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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막7장中 홍정욱님의 일기부분입니다.
2.22 바이킹들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함께 축하했다 시신을 배에 실어 바다에 띄워보내고 불화살을
쏘아 아름답게 불태웠다 삶은 한편의 꿈 같은 것이기에, 그 종말 또한
한줌의 재로 망망대해에 퍼져나게 함으로써 꿈에서 깨어나듯 남김없는
의미로 만들려 했던 것이다 물 위의 불, 산산히 흩어진 삶의
흔적..아름답다 밤의 향기가 진하다 칼라스와 디 스테파노의
듀엣이 어둠을 가른다 아침 나절 폴린의 전화를 받고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하버드라는 거대한 상대를 마주하며 가슴 벅차 하던
때가 불과 수개월 전이었음이 상기되었기 때문이다 젊음을
잃은 삶을 살아보지 않았기에 이 시간이 언제 끝날는지 알지 못한다
이 시간이 얼마나 그리워질런지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언젠가 나도 모르는
새에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 나도 모르는
새에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 순간 떠나는 시간에
매달리는 초라한 인간이 되어서는 안된다 여유 있는 웃음, 그리운 추억을
가득 지닌 채 젊음을 보내줄 수 있는 풍요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회에 대한 의문, 인간들에 대한 실망, 자아의 무력함이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참다운 지성과의 만남을 고대하게 하는 밤이다
흙을 밟아본지 오래, 생활에 찌들어가는 내 그림자르 때묻지 않은
바닷바람에 툭툭 털어내고 싶다 나의 젊음이 끝나지 않았음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3.7 칼을 뽀아 물을 베어도
물은 다시 흐르고, 지우려던 시름은 술잔을 들어도 쌓여만 가누나
- 이백
5.7 신대방동 철거현장의 충격이 가시질
않는다 부르주아적인 교만의 전형이었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나는
나의 조국을 사랑함과 동시에 정의를 사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비판적
애국심을 주창한 카뮈의 말만이 머릿속을 맴돌 뿐 온통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동안의 내 고민은 얼마나 수치스런 허영이었던가 번민하는
삶이란 풍족한 일상 속에서 관념적인 지적 방황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보다 냉철한 눈으로 사회의 부정을 직시하는 것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설명하기 힘든 분노와 애정이 동시에 싹튼다 모순으로 가득 찬 자아..뿌연
환상과 동경의 자리에 칼날 같은 현실인식과 목적의식을 정립하고자
한다 사회와 국가를 경멸하기 이전에 나 자신을 경멸하자 나자신에게
먼저 돌을 던지자 변해야 한다 새로이 탄생해야 한다
7.27 우리의 민주화와 민중운동사에 학생운동이 미친
영향은 시로 큰 것이었다 기성세대의 불의와 타협하길 거부하며, 올곧이
민족사랑의 뜨거운 열정으로 싸워온 우리의 선배들이야말로 역사의 길잡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애국심과 열정적인 외침 뒤에 거대한 '민중'의
힘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학생운동은 결코 역사를 관통할 힘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민중과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그
외침은 시장 상인들의 외침과 전혀 다를 게 없다 목적은 방법보다 중요하다
변화하는 사회를 보지 못하고 기층민중의 관심사를 이해하지 못한 채
반론이 나오면 무조건 무지 혹은 수정주의로 규정짓고 한쪽 길만의 운동을
고집해 나간다면 그것은 목적의 상실일 뿐이다 어떤 폭압에도
꺽이지 않고 꿋꿋이 이엊 온 학생운동의 자랑스러운 전통이 이제 와서
방법론적인 아집에 의해 훼손되어선 안될 것이다 폭력이 최선의 방법이었던가?
