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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산물인 스파이는 영화 ‘007’의 성공과 동시에 남성들의 로망이 되었고 이들이 사용하는 특수무기는 궁금증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스파이들이 사용하는 카메라는 그 용도의 특수성으로 기상천외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초 스파이 카메라는 어떤 것일까? 최초의 스파이 카메라는 150년 전 19세기에 제작된 회중시계 모양의 카메라다. 이 카메라는 현재 몇 대 남아있지 않은 희귀품으로 그중 한 대가 2007년 본햄스 경매에 모습을 나타냈었다. 또한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기자로 등장했던 그레고리 팩이 공주 오드리 햅번을 몰래 촬영할 때 사용했던 지포라이터 카메라 역시 실제 존재한 스파이 카메라 중 하나다. 2009년 현재, 스파이 카메라는 어떤 모습일까?
2000년대 카메라의 가장 큰 변혁은 디지털이다. 컴퓨터와 저장매체의 발달로 필름카메라는 사향의 길로 접어들고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가 되었다. 이런 디지털 혁명은 스파이 카메라에도 곧바로 적용되었다. 형태의 기상천외함은 예전과 같지만, 기술은 천지차이다. 시계, 볼펜, 라이타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형태를 가진 최신 스파이 카메라들은 자그마한 핀 렌즈를 사용하지만 CMOS 센서와 광학식 뷰파인더 등을 설치해 해상도를 높였다. 또한 USB를 이용한 저장장치로 PC와 곧바로 연결이 가능하며 기가급의 메모리로 최대 8시간 이상의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디자인 역시 남다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의 디자인으로 남에게 의심받지 않게 만들어진 스파이 카메라는 그 시대상을 반영한다. 19세기 등장한 스파이 카메라들이 회중시계나, 지포라이터 등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면 최신 스파이 카메라의 디자인은 어떨까? 최신 스파이 카메라들 역시 특별한 디자인은 없다. 모두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펜 모양의 스파이 카메라는 실제 펜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펜 클립 부분에 초소형 렌즈가 숨겨져 있어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을 할 수 있으며 녹음 역시 가능하다. 또한 디지털 장비답게 USB,방식으로 PC와 직접 연결할 수 있으며 4G의 내장 메모리를 가지고 있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영화 ‘투르 라이즈’나 ‘미션 임파서블’을 보면 특수요원인 주인공이 착용한 선글라스는 항상 특수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선글라스 역시 실제 존재한다. 선글라스에 장착 된 초소형 영상장치는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고, 자체 리튬이온 배터리로 외부전력도 불필요하다. 곰 인형의 스파이 카메라도 있다. 선물상자를 들고 있는 곰 인형의 모양을 한 이 스파이 카메라는 관찰 카메라의 역할을 한다. 선물상자에 달린 초소형 핀 렌즈가 영상정보를 기록해 무선으로 전송한다.
과거 스파이들의 전유물이던 스파이 카메라는 이제 인터넷의 발달로 웹 서핑만으로 간단히 구입을 할 수 있다. 가격 역시 20~30만원대로 큰 부담 없이 누구나 구입할 수 있다. 심지어 중국산 저가 제품역시 흔히 찾을 수 있어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나 구입해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이로 인해 심각한 사생활 침해 역시 이어진다. 이런 특수장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동경은 단지 영화에 등장한 스파이들의 멋진 모습 뿐만은 아니다. 영화가 아니면 볼 수 없고 스파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 희소성의 가치가 환상과 동경을 만들어준 것이다. 어쩌면 웹 서핑 한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스파이 카메라는 더 이상 그 시절의 로망은 없을지도 모른다.
뉴스방송팀 강대석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