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세계적으로 여성파워가 거세지고 있다. 정치 경제 문화 예술 학계 등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힘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남녀공학을 하는 대학에서 여학생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사관학교 수료식에서도 여생도가 대통령상을 받는 일이 많아졌다. 공무원시험에서도 여성의 성적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사회 여러분야에서 여성이 리더로 약진하고 있다. 반면에 남자들은 기세가 한풀 꺾였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우선 남존여비라는 문화가 완전히 사라지고 남녀평등사회가 되었다. 어려서부터 가정이나 학교에서 이렇게 교육을 받고 있다. 법적으로도 완전한 남녀평등을 보장받는다. 둘째는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났다. 이는 여성이 경제소득이 생기면서 자생력이 커졌다는걸 의미한다. 셋째는 경제활동의 원천이 컴퓨터와 첨단기술로 근본적으로 바뀌었고 여성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인류는 손발경제에서 두뇌경제를 거쳐 다시 감성경제로 바뀌었다. 손발경제는 육체노동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라서 남자에게 유리하다. 두뇌경제는 정보 지식 기술이 중요한 자원이고 컴퓨터를 기반으로 일을 한다. 남녀에게 거의 동일한 기회가 있다. 감성경제는 소통 공감 등 감성지능으로 성과를 이끌어내기 때문에 여성에게 더 유리하다. 인류가 농경사회 산업혁명 정보혁명 제4차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남성우위에서 여성우위로 경제환경이 바뀐 것이다.
3년전 이어령 교수님을 평창동 자택 앞에 있는 '이어령식당' 으로 아내와 함께 찾아뵌 적이 있다. 이때 이 교수님은 생명자본주의를 말씀하시면서 인류의 진화와 지속가능성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할머니' 라고 강조하셔서 감탄하였다. 숙성된 지혜는 할머니들에게 나타나며 이분들이 손자손녀를 지혜롭게 돌보며 인류유산을 다음세대에 물려준다는 것이다. 남자보다 여자의 수명이 긴 것도 할머니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꼬부랑할머니' 라는 노래 가사를 보라. 꼬부랑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어가는 게 대를 이어가는 인류의 역사다. 이런 노래는 전세계 여러나라 민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인류는 원래 모계사회였는데 계속된 무력전쟁과 산업구조 때문에 남성이 권력을 쥐고 흔들다가 정보화사회 이후 다시 모계사회로 되돌아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 지성인이 삶의 끝자락에서 이런 말씀을 하시니 이게 진리로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돌아왔다.
요즘 나이든 남자들 사이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평생 처자식 먹여살리느라고 온갖 고생을 다했는데 은퇴이후 돈도 못벌고 힘이 빠지니 너무 무시당한다는 하소연이다.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인류문명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을 받아들여야 하지않을까.
얼마전 송년모임에 나갔더니 세상이 여인천하로 바뀌었다고 크게 불평하는 사람이 있었고 적지않은 사람들이 동조하였다. 그러자 교수직에서 은퇴한 한 친구가 따끔한 소리를 한다.
"다들 지금까지 운좋게 살아온 줄 알아야지. 혹시 '남자의 종말'이라는 책 읽어 봤어? 지금부터라도 마누라한데 감사하며 살아라"
집에 돌아와서 '남자의 종말' 을 찾아보았더니 미국 여성저널리스트 해나 로진이라는 사람이 쓴 책이다. 역시 내용은 이제부터 근육이 아니라 두뇌와 감성지능으로 살아가는 시대라서 가부장적인 남성시대는 끝나고 여자가 세상을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더구나 모든 것이 연결되고 융합되는 세상인데 융합지능도 여자가 더 뛰어나다는 주장이다.
정말 남자의 종말이 다가 오는건가? 직장에서는 여자상사를 모시고 일하고 집에서는 아내가 가장노릇을 하는 세상이 오는걸까?
아내보고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내려달라고 하려다가 생각을 바꿨다. 아내것까지 커피 두잔을 내렸다. 지혜가 모자라면 눈치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