대중의 공감대를 일고 나아가서 보다 궁극적인 사뢰개혁의 목적마저
망가한 것은 아닌가? 학생운동은 우선 내부분열, 노선대립
, 이슈고갈, 폭력대응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민중의 편에서
민중을 짓누르는 악의 힘을 폭로하고 다 함께 잘사는 진보의 대열에
선두가 되어야 할 것이다 1991.6.17 정은 혈맥에
뻗치는 눈물이다 화살이 관통한 멎은 가슴에 촛농으로 녹아내린 안락이다
그 속에서 재가 되지 않은 곡조, 그 곡조를 한 결, 한 결 아려내어 사랑은
탄생한다 우리 사는 세상에는 그리움을 엮어 묶은 목쉰 노래들이 흘러
고인다 나의 가락이 둥지 틀 여울이 메마르지는 않았는지 12.29
초롱불빛 지친 밤 하늘에 미당의 달이 뜬다 그 기막한 빛은 이상의
그림자에 실고추 같은 피를 날리고..적막이 빛과 함께 온다 지친 영혼이
삶을 멀리하여 어둠에 묻혀 있을 시간이다 불마저 끄면 이 정적이 가슴에
매어 단 거적마저 불어제낄까 시린 손을 사린다 아, 솔까지에
쏱아져 내리는 저 것은 윤동주의 별이 아닌가 저 별을 쏘아내려 이 정적을
채우게끔..침묵의 빛이 언어를 대신할 수 있다면 난 이 밤 저 별을 쏘겠건만..미천한
의식을 감싸려 신의 언어를 토해내는 아, 언젠가 가쁜 숨을 몰아쉴
나의 언어를 쉬게 하자 한 줄기 감아오를 난의 겸손과 백의로
어우러진 국의 순수도 그리워 할 수 잇다면,꽃잎의 동이 바람의 정으로
화하듯, 그리움은 소리없는, 몸짓없는 정의 영광일 수 있음이다
봄은 멀리있어 태양을 감추고, 아침은 이슬마저 빼앗긴 초췌한
모습으로..보낼곳 없는 그리움만 가득하니 난 이밤, 저 불을 끌 수 없을
것만 같다 1992.1.15 파스칼의 사랑은
사랑하는 모습 자체에서 느끼는 행복이었다 그리워서 그리워함에 어떤
보상을 요구할 수는 없는 것 이길고 점철된 아으 흉물이 누군가의 앞에서
행복해야 할 일이다 정 속에 여문 순수들, 고향에 돌아온 시인처럼 기뻐하며
겨안을 일이다 살아 있으므로 살ㅇ했노라고 훗날 외치고 싶다면
이기적인 사랑을 비웃는 도도함을 지녀야 한다 빈 가슴을
혀영으로 채우고 가난한 얼굴을 가식으로 메꾼 채 '현실'을 즐기는 체하지
말아야 한다 아파야 하는 만큼 아파하고,그리운 만큼 그리워하자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삶을 편리하게 조형하는 못브을 구분하는 양심의
눈을 가지자 이제 우리는진실만을 갈구하며 지실만을 사랑해야
할 그리움을 덮어 버리려 애쓴 적이 없었는가를 고뇌해보자 사랑이란
얼마나 위대한 지성을 요구하는 감정인가 사랑한다고 부르짖을
수 있다고 모두 사랑이 아님을 인간다운 삶을 지키려는 우리 만큼은
아아야 한다 사랑이란 깊은 밤 한 순간의 외침을 긴 새벽까지 지켜나가는
것이다 함께 함에 공간이 있기를 기원한 칼릴 집란..무관심의 공간이
아닌 애정과 인내의 공간을 의미함이 아닐런지 가신과 타협, 이기심과
무지로 훑기에 사랑은 지나치게 소중한 인간성이다 PRETER LA VIVO,생을
걸으며 젊음으로 사랑해야 한다 2.10 어떤 타입으 여성이
좋으냐는 우문을 자주 접한다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여성이 좋다고 대답하고,
마리아 칼라스와 육영수 여사,그리고 어머니를 융합시킨 여성을 찾고
있다고도 대답한다 그러나 이 모든 조건들은 사실상 필요없는 것들이다
아까운 젊음을 여자 찾는 데에 허비하지 않아도,이리저리 캐묻고 다니지
않아도 혼자 있어야 할 운명이 아니라면 만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분명히 내가 인간으로서 존경할 수 있는
여성일 것이다 나의 일을 캐묻지도,나의 고통을 나누려고 애쓰지도 않으며,그저
나를 존경의 눈으로 지켜봐 주는 여성일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모습이다 하루도 안 빼고 데이트를 하고,머리를 굴려가며 고민을
하고, 싸우고 술이나 마시며 푸념하는 모습은 나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로으 삶과 자아가 소중한 탓이다 하늘의 명을
