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세이] 친구 어머니의 유서 / 이순자
발행일2018-06-24
[제3100호, 3면]
친한 친구 친정어머니의 일이다. 친구의 어머니께서 병환으로 임종이 가까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선교할 마음으로 친구의 어머니를 찾아갔다.
친구가 어머니한테 내가 천주교 신자라고 소개하자 친구의 어머니는 내 손을 꼭 잡고 반갑다는 표시를 하셨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머니께서는 이미 천주교를 믿고 계셨던 것이다. 친구는 불교를 믿었고 다른 가족들도 천주교 신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어머니와 함께 기도를 하자고 했다.
친구와 친구 어머니와 함께 기도를 하고 나는 어머니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유서를 써서 기도책 속에 넣어 자녀들에게 기도를 부탁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하면 가족들을 입교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 부탁에 어머니께서는 정말로 유서를 남기셨다. 그 내용은 당신이 세상을 떠나면 성당에서 ‘장례미사와 위령미사, 연도를 부탁’하는 유서였다. 그 후 어머니께서는 선종하셨다.
나는 천주교식으로 장례식을 하려고 가족과 의논했지만 반대에 부딪혔다. 가족들이 전부 불교나 유교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유교식으로 장례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하느님을 믿고 사시다 하느님께로 가시는 부모님께 마지막 효도하는 마음으로 천주교식으로 장례를 하자”고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서 결국 장례미사를 봉헌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미사 후에 생겼다. 가족들이 함께 기도하고 장지를 돌보려던 연령회원들과 신자들의 동행을 거부한 것이다. 그래서 친구인 나만 초와 성수를 가지고 따라갔다. 그래도 마지막 하관예절이라도 전례에 따라하고 싶어 “하관을 할 때 천주교식으로 하관예절만 잠깐 해드리고 물러가겠다”고 모든 가족에게 양해를 얻었다.
촛불을 들고 성수를 뿌리는 전례에 장남이 성수를 뿌릴 수 있도록 일러줬다. 그랬더니 온 가족이 다 나와 한 사람 한 사람씩 성수를 뿌리고, 뒤이어 친척들까지도 성수를 뿌리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 모습에서 하느님의 은총이 느껴졌다.
가족들은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유서에 매월 위령미사를 바칠 것과 연도를 해달라고 남기셨기 때문에 위령미사와 연도만은 계속 바치겠다고 말했다.
신자도 아닌 가족들이, 그리고 처음에는 천주교식 장례를 거부했던 가족들이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나서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위령미사와 연도를 꾸준히 바치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를 보고 나는 하느님의 일은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순자(막달레나·77·수원대리구 율전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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