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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릴리스 궁의 문 앞에서 차마 들어가지도 돌아가지도 못한 채 쩔쩔 매고 있는 한 신사의 모습이 심상치가 않았다. 금색 호박줄기를 따라 몸을 휘감고 있는 화려한 용무늬의 거대한 황금문 앞에서 차마 발이 떨어지지가 않는 것이였다. 문 앞을 지키고 있는 호위기사들 마저 그 초조함이 옮겨 붙는 것만 같았다.
"테리 드 윈스턴님, 이만 들어가시는게 어떠십니까? 폐하께서 기다리십니다."
"아흡, 네엡!"
테리는 한껏 왁스를 발라 쭈욱 밀어 올린 자신의 짧은 갈색머리칼을 한번 더 손질하고는 자신의 얼굴만한 두꺼운 안경을 고쳐썼다. 그리고 옷이 구겨진 곳은 없나 앞 뒤로 몸을 베베꼬아가며 확인했고, 옷깃은 멀쩡한지, 구두의 광택의 정도가 적장한지, 차고 있는 손목시계의 길이 조절은 괜찮은지 등 여러가지를 체크 했다. 이렇게 한 시간 가량 재정비를 하고 있는 테리 덕분에, 호위기사들은 지친 기색이 영역했다.
"좋습니다. 폐하께 알리도록 하세요"
"네"
드디어! 순간 테리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어찌나 괜찮나요? 어때요? 거슬려요?를 물어보던지... 직위만 아니였으면, 당장에라도 신고있던 신발을 입에 박아 넣어줄뻔 한 것을 간신히 참은 것이였다.
"아 잠깐! 잠깐 잠깐 잠깐만요!"
'빠직'
"이번엔..또.. 뭡니까?"
"어휴, 큰일 날뻔했네요"
무슨일인가 하고 지켜보던 기사들은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테리는 자신의 마이 안주머니를 뒤적이며 작은 수첩을 하나 꺼내더니, 그 사이에 꽂아둔 볼펜 뚜껑을 다시 맞추어 끼웠다.
그건 보이지도 않잖아! 해도 해도 너무 한거아냐?! 병사들의 소리없는 외침은 끊이질 않았지만, 테리의 귀에는 당연하게도 들리지 않았다.
"좋습니다. 이번엔 진짜 알리도록 하세요"
"진짭니까?"
"네, 물론이죠"
"한번 더 확인할 것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완벽합니다!"
"그럼 알립니다"
"아! 잠깐만요!"
"...또 뭡니까!"
신경질 적인 짜증이 묻어난 투로 호위기사중 한명이 돌아보자 테리가 혀를 쏘옥 내밀고는 찡긋 해보였다.
"장난입니다. 허허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펄펄 끌었다. 다행이 옆에서 말리는 동료기사 덕분에 폭력을 휘두르는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이성의 끈을 놓는 경계선 근처까지 아슬아슬 하게 다가온 위험한 상황이였다.
"..그.. 그럼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리고 기사는 한번 심호흡을 한 뒤에 거대한 황금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안에는 또 다른 하나의 문이 있었는데, 앞서 보았던 화려하기만 했던 문과는 달리, 궁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목재로 만들어진 단촐한 문이였다. 다만, 크기가 조금 크다는것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폐하, 테리 드 윈스턴님께서 오셨습니다."
우렁찬 기사의 목소리가 울리고, 곧이어 테리가 안으로 들어 갔다. 황제폐하를 만난다는 설레임에 어젯밤 잠도 못 이루고 이불을 꼬옥 붙잡았던 그 느낌이 새록새록 피어났다. 목재로 된 커다란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테리의 떨림은 눈에 띌 정도로 심해졌다. 그의 양 다리가 게다리 춤이라도 추는 듯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려한 내부 보다 더 눈길을 끄는 하나의 인영(人影)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테리는 그것으로부터 시선을 올려 정면을 쳐다 보았다. 어제 하루를 투자해 가며 연습했던 인사말이 선뜻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가 않았다. 아니,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져 버린 듯 생각 조차 나질 않았다. 그저 눈 앞의 소년에게 온 감각을 다 빼앗겨 버린 듯 했다.
서큐버스에게 홀린 느낌이란 이런 것 과 같을까?
테리가 겨우 숨만 내쉬며 서있을 동안, 찰나의 침묵을 깬 것은 소년. 즉 황제였다.
"그대가 테리 드 윈스턴인가?"
"….네, 네! 2년전에 정식 궁정마법사가 되었고, 이번에 폐하의 명을 받아, 곁에서 직속 황실 마법사가 된 테, 테리드 윈스턴입니다!"