소중히 여기는 나의 믿음이 사랑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칼라스의
음성을 처음 들었을 때, 그리고 클림트의 여인을 처음 보았을 때의 희열,그
기쁨을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을 때, 나는 아마도 사랑을 시작할
것이다 1990.1.26 낮과 밤이 바뀌다
휘몰아치는 뉴잉글랜드의 바람 소리를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하고 머리맡의
등을 켠다 수화기를 들었다가 그대로 내려놓는다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인 탓이다 창 틈으로 스며드는 바람
한줄기에도 싸늘해지는 가슴 고독은 치유될 수 없는 병이며,채워지지
않는 잔이다 얼어 뭉그러진 의식을 단 한순간이나마 쉬게 하려고, 나는
너절한 인간들에게 얼마나 간드러지는 웃음을 팔고 있는가 결국 돌아오는
것은 보다 두꺼워진 틀 속에서 나를 경멸하듯 지켜 서 있는 쓸쓸함의
무게뿐.. 2.12 열장의 논문을 반나절
만에 끝냈다 애꿎게 연거푸 태운 담배재가 무의미한 글월 위에 흩날린다
오늘 생명의 한 조각을 잉크병 안에 떨어뜨리고 있다는 톨스토이의 고백을
나 역시 되뇌이지 않을 수 없다 경험이라는 마술과, 언어의 장난으로
씌어진 얄팍한 보고서,이 크리스탈처럼 정교히 깍여진 지성의 날림 앞에서
귀하신 자아는 당혹 해하지도 않는다 원대한 우주공간
속에 커봐야 6척 되는 자리를 차지하며 숨쉬다 간 인간들의 다듬어진
언어로 내 생명을 틀어막는다 명시된 진리란 없는 것, 한뼘 남짓한 가슴의
공허함조차 채워주지 못하는 언어의 학문이 아닌가? 쉴새없이 배우고,또
배우고 싶지만 배움의 세께가 보이질 않는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일컫는 신화적 의미의 상실은 지성인이 되기 위한 필연적 과정인가?
이처럼 존재의 허탈함을 직시 하면서도 삶에 미련을 두는 것은 비겁일까,
용기일까? 생존이라는, 괴라는 아름다운 낱말들은
큰 뜻을 위해 당당하게 싸울 훗날을 위해 아껴두어야 한다 버텨나감,
그저 사사로운 감상의 극복을 위한 노력이라 일컫자 그리고 권태로운
모퉁이에 웅크리고 앉은 내일이란 악취를 맡으며 코를 훔치자 오늘을
버린 휴지통을 비우고
2.15 이상의 글을 읽는다
스스로의 명을 끊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태양의 빛이 두려웠을까?
아니면 달의 순결이 쓸쓸했을까? 시와 식을 떠난 공의 사념 속에서
죽음, 아니 승화에의 강한 유혹을 느꼈을까?아마도 생의 굴레를 떠난
영의 날개를 달고 싶었을 게다 뫼르소(MEURSAULT:<이방인>의
주인공)의 살인을 이해하다 빛과 선과 사랑과 입신이 오히려 인간을
죽여가는 세상이다 COUPDE GRACE, 그의 살인은 자아의 해방, 인간의
본능을 풀어주려는 사명감의 표출이었을 것이다 나는
신의 아들이고 싶다 내가 끌려다니는, 힘들어 하며 세상 속의 내 위치를
자문하는 몰골을 차마 바라볼 수가 없다 행복을 위해 태어났다고 믿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일일지 모른다 그렇게 믿는 것이야말로 모든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지니는 과실의 하나라고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석가모니,
또한 실러도 생은 고라 하였다 그렇다면 내가 스스로 행복하지 않음을
불행히 여김은 그들보다 배움이 모자라는 탓일까? 아무도
나를 해치려 않는데 나는 내 자신에 의해 무너지려 하고 있다 내젊음을
연소시켜 이루고픈 그뜻은 무엇인가? 그 굵은 삶의 에센스가 어디엔가
반드시 존재할텐데, 나의 인간적인 모습이 나를 역겹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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