솔직히 ’졸음’은 사무실 근무자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생산 현장에서는 순간의 졸음이 큰 대형사고로 발전하게 된다. 고속도로 상에서의 졸음 운전이 인명사고의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바로 오늘! 정말 너무나 너무나 졸립다면 용기있게 상사에게 잠시 시간을 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사고를 미연에 막는 방법일 것이다. 상사 또한 부하직원을 조금 배려해주면 어떨까? 하지만 너무 자주 이야기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