테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린 황제, 미남 황제, 얼음 황제 등... 무성한 소문과 출저를 알 수 없는 여러 초상화들로만 접했던 테리였었다. 그리고 소문들이 전부 가짜는 아니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칠흙같은 흑발과 마찬가지로 검고 깊은 눈동자. 이마에서 코, 턱 으로 떨어지는 매혹적인 라인과 날카로운 각도, 그리고 몽환적인 느낌까지 들게 하는 이미지 까지! 가히 절세미남 이라고 밖에 표현이 안 되는 외모였다. 게다가, 열 아홉이라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끓어 넘치는 성숙함과 위엄은 절로 다리에 힘을 풀리게 할 정도였다.
"랄프"
"카셀베르힘 트렛 프레니온님을 뵙습니다."
"히익!"
분명 이 안에는 테리와 황제 둘 뿐이였는데, 갑자기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누군가가 황제의 곁에 자리를 잡고 서있었다. 황제는 이 상황이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느껴지는지, 전혀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 내 직속 황실마법사가 될 테리 드 윈스턴이다"
"결국... 새로 들이신 겁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 이였다."
테리는 바싹 마른 입에 침을 한번 바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있었다. 물론 떨리는 다리는 여전했지만 말이다. 랄프는 그런 테리의 모습을 보고는 쇼파가 있는 테이블로 이끌었다. 테리는 엉겁결에 같은 손 같은 발을 내딛으며 삐걱삐걱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테리라고 했나?"
"네, 고향은 그레브린 이고 부모님을 어렸을 적 여이고, 현재는 귀여운 여동생이 한 명 있습니다. 여동생은 그레브린에서 가장 맛있는 빵을 굽고 있습니다. 그레브린에 오시게 되는 일이 생기신다면 꼭 윈스턴 베이커리에 들려봐 주시길 바랍니다"
테리가 마른땀을 삐질 흘리며 주절주절 떠드는 동안, 랄프가 서류 한 장을 넘겨 보더니 서류 너머로 힐끗 테리에게 시선을 주었다.
"테리 윈스턴, 19살 때 6서클 마법에 입문하여 천재 마법사가 나타났다며 만인의 기대를 받았으나 그 다음해에 프레니온 제1수용소에 수감. 5년 후 출소하자 마자 마법사의탑으로 인계, 높은 서클의 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2년째 말단 신세였군"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게다가, 프레니온력 1048년 6월 10일, 부모님이 돌아가신 날짜에 공교롭게도 수감되었군."
"..."
테리는 자신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주루륵 흘러내리는 것이 아찔하도록 느껴졌다. 랄프는 자세를 고쳐 앉고 양 손을 턱 가까이 가져다 놓은 뒤 테리를 바라보았다.
"테리, 어떻게 폐하를 옆에서 보좌하게 됐는지 이유는 알고 있나?"
"아, 아직 모릅니다!"
황실 마법사가 됐다는 그 순간부터 가장 궁금했던 것 중에 하나다! 어째서 자신이 폐하의 옆을 지키게 됐는가? 자신은 그렇다할 인맥도 없고, 나이도 어렸고, 마법사의 탑 안에서도 굉장히 천덕꾸러기로 통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로 부터 너는 진급하기 글렀다 라는 말을 매일 밥먹듯이 먹고 있던 자신이였는데, 말단에서 갑자기 초고속 승진을 하게 된 것이다. 테리가 두 눈을 빛내며 의아한듯 물어보자
랄프가 자신의 투박하고 거친손으로 서류 뭉텅이를 만지작 거리더니 테리에게 건내 주었다. 테리는 어색한 손길로 그것을 받아드리곤 물었다.
"이, 이게 뭡니까?"
"현재, 폐하께서 비밀리에 조사중인 자료다"
서류를 잡아 들고 첫 장을 슬며시 열어 보자마자 두 눈이 커지며 종이를 휙 돌려서 테이블 위로 덮어버렸다.
"이, 이이 이것은.."
"…흑마법에 대한 자료들과, 반 프레니온 집단이자 흑마법사 단체인 '마튜르'에 대한 정보들이다"
"그렇다면, 제가 여기로 불려오게 된 이유는..."
"그렇다. 예전 부터 자네가 연구해 오던 흑마법의 힘이 필요하게 돼서다."
*짜투리 잡담*
으ㅓ허허.. 프롤로그.. 많은관심주셔서 몸둘바를모르겠습니다 ㅠㅠ 감사합니다
첫댓글 잘보고가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건필하겠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힘이 되어용!! ㅎㅎ 꾸준히 지켜봐주세용~
선덧글 후감상!
인데 너무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ㅜㄷ·
재미있네요~ 다음편 기다릴께요!!
뿡이님 감사합니다^^* 다음편 내일 안으로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오홍...테리가 흑마법을? +_+ 귀엽네요 ㅋㅋ 그보다, 영계 황제 폐하가 내 스타일이네♥
댓글감사해용ㅎㅎㅎ에너지충전된 기분이욧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건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