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양호만의 지시에 따라 웅천이 가볍게 쌍장을 내밀었고 펑 하
는 소리와 함께 바위 한쪽이 부셔지고 사람이 드나들 공간이 생
겼다.
구양호만이 그 공간으로 들어갔고 노인을 따라 웅천도 사원 안
으로 들어갔다.
사원 안은 온통 거미줄과 함께 오랜 동안 격리된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구양노인이 한 석실의 문을 열었다. 그 석실의 벽에는 빼곡이 글
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이 잠마혈경이다!"
"네- 누가 새겼는지 깊이도 일정하고 또렸하게 잘 썼군요! 초서
(草書)에다 이건 또 전서체(篆書體)군...."
"야 이 녀석아! 지금 필체가 문제냐?"
구양노인이 기가 막힌다는 듯 단리웅천을 쳐다보았다
"예? 아-예 그런데 여기는 왠 일로?"
"잠마혈경을 지우기 위해 왔다!"
"네에-. 또 한 번 해보죠! 그런데 어젯밤 과음해서 진기가 제대
로 모여지지 않는군요!"
웅천이 양손을 가슴에 모아 강기를 발출 하려다가 구양노인의
제지에 의아한 얼굴로 다시 손을 내렸다.
"이 글자를 지우러 온 게 아니라 잠마혈경 자체를 지우겠다는
말이다!"
"그게 그거 아닙니까?"
"이걸 지운다 치자 그럼 중원에 있는, 율자춘인가 하는 사람에게
있는 잠마혈경은 어쩔 셈이냐?"
그재서야 웅천이 이해가 가는 듯 구양노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음 의문은 계속 남아 있었다
"그럼 어떻게 잠마혈경을 지우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이걸 네가 익히거라!"
"미쳤습니까?"
"이놈이 말버릇하고는...!"
"이건 보통사람은 못 익히는 것이라 했지 않았습니까? 오라! 그
러고 보니 제게 그 약을 먹이겠다는 말씀이시군요!"
"그 약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내 평생 온산을 돌아다
니며 그 저주받은 풀을 죽여 없앴다! 근 십 년 전부터는 그 씨
가 완전히 말랐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어떻게 저보고 이걸 익히라는 겁니까?"
"어제 네가 잠든 사이 내 너의 근골을 좀 살펴보았다. 네놈 말대
로 넌 천하에 다시없는 무골을 이어 받았다. 어쩌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이것을 부분적으로 나마 익힐 수 있는 놈이 네 녀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할아버지 정말 미쳤습니까? 잠마혈경을 지우겠다면서 왜 저보
고 이걸 익히라는 겁니까? 말이 안되지 않습니까?"
"네 말대로 율자춘인가 하는 인간이 온갖 노력을 다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잠마혈경은 다시 세상에 나타날 것이다. 전부가 아니더
라도 일부만이라도 다시 나타난다면 세상은 피바다가 될 것이야
그땐 네 애비도 무사치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구나!"
"다 자업자득이죠!"
"몹쓸 놈! 그게 자식이 애비한테 할 소리냐? 네 애비가 무사치
못한데 네 가족이라고 온전할 것 같으냐?"
웅천의 표정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그러니까 제가 이걸 익혀서 중원으로 돌아가 혹시 모르는 잠마
혈경의 부활을 막으라는 말씀이신가요?"
구양호만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말이 안 되는 말씀만 하시는군요! 제가 이걸 익히는 순간
잠마혈경은 다시 부활하는 것이 되지 않습니까?"
"난 네 손에서 그것이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뭔가 대꾸를 하려고 입술을 불쑥 내밀던 웅천이 노인의 표정을
보고 그만 입을 다물었다.
멀리 바깥을 쳐다보는 노인의 주름진 얼굴에 두 줄기 굵은 눈물
이 흐르고 있었다
"모든 게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야! 선도, 악도, 사랑도, 미
움도... 무공구결 몇 줄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야! 그 때 독살
당해 죽은 사람 중에는 내 숙부도 있었지! 그런데 그들을 죽이
는데 앞장선 사람 중에는 내 아버지도 있었다! 숙부의 죽음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잠마혈경을 쳐들고 마치 보물을 얻은 듯
미쳐 날뛰던 그 광기 어린 눈길들....."
