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기도 - 박경서
굽은 손가락으로 세운 촛불이 좌정한다
등 굽은 삐그덕 발원을 한다
마음의 벽에 걸린 자식들 이름 새기며
불경스러울까
마른침이 검버섯 색으로 고인다
옆 사람은 노인을 모방하고
노인은 옆 사람을 모방하는
뒤틀리는 뼈마디 소리는
옹이 진 어머니의 무릎
이미 노인이 되고 옆 사람이 되어
거침없이 우두둑거리는
법당 마루의 둥근 소리들
어떤 자세라도 구멍 난 노거수를 바라보는 듯한
구멍으로 사랑을 크게 만드는
통증으로 삼매에 드는 기도, 되어 본 적 있는가
―계간 《포지션》(2024, 가을호) *************************************************************************************** 세상의 기도처가 반드시 실내인 것은 아니겠지만 기도하는 이들의 자세는 거의 엇비슷합니다 일단 두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 몸을 둥글게 만듭니다 당연하게 기도하는 내용 역시 모가 나지 않고 둥글어집니다 지난 초파일 무렵 연례행사처럼 들렀던 법당에서 많은 노인들의 둥근 기도와 삐걱대는 관절음을 들었습니다 그러고보니 교회든 법당이든 나이든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터라 그러려니 했습니다만... 곧게 자리지 못한 노거수들이 구멍난 자세로 기도를 멈추지 않는 세월입니다 첫눈이 내려 온천지가 새하얗습니다 앉거나 설 때 뼈마디가 우드득거리는 노인의 기도가 더 둥글어지는 겨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