구양노인의 눈물이 피눈물보다 더 진하게 느껴졌다
"그 후에 대부분이 중원으로 떠나고 그 때의 혈겁에 진저리가
난 사람들은 나처럼 여기에 남았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도 피로
얼룩진 저 사원이 있는 이 곳을 떠나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갔
지! 그 후로는 아무도 보지 못했다네! 이제 이곳에 남은 중원사
람은 나와 경아 뿐이네!"
"구양소저는 누구의 자손입니까? 할아버지의 손녀는 아닐 테고"
"어떻게 알았느냐?"
"전혀 닮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혈육상잔의 아픔을 겪은 사람
은 가족을 갖지 못하죠!"
"남아있던 어느 병든 과부의 딸이었는데 애미가 죽고 내가 거둬
키웠네! 중원으로 갈 때 자네가 데려가게! 무공만 빼고는 누구
못지 않게 교육 시켰으니 중원 어디에 내놓아도 정숙하고 현명
한 여자로 살아 갈 걸세!"
"전 중원이 싫습니다! 이곳이 더 좋습니다!"
"저번에 네가 구해준 아이의 애미를 보지 못했느냐? 혈육의 정
이라는 게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다! 넌 그렇게 독한 놈이 못
돼!"
"....."
"떠날 때가 되거든 여기의 모든 것은 땅속에 묻히게 하거라! 이
곳의 사람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악마의 잔재이니라!"
"당장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시는 겁니
까? 그리고 전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습니다. 잠마혈경을 익힌다
고도, 중원으로 다시 돌아간다고도....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고 다
하지 마십시오. 난 여기서 공 차고 노는 것이 더 좋습니다!"
"인간에게는 타고난 운명이 있는 것이야! 내 나이쯤 되면 그런
것이 보인다! 멀쩡한 놈이 왜 이 얼토당토않은 곳에 와서 나를
만나고 여기에 서 있는 것이냐? 다 네놈 운명이다! 그것을 거부
할수록 인생은 더 꼬여지고 결국에는 끝에 가서 다시 마주치게
되고 말지!"
"....."
"난 그만 내려가마! 출입 할 때는 항상 이 입구는 봉하고 다니거
라!"
웅천이 빈 사원 안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젠장. 빌어먹을! 난 왜 이렇게 개같은 운명을 타고난 거란 말이
냐! 야아--악!"
고함을 지른 단리웅천이 쌍장을 내질렀고 사원 안의 모든 기물
이 펑하고 날아다니며 부셔지는 소리가 가득했다.
구양노인은 잠시 숨을 고르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아침에 침상에서 숙취에 시달리며 눈을 떴을 때 웅천은 구양영
경의 퉁퉁 부은 얼굴을 보고 얼른 일어나 다가갔다
"왜 그러시오 구양소저?"
구양영경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 통의 서찰을 웅천에게 내밀
었다
<얼마 안 되는 기간이었지만 네놈 때문에 내 마지막 생이 쓸쓸하지
않았구나!
한 많고 저주스러운 이놈의 생을 진작 정리하지 못한 것은 그
악마 같은 풀을 내 손으로 모두 없애고, 저 산중턱의 사원마저도
없앤 후에 그러겠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영경을 얻었고 그놈 때문에 또 미뤄지게 되었는데 네놈
으로 인해 이젠 내 모든 짐을 벗었다.
내 동생 화평을 잊지 못하고 그렇게 가슴아파 하던 모습을 보며
네놈이 친 혈육 이상으로 가슴 깊이 파고들었지만 행여 그로 인
해 또 한번 발목을 잡힐까 두려워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하
지 않았다.
이젠 이 풍요롭고 깊은 숲 어느 한 곳에서 삶을 정리하고 동생
호평이 있는 곳, 그리고 숙부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구나. 경아
를 잘 부탁한다>
"이런 빌어먹을! 빌어먹을 영감쟁이! 이젠 도망도 갈 수 없게 되
었잖아! 야이 더러운 운명아---"
* * * *
첫댓글 감사합니다.
오늘은 언제나 좋은날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즐독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_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입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
잘읽었습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보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 ㄳ
즐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